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잡는 아버지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5
김환영 그림, 현덕 글 / 길벗어린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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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시대적 배경. 소작인과 마름의 관계란 지식으로만 알뿐 현실로 깊이 와닿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러한 경제적 예속 관계가 어린 동심에는 얼마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바우가 소작인의 아들이라는 것과 경환이 마름의 아들이라는 것은 바우와 경환이 같은 나이라는 것, 바우가 경환보다 공부를 잘 한다는 것, 바우가 더 나비를 잘 잡는다는 것 등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꼴보기 싫다 하더라도 바우는 경환에게 힘을 행사할 수가 없다. 경환이 그토록 원하는 나비를 날려보내는 것으로라도 바우는 자신의 힘을 발휘하려 하지만 결국 바우의 아버지가 나비를 잡으려고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버릇으로 무언가를 설명하고 싶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애틋한 마음? 그 정도라면 이 동화의 주제를 잘 찾아낸 것인가? 나에게 이 책은 내용보다도 일러스트에 더 큰 가치를 두고싶다. 수묵화이 기법으로 인물의 성격이 그대로 배어나오도록 그림을 그린 김환영씨의 솜씨에 감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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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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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던 중학교 3학년. 난 하루키를 처음 만났고 이 책을 읽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듯 왠지모를 감상에 허우적대다가 나를 이토록 흔드는 매력이 무언지도 모르는 상태 그대로 하루키를 잊어갔다. 그러다가 다시 상실을 읽게 된 것이 대학교 3학년. 내가 이 책을 읽었었던 기억밖에는 남아 있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금 읽어보았는데 역시, 몇년전과 똑같은 반응을 일으키며 이 책에 매달려야만 했다.

번역된 문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언어적인 감각에 매료된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건조하고 매마른 삶의 일상이 특이하다. 공허한 현실이되 현실감이 없는 그의 세계가 몽환적이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음악과 술과 그의 패션감각... 부수적인 이유지만 하루키와 같은 취향에 매력을 느낀다. 이제는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그의 소설을 읽고 있다. 그의 소설에서 원하는 것은 스토리의 재미가 아니다. 단지 그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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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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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매일밤 학교 운동장을 돌고 있다. 하루에 10바퀴를 조금 못채우는데 말 그대로 운동장을 돌고 있을 뿐 힘을 들여 내 발의 보폭을 넓힌다거나 숨가쁘게 뛰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8월의 무더위를 이겨보려는 노력도 아니요, 나는 단지 걷고 싶었고 생각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운동장의 둥근 라인을 따라 나의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밤의 어둠 속에 내가 잠겨가는 기분이다.

스푸트니크의 연인은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의 하나다. 오래전 상실의 시대를 읽은 후 하루키에 대한 감각이 전무해진 상태에서 갑자기 만난 스푸트니크의 연인. 소개글에서 나와 있듯, 사랑에 빠진 모든 연인들은 결국 지구의 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처럼 각자의 궤도를 도는 것이라는 사실에 순간 아연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소유하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었던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도 결국은 자신의 궤도를 이탈할 수 없는 인간과 인간,

운동장을 걸으며 나를 스쳐지나가며 달리고 걷고 뛰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이 책을 떠올린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그렇게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며 운동장을 돌고 있다. 나의 삶에서 만나는 사람과 사람들, 그 관계에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사람과의 만남으로서 나의 존재를 느끼고 살아가려는 시도는 어리석음이 아니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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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 전21권 세트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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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대하소설에 맛을 들이고 있을 때이다. 두달에 걸쳐 조정래의 아리랑과 태백산맥을 읽고서, 이제는 토지를 읽어야지 단단히 벼르었다. 책에 대한 맹목적인 독서열로 교양인의 필독서처럼 여기며 토지에 덤벼들었는데... 난 1권을 읽는데 꼬박 2주가 걸렸다.

이것은 이전 독서의 영향이 크다. 조정래의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와 거친 남성적 어조에서 갑자기 박경리의 질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조곤조곤한 여성적 어조를 대하니 마치 외국어를 대하듯 낯설어서 영 글자가 읽히질 않는다. 그렇게 간신히 1권을 읽고보니 다음부터는 그야말로 큰강이 굽이굽이 흘러가듯 책에 휩쓸려 한달을 보냈다.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과 그들이 엮이고 엮이면서 이루어내는 사건들.. 그 사건의 바탕에는 엄연한 역사적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설을 소설로만 받아들이지 못하고 더 깊이 우리나라와 우리민족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며 박경리라는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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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세트 - 전12권 (반양장)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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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이 먼저 나온 것을 알았지만 시대적 순서가 아리랑이 먼저인지라 아리랑을 읽고 태백산맥을 읽었다.(인물들의 성격이 비슷한 탓에 어떤 사람이 아리랑에 나왔고, 어떤 사람이 태백산맥에 나왔는지 무척 햇갈린다.심한 간섭현상) 아리랑을 읽으며 우리민족이 겪어야 했던 식민지 시대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움켜쥐고 있어야만 했다. 역사교과서에 줄줄히 나열된 그 많은 사건들이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삶의 극한까지 몰고간 실제 상황이었다는 생각에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울분을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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