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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월급쟁이
존 아쿠프 지음, 김은화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메시지는 분명하고, 단순하다.
즉, "월급쟁이로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려거든 최대한 보수적이고도 안정적으로 선택에 임하라. 당신이 프리랜서를 선언하려고 하든, 이직이나 창업을 하든, 지금 있는 일을 발판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가능한 지금의 직장에서 최대한 잘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충분히 기회를 준비하고 엿보는 게 좋다."
그리고 이것 외의 내용은 흔한 성공학 · 직장처세술과 같은 자기계발서의 그것을 적당히 버무리거나, 저자 특유의 재치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것, 그리고 저자 개인의 경험담의 되씹기가 대부분이다. 당신은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쩌면 당신이 처음 들었을 지도 모를 '데이브 램지'란 인물이나 '크리스천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란 블로그, '오토트레이더닷컴' 따위를 계속해서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어떠한 이유로든 지금의 일을 그만두게 될 경우에 예상되는 곤란함과 어려움, 궁핍 따위를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들려준다. 일자리가 있었을 때는 여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여러가지 기회를, 일자리가 없게 되면 절박함으로 인해 상당히 자기에게 불리한 조건의 썩은 동아줄을 잡게 될 수 밖에 없음도 하나의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나의 꿈을 위해 지금 있는 직장을 뛰쳐나오는 것은 한편으론 장기적으로 최선의 선택이며, 덜 후회하게 되는 인생의 첫걸음으로 보이지만, -완벽까진 아니라도 어느정도- 철저한 계획과 충분한 숙고와 준비 없이는 무모한 행동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꿈을 위해서 앞으로 전진하는 걸음은 대박과 환상이 가득한 것이 아니라 지겹고 고통스럽게 천천히 진전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혼자 묵묵히 걸어나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 길을 걷는 사람에게 몰아칠 온갖 폭풍우와 야수들 -자신의 꿈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될 여러 장애와 가혹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과하지 않고서 새로운,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이르기는 매우 어렵다. - 저자는 이를 두고 조언한다. "네브래스카에서 편안해져라"고.
환상과 운, 외부로부터 온 신비자들과 기적에 의해 꿈을 성취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보다, 진창 속에서 발을 담근채 살아가며 도약의 순간을 통해 꿈을 이루는 다윗 이야기를 더 마음에 들어하는 저자를 보며 허상에 가득한 꿈을 냉철히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꿈이 확고하다면, 구체적으로는 7, 8장에 나온 저자의 조언을 음미하며 이를 바탕으로 자기 자신의 꿈과 계획, 선택을 찬찬히 검토하면 좋을 것이다.
그 일에 진입하기를 그토록 꿈꿔오거나 매달렸으나 정작 일을 하게 된 뒤로 만족을 하지 못하고 나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기업, 공사나 공단, 금융계, 관직, 의사나 변호사 · 회계사같은 전문직업군에서 그런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매일 같이 일에 치여 지쳐가면서 '이 길이 내 길이 맞는건가'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걸으라면 과연'... 이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그런 이들에게, 소질과 적성에 맞게 자신의 일을 선택하는 게 기쁨이라는 멍텅구리 조언은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 그렇다고 계속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아무런 행복감이나 성취감을 맛보지 못하며, 주어진 보물을 활용하지 못하는 그 일, 그 직장에 뼈를 묻으라고 말하는 것은 -더구나 나이가 적지 않거나, 가정이 있는 경우, 지금 그 사람이 몸담고 있는 일이나 직장이 남들이 보기에 몹시 좋은 경우에 더한데- 사려깊지 못하고 매우 무신경한 행위라 하겠다.
'일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어요'라고 하며 단순히 노동의 전선에서 빠져나가려는 심산이라면 '이제껏 너무 쉽게 세상을 살아오셨다'라며 좀 더 일에 적응하는 게 좋다고 말씀드려야겠다. 지금 있는 곳에서 온갖 노력을 다해 '시간을 백만 조각으로 쪼개어 써'가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저자가 말하는 대로- 아무리 간절하게 바라던 꿈이라 하더라도 방향을 틀어 다른 일을 했을 때 생각하고 상상한 것과 같은 결과만큼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제껏 투입한 시간과 노력의 긍정적 피드백(활용)을 얻지 못한 채, 공회전 후 한껏 탈진한 채 이리저리 방황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실적 어려움과 적지 않은 고통과 불만족, 그럼에도 놓지 못할 비전과 꿈이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하기에 앞서서 이 책을 들고서 읽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문화충전 200%(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작성될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