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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
다니엘 튜더 지음, 노정태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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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언제부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시선을 이리도 의식했을까.

 1999년, 이케하라 마모루라는 일본인이 쓴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이 생각난다. 그 땐 그야말로 신문지상에서도 방송에서도 이를 번번이 소개하며 우리를 되돌아보자는 식의 말이 많이 오고갔었다. 비판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식의 자성의 말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박찬호 · 박세리 · 박지성 · 김연아 선수의 빼어난 플레이가 방송을 탄 뒤에, 그에 대한 해외인들의 반응을 웹 커뮤니티에서 한국어로 번역해(과연 맞는지도 의심이 되었지만) 종종 다루던 것도 기억난다. 이 외에도 참 많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또 다시 비슷한 류의 책이 나왔구나 추측했다. '그래, 넌 또 얼마만큼 알고 벼래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집단을 이야깃거리로 삼으며 관심을 받으려는 것인가'하고 한편으론 삐딱한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많은 이들을 만나고 취재한 것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 그렇게 표방했고, 실제 책을 읽어보면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는 듯 하다가 뭔가 수상쩍은 말을, 1999년에 책으로 말하던 어느 일본인과는 차이가 난다.

 

 책의 1부는 일부 내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한국 현대 정치사에 대한 짤막한 소개에 가깝다. 여기서는 국내 진보와 보수세력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서술이 있다. 아마 대표적인 것이 故박정희 前대통령과 故노무현 前대통령에 대한 기술이리라.

 2부는 국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은 오늘날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교육과 일, 그리고 기회쟁취에서 보이는 무한 경쟁 뿐만 아니라 체면 문화, 새로운 상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 표리부동이 극심해지고있는 군대식 회사내문화, 거래에 가까운 결혼, 왜곡된 영어 광풍 등이 그 내용이다.

 3부와 4부에서는 고래로부터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한(恨)과 흥(興)' 문화, 독특한 유흥 문화, 글로벌 한류 바람과 그를 대표하는 영화 및 케이팝, 빛과 그늘이 포함된 '정'문화, 사업진행과 관련한 물밑작업, 가족 및 친족 구조의 변화, 음식 문화 등을 조명한다.

 5부는 국내에 만연한 각종 신앙에 관한 내용이다. 무속신앙, 불교, 유교, 기독교(천주교와 개신교)를 다루고 있다.

 6부는 '집단적 반응'에 관한 것이다. 일본과 화교에 대한 감정과 그 근원, 집단적 단결력의 분석, 광우병 사태때 촛불시위에 대한 검토, 민족주의와 다문화, 동성애자들과  여성들에 대한차별과 향후 사회적 전망 등이 그 내용이다.

 

 1부는 한국을 모르는 수많은 영어권 국가의 시민들에게 한국의 현대사를 간명하게 알리는 글이라고 본다.

 2부에서 4부는 언론매체에서, '외국의 시각에서 본 한국'에 대한 내용에서 종종 다루는 내용이다. 타국사람의 시선에 유난히 관심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자 1인의 시각이 담긴 이 글이 재미있지 않을까.

 5부는 매우 특이하다. 과거와 현재 속에서 충돌을 일으키면서도 끄떡없이 한국인의 내면에 많은 영향을 미친 '종교'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에 의해 한낱 미신으로 추락한 '무속신앙'(그러면서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의 희생양으로 자리했으나 현재는 주류 개신교에 의해 과격하게 배척되고 있는 불교(그렇지만 조선시대에서 지금에도 많은 이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자유민주국가 이념에 배척되면서 철저히 비판받고 있는 유교(허나 오늘날에도 공맹을 이야기하는 이들은 많다), 그리고 다른 종교와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개신교("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이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에 대해서 차례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헌법상 국교가 없이, 종교의 자유 아래 모든 종교가 자유로이 난립해있는 한국에 대한 모습 가운데 외국인에게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 비교적 잘 담겨 있는 것 같았다.

 6부는 외국인의 시선에서 한국의 역동적이면서도 폐쇄적인 -저자는 헌법학(내지 정치학적)개념에서 차용한 '방어적 국가주의'라는 용어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집단문화(내지 집단적 반응)를 다소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아마, 이 6부가 저자 나름의 비판적 메스가 깊숙이 들어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총평을 하자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겠다.

 첫째, 전반적으로 보자면 흥미로웠다. 

 오늘날 한국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야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수없이 다룬 이야기이므로 어느 정도 참고 내지 흥미성으로 읽으며 넘어갔다. 한국의 토속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것이나 변화에 관한 이야기도 늘 이야기되는 것들을 간단히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는 수준이라 마찬가지였다. 개인적으로는 그랬다는 것이지, 읽어보면 꽤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 

 서구사회 외국인들 눈에 이질적으로 비칠 식용 개고기 문화와 -"예수천국, 불신지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특유한 개신교 이야기만 어느 정도 눈길을 끌었던 것 같다. 더불어 저자의 우호적 접근에 바탕을 둔 조심성이 떨어진 제6부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둘째, 관련되는 내용을 많이 취재하고, 책이나 논문까지 섭렵하려 하고, 열심히 인터넷 검색을 해본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아 놀랍기도 했다. 나도 모르는 내용(5부의 무속신앙과 관련한 것 - 인터뷰이가 많은 정보를 제공해줬기 때문)이 종종 있었다. 대개는 익히 아는 내용이었기에, 이 영국인 나름의 '객관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때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 지 정도만을 참고하며 읽어 넘어간 듯 하다. 


 이해가 걸리지 않은 제3의 시선으로 오늘날 한국을 들여다보며 저자가 내미는 생각과 의문, 호평, 시사점, 전망 등은 다른 독자들에게도 꽤나 흥미와 더불어 지적 자극을 선사해줄 것이라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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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류행 - 건축과 풍경의 내밀한 대화
백진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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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그림과 사진 가운데 갖가지 풍경이 펼쳐진 것을 볼 때면 그 부분을 하루에도 몇번이고 다시 볼 때가 있었다. 자연과 인공물이 조화를 이룬 그 풍경 속에 내 마음이 녹아들었다.

 사진의 경우에는 언젠가 한번은 저 곳에 가보리라, 그리고 모든 것을 세세히 살펴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림은 그럴 수 없었다. 대개 어딘가의 풍경사진을 참고했겠지만 그대로 베낀 것도 아니었고, 삽화를 그린 작가 특유의 (기억에 남는 분은 계용묵씨였나?) 그림체에서 나오는 특유의 감성이 과연 실제풍경에서 나올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원래의 풍경이 있다면 2차적으로 가공한 느낌은 아닐지라도 그만의 감성과 구조, 배열, 구성물 따위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은 분명했다.

 어느 덧 나이가 들어 어릴때의 풍부한 감성은 잊혀졌지만, 여러가지 풍경 그 자체에 대해서는 항상 목이 마르다. 집 밖으로만 나가더라도 풍경은 펼쳐지지만 자주 보던 것에서 별다른 자극을 얻을 수는 없다. 내가 이사를 간 뒤 1년 후에 다시 찾아온다면 그 때는 그리움의 풍경으로 남으리라.

 

 풍경에 대한 갈망과 안온한 현실에 안주하는 타성에 결국 책이나 교양프로그램, 블로그 여행기 같은 간접자료 외에는 달리 풍경을 감상하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음이 아쉽긴 하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다른 사람의 생각과 버무려진 그런 것을 벗어나 보고 싶은 것, 다른 사람은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더라도 나는 눈길이 가는 것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살아숨쉬는 시공간의 모든 것을 원하는대로 마음껏 보고 싶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간접자료를 최대한 활용할 뿐이다. 그렇더라도 책이 주는 장점은 있지 않은가.

 대표적인 장점이, 내가 생각할 수 없는 것, 내가 놓치는 것, 내가 모르던 것을 다 알려주는 것이리라.

 건축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 생각을 바탕으로 풍경에 대해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이 바로 그러했다. 

 

 책에서, 저자를 따라 나는 그가 유학하거나 여행했던 곳과 길을 이리저리 또 반복해서 오고간다.

 일본의 가쓰라 궁과 가시와에 있는 쓰보니와, 프랑스 베르사유 궁, 습하고 더운 플로리다, 예루살렘 구도심의 광장과 '통곡의 벽', 펜실베이니아 주 스테이트 칼리지, 인도 바라나시의 바자르 뒷골목과 갠지스 강, 김제 만경평야, 저자의 고향 전남 장흥, 그리스, 필라델피아, 캄파돌리오 광장, 그랜드캐니언, 여의도 공원...

 뿐만 아니라 저자가 책이나 인터넷, TV 등 다른 간접 자료를 통해 생각 속에서 넘어가본 시공간 -아라비아 사막 등이 그것으로 추측됨-도 있다. 

 

 저자는 일본 환경철학자 와쓰지 데쓰로의 『풍토』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저술하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책은 내가 생각하던, 풍경에 대한 묘사나 그것에 대한 향수, 감정을 중점으로 기술하지 않는다. 

 대신, 세계 여러 곳('나라'라기보다)의 자연과 인간의 상호결합상태(저자의 말에 따르자면 '교감' 또는 '관계')를 '풍경'으로 바꾸어 이야기하고, 그 속에 핀 문화와 역사, 건축, 생태 등을 '은유의 풍경'으로 돌려말한다. 그리고 그에 대하여 자신의 지식, 경험 따위를 적절히 녹이면서 흐르는 생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책의 특징탓에, 엄격하게 보자면, 특정한 주제로 무엇을 말하려는 게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하는 바도 이러한 점을 잘 드러내준다. 굳이 말하자면, 건축과 지구의 여러가지 환경 위에서 '친환경과 지속가능성' 대한 저자의 고민과 사유의 낱알이 책 전체에 흐르는 핵심메시지라고 할까나.

 이와 같이 언뜻보면 책에서 건져낼 수 있는 중심 주제는 "주위환경과 친하거나 주위환경을 적절히 살릴 수 없는 생활 양태, 건축, 문화는 좋지 않다."는 것 정도로 보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풍경'이라는 말로, 자연 속에 녹아들어 있는 사람과 서로간의 교감을 이야기하면서, 그러한 관계성을 깊이 사유해볼 것을 권하는 게 아닐까.

 사람은 그가 놓인 환경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개는 환경을 단지 '집'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실상 환경은 '집'이 아니라 '공기'가 아닐까. 인간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본다면, 밀착하거나 의존하는 정도를 넘어 인간은 환경 속의 구성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환경에 철저히 지배되지 않고서 적절히 개발하며 어느 정도 독립적인 생체활동을 이어나가는 특이한 종이긴 하나, 환경을 완벽히 거스를 수 없고 오히려 그러고 있다고 착각하며 그러길 애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역풍을 맞기도 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환경문제도, 주거형태에 대한 고민도, 삶의 철학도, 그리고 타자와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정도도 달라질 것이다.

 각자 책을 읽고서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무게를 느낀 생각은 이런 것이다.

 우리 삶의 총체적 활동을 개별적 주체나 객체가 아닌, '관계성'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생각을 짜는 것이 우리의 앞에 던져진 숙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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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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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고 얇은 시집이랄까.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인생을, 슬프게 추억하는 아흔이 가까운 나이의(1925년생) 저자.

 그 뒤에 서서 그 나이대를 향해 빈틈없는 시간 위에서 흘러가는 우리가 있다.

  


 반갑게 인사하는 말도 서운하게 들리고,

 종종 볼 수 있는 장사아치의 앞뒤다른 태도나 의사의 차가운 태도도 노인이라 우습게 보는 것처럼 느껴지고,

 길을 걸어가다 보이는 또래나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서 서러움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 때.

 노년기다.

 

 윗세대와 동년배들을 거의 다 떠내보내고

 허허로운 빈자리에서 하루종일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이란...

 내 집이나 텃밭에서 가꾸는 농작물과 기르는 가축을 통해 허허로운 마음을 채워보지만 사람이 그립다.

 

 외로이 서로를 의지하며 노년기의 긴 시간도 함께 보내는 아내에게 찾아온 가벼운 치매증상을 지켜보며

 아내와 본인의 삶의 종막을 슬프게 고뇌하는 모습이란...

 노래가사처럼 "함께 죽는 날"이란 것은 극단적인 자기 포기외에는 있기 힘든 일이기에,

 혹여라도 내가 먼저 떠난다면 제대로 돌보아줄 지 의문인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서

 미리 유서에 이 내용을 담아두기도 해야 한다.

 그럴 때면, 신문 부고란에 실리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누군가가 바로 수습해줄 수 있는 것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명예? 돈? 바람에 거리를 뒹구는 가을 낙엽같다.

 쾌락? 힘? 어제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다 사라진 구름같다.

 

 만나는 사람에게서,

 할부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하며 사회적 인간 취급을 해주지 않는 사회로부터

 나의 존엄을 지키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

 밖에 나가면 무얼하든 마음을 동여맬 수 밖에 없는 것의 서러움을 누가 알려나.

 

 그간 메모해둔 글 중 일부를 조심스레 펼쳐 드러내놓았건만,

 먹먹함과 슬픔은 왜 이리 크게 느껴지는 지.

 

 그냥 앞서 나간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미리 들은 것으로 귓등으로 흘려도 될 지 모른다.

 하지만, 20대 후반 이후부터 다들 느끼겠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금방 가버린다.

 노년이 오는 것은 금방이다.

 

 단순한 산수만 해보자면,

 서른번 정도 뜨겁게 달구어졌다 얼어붙으면,

 또 그만큼 풀어지며 초록의 기운과 낙엽을 만나면,

 어느새 60 가까이... 사회에서는 정식으로 은퇴의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지만, 뚜렷하게 뭔가 풀리는 것 없어 미칠 듯 하다.

 몇년 전부터 나 역시 종착역을 미리 생각해두고 있기에, 저자의 글이 예사롭게 인식하며 넘어갈 수만 없었다.

 하물며 나도 이런 심정인데, 책을 읽고 가슴 절절히 공감하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외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연의 모든 생명이 피고지는 냉엄한 법칙 속에 덧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에 위안받는
 노년을 생각하면서
 걷다가 종종 쉬어가듯
 읽다가 종종 책을 덮고야 말았다.
 
 젊은 사람들은 팔팔하게 잘 걷는 그 길을
 조금만 걷다 숨이 차서 쉬어가는 어르신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무얼까.
 이 책을 읽다가 덮으며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보다 더 깊고 슬픈 것들일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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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
권영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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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과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본 철학자의 육아일기이자 에세이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개인이 외적 세계의 가까이에서 늘상 조응해야 하는 커다란 존재 -때론 의문스럽고 때론 너무 까다로운 신비로운 대상- 와 함께 살아가면서, 나름의 조화와 합리적인 생존을 궁리하다 얻게된 사유의 부산물을 모아놓은 분투기랄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전투에도 비유할 수 있다. 아이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전두엽이 성장하지 않은 터에 세상과 맞부딪히며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생존에 기한 격한 감정을 조그만 뇌와 몸 자체로만 즉각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기록하여 되짚어 본다던가 나중에 따로 곰곰이 정리한다던가 누군가에게 재주껏 언어도구를 이용해서 시원하게 이야기 할 능력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조리있게 전달할 수도 없다. 자신의 내적 세계와 외부 세계를 이을 도구가 너무 부족하기에 양육자의 입장에서 힘빠지게 만들거나 당황스러움, 분노를 일으키는 행동을 한다. 계속해서 말을 듣지 않거나,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떼를 쓰거나, 과격한 행동 내지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렇다. 가끔 일상의 상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책에서는 예컨대, 틱장애를 들 수 있다).

 저자도 아이라는 존재에 대응하는 자신의 무력함을 때때로 느끼고 마는 경우가 있음을 책에서도 종종 고백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성인이라하더라도 어떠한 것의 기초도 전혀 없는 사람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말을 여러번 해줘도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전무한 아이를, 그리고 성장에 따라 능력이 발달해가는 아이를 전방위적으로 가르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일까. 그래서 책에서 인디언 속담에서 나왔다는 인용문구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나 혼자는 역부족이기에 가족, 학교, 사회 등 많은 이들이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라 봄이 더 타당하다.

 

그 뿐인가. 양육은 여러 사람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많은 역량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전공을 살려, 철학이라는 도구 역시 활용해나가며 아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납득되지 않는 것은 철학에 뿌리를 둔 채 다른 학문이나 사상, 생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 아이와 아이가 만나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일반적인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구가 이럴 때 참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와 지성만으로는 키워낼 수 없는 게 인간이 아니던가. 인간이 기계에 가까워진 것이 아닌 다음에야.

 

 그러다보니, 책은 육아법이라기보다, 육아일기에 가까워진다. 또 육아일기라기보다 저자의 철학 에세이에 가깝게 보인다. 주관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서 일반적인 지식을 참고하거나 대입해 살펴보고, 본인 나름의 해법이나 결론을 궁리해보는 면에서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이 복합적 발생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 걱정이 크게 드는 게 좀 마음에 걸린다. 가끔씩 책에서도 저자는 아이를 키우다 지친 면을 보여준다. 젊은 나이에 아이를 둔 경우(저자의 어머니와 장모는 아직 60대도 안되었다고. 책에서 저자와 그의 파트너가 비교적 젊은 부부라고 말한다)도 이러할 진대, 나이들면 얼마나 더 힘들까.

 카페를 돌다가 이런 글을 본 게 떠올라서 더 그럴 것이다.

 "아이가 어릴적엔 아이와 놀아주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좀 더 크면 낫겠거니 했지만 웬걸, 애가 클수록 같이 놀아 줄 때 더 힘이 빠지네요."

 아이는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데 비해, 아버지는 더 나이가 드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물론 아이과 같이 놀아주는 것도 일정 연령때까지의 일이겠지만.

 가끔씩 육아에 대하여 교육학이니, 수기니, 다큐멘터리니, 또 커뮤니티의 이런저런 글이니 접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굴리며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건 어디까지나 파편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총력전에 비유할 수 있기에 나름 완벽한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부족하고 힘들고 짜증나며 감정의 통제가 어려운 때를 종종 경험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나 역시 철부지 떼쟁이에 무능력자로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채 시작하였다.

 부모의 무한책임과 사랑의 품, 그리고 사회의 교육(사회화 포함)과 지적 체계 공유 및 교류 속에서 성장하여 지금에 이르렀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 나뿐 아니라 우리 윗세대, 그 윗세대 모두 그러했다.

 이를 정리해서 쉽게 말하자면 '올챙이 개구리 적 시절 모르는' 채 육아에 대해서 자기중심적으로 보려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육아에 대해 등을 돌리거나 피하려는 태도도 그 줄기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육아법에는 정답이 없다. 부모의 정성과 사랑, 애씀, 생각과 걱정, 그리고 아이를 키워내면서 직장과 사회 관계망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 그 과정이, 아이를 키우고 난 뒤 여러 형태로 남을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어떻게 키워야할 지 고심하면서 아이를 키워내는 동안 어느 사이 아이는 성장해 있지 않을까 한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잊혀졌던 나의 다른 면을 복원하고, 어릴적 발육하다 성장을 멈춘채 시들어가는 나의 또 다른 능력을 다시 발견하고 살릴 수 있다는 면에서 아이와 함께 크는 일이 바로 육아가 아닐까 한다.

 

 아이는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그 누구와, 또는 환경과 교류를 통해 만들어가지만 동시에 온전히 독립적인 자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하지만 어른은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 자신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온갖 육아법을 고안하고 배워나간다. 하지만 어떻게 한들 아이가 어느 방향으로 자신의 세계를 뻗어나갈 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폭넓고 깊게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에는 아마 그 불확실함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또 부모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일부의 연구결과가 뒷받침한다고 해서, 아이의 양육에 있어 자의적이면서도 즉흥적으로 구는 걸 당연시 여기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세워놓은 규칙을 때로 내가 어기면서 일관성 없게 행동하게 되기도 하고, 감정적이 되기 쉬운데 진정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육아의 여려 면을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사이에, 각자 나름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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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 - 가슴으로 써 내려간 아름다운 통일 이야기
이성원 지음 / 꿈결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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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라는 우리. 

 잊고 있을래야 잊고 있을 수만 없는 현실이다.

 이산가족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이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당장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접하면 북한 핵문제와 그로 인한 남북한 정치갈등, 그리고 개성공단 사태에 관한 기사를 만날 수 있게 되지 않던가.

 

 이 책은 그런 분단현실의 경계인으로서 저자가 경험한 일과, 그간 만나온 양측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일기 형식에 가까운 에세이다. 

 5장에 걸쳐 59개의 에피소드('절'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가 담겨 있는데, 선해를 하자면 여러가지면에 있어서 소상히 밝힐 수 있는 부분이 드물기에 각 에피소드의 중간중간 내용이나 끝이 조금 허무하다시피 생략되거나 마무리되어버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북한이야기 -예컨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야기, 2002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북한 미녀 응원단 이야기나, 6·15 관련 이야기, 개성공단 이야기-와 함께, 북한 뉴스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미처 잘 알지 못한 이야기에 대해 나와있는데, 위에서 말했다시피 개인의 경험과 생각에 기초한 일기형식의 글이라 -여러모로 웹에서 만나는 갖가지 체험기 등과 흡사한 느낌이다- 술술 읽어나갈 수 있다.

 

 통일부 공무원으로 일하며 -주로 연락관이나 지원인원으로 참가- 그가 만나온 북한 사람들의 면면을 들려주는 대목에서 사상과 이념에 고로막힌 소통의 단절을 종종 접하게 되어 무척 답답함을 느꼈다. 이는 서로 앞에 놓인 단절의 강이라 부를 만한데, 차후 통일이 되었을 때 서로간의 이해의 폭을 줄이며 그 강을 건널 방도가 무엇인지를 고민하여 보기도 했다. - 그런데 아직까지 뚜렷이 떠오르진 않는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주로 먹을 것,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이야기(남녀 이야기 등), 술 한잔 등 인간적인 면으로 다가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의 저자는 통일부 공무원이기에, 또 분단상태에서 경제적 격차가 큰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진 북한 사람들과 만나서 경험하는 것이기에 북한인들에게서 어느 정도 우호적인 면이 많아 보인다. 통일이되면, 기본권 억압, 반동적 세습체제에 따른 교조화, 주체사상, 감시 등이 사라지기에 저자가 맞닥뜨린 현실보다 나아진 면도 있으리라 여겨진다. 반대로 민주주의 아래에서 다양함에 익숙해져가는, 그리고 자본주의 아래에서 황금만능주의와 서열주의, 물질주의에 젖어들어가는 남한 사람들을 만나며 부정적인 스파크가 많이 튈 것도 같다. 그 외 여러가지 면을 고려해봤을 때는 이 책에서 이야기해주는 것만 가지고서 판단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듯 하다. 하지만, 최소한 북한 사람들이 뉴스에서 선동적이고도 공격적인 어조로 대응하면서 빼먹을 것만 빼먹고 뒤로는 군사행동을 일삼는 야비한 족속은 아님을, 이념에 따른 국가체제와 시스템이 문제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통일이 되었을 때 지금 현재 북한의 많은 것들이 어떻게 변할지도 궁금해졌다. 예컨대, 김일성과 김정일 벽화가 그려진 평양 지하철 플랫폼, 금강산 치마바위에 새겨진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 글자, 평양과 남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인 '청년영웅도로'가 어떻게 달라질 지...

 

 온정적인 태도의 저자의 이야기라, 또 구세대의 이야기라 그다지 와닿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어쩌면 광명이라는 아이의 작품을 시큰둥하게 받은 저자의 딸이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냉소적으로 바라본 북측의 젊은 통검원의 태도가 나와 일맥상통한 면이 있으리라.

 

 이 같은 서로간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또 이를 극복하고 남북한은 언제고 다시 만나서 합치게 되는 날이 있을 것이지만 말이다. 그 기간이 좀더 단축되어 통일이 된 이후 서로간의 갈등이 좀 더 줄어들었으면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이 책의 발간을 통해 의도하는 또 다른 긍정적 효과와 목적이 아닐까.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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