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칼의 노래 2
김훈 지음, 전필식 그림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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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렇게 쓸쓸한 문체를 통해 이순신을 만나게 되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평택에서 칼의 노래 1권을 사들고 집에 온 막내동생이 나에게 이 책을 권했을 때, 흔히 보던 역사소설이라 여기면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무협지의 분위기에 책표지를 떠들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쌤이 이 책을 빌려주셨다.(매번 감사할 뿐이다.)

1권이 아니라 2권을 빌려주셔서

"선생님, 교실에 2권만 왔는데요?"

라고 의아함을 표했더니 2권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하셨다.

글쎄, 충분할지 아닐지는 1권을 마저 읽어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90% 충분하지 않을까.

 

등장인물은 이순신 하나. 다른 모든 인물은 이순신 주변에 해무처럼 희미하고 존재가 약하게 느껴진다. 가깝게 죽음을 끼고 죽음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이 분명한 글의 대목대목은 숭고하기보단 쓸쓸했다. 인간적인 고뇌가 묻어나는 이순신의 독백을 짧은 한마디한마디로 토막내어 옮겨놓은 것 같다. 마지막 몇 장을 남겨 놓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순신이 죽게 된다면, 나 역시 가슴이 미어질듯 울게 될지도 모른다.

 

몇마디로 끝내버린 사회 수업 이순신과 임진왜란. 그렇게 수업한 내가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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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전필식 그림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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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뒤늦게 1권을 읽게 되었다.
여전히 김훈의 문체는 사건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않았다.
그가 조합한 언어들은 이순신 장군은 심경에 집중되었을 뿐, 사건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다.
가끔씩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개괄적인 전쟁상이나 주변생활상이 역시, 간결한 문체로, 그러나 여전히 진득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채 열거되곤 했다.

인상적인 부분을 몇 곳 찾자면 다음과 같다.

1. 왜군과의 첫 승리, 명랑해전.
12척으로 수백척의 왜군을 맞아 승리로 이끌었다.
사회책에서 읽었을법한 내용이지만, 그 한줄이 역사로 기록되기까지 이순신 장군이 어떠한 고뇌를 하며 전쟁을 치뤄냈을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전쟁준비가 전무했었다는 조선의 상황을 머릿속으로만 이해했던 것은 그야말로 피상적인 이해에 불과했다.
5열종대 물결쳐 다가오는 수백척의 왜군을 바라보며 12척만으로 홑겹 일자진을 친 조선군에게 명랑진은 사지 그 자체였다.
총알, 화살촉보다 많은 왜군을 상대하면서 뒤에서 도움을 줄만한 병력이 전무하다는 것은 상상만으로 식은땀이 날 정도로 두렵고 암담한 상황이 아닌가?
결국 하루에도 네번씩 물결이 요동치며 역류하는 명랑해협의 지형적 특색을 살려 수군은 승리했지만, 안쓰러운 승리다.

2. 이순신 장군이 품었던 여진이라는 여인
오랫동안 뒷물을 하지 않아 다리 사이에서 지독한 젓국냄새를 풍기는, 그러나 그 안에서 장군이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아담하고 둥근 어깨를 가진 여진.
사방이 온통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왜군이었으며 수시로 교지를 보내는 임금 역시 보이지 않는 적과 다름없는 전쟁터에서 그가 잠시나마 안식할 수 있었던 여인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하지만, 여타의 소설에서 보이는 여주인공다운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그저 관기였기 때문에 이순신이 품었고, 그의 품에 안겼고, 그리고 떠났고, 왜군에게 붙잡혀 왜장의 노리갯감이 되어 결국 비참히 죽은 이름없는 여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이순신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3. 유약함을 지닌 철두철미한 장군
전쟁으로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변한 땅에서 법이란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당장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불법을 서슴치 않았을 안타까운 인간들.
하지만, 군법을 시행하여 목을 자르며 처형을 하는 이순신을 보게 된다. 가슴 속에 징징징 칼이 운다. 정의의 사도로서가 아닌 듯 싶다. 인간적인 울음까지 속에서 울고 있는 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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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날의 초상
김주영 지음 / 개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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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건네받으시고 4반 선생님께서 바로 빌려주신 하늘색 표지의 '어린 날의 초상'은 작가의 이름조차 생소한 장편소설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9살 인생의 어린아이보다 더 어린 7살 어린애 박무도가 등장하여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육두문자를 구사하며 사건을 일으킨다. 그 사건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린아이의 앙증맞은 추억거리 수준이 아니다.

정신나간 계집애 희자와 도수장에 놀러갔다가 박술이 칠성이 아범을 살인하는 것을 목격하고 후에 경찰서 철탑 위에 올라가 싸이렌을 울리면서 박술은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박술을 사랑하면서도 칠성 아범과 어쩔 수 없이 관계를 하던 어머니는 이 사건을 계기로 무도에게 더욱 차갑게 대하면서 무도는 자신의 영악스런 동생 순도가 사라지면 어머니의 사랑이 자신에게 온전히 돌아올 것이라 기대한다.

똑같은 자식인데도 늘 순도에게만 젖을 빨게 하는 특권과 더불어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에게 무도는 사랑의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일하게 무도와 순도는 냇가에서 수영시합을 하다가 순도가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순도가 죽어 어머니에게 사랑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기대한 무도,
그러나 죽은 순도의 시체를 끌어안으며 통곡하는 어머니에게 무도가 기대한 사랑은 가망이 없는 것이었다.

결국 무도는 이른 아침 마을을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고 집을 떠난다.
알 수 없는 나라, 길이 끊어지는 곳에서 왜가리가 되어 날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어린아이의 시점임을 감안하여 읽었기 때문인지 사건진행에 무리함을 느꼈고, 간략하게 압축되는 사건진행과 7살 어린애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 무리한 행동들로 plot의 허술함을 간간이 느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배어나오는 묵직한 감정의 응축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무도라는 녀석이 내뱉는 상스러운 말들과 무도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어른들의 난잡함이 다른 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이기에 생경한 매력은 더해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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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이 이끄는 삶 (반양장) 목적이 이끄는 삶
릭 워렌 지음 / 디모데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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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서적은 잘 읽지 않았다.

성경책을 읽는 것도 버거운데,, 라는 생각과 결정적으로 신앙에 대한 열정이 다운되어 있어서 쉽게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visiion conference를 위해서 이 책을 구입해서 3일동안 열심히 읽었다.

아직은 삶의 목적을 차마... 정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내 삶을 이끌만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고자 했기에 이 책은 의미심장하면서도 (솔직히) 부담스럽다...

주를 위한 완전히 회심과 함께 그것이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함에도
왜 나는 결단하지 못하는 것일까?

성경에 나와 있듯이 세상에 대한 염려, 사랑이 너무나 큰 것 같다.

또한 내 인생을 걸만한 분인지에 대한 확신 역시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낀다..

아직 난 많이 부족하다...

다시 한번 40일 코스로 이 책을 읽어볼 생각이다.

그 후엔.,.. 지금과는 다른 독후감을 이곳에 남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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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1
진중권 지음 / 현실과과학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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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나 두께에 비해 무게가 상당한 이 책을 나는 꼭 복조리가방에 끼워 다니면서 지하철에서 읽었다.

왜?

ㅎㅎㅎ

유식해보이려는 하나의 트릭.

...

사회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는 진중권인만큼 개정판의 서문은 조중동 3대 신문에 대한 실랄한 비판과 함께 자신의 소산물인 전 미학 오디세이에도 가학적인 평을 함께 한다.

...

에셔의 그림과 함께 시작되는 그와의 미학여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반 미술사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미학'에 대한 간명한 생각을 얻기 위해 이 책에 손을 댔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이 책은 내가 미학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갖기 위해선 철학과 종교에 대한 심도깊은 선지식을 갖추기를 요구하고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간간히 등장해 미학의 두 가지 대립적인 관점에 대해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거의 플라톤의 일방적인 승리를 내비추며 대화는 끝이 나곤 한다. 진중권은 플라톤적인 미학을 기초로 하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이들의 대립은 애초에 미술이 시작되었던 원시미술부터 이집트, 그리스, 로마,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낭만주의까지 이어져 모든 미술사에 적용된다.

대신 마지막에 언급된 헤겔의 관점에서 플라톤적이면서도 미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틀을 얻게 되는데 이로써 헤겔을 관념주의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으며, 헤겔의 뛰어난 성찰과 그의 오만한 결론에 깊은 인상을 얻었다.

종종 미술관에 다니면서 그림을 볼 때면 그 난해함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곤 했는데 어쩌면 현대미술은 절대미를 회화에 구현하기보다는 학적인 사유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미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그 난해함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더욱이 시간이 흐를수록 사물에 의존한 정신의 표출이 점차 약화될 것이라는 헤겔의 입장에 따른다면 앞으로의 미술은 지금까지의 과도기적 혼잡보다 더욱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이제 오늘부터는 2권이다.

아직 생각의 정리를 안되었지만. 2권을 읽고 다시 전권을 돌이키면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미학의 끝,,, 아니 미학의 순환적 성격에 대해 나름대로의 인식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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