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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의 앵그리 경제학 - 우리를 화나게 하는 26가지 경제 이야기
김원장 지음 / 해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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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인문 · 사회과학중에 성인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아마 경제학일 것이다. 경제학의 곁가지를 적당히 요리해서 내놓는 수많은 재테크 서적 따위를 포함한다면 말이다. 자본주의의 혈맥이랄 수 있는 '돈'의 위력이 나날이 높아질 수록 많은 사람들이 이를 많이 거머쥐기 위해서 경제학을 알게모르게 배우게 된다. 그런 경제학은, 원래 그의 일부랄 수 있던 수학 외에도 여러가지 학문과 융합하여 나날이 발전하며 첨단을 달리고 있다. 1968년 이래 노벨 경제학상이 제정되어 해마다 경제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들의 명단과 혁혁한 공로가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이미 경제학은 구름을 뚫고 올라간 모양새다. 가히 경제학의 시대다.

 

 그런데 경제학이 왜 우리는 풍요롭지 않을까? 왜 행복하지 않을까? 과연 경제가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오늘날 대중에게 많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질문에 대한 일부 해답이 여기 이 책에 있다. 경제학을 도구로 하여, 우리를 착취하거나 기만하며 이득을 취하는 이들의 실체와 속임수를 밝히는 책, 《김원장 기자의 앵그리 경제학》이다. 

 

 이 책의 구성은 이렇다. 잠시 저자의 말을 빌려본다.

 "1장에서는 우리를 속이는 시장의 속성을 알아보고, 우리가 시장에 속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짚어"본다. 여기서는 "착각의 이유들을 공부"하게 된다. "2장에서는 정부의 거짓말을 찾아"본다. 3장에서는 "금융기업들의 반칙을 짚어"본다. 4장에서는 "승자독식의 시대"에 거대자본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위기와 문제를 파헤쳐본다. 그리고 부록인 "경제학자와 그 이론"에서는 경제학에 깊은 영향을 미친 인물들 -마르크스, 케인즈, 하이에크와 프리드먼- 을 간단히 살펴본다.

 여기서는 1~3장에 대해서만 좀 더 상세히 언급한다. 4장은 경제문제를 심화시키는 주체와 이를 돕고 있는 세력의 만행들을, 요즘 빈부격차의 확대와 관련하여 다수가 관심을 가지는 이슈별로 살펴보는 것이다.

 

 1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고전경제학의 전제인 '합리적 인간'과 '(자유방임아래) 효율적 시장'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시장참여자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살펴본다.

 ▶ 엉터리 전문가들

 ▶ "너무 깊고 복잡"해지는 "인센티브 구조"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가격

 ▶ "'필요한 것'이 거의 채워진 시대, 이제 '원하는 것'을 사려는 소비자들"을 위해 "비이성적인 한계효용을" 끊임없이 창출하고 자극하는 기업들

 ▶ "우리가 소유한 어떤 재화의 가치를 우리가 소유하지 않은 재화의 가치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인 '부존 효과'와 "투입된 비용 중 회수되지 않는 비용"인 '매몰비용

 ▶ 자유경쟁을 저해하며 가격구조를 왜곡시키는 '독과점과 담합'

 

 2장에서는 경제 문제와 위기를 심화시키는  정부 주도의 경제관여행위들을 따져본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 "잘못 해석되거나 의도적으로 조작"되는 통계를 근거로 한 정부의 거짓말과 실체 왜곡

 ▶ GDP 측정법의 문제

 ▶ 시장원리의 근간이 된 '인간의 이기심'을 외면한 정부의 트리클다운-"양동이의 물이 넘쳐야 잔디밭에 물이 공급된다는 이론"- 환상, 그리고 대기업 우선 정책의 실패

 ▶ 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이 불러온 문제 : 이로 인해 가장 많은 부담을 지는 것은 결국 서민들. 반면, "돈의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투기자본은 천문학적인 이윤을 쓸어"가며 파티중.

 ▶ 전쟁을 비롯한 국방비 증강과 감세정책으로 인하여 빚더미 위에 오른 미국 정부에 고조되는 경제적 위기. 그리고 그것이 중국과 일본 경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

 ▶ 여러 곳의 유동성 함정을 건너기 위한 '공개시장조작'(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정책이 아닌, 돈을 "찍어 바로 시장에 쏟아 붓는"  것). 그로 인해 늘어난 유동성이 낳은 인플레이션, 결국 그 손해와 고통이 모두 국민에게 전가되는 '인플레이션 TAX'.

 

 

 "금융위기가 되풀이되면서 경제학은 시장경제를 위협하는 적들을 들춰내고 있습니다. 용의자는 헤지펀드 같은 투기세력과 무차별적인 규제 완화, 과도하게 발행된 화폐, 시장참여자들의 이기심 등입니다." (p.145)

   

 "정부의 곳간은 국민들의 가계부만큼 인플레이션이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p.165)

 

 3장에서는 수탈에 혈안이 된 돼지, 금융권의 은밀한 속내를 폭로한다.

 ▶ 양의 탈을 쓴 늑대, 은행

 ① 복리예금상품의 함정 : 짧은 불입기간으로 복리의 혜택을 못보는 적금 상품을 미끼로 예금이나 다른 상품을 팔아 치우는 은행의 술수. 그리고 물가상승으로 인해 "해마다 … 떨어지는 돈의 가치".

 ② 예대마진을 높이기 위한 술수 : "은행 간 비슷한 대출이자율 유지" 및 담합에 가까운 대출이자 일제 인상, 높은 이자율을 광고하는 예금상품의 복잡한 조건속에 담긴 장삿속, 금리조작, 약탈적 대출

 ▶ 정부가 쥐어든 이자율 상한선 인하 패의 문제

 ▶ 소비를 부추기는 신용카드와 운용책을 이용해 고객을 빚과 연체에 빠뜨린 뒤에도 골수까지 빨아먹는 신용카드사.

 ▶ 든든한 국민연금의 울타리를 넘어 들어가는 부자들과 아웃사이더 저소득층. 그리고 무지한 이들을 끌어모으려 유혹하는 저축성보험의 실체.

 ▶ 투자은행들의 투기성 파생금융상품이 가져온 경제 위기와 천문학적 손실

 

 

 자본주의 사회, 과연 공존이란 있는 것일까? 파편화된 개인은 정부, 기업, 은행, 보험사, 사금융 등 그 어느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다. 사방은 적이며, 항상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먹잇감으로 삼을 전문적인 준비가 되어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은 떠나질 못한다. 경제의 근간을 떠받치는 서민들의 등 위에서 잔치를 벌이며 달콤한 꿀물로 목욕을 한 뒤 위험과 책임을 떠넘긴 것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도대체 누굴 위한 경제운용장치인지 모른다.

 

 해법은 무얼까. 책에서 언급하는 해법 일부는 이렇다.

 "이제 경제학은 병든 시장에서 사익 추구를 통한 공익 실현 기능을 다시 살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시장경제는 개인의 이기심을 추구하면서도 공공의 이익 실현을 추구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p.69)

 그 밖에 부의 공정한 분배, "생산 과실을 독점하는 계층의 탐욕을 억제할 제도적 장치"의 입법화 등을 말한다.

 아마, 저자는 경제학의 허점과 현실 경제의 이면을 제대로 알고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 구조적 문제를 극복하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과연 가능할까? 아직은 요원해 보이긴하다. 하지만, 위기 앞에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고 불의 앞에 촛불시위도 마다하지 않던 집단정의와 집단지성의 응집력이 언제든 발휘될 수 있으리라 본다. 그 도화선이 무엇이 될 지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모두가 각기 가진 이기심을 벗어던지고 묘수를 찾고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동안 사회 변혁의 고통을 이겨내며 진정한 공생의 행복의 토대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 언젠가는.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티움책방>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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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 - 조선어학회, 47년간의 말모이 투쟁기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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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9일은 한글날 567돌이었다. 이날이 뜻깊은 것은, 한글날이 다시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보낸 첫 날이었기 때문이다. 10월 초는 법정공휴일인 개천절인 10월 3일이 있었다. 한글날인 10월 9일 사이에 일요일이 끼게 마련인데, 이렇게 되면 쉬는 날이 많아 보인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법정공휴일이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식의 논리를 편 재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글날을 법정공휴일에서 배제했다. 다시 한글날이 법정공휴일로 되는 데에는, 한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드높아진 것 뿐만 아니라 한글학계 및 관련 시민단체의 주장과 더불어 경제논리가 고려되었다. 휴일이 많아져야 소비가 늘어난다는 논리였다. 다시 한글날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왠지 찜찜하다.

 

 이렇게 좋은 날을 앞두고,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는 귀한 책 한권이 출간되었다. 신민육성을 위해 우리 말글을 겨레의 얼 속에서 지워버리려한 일제의 탄압과 박해를 이겨내고, 우리말 사전 편찬을 위해 노력과 희생을 한 분들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 책이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있는 바는 우리가 국사 교과서에서 배운 '조선어학회 사건'이다. 

 예전 국사 공부를 할 때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은 수많은 독립운동 가운데 곁가지로 생각하며 넘어가곤 했다. 어렸을 때에 이 사건을 수업시간에 간단히 배우면서, 나랏말글을 연구하겠다는 사람들을 박해한 일제에 대해 자유의 억압에 대한 측면에서 미웠던 감정이 많았다. 뭐 그것까지고 그렇게 탄압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랏말글을 지키겠다는 선조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가볍게 취급하고 넘어갔었다. - 생각해보면 일제시대는  얼마되지 않은 일 아닌가. 멀리보면 백여 년전이고 가까이 보면 수십년 전의 일이다. 

 이제와서 되돌아보면, 제도권 교육하에서 점수용으로 가공된 지식을 단순섭취한 무지였기에 부끄럽다. 반면, 그렇게라도 배움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랄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그 때는 기초지식을 배우는 시기였다. 차후 대학에 들어가,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 또는 사회에 나가 일을 하면서 필요한 것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연구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였던 것이다. 물론 배움은 대학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에서 쌓은 전문지식, 지적 능력과 교양을 바탕으로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에 그치지 않고 많은 것을 깊고 넓게 섭렵해나가는 것이 대학 후의 인생이다. 

 

 잡설이 길었는데, 그렇게 단편적으로 배우고 지나간 '조선어학회 사건'의 전면을 이 책을 통해 낱낱이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사건의 전중후의 사회적 배경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이해하기 더욱 쉬웠다.

 우선 흐름상 '조선어학회 사건'의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조악하게 언급하자면 지식인 계층이 한글에 대해 가진 당대의 인식, 맞춤법 통일에 대한 우여곡절과 치열한 논쟁, 교육정책을 통해 조선어를 말살시키려 한 일본, 조선어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교육 이외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다바쳐 말모이 사업을 이끌던 주시경 선생의 안타까운 귀천, 그 혼을 받들어 조선어 교육과 사전 편찬을 위해 노력한 제자들의 고군분투, "종교를 넘어 민족 이념으로 승화된 대종교 사상"과 독립군의 무력 항쟁, 지식인들의 조선어 어문 연구, 기독교 선교사들의 한글 보급, 사회 각계에서 벌이던 문맹퇴지 및 한글보급 운동, 한글학자들의 조선어 강습회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 사건'의 본격적 진행단계에 있던 이야기는 '정태진의 억지 자백과 영생여학교 사건', 일제의 조선어학회 회원 체포와 고문이 동원된 심문 과정, 그들에 대한 일제의 창씨개명 요구, 모진 수감생활, 광복의 해인 1945년 초에 내려진 유죄판결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해방후 우리 말글 되살리기에 힘쓴 조선어학회 회원들과 무지한 정치가에 의해 일어난 한글 파동(한글 간소화 정책과 이에 대한 한글학자와 각계각층의 반대 표명)이다.

 

 책을 읽으며 든 여러가지 -곁가지와 같은- 생각 중 일부만 기술해본다.

 우선, 교육을 통해 일제가 한글을 조선인들의 의식속에서 밀어내려고 한 것을 통해 국사 교육을 저만치로 밀어낸 요즘의 위정자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교육정책만으로 일반 대중의 정신을 뒤바꿀 수 있음을 보며 괜히 '교육정책'이 '백년대계'가 아님을 실감했다.

 둘째, 맞춤법 통일의 과정에서 전개된 치열한 논쟁, 한글 파동을 보면서, 한글 맞춤법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 한글 맞춤법하면 내심 한편에서는 왠지 정신적 규제와 같이 느껴진 면도 있었으나, 그런 생각은 매우 협소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셋째, 책소개에 나온대로 조선어학회 사건은 피와 땀방울이 스며든 언어독립'투쟁'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진 고문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불굴의 정신으로 우리말글을 지켜낸 훌륭한 선조들이 자랑스러웠다.

 넷째, 한글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세계에 자랑할 우리글, 알기 좋고 배우기 쉽고 쓰기 편한 우리글, 오늘부터라도 가갸거겨를 시작합시다."  (p.149, 1928년 '글장님 없애기 운동'을 이끌던 동아일보에 실린 글)

 

 내가 개인적으로 한글의 위용을 새삼 깨닫게 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중 하나를 이야기하고자한다.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은 외조모님에 관한 이야기다.

 외조모님은 일제시대에 교육을 받은 분이었다. 가끔씩 학교에서 배웠던 일본어 교재의 내용을 줄줄 읊으셨다. 그런 외조모님의 꼼꼼한 성격이 묻어나던 메모에는 항상 맞춤법이 틀린 한글이 씌여져있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그 글은 맞춤법은 틀렸지만, 딱 발음나는 대로 씌여져 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걸 보고 픽 웃고 말았지만, 돌아보면 참 여기에도 한글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발음나는 대로 그대로 받아쓸 수 있고, 이것만 보고도 무엇을 뜻하는 지 알 수 있다는 것... 잠시만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능히 쓸 수 있는 쉬운 글이라는 점, 그리고 말을 그대로 옮겨 쓸 수 있기에 소통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맞춤법을 몰라도- 소통의 효용을 다한다는 장점 등을 생각해볼 때 한글의 위력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같이 미천한 사람도 한글을 쉽게 익혀 남들의 글을 읽으며 정보, 지식, 지혜, 경험을 원하는대로 흡수할 수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글을 써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생각을 가다듬고, 기억의 확장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타이핑도 편하게 하며 IT기기로 소통을 쉽게 할 수도 있고.

 이런 한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표현을 빌리자면- 단언컨대 축복이다. 

 문맹퇴치에 기여한 위대한 한글의 보급과 전수에 힘쓴 분들에게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물론 큰 공은 세종대왕과, 한글단체 및 학자들께 돌릴 수 있으리라. 

 

 이런 한글을 쓰는동안에는, 언제든 한글을 쓰는 다른 모든 사람과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대감마저도 그 뿌리는 우리말글을 지켜내고자한 모든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고 본다. 이 나라가 전후 폐허의 위에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 면에서 그 노력의 모든 과정을 소홀히 다루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노력이 어두운 밤하늘에 별같이 반짝이던 그 때, 일제치하의 조선어연구회 사람들의 헌신을 그려낸 이 책이 우리의 품안에 귀중하게 안겨들게 된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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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생의 한가운데에서 - 이제 당신을 위해 살아야 할 시간
엘리자베트 슐룸프 지음, 이용숙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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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는 지금에도 우리의 시간은 흘러간다. 읽는 분의 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식후 양치질하는 순간, 함께 고구마를 캐는 순간, 햇볕쬐러나온 나를 반기는 개를 지켜보는 순간 모두 과거속으로 흘러간다.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인력만큼 무력한 것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나온 순간순간이 우리 삶의 일부이기에, 다시 오지 않기에, 뒤돌아보면 매 순간이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리라. 

 

 어찌됐든,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노년기는 생각지도 못하게 빠르게 찾아온다. 원대한 꿈, 열병을 앓듯 지나가는 사랑을 꿈꾸던 소년소녀들은 어느덧 성년이 되고, 학업 · 연애 · 취업이나 창업을 거치면서 눈깜짝 할 사이에 중년이 된다. 생계활동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면 자신과 주위 사람들이 어느덧 인생의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여름날의 화려했던 잎사귀는 떨어져나간 뒤 가지는 갈수록 앙상해져가고 볼품없어진다. 쭈글쭈글한 주름이 가득한, 나뭇결같은 피부에는 검버섯이 생겨난다. 노년기는 어느날 문득 오는 게 아니라, 점차적으로 고개를 내민다. 하지만 마음의 한켠에 놓아둔 거울 속 자기의 모습은 언제나 소년소녀다. 겉과 속의 이 괴리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쯤에는 생을 다할 때가 다가온다.

 

 앞서 말했다시피 노년. 정신을 차릴 때쯤에는 이미 그 속에 발을 푹 담근 뒤다. 그만큼 우리는 노년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다. 요즘 세상에서는 은퇴 후 경제생활을 위해 이런저런 대비를 하라고 재촉한다. 아예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어느날 벼랑끝에서 떠밀리듯, 누구의 관심이나 주목을 받지 못하고 매력이 퇴색한채 주위의 관계망도 상당히 끊어져나간 고독한 노년기에 대한 심리적 준비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하다. 언제나 마음은 청춘이고, 돈만 있으면 젊은 시절 못지 않게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아는 건지.

 

 내 마음은 젊은 시절에 머물러 있어도 세상은 내 나이와 내 외모를 보고 판별한다. "젊음을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다한다해도, 노쇠와 죽음이 우리를 덮친다는 사실은 벗어날 수 없다."(p.13)

 더구나 피할 수 없는 노년은 대책없이 길어졌다. 그렇다면 인생의 마무리 시기가 아니라 또 다른 단계인 노년기에 대한 연구가 풍성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빈약했다고 한다. - "거의 20세기 말이 되어서야 한 미국 학자가 인생의 과정 중 중장년 및 노년에 관한 상세한 개념을 개발했다."(p.24) 그러나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던) 사이에 노년이라는 주제와 관련해 광범위한 문헌들이 출간되었고, 노년과 관련된 세부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책들도 세상에 많이 나왔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룬 새로운 연구결과를 담은 책들을 끊임없이 읽을 수 있었다.(p.257)

 이러한 혼란과 무지의 허허벌판에서 이 책은 심리적 상담결과를 토대로, 노년기에 대한 지도 역할을 해주려 등장한 듯하다.

 

 전체 3부 가운데 "1부는 나이가 들어가는 일반적인 과정을 정리"했다.

 노년기의 특징,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사회적 인식을 이야기한뒤, <늙음을 인식→나이가 들어서도 힘을 주는 근원을 파악→지나온 삶을 검토하고 "남은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는 대안을 생각하게 하고, 노년이 주는 선물을 언급한다. 

 2부는 "개별적인 테마들을 다루고 있다". 

 즉, 노년기의 성장, 남은 시간, 신체의 변화, 인간관계, 임종과정, 죽음의 수용, 죽음 이후(영성을 중심으로)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3부는 다양한 삶의 단계와 상황들을 거쳐온 두 여성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p.15) 3부에 등장하는 "두 인물 모두 가공의 인물"이다. 여기서의 주안점은 "젊은 여성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의 일기를 통해 자신이 아직 살아보지 않은 인생의 단계를 점점 더 이해하게 되는 것,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p.16) 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설명해보지만, 책을 읽어보면 전반적으로 뚜렷하게 세울 수 있는 생각의 구조물이나 손에 잡힐 듯한 체계를 그려내긴 힘들었다.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한다면 그게 명료하게 드러나지 못한 듯도 하다.

 그것은 아마 이 책의 성격 때문이 아닐런지.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게서 뚜렷하고 간명한 메시지를 얻었다기보다, 노년기를 음미하고 심리적으로 준비자세를 취했다고 할지, 여하튼 그랬다. 섣부르게 또 자의적으로 풀이하자면, 책을 읽으며 "노화와 죽음을 품위있게 맞이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게 만드는 것 같다. 더불어, 고정관념처럼 내면화된 노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인간적 가치에 걸맞게 새롭게 정립할 계기를 만들어주는 듯 하다.  

 

 

 책을 읽어가는동안 노년기의 생을 조감하며 많은 상념과 복잡다단한 감정이 찾아들었다. 그렇게 평면적으로만 읽는다면 책에서 노년기를 '잘 보내는' 즉 그런대로 품위를 유지하면서 -남은 시간,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며- 종극을 맞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딱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여기서 딱 한 걸음만이라도 더 나아가본다면 -비록 나는 서두에서 노년을 볼품없이 그렸지만- 인간이 노화와 죽음에 관련한 일반적인 과정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면에서 얼마든지 생산적이고 창조적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은 책의 말미인 '나오며'에서 짧게 이야기하는 바에서 얻을 가능성이 크다. 노년에 대한 인식, 부정적인 자세가 -운동, 성인병 수치, 비만 여부, 금욕생활 등 수명과 관계있다고 보고되는 다른 요인을 제외하고서- 7년 반의 수명을 연장 가부를 결정짓는다는 연구가 그것이다. 

 이 책은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죽음을 맞이하라고 조언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기에 2차원적으로만 읽는 것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덧붙인다. 

 

 여기까지 말하면, 나같은 사람이 이 책을 집어들어 미리부터 노년기를 염두에 두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핀잔이 이어질지 모른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세상, 당장 내일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극언까지 통용되는 오늘날이기에, 발밑의 돌을 무시하고 멀리 내다본다는 비아냥도 들을 수 있다. 그 말도 맞다. 하지만 노년기가 인간 누구나에게 다가온다는 엄숙한 사실, 인생의 끝을 생각해보며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며 소중한 것인가를 찾는 것이 후회없는 인생을 사는 최상의 방법 가운데 하나라는 조언만이라도 종합해서 생각해본다면 지금 당장 읽고 숙고하며 인생의 계획을 재점검해보는 것이 누가 뭐래도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게 된다. 인생의 어느 순간이든, 언제나 생의 한가운데에 있기에.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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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Cross Border 국제인수합병 - 글로벌 M&A
CCTV(국제인수합병) 프로그램 팀 지음, 류정화 옮김 / 가나북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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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시장에서 '인수합병'이 97~98 외환위기 이후 경제에 있어서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던 것이 기억난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이나 《한국 대표 로펌 김앤장 이야기》을 읽어보면, 매우 흥미로운 이와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80년대부터 꾸준히 기업관련사무와 관련하여 자문 및 송무 인력을 충원하고 있던 '김앤장'이라는 로펌이, 외환위기 이후로 로펌업계에 독보적인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 그것이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외국 기업 및 헤지 펀드가 국내 기업을 사들이거나 인수합병하는 일이 잦았던 것과 김앤장에 이와 관련해서 그나마 전문가라 할 만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후발주자들은 김앤장을 좇아 분주히 따라가려했으나, 김앤장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김앤장은 어느새 사법, 행정, 경제, 세무 관련 전관들이나 거물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몸집을 많이 불린 데다, 클라이언트에게 신뢰감을 주며 하나의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었다.

 변호사업계에서 자잘한 사건은 소위 "돈이 되지 않는다"라고 인식하기 쉽다. 기업 관련 사건 정도 되고, 기업이 주고객이 되어줄 때야 제대로 "돈줄을 잡았다"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변호사만이 M&A에 관심이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외에 다른 분야의 많은 전문가들이 M&A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니,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이는 초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다. M&A라는 것이 본디 금융·경제·회계 및 세무·법률·행정 등 다방면에 걸쳐 굉장히 복잡다기한 과제와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업인수합병, 그 중에서도 글로벌 M&A를 조명하고 있다. 그것도 중국의 관점에서. 본디 M&A라는 것은 미국에서 발달하였으나, 앞으로는 떠오르는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 조금더 확대한다면 미국에서는 방어적 또는 수동적 성격의 M&A가, 중국에서는 공격적 또는 능동적 성격의 M&A가 활발해질 것 같다. 그런 면에서 CCTV가 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렇게 말을 했어도, 국제 인수합병은 그리 매력적인 방법은 아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을 보자.

 

 "하버드대의 타룬 칸나 교수는 오랫동안 국제 합병을 연구했다. 한 건 한 건의 사례마다 합병 위협이 없는 사례는 어디에도 없었다. 합병 성공 비율은 일반적으로 별로 높지 않다. 그리고 국제 합병은 더욱 낮다. 그 이유는 가령 당신이 최대한 투명하게 경영을 한다 해도, 그 안에는 문화, 언어의 장벽, 회사 전통 등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래서 국제합병 중 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이다."(p.88) "독일의 다임러-벤츠사가 미국 크라이슬러를 인수했고, 타이완의 밍치사가 독일 Siemens사의 휴대폰 사업을 인수했으며, 독일의 BMW사가 영국 Rover사를 인수했다. 초기에는 강자간의 협력으로 비춰졌으나 후에는 큰 손실을 가져온 큰 참패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p.88) "소니회사가 콜롬비아 영화회사를 합병한 후, 부적절한 직원임용과 관리 통제력을 잃어서, 소니는 27억 달러의 손실액이 발생했고, 일본기업의 적자 역사에 기록을 남겼다."(p.225)

 

 뿐만 아니다. 국제 인수합병은 여러가지 장애물을 넘어야한다. 이 말은, 인수합병기업측이 단순히 경쟁자를 물리쳤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는 말이다. 피인수합병기업이 속한 국가의 매체, 여론, 정치시스템(또는 정책)과 정치권력을 차례로 넘어가야 한다. 이들을 우호적으로 돌리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그에 들어가는 비용(예컨대, 홍보나 로비에 들어가는 비용 등)도 만만치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각국의 문화의 차이를 이야기해볼 수 있겠다. "기업 합병의 안 좋은 결과는 유명한 '칠칠법칙'으로 밝혀진다. 70%의 합병은 기대했던 상업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그 중 70%는 합병 후 문화융합에서 실패한다."(p.108)

 다음으로, 인재의 문제가 버티고 있다. "…주요 인물들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한 회사의 발전과 성패를 결정짓는다. …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한 가지 보고를 발표했다. '국제 합병을 하고 5년 후 58%의 고위 관리자들이 회사를 떠난다. 미국 미시간 대학교는 한가지 연구보도를 내놓았다 : 합병 후 인재유실 비율은 평소보다 12배 가량 증가한다. 어떻게 선택하고, 육성하고, 핵심인재를 남게 하는지는 기업 합병 후 직면하는 또 다른 한 가지 난제가 되었다." (p.140) "어떤 사람은 '사람은 많은 이해를 필요로 하고, 또 정말 어렵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확실히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개체이고, 인사문제는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일이다. 국제의 속성은 합병 후의 인력자원의 통합을 더욱 복잡하고 어렵게 한다."(p.160)

 뿐만 아니다. "기업을 사는 것은 겨우 머나먼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다. 합병이 끝난 후, 기업도 PE(Private Equity, 중국에서 PE는 주로 일종의 투자를 가리킨다(p.174))도 다음차례로 해결해야 할 것은 완전히 다른 두 기업을 어떻게 1+1>2를 할 것인가다."(p.193)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점점 많은 글로벌 기업은 합병에 의지해서 발전의 길에 있는 장애물을 하나하나 건너며, 세계화 시대의 경제지구 위를 날아다닌다. 그렇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세계화와 국제합병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고, 향기 나는 꽃도 있지만 독초도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희생을 무릅쓰고 용감하게 나아가는 사람들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p.236)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이들을 위한 참고서다. 책의 후기를 보자면, 이 책의 모태가 된 다큐멘터리의 제작은 거의 0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제를 잡고 참고문헌을 훑어보아도 자료를 모으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론과 학술의 뒷받침을 위해 중국내외의 석학들이나 관련 직종의 인사들을 접촉, 좌담회를 가진 뒤 이를 기록하며 조금씩 "프로그램의 기초와 프레임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국제 인수합병과 관련한 각종 사례와 심층분석이 풍부히 담겨져 있어 재미있었다. 허나 주로 미국이나 서유럽국가 일부, 일본과 중국의 사례였던 점, 그 중에서도 미국과 중국에 대해서 공략일기처럼 세세하게 파고든다는 점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편, 위에서 언급한 후기의 내용과도 관련이 있는 바이지만, 제로에서 시작하다시피 한데다 사례들을 기초로 뼈대를 세웠기 때문인지 책 전반에 걸쳐 체계상의 흐름이 명쾌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사례가 더욱 늘어나고, 관련 연구가 여러방면에서 진행되어 쌓이면서, 참고자료가 더 많아질 가까운 미래에 개정판으로 보완할 수 있으리라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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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됨을 가르쳐라 - 아이를 세상의 중심으로 키우는 인문고전 육아법 23
오히라 미쓰요 지음, 전선영 옮김 / 카시오페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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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로 국내 독서가들 사이에서도 잘 알려진 오히라 미쓰요씨. 그녀의 새 책이 나와 반갑다. 하지만 그녀가 들려주는 그녀 자신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굴곡진 험난한 인생을 노력과 의지로 극복한 그녀였다. 2006년 변호사 남편을 만나 결혼함으로써 이제 탄탄대로 -그러나 계속 사회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인생을 살아가려는가 했다. 안정된 삶, 이제야 행복한 가정을 꾸릴 것인가 했다. 

 그녀가 낳은 딸 하루카는 다운증후군과 심장이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다시 그녀에게 시련이 찾아들었다. 미쓰요씨는 절망하지 않았다. 역시 그녀답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며 극복해나가려 한다. 물론 이런 말은 그녀에게 실례다. 그녀는 그녀의 소중한 딸을 두고 시련이니 극복이니 하는 말 자체를 싫어하리라. 하지만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엄연히 그런 단어로 말할 수 있는 냉정한 현실이다.

 

 폐쇄적인 사회, 집단주의가 득세하는 일본에서 그녀와 그녀의 딸을 바라보는 동정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미쓰요씨는 꿋꿋하고 현명하게 처신한다. 그녀에게는 여러 의미에서 특별한 그녀의 아이를 위해 그녀만의 육아일기를 써내려간다. 이 육아일기에는 고전의 지혜와 그녀 자신의 경험과 지혜가 버무러져있다.

 근데 이 고전이 흥미롭다. 배움에 멈춤이 없는 그녀가 아이를 키우며 집어든 책치고는 이상하다. 갑자기 《논어》라니.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를 가지고 읽었고, 지금도 곁에 두고 있는 책이다. 하지만, 그녀가 육아와 함께 펼쳐들기에는 어딘가 부조화스럽다. 여성인 그녀가, 과거 동아시아권을 철저한 봉건적 남성중심사회로 만든 그 기반이 된 유교경전을 꺼내든 이유가 뭘까. 더구나 여아에게 논어라니.

 이에 대해 그녀는, 논어의 시대적 한계를 수긍하면서도 그로 인한 것들은 -인용이나 해석에서- 배제한다.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진리'"와 "나라와 민족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본질에 가까운 것" 위주로 언급하고, 이를 본인 나름대로 소화를 시켜 메시지를 내놓는다. - 프롤로그에서 논어와 관련한, 저자 나름의 추억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적인 인연도 《논어》를 육아의 참고서로 이야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책을 펼쳐보면 이렇다.

 먼저 논어의 주요구절을 앞머리에 둔다. 다음으로 이에 대한 학술적 해석에 대해 짧게 언급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그녀의 생각을 상세히 펼쳐놓는다. "자녀 교육에 대입"해서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인생과 사회와 관련하여 말해보기도 한다. 여기에 그녀의 개인적 직·간접경험, 그리고 여러가지 생각을 녹여내었다. 주제는 학습, 대인 관계, 삶에 대한 태도이며, 이를 육아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다.

 

 차분하고 자상한 말투지만, 강건함이 묻어나오는 글도 적지 않다. 논쟁을 피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변호사라는 그녀의 직분을 떠올리게 한다 - 그러나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는 것을 잊지 않는다(p.43~44). 또 이런저런 사회문제 및 사건사고에 관하여 많이 알기에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처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법조인으로서의 특성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육아에 관한 그녀의 생각에 많이 공감되었다. 단단하게 다져진 그녀의 생각에서 거칠고 험한 인생을 살아오며 인간승리를 이뤄낸 그녀의 내공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밖에도 그녀의 여러가지 생각이 흥미로웠다. 친구에게서 들은 중국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 어린시절 놀러간 옆집 한국 친구에 관한 이야기, 오사카 부시장 시절 만난 한국분의 덕담 등을 기록해 둔 대목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문화를 수용하고 흡수하여 다채롭고 유연한 시각을 유지하는구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와 관련하여, 또 로스쿨과 사법시험에 관한 그녀의 생각(p.53), 자민당 국회의원에 관한 우회적 비판(?) 등도 인상깊게 남은 대목이다.

 이런 내 인상은, 이 책이 중심적으로 인용하며 육아와 관련하여 고찰해보는 《논어》에 대한 내용을 배제한 뒤, 남은 부분에 관해서에 한한 것이니,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는 부디 이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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