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전필식 그림 / 생각의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뒤늦게 1권을 읽게 되었다.
여전히 김훈의 문체는 사건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않았다.
그가 조합한 언어들은 이순신 장군은 심경에 집중되었을 뿐, 사건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다.
가끔씩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개괄적인 전쟁상이나 주변생활상이 역시, 간결한 문체로, 그러나 여전히 진득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은채 열거되곤 했다.

인상적인 부분을 몇 곳 찾자면 다음과 같다.

1. 왜군과의 첫 승리, 명랑해전.
12척으로 수백척의 왜군을 맞아 승리로 이끌었다.
사회책에서 읽었을법한 내용이지만, 그 한줄이 역사로 기록되기까지 이순신 장군이 어떠한 고뇌를 하며 전쟁을 치뤄냈을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전쟁준비가 전무했었다는 조선의 상황을 머릿속으로만 이해했던 것은 그야말로 피상적인 이해에 불과했다.
5열종대 물결쳐 다가오는 수백척의 왜군을 바라보며 12척만으로 홑겹 일자진을 친 조선군에게 명랑진은 사지 그 자체였다.
총알, 화살촉보다 많은 왜군을 상대하면서 뒤에서 도움을 줄만한 병력이 전무하다는 것은 상상만으로 식은땀이 날 정도로 두렵고 암담한 상황이 아닌가?
결국 하루에도 네번씩 물결이 요동치며 역류하는 명랑해협의 지형적 특색을 살려 수군은 승리했지만, 안쓰러운 승리다.

2. 이순신 장군이 품었던 여진이라는 여인
오랫동안 뒷물을 하지 않아 다리 사이에서 지독한 젓국냄새를 풍기는, 그러나 그 안에서 장군이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던 아담하고 둥근 어깨를 가진 여진.
사방이 온통 적의를 품고 달려드는 왜군이었으며 수시로 교지를 보내는 임금 역시 보이지 않는 적과 다름없는 전쟁터에서 그가 잠시나마 안식할 수 있었던 여인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하지만, 여타의 소설에서 보이는 여주인공다운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그저 관기였기 때문에 이순신이 품었고, 그의 품에 안겼고, 그리고 떠났고, 왜군에게 붙잡혀 왜장의 노리갯감이 되어 결국 비참히 죽은 이름없는 여인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녀는 계속 이순신에게 기억되고 있었다.

3. 유약함을 지닌 철두철미한 장군
전쟁으로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변한 땅에서 법이란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당장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불법을 서슴치 않았을 안타까운 인간들.
하지만, 군법을 시행하여 목을 자르며 처형을 하는 이순신을 보게 된다. 가슴 속에 징징징 칼이 운다. 정의의 사도로서가 아닌 듯 싶다. 인간적인 울음까지 속에서 울고 있는 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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