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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대가 - 분열된 사회는 왜 위험한가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평점 :
최근 경제를 이야기하는 서적들 가운데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그것이다. 이는 서유럽과 달리, 매카시즘 이후 극도의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달리는 미국에서 일어났다는 점과, 글로벌 경제로 묶인 지구촌 곳곳에 미친 파급효과가 컸다는 점, 첨단기술 속에서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 금융자본주의의 문제점과 한계를 노출시켰다는 점, 전세계적으로 중산층의 붕괴를 가속화시켰다는 점 등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의 뒷면을 보며, 상아탑과 경제 기구를 오가며 쌓은 이론과 혜안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어 문제의 원인을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해보고 있다.
책은 먼저 오늘날 선진산업사회의 불평등 현상을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양극화가 심해져 하위 계층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그간 기대왔던 사회 안전망이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불안 속에 놓인채 생활 수준이 하락하게 되었음을 말이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하위층이 늘어나면서 빈곤은 가속화되고 있는데 그들 계층에서 기회(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소수의 경제적 상위 계층은 경제사회가 창출한 부의 막대한 지분을 가져가고 있다.
이는 미국을 떠나 전세계적 현상이라 할 만하다.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책은 3가지를 이야기한다.
첫째, 시장은 경제학자들이 꿈꾸는 것처럼 효율과 안정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들은 지속 가능한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오늘날 미국에서 진행되는 정치 과정 가운데 사회의 나머지 성원을 희생시켜 부자들에게 이득을 몰아주는 여러 가지 행위들에 <지대 추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p.130) |
둘째, 이러한 시장을 견제할 정치 시스템과 국제 기구가 시장 실패와 결함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심판자, 규칙 제정자로서 무능한 아니 위 기득권과 결탁해 부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째, 정치와 경제 구조는 그 토대부터가 공정성을 심히 결여하기에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지배 구조와 관련한 경제법이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구축되어 가고 있고,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 내의 제집단 간 차별에 관한 의식이 경제적 차별로 이어지고 있으며, 기회의 공정성이 갈수록 무너지고 있으며, 점점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수준이 낮아지고 조세 회피수단이 증가하면서 소수가 대를 이어 배를 불리는 체제로 이행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경제가 긴밀하게 엮여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교역의 세계화(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와 자본 시장의 세계화(금융 시장의 국제적인 통합)는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불평등의 심화에 기여해 왔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불평등이 문제인가.
불평등이 심각해질수록 -공공 투자의 축소, 사회 구성원의 잠재력 발휘에 있어 기회의 차단, 경제 왜곡, 소비의 감소 등으로 인해-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시장의 불안정을 낳고, 불안정은 불평등을 강화"시킨다. 즉,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동시에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어 악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정치와 정책에 대한 불안정과 불신으로 이어져 민주적 정치 공동체의 이념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위기를 가져온다.
과연 대안과 희망은 있는가?
충실한 정치 및 경제 개혁 어젠다의 시행과 중하위 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하여 경제 성장 속에서 계층간 형평성을 개선하고 이러한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문제 해결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인 제10장에서 밝히고 있다.
책장을 넘기며, 또 책을 덮고나서.
지구온난화에 따라 빙하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처럼, 중산층이 줄어들고 하위계층이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나아지는 기미는 없고 더 악화만 되고 있다. 극소수 경제적 최상위층이 공동체 전체가 생산한 부의 상당부분을 가져가고, 대다수인 중위층과 하위층이 적게 가져가는 기이한 모습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퇴행같이 느껴진다.
이렇듯 희망과 기회가 점차 사라지는, 아니 제도와 구조에 의해 박탈되고 있는 현상이 무섭기만 하다. 시장경제의 한계에 봉착한 것인가, 아니면 다른 경제체제로 이행되고 있는 과도기에 있는 것인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는, 양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다.
특히 우리사회는 서구식 자본주의보다 더 천박하리만치 포악하고 이기적인 경제주체가 있지 않은가. 기업 가운데 60~80년대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으로 만들어진 공룡, 대기업이. 갑을 문화의 첨예한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몹쓸 깡패들이. 자기네들의 특권과 특혜를 내려놓지 않으려고 국가의 경제정책에 입김을 불어넣음으로써 만드는 사회문제, 즉 임시직을 지속적으로 늘려 고용불안을 유발하고, 부의 세습을 위해 공정거래법등 경제법을 뜯어고쳐 자회사를 용이하게 설립하여 일감을 몰아주는 한편, 분야를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골목상권을 잠식해나가고, 수급 및 재수급 업체의 미래성장의 싹마저 틔울 수 없게 더 이상 쥐어짤 수 없을만큼 쥐어짜는 등등의 문제를 야기하여 경제와 산업의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견제 및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더할 나위 없는 파괴성을 보여주는, 브랜드 넥타이를 맨 약탈자들이 마구 날뛰며 사회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지 않은가.
우리 대중들이 다시 깨어나야할 때에 이르게 된 지금, 우리에게 쥐어진 이 한 권의 책이 더 없이 소중하기만 하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문화충전 200%(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