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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9단 오기 10단
박원희 지음 / 김영사 / 2004년 7월
평점 :
서점에 나와 있는 학습비법과 관련된 책들을 보면 "흥~ 저런 책이 무슨 소용이야. 다 자기 방법대로 하면 되는거지."라고 넘겨버리곤 했었다. 하지만 내가 중고등학교를 지나오고 대학교 입시와 임용고시를 치르면서 좋은 성적을 받는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노하우는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더구나 나는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야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려 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교사이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고 해왔던 방법 이외에도 정말 '한공부'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사실 이 책 역시 심도있게 열심히 읽지는 못했다. 내가 유학을 꿈꾸는 중고등학생이거나 유학을 보내려는 열의에 불타는 학부모의 입장이라면 이 책의 후반부에 제시된 내용들을 밑줄까지 그어가며 읽었겠지만 나로서는 내게 필요한 부분만 거의 발췌하는 수준에서 속독했다.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이라면
첫째, 끈기와 오기 앞에서는 당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원희라는 학생은 두뇌의 천재성보다는 성실함에 있어서 탁월한 면을 발휘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못할 뿐더러 목표에 이르기 위해 힘겨운 과정을 거치면서 육체적, 정신적인 피로나 좌절로 인해 실패하고 만다. 반면 박원희의 경우 중학교 시절엔 전교 1등, 민사고 시절엔 외국 유학이라는 단순하지만 구체적이고 필사적인 목표를 정해 '오기'라고 부를 수밖에 없을 정도의 노력을 불태운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4학년 때 잠깐 공부에 집중하며 그 짧은 시간조차도 힘들어서 피곤해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제는 어떠한 것을 위해 달려가야 할지 목표조차 희미해져 무엇에 열의를 불태워야 할지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안정된 직장을 얻고 하루하루를 별탈없이 지내게 되는 것이 능사가 되어버린 이 때, 나의 하루하루는 휴식을 넘어선 나태함만으로 가득차 있음을 알게 되었다.
몇 가지 일에 집중하면서 몸이 견디질 못하고 피로함을 느끼게 되자 내 몸의 안위를 위해 피곤함을 느낄만한 일들은 바로 놓아버리는 얍삽함 또한 생각이 났다.
물론 나의 삶을 유지하는 데에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을지라도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다른 여러 가지 영역을 발전시켜나가지 못한 점은 반성할 일이다.
둘째, 영어에 대한 그녀의 노력에 부러움을 느끼며 동시에 자극이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영어교육을 받게 한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여느 아이들보다는 영어에 자신이 있던 박원희였지만 영어를 상용화하며 수업도 영어로 진행하는 민사고에서 박원희는 팔딱팔딱 뛰어다니는 토끼 속의 거북이 신세였다. 그런 그녀가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피와 땀이 섞인 각고의 노력이었다. 하루에 두 시간씩 원어로 된 책을 읽는다든지, SAT를 대비하여 엄청난 분량의 단어를 외운다든지... 그러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초기의 거북이가 토끼를 뛰어넘어 결국 하늘을 나는 새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영어에 대해선 지독히도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나는 서울 임용고시를 치를 때 영어인터뷰를 봐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그 때문에 아침마다 EBS영어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고, 지금도 역시 출근준비를 하면서 꾸준히 듣게 되었다. 하지만 영어에 대해서는 그것으로 끝, 이제는 대학원 입학을 위해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을 뿐 강력한 동기가 없다. 이런 와중에 그녀의 공부담을 들으니 고등학교 시절 치열하게 공부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지금도 역시 나에게는 영어란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고 당장의 필요를 떠나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공부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게 되었다.
우선 듣고 있던 방송을 단순히 듣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대화부분을 계속 반복해서 읽어보면서 암기해야겠다.(전에 허선영양이 즐겨 쓰던 방법이다.) 그리고 나로서는 처음 도전하는 과제지만 원서를 구해 한권씩 읽어볼 생각이다. 이것이야말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지만 둔해져만 가는 머리를 계속해서 깨워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셋째, 박원희의 공부법보다 더 큰 자극을 주었던 그녀의 어머니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나는 교사이기 이전에 어린 막내동생의 누나였다. 막내동생이 호기심에 가득찬 눈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았을 때 내가 했던 대답의 대부분은 "누나도 몰라."였다. 질문의 대부분이 허황된 것이기도 했지만 귀찮은 마음에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대답했던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런 점에서 아이의 호기심에 일일이 반응해주는 그녀의 어머니는 정말 존경스럽다. 하지만, 나로서는 자신이 없는 일. 우리반 녀석들이 하나같이 엄청난 호기심으로 나를 향해 질문을 해댈 때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적어도 "선생님도 몰라." 수준은 넘어서야 할텐데 말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강조하는 것은 거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글을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직접 표현해보는 기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런 점에서 독서와 일기쓰기,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독서목록을 만들어 독서록을 쓰고 일기는 좀더 다양한 글의 종류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얻게 된 tip은 암기력 훈련에 관한 것이다. 사자성어나 영어단어를 무조건 암기시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었으나 암기력은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는 말에 나 역시 동의하며 회의적인 생각을 걷어내련다. 앞으로 만날 아이들.. 머리가 쬐끔 따끈따끈해질 것이다.
이 책의 내용들은 금세 잊혀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러한 책들이 갖는 특유의 정보들, 그것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않으면 일점의 영향력도 지니지 못할 정보들이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들을 굳이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리게 하지 못할지라도 무디어진 삶, 안이하게 살아가는 삶에 자극이 되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박원희, 그녀는 하버드에서도 역시 좌절을 느낄 것이며 또다시 은근과 끈기로 그런 좌절감을 이겨낼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나와 같은 이들이 그녀의 열정에 동참하여 각자의 삶에서 최선의 불꽃을 피워올리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