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 아라로아, 나에게로 - 광활하고 눈부신 뉴질랜드 3000킬로미터, 혼자 걸은 아홉 달의 기록
나오미 아널드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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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약 3000km의 장거리 트레일
‘테 아라로아’

남쪽에서 시작하던 북쪽에서 시작하든
날씨와 계절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걸을 수 있어요.

끝에서 끝까지 걷는다면 대략 4~6개월의 여정이 이어지기에
나만의 규칙으로, 일정에 맞게
중간 쉬어갈 수도 있고
심지어 걷고 싶은 구간만 걷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 책의 저자 나오미 아널드는 아홉 달에 걸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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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 아라로아는
뉴질랜드의 장거리 트레킹 코스 이름으로,
마오리어로 ‘긴 길’ 또는 ‘긴 여정’이라는 뜻이랍니다.

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뉴질랜드에서의 트레킹이라니 어떤 풍경과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했어요.

책의 앞 부분에 나오미가 허벅지까지 오는 진흙탕을 걷는 장면이 있어요.
읽는 저도 힘들어서 테 아라로아에 대해 찾아봤더니…

충분히 걸을 만한 진흙탕이었어요.

물론 사진으로 보는 것과 직접 걷는 건 다르겠지만,
걸으면서 만나는 자연은 상상 그 이상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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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낯선 느낌은 도대체 무엇일까. 격정적인 감정은 아니었다. 환희나 기쁨, 벅찬 설렘 같은 것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보다는 훨씬 낯설고 고요한 무언가였다. 문득 깨달았다. 그건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한 느낌, 만족감이었다. 그저 내가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끝냈다는 담백한 사실에서 오는 평온이었다. p319

실제로 나오미는 많은 나날을 혼자 걸었지만,
저는 남쪽 끝에서 시작해 북쪽 끝까지 긴 여정을 그녀와 함께 했습니다.

테 아라로아의 길은 우리의 인생과도 참 닮아있었어요.

힘들고 벅차고
진흙을 건너며 번개를 만나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계속 나아가야 하고,
뜨거운 태양이 가니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오죠.

그럼에도 웃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어제의 힘들었던 순간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그녀와 함께했던 여정은 북쪽 끝에 다다랐을 때 저까지 감격에 겨워서 눈물 날뻔했어요 ㅎㅎ

나오미가 마지막에 느낀 평온은
단순히 긴 여정을 끝냈다는 기쁨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자신이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해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만난 수많은 어려움과 아름다운 순간까지
모두 자신의 여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그렇게 얻은 평온이야말로
긴 여정이 그녀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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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씨리얼 세계문학 4
알베르 카뮈 지음, 이하영 옮김 / 씨리얼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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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워낙 유명해서 내용은 대략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제대로 읽어 봤어요.

이 책은 어떤 부분을 중점으로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지
카뮈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읽고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
그동안 많은 리뷰들을 읽어 왔기에
읽는 동안 어려움 없이 술술 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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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조차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슬픔을 드러내지 않아요. 이후 우연히 벌어진 살인 사건으로 재판을 받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가 저지른 살인뿐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보인 태도까지 문제 삼습니다.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려 하기보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람'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를 판단합니다.

사람들은 그의 내면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그를 냉정하고 비정한 사람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뫼르소가 저지른 살인과 그에 대한 책임은 별개의 문제겠죠. 그를 이해하려는 것과 그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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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떠한 행동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이유를 찾으려고 하죠.

이유를 알면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하면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뫼르소는 자기의 감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이해하기 어렵고,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계속해서 묻게 됩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런 질문들이 남습니다.
우리는 정말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야만 그 사람을 받아들이거나 판단할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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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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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한 여대생이 목숨을 잃는 사건에서 시작됩니다.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지만 경찰이 신고 접수를 미룬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조직은 거센 비난을 받게 됩니다.

경찰 홍보과 직원 이즈미는 이 기사가 나간 신문사의 기자인 친구 지카를 의심하지만 지카는 아니라며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일주일 뒤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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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리소설 팬으로서
이 책을 읽고 유즈키 유코 작가를 또 알아갑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책 읽으면서 탄탄한 구성과 조직 내부의 갈등을 치밀하게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취재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역시 경험이 들어가서 더 세밀하게 쓸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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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은 미스터리의 재미와 사회적인 질문을 함께 담아냈어요.
친구의 죽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점차 거대한 조직의 문제로 확장되면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갈등도 촘촘하게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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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부학 - 완전한 질서 너머 삶의 의미를 찾아서
가브리엘 웨스턴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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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십 년간 환자들을 만나고 수술을 집도해 온 외과의사가 쓴 의학 에세이이자 인문학적인 성찰을 담은 책이에요.

저자는 인체를 구성하는 여러 장기를 하나씩 살펴보면서 단순히 신체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아요.

뼈와 근육, 장기와 피부 등 우리 몸을 이루는 것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인체가 얼마나 정교하고 놀라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보여줍니다.

몸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새 삶과 죽음, 사랑과 상처, 노화와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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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나 의학에 관한 책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 책은 인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결국 사람과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 책은 인체 해부의 이야기로 문을 열어요.
우리 몸 안에 있는 뼈부터 시작합니다.

뼈 이야기가 이렇게 아름답게 읽혀지는 상황이 놀라웠어요.
우리의 인체는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저자는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우리 몸은 아름답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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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초인 수업 - 당신 안의 초인을 깨워줄 차라투스트라의 질문들
강용수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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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강용수 작가의 새로운 책입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통해 삶의 고통과 욕망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니체의 철학을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니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초인’이죠.

처음에는 초인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 남들보다 강하고 뛰어난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남들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만들고 끊임없이 지금의 나를 넘어서는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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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보다 더 뛰어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어제의 나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살아가니까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
남들이 정해 놓은 행복의 기준을 따라가다 보면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놓치고 살아갈 때도 있습니다.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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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철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영원회귀입니다.

만약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을 똑같이 다시 살아야 한다면,
나는 이 삶을 다시 선택할 수 있을까?

처음 이 질문을 생각했을 때는 선뜻 ‘그렇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나간 일 중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일도 있고,
조금 다르게 살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 순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니체가 말하는 것은 후회하지 않는 완벽한 삶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살아온 삶을 모두 포함해서,
좋았던 순간도 힘들었던 순간도,
내가 선택했던 것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던 것까지도
결국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래서 또 하나의 개념인 운명애가 이어집니다.

내 삶에 일어난 모든 일을 좋아해야 한다는 뜻이라기보다,
이미 지나간 삶을 계속 원망하고 부정하기보다는
그것까지 나의 삶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들도 생기잖아요.

그때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계속 과거에 머물게 됩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것은 바꿀 수 없고,
그렇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경험을 가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선택하는 것이겠죠.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초인’은
거창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남과 비교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익숙한 삶의 방식까지 바꿔가면서
나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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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특히 니체의 철학은 한 번 읽는다고 쉽게 이해되는 내용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 책은 니체의 철학을 우리의 일상적인 고민과 연결해서 설명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 ‘초인이 되어야지’라는 생각보다는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습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정해준 삶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는 것.

어쩌면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사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재미있게 읽었던 분이라면
이번에는 니체를 통해 조금 다른 질문을 만나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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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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