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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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언제부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선을 이리도 의식했을까.

 1999년, 이케하라 마모루라는 일본인이 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 생각난다. 그 땐 그야말로 신문지상에서도 방송에서도 이를 번번이 소개하며 우리를 되돌아보자는 식의 말이 많이 오고갔었다. 비판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식의 자성의 말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박찬호 · 박세리 · 박지성 · 김연아 선수의 빼어난 플레이가 방송을 탄 뒤에, 그에 대한 해외인들의 반응을 웹 커뮤니티에서 한국어로 번역해(과연 맞는지도 의심이 되었지만) 종종 다루던 것도 기억난다. 이 외에도 참 많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또 다시 비슷한 류의 책이 나왔구나 추측했다. '그래, 넌 또 얼마만큼 알고 벼래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집단을 이야깃거리로 삼으며 관심을 받으려는 것인가'하고 한편으론 삐딱한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취재한 것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그렇게 표방했고,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는 듯 하다가 뭔가 수상쩍은 말을, 1999년에 책으로 말하던 어느 일본인과는 차이가 난다.

 

 책의 1부는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국 현대 정치사에 대한 짤막한 소개에 가깝다. 여기서는 국내 진보와 보수세력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서술이 있다. 아마 대표적인 것이 故박정희 前대통령과 故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기술이리라.

 2부는 국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과 일, 그리고 기회쟁취에서 보이는 무한 경쟁 뿐만 아니라 체면 문화, 새로운 상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 표리부동이 극심해지고있는 군대식 회사내문화, 거래에 가까운 결혼, 왜곡된 영어 광풍 등이 그 내용이다.

 3부와 4부에서는 고래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한(恨)과 흥(興)' 문화, 독특한 유흥 문화, 글로벌 한류 바람과 그를 대표하는 영화 및 케이팝, 빛과 그늘이 포함된 '정'문화, 사업진행과 관련한 물밑작업, 가족 및 친족 구조의 변화, 음식 문화 등을 조명한다.

 5부는 국내에 만연한 각종 신앙에 관한 내용이다. 무속신앙, 불교, 유교, 기독교(천주교와 개신교)를 다루고 있다.

 6부는 '집단적 반응'에 관한 것이다. 일본과 화교에 대한 감정과 그 근원, 집단적 단결력의 분석, 광우병 사태때 촛불시위에 대한 검토, 민족주의와 다문화, 동성애자들과  여성들에 대한차별과 향후 사회적 전망 등이 그 내용이다.

 

 1부는 한국을 모르는 수많은 영어권 국가의 시민들에게 한국의 현대사를 간명하게 알리는 글이라고 본다.

 2부에서 4부는 언론매체에서, '외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에 대한 내용에서 종종 다루는 내용이다. 타국사람의 시선에 유난히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자 1인의 시각이 담긴 이 글이 재미있지 않을까.

 5부는 매우 특이하다. 과거와 현재 속에서 충돌을 일으키면서도 끄떡없이 한국인의 내면에 많은 영향을 미친 '종교'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에 의해 한낱 미신으로 추락한 '무속신앙'(그러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의 희생양으로 자리했으나 현재는 주류 개신교에 의해 과격하게 배척되고 있는 불교(그렇지만 조선시대에서 지금에도 많은 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자유민주국가 이념에 배척되면서 철저히 비판받고 있는 유교(허나 오늘날에도 공맹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다른 종교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개신교("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이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에 대해서 차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헌법상 국교가 없이, 종교의 자유 아래 모든 종교가 자유로이 난립해있는 한국에 대한 모습 가운데 외국인에게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 비교적 잘 담겨 있는 것 같았다.

 6부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의 역동적이면서도 폐쇄적인 -저자는 헌법학(내지 정치학적)개념에서 차용한 '방어적 국가주의'라는 용어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집단문화(내지 집단적 반응)를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아마, 이 6부가 저자 나름의 비판적 메스가 깊숙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총평을 하자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첫째, 전반적으로 보자면 흥미로웠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수없이 다룬 이야기이므로 어느 정도 참고 내지 흥미성으로 읽으며 넘어갔다. 한국의 토속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나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늘 이야기되는 것들을 간단히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라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랬다는 것이지, 읽어보면 꽤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 

 서구사회 외국인들 눈에 이질적으로 비칠 식용 개고기 문화와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특유한 개신교 이야기만 어느 정도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더불어 저자의 우호적 접근에 바탕을 둔 조심성이 떨어진 제6부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둘째, 관련되는 내용을 많이 취재하고, 책이나 논문까지 섭렵하려 하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놀랍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내용(5부의 무속신앙과 관련한 것 - 인터뷰이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줬기 때문)이 종종 있었다. 대개는 익히 아는 내용이었기에, 이 영국인 나름의 '객관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 지 정도만을 참고하며 읽어 넘어간 듯 하다. 


 이해가 걸리지 않은 제3의 시선으로 오늘날 한국을 들여다보며 저자가 내미는 생각과 의문, 호평, 시사점, 전망 등은 다른 독자들에게도 꽤나 흥미와 더불어 지적 자극을 선사해줄 것이라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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