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날의 초상
김주영 지음 / 개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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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강을 건네받으시고 4반 선생님께서 바로 빌려주신 하늘색 표지의 '어린 날의 초상'은 작가의 이름조차 생소한 장편소설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9살 인생의 어린아이보다 더 어린 7살 어린애 박무도가 등장하여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육두문자를 구사하며 사건을 일으킨다. 그 사건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린아이의 앙증맞은 추억거리 수준이 아니다.

정신나간 계집애 희자와 도수장에 놀러갔다가 박술이 칠성이 아범을 살인하는 것을 목격하고 후에 경찰서 철탑 위에 올라가 싸이렌을 울리면서 박술은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박술을 사랑하면서도 칠성 아범과 어쩔 수 없이 관계를 하던 어머니는 이 사건을 계기로 무도에게 더욱 차갑게 대하면서 무도는 자신의 영악스런 동생 순도가 사라지면 어머니의 사랑이 자신에게 온전히 돌아올 것이라 기대한다.

똑같은 자식인데도 늘 순도에게만 젖을 빨게 하는 특권과 더불어 사랑을 베푸는 어머니에게 무도는 사랑의 허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일하게 무도와 순도는 냇가에서 수영시합을 하다가 순도가 물에 빠져 죽고 만다.

순도가 죽어 어머니에게 사랑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기대한 무도,
그러나 죽은 순도의 시체를 끌어안으며 통곡하는 어머니에게 무도가 기대한 사랑은 가망이 없는 것이었다.

결국 무도는 이른 아침 마을을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고 집을 떠난다.
알 수 없는 나라, 길이 끊어지는 곳에서 왜가리가 되어 날기를 소망하면서 말이다.


어린아이의 시점임을 감안하여 읽었기 때문인지 사건진행에 무리함을 느꼈고, 간략하게 압축되는 사건진행과 7살 어린애로서는 상상이 되지 않는 무리한 행동들로 plot의 허술함을 간간이 느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배어나오는 묵직한 감정의 응축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무도라는 녀석이 내뱉는 상스러운 말들과 무도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어른들의 난잡함이 다른 소설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이기에 생경한 매력은 더해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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