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 진심인생경영어록 55
무네쓰구 토쿠지 지음, 방경희 옮김 / M&K(엠앤케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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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받고서 무척 놀랐다. 참 컴팩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 자판기용 서적과 유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께만 2배 정도랄까. 그나마도 글자수는 적고 디자인으로 채웠다.

 내용이 컴팩트하다고 우습게 볼 것은 아니다. 저자의 진심이 그대로 녹아있기에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기에 여백이 많다는 게 흠이 아니다.

 

 저자의 핵심 키워드는 책 전반을 통해 강조된다.

 '현장주의', '고객제일주의', '솔선수범'.

 열심히 일에만 충실할 것을 강조하고, 창업자 자신이 발로 뛰며 일일이 신경쓰라고 한다.

 고객을 응대하는 일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진심'으로 접근하길 강조한다. 언젠가는 문제가 해결되고, 어느틈엔가 진심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한다. 클레임을 거는 고객을, 줄서서 기다리는 고객을 그는 '인간적으로' 배려한다. 그게 잘되는 장사의 법칙이란다.

 그렇게 뼈빠지게 돈을 벌어둔 뒤에 나눔과 기부를 실천하라고도 한다.

 


 

 저자는 사업이 궤도에 오른 뒤 순풍을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대외관계에 신경쓰는 여느 사업가들을 그가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사업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장중심'을 머리속에 두고 매일 12시간 이상을 사업에 신경쓰며 하루도 쉬지 않는 저자에게 아마 사교관계는 부정적인 사치일 것이다.

 사업의 중장기 계획을 짜는 것도 회의적으로 본다. 매일 매일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현장중심, 고객제일주의, 솔선수범 이 세가지 키워드로 '진심'과 '최선'을 다해 일밭을 일구어 나가면 어느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시간도 돈도 체력도 모두 하나에 투입해 얻는 것, 즉 일심으로 전력을 다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핵심이라 본다. 다른 말로는 '몰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말과 생각만으로 끝내지 말고 실천을 강조하는 저자의 조언을 새겨들으며 꼭 사업이 아니라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말만으로 그치고 있지는 않은가.

 심플하게, 송곳으로 판자를 뚫듯 목표하고 있는 하나에 매진하고 있는가.

 이것저것 살피고 있는가.

 가장 하기 싫고 귀찮고 별거 아닌 것은 미루거나 넘기지 말고 지금 내가 당장해야한다. 근데 지금 그러고 있는가.

   

 한편으론 참 지겹도록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다. 세개의 샘에서 다른 바가지로 퍼담은 물을 독자에게 계속 마시라는 것 같다. 그럼에도 하나하나 와닿는 것은 아마 저자가 진심을 다해 강조하고 호소하는 바를 더욱더 깊이 새겨듣게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틈에 나 역시 저자의 진심에 젖어들고 만 듯하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문화충전 200%(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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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재구성 - 하버드대 심리학자가 과학적 연구 결과로 풀어낸 셜록 홈스식 문제해결 사고법
마리아 코니코바 지음, 박인균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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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심리학자인 저자가 문학의 캐릭터를 빌려 의식적 사고 습관과 무의식적 사고 습관을 설명하고 있다. 

 즉, 코난 도일의 유명한 추리 소설 속 캐릭터인 셜록 홈스 탐정은 일상에서 의식적 사고(적극적 참여 방식을 취함)를 행하는 인물로 상정해 그의 유용한 사고 습관을 살펴보며 이를 권유한다. 그리고 홈스의 추리과정을 듣고 나서야 뒤늦게 깨닫게 되는 홈스의 절친 왓슨 박사는 무의식적 사고(수동적 접근 방식을 취함)를 되풀이 하는 인물의 대표적 유형으로 보고 이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주로 의식적 사고 습관에 대한 설명이 위주로 설명이 이어지며, 이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비교 차원에서 무의식적 사고 습관을 보충 설명하는 식이다.

 

 1장에서는 홈스 캐릭터를 분석한 뒤, 그의 과학적 사고방식을 이야기한다.

 과학적 사고방식이란 "항상 주의를 집중해서 사물을 철저히 분석하고, 각 사물의 관계를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추론"하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직관적으로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기보다 "모든 것을 세심히 살피고 깊이 생각"한 뒤라야 받아들이는 자세를 취한다. 그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세상에 대한 타고난 의구심과 호기심"이다. 이에 필요한 것으로 저자는 의식적 사고와 동기, 그리고 혹독한 훈련을 꼽는다.

 

 2장에서는 기억 과정(형성, 분류 및 저장, 통합, 검색 등)과 기억의 오류에 관계하는 것들(편견 등)에 대해서 설명한다.

 

 3장에서는 2장에서 말한 문제의 극복을 위한 의식적 관찰에 대해서 말한다.

 의식적 관찰을 위해 주의 집중과 집중력을 이야기하고,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 4가지 -선별하기, 객관성 유지, 포괄적으로 사고하기, 몰두하기- 에 대해 자세히 일러준다.

 

 4장에서는 과학적 추론을 위한 상상력에 대해 -개념, 효용, 증대방법(관계없는 일 · 실제 거리 · 정신적 기술을 통한 거리두기) 등을- 서술한다.

 

 5장에서는 홈스의 추론 과정에 대해 살펴본다. 그는 결론에 이르기 전까지 다양한 방식의 추리를 거친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게 아니다. 저자는 정확한 추론이 어려운 이유와 바른 추론으로 나아가는 방법 따위에 대해 알려준다.

 

 6장에서는 힘들여가며 기른 홈스식 사고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

 사소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직관적 사고에 앞서 "관찰하고, 상상하고, 거듭 추론"하는 홈스식 사고를 습관화하기 위해 억지를 써가면서라도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지식을 탐구하기 위한 노력 -학습 및 교육- 역시도 습관화해야 할 것이다. 

 연습하고 또 연습하다보면 "조금 더 속도가 붙"고 "조금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조금 더 수월"해지면서 변화하게 된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자신만만한 사고를 통한 성공에 뒤따르는 안일과 과신이다. 이를 경계하며 "정기적으로 (자신의) 사고를 점검하는 일을 잊지 않"으로 노력해야 한다. 과신은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 흔하게 나타난다. 또 익숙한 상황일수록, 정보가 많을수록, 행동할수록 커지니 이를 메타인지에 반영하여 과신을 견제해나가야 한다. 또한, 배움을 멈추는 안일에서 탈피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계속 배우고 뇌 구조를 변화 및 발전시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7장에서는 왓슨식 사고에서 홈스식 사고로 이동하는 데 유용한 팁 5가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사고력 일기(결정 및 판단에 대한 일기) 같은 유용한 도구의 활용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8장에서는 셜록 홈스를 창조해 낸 저자 코난 도일의 실제 사례를 통해, "우리가 가진 지식과 맥락이 우리(의 사고)를 제한"하는 문제를 살펴본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홈스식 사고의 다양한 요소들이 압축"되어 있는 "사냥꾼의 사고방식"을 설명함으로써 일러준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심리학과 뇌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한 실용개념은 자칫 섣부른 독자들에게 추상적이고도 지루하게 전달될 수 있다. 그들의 손이 애써 쓴 책을 피해가는 것을 막고자, 저자가 흥미로운 문학 캐릭터를 차용해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추리소설 분석에 관한 글을 읽은 것 같다. - 사실, 홈스는 소설이란 허구로 창조된 캐릭터이지만, 그 실존 모델이 있다. 조셉 벨이란 사람이다.

 

 저자가 말하듯 디지털 시대, 급속한 변화 속에서 결정과 판단이 수없이 이뤄지는 오늘날에서는 왓슨식 사고를 가지고 있으면 이 지식과 정보의 풍요는 자칫 해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예전보다 더 절실하게 홈스식 사고가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기 전에도 어느 정도 이러한 의식적 사고를 인지하고 실행하고 있었지만, 일상적으로 습관화되지 않아 무의식에 기반한 사고가 여지없이 머리속을 점령하게 되어, 시간이 흐른 뒤 종종 후회하는 일이 있었다. 책을 읽고 난뒤 더욱 생각이 또렷해지고 의욕이 샘솟는 것 같다.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도 작가는 카이지가 역경을 헤쳐온 데에는 뛰어난 직관보다 냉철한 이성이 월등하게 많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나 뿐만 아니라 책을 읽은 사람들이 섣부른 직관이 이끄는 (자동화된) 무의식적 사고에 정신을 싣기보다, 침착한 이성이 주도하는 의식적 사고의 함양하고 습관화하여 삶(공부, 일, 인간관계, 그 외 일상의 여러가지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선택과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문화충전 200%(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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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
이광호 지음 / 홍익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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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성리학에 대해 가지는 인상은 무엇일까. 유학(儒學)의 한 줄기, 성(性)과 이(理)를 논하는 학문 - 즉 실제 정치나 피지배층인 민중의 삶과 유리된 학문('성리학적 질서'), 불교 국가였던 고려 말기에 수입되어 조선의 건국에서 사상적 기반이 된 학문, 조선 중·후기에 우주만물의 본체를 두고 벌인 사변론적 다툼 등이 있다. 거의 다 교과서나 참고서로 이해하고 있는 게 전부랄까.

 이렇듯 성리학에 대해 짧고 단순한 지식을 가진 '대중'이란 잠재적 관중에게, '성리학'의 커다란 쟁점 가운데 하나를 깊이있게 알게 해줌과 동시에, 국내 지폐 도안에 등장한 위인들 두 분의 사상을 비교분석방법론상으로 이해하기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 출간되었다.

 

 책은《퇴계와 율곡 생각을 다투다》라는 제목대로, 조선 시대 성리학의 쌍벽을 이룬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사상적 대립을 조명하고 있다.

 1부와 2부에는 각각 그들이 주고 받은 시와 편지가 실려있다. 편역자는 《퇴계전서》와 《율곡전서》에 실린 자료를 주고받은 시점을 순서대로 -일부에 대해서는 임의로- 배열했다고 한다.

 3부에는 퇴계가 승천한 뒤에 "율곡이 퇴계를 위하여 지은 만사와 제문과 유사"가 실려있다. 이 역시 주요 발췌용 참고문헌은 위의 두 전서이다.

 번역문이 먼저 실려있고, 번역문 아래에는 출처의 표시나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가 달려있다. 본문 중간중간 편역자의 해설이, 각주만으로는 해설이 부족한 경우 번역문의 뒤에 보충 자료가 삽입되어있다. 그리고 가장 뒤에 원문이 실려 있다.

 부록으로 참고 자료나 색인이 있어 책의 확장성을 넓히는 한편 실용성을 높이고 있다.

  

 

 

 

 

 

 

 구성 면에서 살펴볼 때, 위와 같은 편역자의 친절한 배려로 인해 일반인이 쥐어 읽기에 부담없었다. 편역자가 퇴계 연구자라 그런지 몰라도 퇴계에 대한 옹호나 변론에 힘이 들어가 있는 '흠'을 잘 걸러낸다면, 풍부한 해설을 통해 유학에 대한 비전문가들치고는 비교적 객관적인 관점에서 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 책을 통해 그들의 대립점과 근본적 차이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한편, 주자학의 특정 쟁점에 대한 심오한 철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호사가(好事家)적 관심거리랄 수 있는 양 거두의 대립을 읽어내려가며 흥미를 잃지 않았다. 

 사실, 당시로서는 한 세대를 훨씬 뛰어넘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퇴계 선생과 율곡 선생이 교류를 이어간 사실에 대해서는 그간 익히 들었으나, 상세한 사정을 알지 못했다. 겨우 안다고 말할 수 있던 것이, 주리론자인 퇴계와 주기론자인 율곡이 약간의 견해차이가 있었으나,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은 변함없었다는 어렴풋하고 불확실한 지식이었달까. 하지만 원문을 통해 살펴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존중의 마음은 잃지 않았으나, 서로의 견해 차이는 근본에서부터 극심했다랄 수 있었다. 퇴계는 율곡과 상호 존중 속에 교류를 이어가면서도 종종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를 삼가하지 않았으며, 율곡은 퇴계의 견해에 대해 그의 사후에 이르기까지 시큰둥하며 의심과 불복을 이어갔다. 예의로 위장한 글을 뺀다면 이들은 노골적으로 서로 대립하였던 듯 하다.

 개인적으로, 이들을 오늘날 서양과학적 태도로 무리하게 변환해본다면, 퇴계는 인문학자에 가까웠고 율곡은 사회학자나 자연과학자에 가까웠던 듯 하다. 또 오늘날의 사상에 억지로 대입해본다면,  -저자는 반대하지만- 퇴계는 신중한 보수주의자와 유사했고, 율곡은 중도적 보수나 실용적인 진보주의자에 가까웠다고 볼 수도 있었다. 바라보는 관점이나 중시하는 것, 출발점이 달랐기에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진리를 연구하며 나아가는 길목 중간중간에서 무척 대립했던 것 같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성리학에 대해 몇마디라도 설명을 할 수 있게 된다면, 편역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유학경전에 대한 뛰어난 학식, 치밀한 연구와 감탄할만큼 꼼꼼하고 깔끔한 정리(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도표까지 삽입, 참고문헌끼리 내용이 상이할 경우 글자색을 달리하여 구별하기까지 함) 덕분이 아닐까. 

 

 이제껏 학계에서 관심만 있었으나 실제 체계적으로 정리해본 적이 없던 퇴계와 율곡의 사상적 대립을 문헌을 분석하여 충실히 정리해내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학문적으로 가지는 의의나 성과도 부인할 수는 없으리라.  

 다만 그러한 성과가, 저자 꿈꾸듯 서양 과학과 유학의 융합 또는 유학의 재탄생(p.22~23 참조)에 밑거름이 될 수 있게 된다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퇴계와 율곡의 대립 속에서도 오늘날에 비춰보아 참고할만한 것들이 적지 아니할진대, 후대의 계승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기만 하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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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다르게 살아도 괜찮아 - 세상을 바꿀 엉뚱한 인생 제안
유종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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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흔히들 '남과 다른 것이 경쟁력이자 무기'라는 말을 한다. 독창적인 것이 나를 남과 구분시켜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논리 아래 허망하게 개방된 세계화의 물결로 크게 두 가지가 변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종신고용문화가 변한 것, 다른 하나는 무한 경쟁 속에 개인이 외로이 던져진 것이다. 그에 따라, 약육강식의 세계로 변모한 이 세계에서는 도태될 사람에게 '너 아니어도 충분한 대체품이 있다'는 낙인을 찍어준다. 이의 반대편에서는 'Number one' 내지는 'Only one'이라는 용어를 강조한다. 이 용어로 지겹도록 싸운다. 경쟁주의자에게는 'Only one'도 어차피 그 분야에서 하나밖에 없는 최고라는 뜻에서 'Number one'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개성'을 강조하는 기류에서도 두 가지 기묘한 입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쟁지상주의자에게 '개성'은 경쟁력을 판별할 수있는 기준 중 하나다. 하지만 (집단주의와 대별되는) 개인주의자에게 '개성'이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인 이 세계에서 자신이 얼마나 충실히 '나답게'살고 있는 지를 드러내는 강력한 지표다.

 책은 이 두 가지 입장을 혼용한 가운데 저자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자기 PR을 충실히 하고 있다. - 참고로 책 속 내용 중 자기 PR로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하여, 저자의 변명을 이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홍보할 줄 아는 사람이 매력적이다」(p.45 이하)와 「한 권 이상, 자신만의 책을 써라」(p.184 이하) 등이 그것이다.

 이에 변명을 더하자면, 사실 인생조언이랍시고 말하는 책 가운데 간접경험을 통해 추상적으로 전해주는 것들은 별로 와닿지가 않는다. 나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정리했다면 모를까. 도서관에 틀어박혀 이런저런 책을 읽거나 대충 남의 이야기를 주워들은 뒤 전해주는 인생의 조언따위는,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인데다 천편일률적이고 아류작에 가까워 "무가치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 책은 그와 달리 상당 부분이 저자의 삶과 결부되어 있기에 메시지에 실린 무게가 무겁다.

 

 

 

(사진설명) 이 책의 표지. 말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사진설명) 답은 여기에 있다.

사진은 독서캠페인차 구청직원들과 함께 벌인 이벤트다.

이 기획은 매우 신선해서 언론에서도 소개되었다고 한다.

 

  

(사진설명) 어느 직분에 임하든, 남과 다른 발상을 가지고서 조직을 새롭게 정비하고 리드해나가는 저자를 엿볼 수 있다.

그런 강한 개성보다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은 저자의 노력이 아닐런지.

그러나, 그런 노력이 책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못해 아쉽다.

인문학에 대한 탄탄한 지식기반과 더불어, 치열한 노력이 저자가 걸어온 길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대충 추측해가며 읽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인상 깊은 파트를 선별하라고 누가 억지로 고르라고 한다면, part.2라고 말할 수 있겠다. 사랑에 관한 요즘 세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이런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특히, 미대통령 부부였던 클린턴과 부시 부부를 맺어준 '도서관에서 시작된 사랑'은 매우 신선하고 지성적인 느낌을 주었다. 아마 많은 책벌레들의 이상적인 사랑이 아닐까.

 이 파트에서 말하는 '사랑'에 관한 저자의 경험과 이에 근거한 생각은, 분량은 짧지만 -다소 이상화시킨 면이 없지는 않지만 다소- 현실적이어서 호소력짙고 무게감이 있었다. 아무래도 수십년간 부부생활을 -적어도 책에서는 신혼때를 제외하고는 무탈하게- 이어온 사람이 들려주는 것이기에 그렇다. 사랑을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결혼이란 구체적 현실의 일단면을 엄중히 일러준다. 조건을 따지는 사람들 또한 현실적이라기보다 눈높이를 맞출 때 자신의 소망을 담는다는 면에서 이상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것도 따끔히 일러준다.

  

  

 그 밖에 저자의 전공인 철학 -나아가 인문학- 에 대한 저자의 단상이나, 해외여행에 대한 시각, 감언이설에 대한 분석, 회사에 사표를 내는 것에 대해 뼈저린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조언은 참고할만하거나 꽤나 흥미로웠던 것 같다.

 

 또 저자의 독특한 이력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그런 경험도 소중히 여기며 자신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자세는 본받을만 하겠다. 다만 신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를 피하는 편이고, 긍정적인 면만을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나열하는 것이 아쉬웠다.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나 업적(?)이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으니, 저자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 인문학이 가져다주는 효용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리라 - 개인적으로 효용론적 접근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부분도 있다고 보지만 말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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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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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언제부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선을 이리도 의식했을까.

 1999년, 이케하라 마모루라는 일본인이 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 생각난다. 그 땐 그야말로 신문지상에서도 방송에서도 이를 번번이 소개하며 우리를 되돌아보자는 식의 말이 많이 오고갔었다. 비판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식의 자성의 말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박찬호 · 박세리 · 박지성 · 김연아 선수의 빼어난 플레이가 방송을 탄 뒤에, 그에 대한 해외인들의 반응을 웹 커뮤니티에서 한국어로 번역해(과연 맞는지도 의심이 되었지만) 종종 다루던 것도 기억난다. 이 외에도 참 많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또 다시 비슷한 류의 책이 나왔구나 추측했다. '그래, 넌 또 얼마만큼 알고 벼래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집단을 이야깃거리로 삼으며 관심을 받으려는 것인가'하고 한편으론 삐딱한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취재한 것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그렇게 표방했고,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는 듯 하다가 뭔가 수상쩍은 말을, 1999년에 책으로 말하던 어느 일본인과는 차이가 난다.

 

 책의 1부는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국 현대 정치사에 대한 짤막한 소개에 가깝다. 여기서는 국내 진보와 보수세력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서술이 있다. 아마 대표적인 것이 故박정희 前대통령과 故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기술이리라.

 2부는 국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과 일, 그리고 기회쟁취에서 보이는 무한 경쟁 뿐만 아니라 체면 문화, 새로운 상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 표리부동이 극심해지고있는 군대식 회사내문화, 거래에 가까운 결혼, 왜곡된 영어 광풍 등이 그 내용이다.

 3부와 4부에서는 고래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한(恨)과 흥(興)' 문화, 독특한 유흥 문화, 글로벌 한류 바람과 그를 대표하는 영화 및 케이팝, 빛과 그늘이 포함된 '정'문화, 사업진행과 관련한 물밑작업, 가족 및 친족 구조의 변화, 음식 문화 등을 조명한다.

 5부는 국내에 만연한 각종 신앙에 관한 내용이다. 무속신앙, 불교, 유교, 기독교(천주교와 개신교)를 다루고 있다.

 6부는 '집단적 반응'에 관한 것이다. 일본과 화교에 대한 감정과 그 근원, 집단적 단결력의 분석, 광우병 사태때 촛불시위에 대한 검토, 민족주의와 다문화, 동성애자들과  여성들에 대한차별과 향후 사회적 전망 등이 그 내용이다.

 

 1부는 한국을 모르는 수많은 영어권 국가의 시민들에게 한국의 현대사를 간명하게 알리는 글이라고 본다.

 2부에서 4부는 언론매체에서, '외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에 대한 내용에서 종종 다루는 내용이다. 타국사람의 시선에 유난히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자 1인의 시각이 담긴 이 글이 재미있지 않을까.

 5부는 매우 특이하다. 과거와 현재 속에서 충돌을 일으키면서도 끄떡없이 한국인의 내면에 많은 영향을 미친 '종교'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에 의해 한낱 미신으로 추락한 '무속신앙'(그러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의 희생양으로 자리했으나 현재는 주류 개신교에 의해 과격하게 배척되고 있는 불교(그렇지만 조선시대에서 지금에도 많은 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자유민주국가 이념에 배척되면서 철저히 비판받고 있는 유교(허나 오늘날에도 공맹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다른 종교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개신교("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이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에 대해서 차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헌법상 국교가 없이, 종교의 자유 아래 모든 종교가 자유로이 난립해있는 한국에 대한 모습 가운데 외국인에게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 비교적 잘 담겨 있는 것 같았다.

 6부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의 역동적이면서도 폐쇄적인 -저자는 헌법학(내지 정치학적)개념에서 차용한 '방어적 국가주의'라는 용어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집단문화(내지 집단적 반응)를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아마, 이 6부가 저자 나름의 비판적 메스가 깊숙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총평을 하자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첫째, 전반적으로 보자면 흥미로웠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수없이 다룬 이야기이므로 어느 정도 참고 내지 흥미성으로 읽으며 넘어갔다. 한국의 토속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나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늘 이야기되는 것들을 간단히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라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랬다는 것이지, 읽어보면 꽤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 

 서구사회 외국인들 눈에 이질적으로 비칠 식용 개고기 문화와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특유한 개신교 이야기만 어느 정도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더불어 저자의 우호적 접근에 바탕을 둔 조심성이 떨어진 제6부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둘째, 관련되는 내용을 많이 취재하고, 책이나 논문까지 섭렵하려 하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놀랍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내용(5부의 무속신앙과 관련한 것 - 인터뷰이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줬기 때문)이 종종 있었다. 대개는 익히 아는 내용이었기에, 이 영국인 나름의 '객관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 지 정도만을 참고하며 읽어 넘어간 듯 하다. 


 이해가 걸리지 않은 제3의 시선으로 오늘날 한국을 들여다보며 저자가 내미는 생각과 의문, 호평, 시사점, 전망 등은 다른 독자들에게도 꽤나 흥미와 더불어 지적 자극을 선사해줄 것이라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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