공지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공지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은희경씨는 좋아하지만 공지영씨의 작품은 그닥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의 대표작인 고등어나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봉순이 언니 등은 읽을 때뿐이지 기억으로도 감정으로도 큰 파장이 없었다.

 

그런 내가 그의 책을 사서 읽게 된 것은 수많은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던 우행시 영화 때문이다. 그 영화를 보기 전에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어떤 책이길래 사람들의 감정선을 그토록 울렁이게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되기에 좋은 재료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고, 나름대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책이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은 아니다.

 

어쩌면 개수대 속의 곰팡이처럼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차마 들춰 꺼내보고 싶지 않는 치부를 본 것처럼 조금은 민망하고 불편하다.

 

사형수에 대한 지극히 무관심한 사람에게 사형제도에 대해, 사형을 앞두고 변화하는 그들의 모습에 대해, 삶에 상처받고 도피하려 하는 사람들이 서로 어루만지는 몸짓에 대해 작가의 필치는 섬세하고 따뜻하고 가슴 아프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것에 동조하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것은 내가 너무 메마른 사람이기 때문일까?

 

책에 큰 감명을 받지 못했음에도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과연 이 책의 내용이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되었을지, 이나영과 강동원이 어떤 유정과 윤수로 보여지게 될지 궁금하다.

 

이런 궁금증이 생기는 걸 보니 결국 이 책은 감동이 아니라 흥미를 위한 독서용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류의 자기계발 서적

마시멜로 이야기 ㅣ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얼마 전 아나운서 정지영씨가 대리번역을 했다고 하여 유명해진 책이다. 물론 그 전에도 베스트셀러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지만 아무래도 이런 스캔들에 연루된 책이다보니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하다.

 

가볍지만 두꺼운 책표지를 열어 책을 읽기 시작한지 한 시간 뒤, 책장은 이미 끝에 와 있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류의 자기계발 서적이라고 해야할까?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어른이 들려주시는 금과옥조와 같은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어찌보면 식상하고 진부한 교훈이지만 "눈앞의 마시멜로를 탐하지 말라. 더 큰 마시멜로를 꿈꿔라."는 말은 꽤 오랫동안 머릿 속에 남는다.

 

사실 나로 말하자면 생리적인 욕구에 충실한 사람으로서 자는 것과 먹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고 여기며 살아 눈앞의 마시멜로는 먹고보자는 식이다.

 

그래서 나의 삶은 평탄하게 만족스런 욕구충족들로 이루어졌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 책을 덮으며 과연 작은 마시멜로들을 먹다가 더 큰 마시멜로를 잃은 것은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퇴근하여 피곤해진 몸을 위해 집에서 쉬는 것을 우선으로 하여 내가 이전에 그토록 원했던 미술공부나 피아노레슨을 포기한 것.

 

30여분의 요리시간을 귀찮아하며 길거리의 음식점이나 배달음식으로 나의 배를 채웠던 것.

 

아침잠의 유혹은 그 무엇보다 치명적이어서 3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 수영.

 

생각해보니 들춰내기 싫어 덮어두었던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이 풀썩 먼지를 털고 눈앞에 떠오른다.

 

나.....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그 때 그 때에 맞는 목표가 있어 나름대로 치열하게 인생을 살았던 듯 싶다.

 

잠도 포기하고, 맛있는 것도 포기하고, 돈도 아껴가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계획하고 노력할 줄도 알았다.

 

그런데 이젠 좀 느슨하다.

 

인생의 긴 행로는 눈앞에 펼쳐졌지만 내가 숨가쁘게 달려야할 이유를 찾지 못해 어떤 욕구를 잠재우고, 어떤 노력에 경주해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책은 정확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어떤 책이든 읽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실천여부에 따라서 달라지듯 이 책 역시 읽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 그 영향력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침잠했던 나의 삶에 던져진 돌멩이와 같다.

 

잠깐 깨어나 생각 좀 해볼래? 그렇게 묻고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은 아직 없다. 방학 동안.. 조금씩 조금씩 생각해보련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처럼

Anne 1 - 만남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여름이 시작될 즈음부터 붙잡고 있다가 여름방학이 끝나고도 한참을 더 읽은 책이다.

 

빨간머리의 귀여운 소녀가 어른이 되고 여섯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도 한참을 더 이야기가 진행이 되었으니 여름동안 한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간 셈이다.

 

1권을 제외한 9권은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신선하면서도 1권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성과 동화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섬세한 심리라든지 자연에 대한 무한한 예찬은 읽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9권쯤 가서는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처럼 시시때때로 앤과 그의 가족들이 떠오를 것 같다.

아리송

경제학 콘서트 ㅣ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1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2월

왠지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제목인데 의외로 까다롭고 어렵다.

 

중반 이후부터는 아리송~ 아리송~

 

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단어는 "희소성"하나밖에 없지만 다시 한번 읽게 된다면 좀더 많은 것들을 기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 모두 공부합시다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6년 6월

언젠가 인터넷에서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씌여진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금리에 대한 철학적인 정의와 더불어 부자들의 돈이 움직이는 것을 은행금리를 통해 설명한 글이었다. (간단히 표현하면 돈은 은행->채권->부동산->주식->은행으로 순환됨)

 

이 글을 읽으면서 '이 사람 꽤 괜찮네~'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면서 좀더 심오한 부자들의 경제학에 대해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서 감상을 쓰려니 차마 글이 써지질 않는다.

 

솔직히 내용의 70-80%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했으며 책을 읽으며 진짜 '고수'가 되든지, 진짜 '부자'가 되지 않는다면 재테크의 재자로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뿐이니까..

 

처음에 이런 류의 책들을 읽으면서 당장이라도 재테크의 달인이 되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권 두권 읽다보니 그런 자신감을 가졌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어서 이제는 '경제'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상식을 넓혀가는 것 이상의 목표는 두지 않기로 했다.

 

아니, 좀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책을 읽음으로써 금융아이큐도 좀더 높여서 뉴스를 보면서도 막히는 곳 하나 없이 이해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 눈이 좀더 훤하게 뚫려서 현인처럼 한마디 툭 던져보고 싶고 그런 시야 속에서 어쩌면 돈줄이 보여 부자가 된다면 (솔직히) 더 바랄 나위가 없으리라.

 

부자가 되기를 열망하는 많은 이들이여,

당신은 과연 평균 이상의 노력과 평균 이상의 운과 평균 이상의 실력을 겸비했는가?

 

이 중에 하나라도 '아니요'라고 대답하게 되거든, 나처럼 고개 바싹 숙이고 겸손해지기를.. 부자란 정말 아무나 되는 게 아니더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려고 아둥바둥하는 이 때에, 정말 수많은 재테크전문가들조차도 부자가 되지 못하고 있는 이 때에

평균적으로 내가 평균이상이 되지 않으면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평균이상의 부를 얻을 수 있겠는가?

 

우리 함께 공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