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번은 고수를 만나라 - 경지에 오른 사람들, 그들이 사는 법
한근태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 나는 고백한다.

 나는 철저히 하수다.

 적어도 이 책을 읽고나서 현재 내린 평가다.

 나같은 하수들은 이 책을 한번쯤 읽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고수들의 행동법칙을 엿보면서, 자신이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될테니까.

 비록, p.81에 나온 일본출신 야구선수 이치로씨의 말을 -"나와 타인을 비교하면 일류가 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고 함- 문자 그대로 해석해 유아독존식 사고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일 지라도.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하수인 점은 아래와 같다.

 

 시작을 망설이고, 모든 걸 내던지지 못했다.

 자기관리가 부족했고, 늘 만나는 사람만 협소한 인간관계 속에서 살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건 많지만, 이야기할 때는 나 자신을 숨겨야 하기에 사람을 만나면 주제도 거기서 거기였다. -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이다. 그런데, 한번 이야기한뒤에 마음 속에서 잘못된 점을 인식하면서도 겉으로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렸을 때에는 좀 불편하고 신경이 쓰인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계에 도전하길 두려워하면 쉽게 포기하며 안주했다.

 판을 뒤엎는 시도는 소심해서 하지 못했다. 내게 전혀 뭔가 콩고물이라도 떨어지지 않을 때에는 소위 '깽판'을 치는 때도 가끔 있었지만 - 그러나 시도는 실패했다. 당연하지.

 한번은 모임에서 '너는 사라져주는 게 도움이 된다' '너만 없다면 다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었다.

 경력관리는 먼나라의 일이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며, 약점을 보완하는 데 신경쓰다 지친다.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경험이 부족한 편이고, 편안한 환경에 쉽게 안주하고 있다.

 마감시간에 쫓기는 편이고 허둥지둥댄다. 또 약속시간에서 10~20분 늦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먼저 하고, 할 일은 나중에 한다 - 정해놓는 것은 반대인데, 행동하는 건 그렇다.

 하루 종일 산만하다. 정신세계가 혼란스럽다.

 생활이 불규칙하고, 변수가 많다.

 디테일에 신경은 쓰지만, 갈수록 귀찮고 피곤해서 내가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두는 쪽으로 가고 있다.

 복잡하게 살고 있다.

 "촌음을 아껴쓰자"고 하면서도 심할 정도로 시간을 과소비한다. 그것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볼 때 불필요한 곳에다.

 쉬이 지치기에 좀 느린걸 좋아하는 편이다. - 그럼에도 남들에게는 빠른 행동과 조치를 요구하거나 기대한다.

 연애를 할 때에도 연락이 뜸해 연애상대를 힘들게 한 아프고 후회스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일에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해간다.

 주제 파악을 못하고 분수를 모르는 편이다.

 화를 내면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분노에 대해서는 자제력을 종종 상실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오래간다. 하지만 반드시 후회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다. 또 화를 낸뒤에는 마음에 못내 걸리고, 크게 뉘우친다. 그렇기에 나는 이러한 성향이 나의 미성숙함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징표임을 철저히 깨닫고 있다.

 긍정적이려고 노력하면서도 그렇게 잘 안되는 편이다. 물론 긍정적인 관점들을 언제 어느때고 잃는 경우가 없다. 부정적인 관점들이 더 클 뿐이다. 

 특정 기간의 단체생활과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욕을 습득한 이후, 최근엔 언어습관이 좋지 않은 편이다. 

 절제를 잘 하지 못한다. - 근데 또 어느 순간 잘 질리는 편이다. 질려도 계속 하는 게 문제지만...

 

 지금이라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에 늦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겠다(하지만 사실 늦었다!)

 그렇다. 이 책을 통해 여러가지 나의 부족한 자질을 인지할 수 있었고, 이를 어떻게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 지도 알았다. 고수들의 경우는 어떤지 알게 되었으니까.

 책을 읽어나가며 쭈욱 자극을 받는 동안 전두엽이 활성화된 기분이다.

 

 개인적으로, 4장과 5장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1~3장은 내가 평소에 무심히 지나치고 있으나 무의식에서는 계속, 의식상에서는 종종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이었기에, 읽는 동안 '자극'이라는 두 음절의 단어로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특히 p.122 이하의 「스마트한 일처리」, p.128이하의 「자기만의 콘텐츠」, p.156 이하의 「자유롭다」는 두고두고 음미할 내용이라고 하겠다.

 

 고수로 살기는 무척 힘들기도 하다. 그럼에 고수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고수도 다음 고수에 의해 또 언젠간 몰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고수'가 되길 부정하려 한다해도,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나도 내가 이런 부분은 싫다'는 점은 있을 것이다. 그 점을 고수와 대비하여 생각하고 바꾸어본다면 어떨까. 그 정도만 해도 이 책에서 얻어가는 것이 적지 않을 거라고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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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퍼펙트 베이비 - 완벽한 아이를 위한 결정적 조건
EBS <퍼펙트 베이비> 제작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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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궁 속에서부터 시작된다 : 태아 프로그래밍 

 

 사람의 건강, 성격, 능력은 대개 유전자와 환경의 복합적 산물이라는 것이 예전 학계와 지금까지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다. 다른 중요한 요인을 그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엄마의 자궁 속에서 어떤 태아기를 보냈는가가 그것이다.

 이는 종래에 태교로 다루어지던 영역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했으나, 오늘날 '후성유전학'에 의해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됨으로써 이제 과학이론의 반열에 우뚝 올라서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체의 자궁에서 DNA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DNA는 4가지 기호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를 가지고 저장한다. 그 중 시토신에 메틸기라는 분자(CH₃)가 붙어있을 경우 -쉽게 말해- 그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 DNA의 염기서열은 바꾸지 않지만,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함에 따라 유전의 성격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모체의 자궁속 환경이, 바로 위에서 말한 메틸기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DNA 메틸화'(또는 메틸레이션 methylation)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따라 아이의 여러가지 유전적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 - 바로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후성유전학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결과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 임신부가 영양 부족을 경험하거나 비만으로 이어지는 식생활을 이어갈 경우, 그 아이가 자라면서 비만이나 당뇨,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

 ☞ 임신 중 미세먼지나 대기 오염에 노출된 횟수가 많을수록, 그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천식 발병률이 증가한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후성유전학의 '태아 프로그래밍' 이론에 바탕에 두고 설명을 전개해나간다.

 

 1장에서는 위 이론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2장에서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임신부의 식생활을, 위 이론에 바탕을 두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임신 중 권장 체중 증가량, 식단 구성, 조심해야 할 식품 등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임신 중 받는 스트레스와 유아의 지적능력의 상관관계, 태아와 엄마가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 태아일 때부터 청각적 지각을 받아들이며 이를 통한 학습의 준비상태에 있다는 것, 임신한 여성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아기의 스트레스 조절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등을 차례로 설명한 뒤, 임신기간 동안 스트레스와 불안 조절에 대해 알아본다.

 

 

 

 아이의 행복을 위한 방향으로의 육아 포커스 : 감정조절 능력, 공감 능력, 내적 동기  


 아이는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모두가 인생을 통틀어 그 능력을 모두 발현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책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발달기에 갖추게 되는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어떻게 또 얼마만큼 갖추느냐가 아이의 삶을 결정짓는다'고.

 책은 위 세가지 요소를 간단히 설명한다. 

 "부모가 마음속에 그리는 완벽한 아이의 모습"은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가는 아이"라고 하면서. 

 

 이 책의 제2부에서는, 위 세 가지 요소를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4장에서는 감정조절 능력을 설명한다.

 감정조절 능력은 감정의 회복탄력성(실패를 곱씹어볼 수 있는 마음의 근육량에 비유, 이 성질이 모험심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능력이 뛰어나다), 욕구 지연능력, 배려를 위한 감정억제와 연관되어 있다. 후의 3가지 성향은 모두 사회내에서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랄 수 있다. 

 ①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 ② 양육과정에서 아기의 감정표현에 대한 부모의 반응에 따라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이 달라진다. 책은 이를 자세히 풀어 설명함과 아울러 어떻게 부모가 대응하면 좋을 지 코칭한다.

 

 5장에서는 공감 능력에 대해 알아본다.

 공감 능력은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마음 읽기'에서 출발한다. 

 공감능력은 "탈산업 지식 사회"이자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의 경제 체제"인 현대 사회에서 원활한 사회생활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책은 감정교육, 모방, 놀이를 통해 아이가 정서와 공감능력, 사회성을 발달시켜나감을 차근차근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에는 가정내 부모의 양육 태도, 평소 부모의 행동(말이 아니라)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6장에서는 아이의 내적 동기와 관련한 것들을 들여다본다.

 ① 아이의 언어 습득에 있어서 부모와 맺는 상호작용뿐 아니라, 부모의 질높은 관심과 응원이 중요하다는 것, ② 능력보다 노력을 중요시하는 아이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것, ③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은 동기를 높이기 위한 최선책"이라는 것, ④ 구체적이고 진정성있는 칭찬이 아니면 칭찬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⑤ 처음에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적절한 목표를 세워 작은 성취감을 천천히 쌓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낫다는 것, ⑥ 창의력을 키워주는 방향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책은 이 모든 것에 부모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력자로서 임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즉, "아기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더불어 넘치지 않는 보살핌과 부족하지 않는 애정의 '균형 감각'"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제2부는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가 아이를 진정한 '퍼펙트 베이비' - 구체적으로 상술하면,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할 줄 알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잘 조절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아이" - 로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면에서, 어른에게 있어서도 본인의 장점을 찾고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재교육에 있어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책에서 인용한 영국 심리학자 찰스 퍼니휴(Charles Fernyhough)의 말을 빌려본다.

 

 " 어린 아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해보면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관점을 바꿔보면, 기본적으로 갖춰진 자신의 무한한 능력의 토양을,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유아기때 제대로 다져내지 못한 어른이 다시 돌아 보며 다져내는 데에도 상당히 유용한 지식이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야, 나는 너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란다." : 제대로 부모 역할하기의 어려움  


 위는 책 내용을 요약 기술한 것이고, 이젠 책을 읽어나가며 내가 생각하고 느낀 점 일부를 서술하겠다. 

 

 우선, 저자가 말하는 "부모가 바라는 아이"? 그 말의 함의가 내겐 불편하다.

 부모가 자연과 세상, 사람,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 것이며, "하나의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아이의 내적세계를 다 파악하고 있을까? 그럼에도 '아이가 외적 세계에서 향후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란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욕망이나 이루지 못한 꿈 따위의 찌꺼기를 깨끗한 공간을 가진 아이에게 무작정 쏟아붓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내심 한편에서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부모가 바라는 아이"라는 말에 담긴 부모의 욕망을 아래와 같이 선해하면 받아들이기에 꺼림이 없을 수 있겠다.

 "아이가 자신이 진정 원하고 꿈꾸는 바를 스스로 찾아낸다. 그걸 위해 정진하면서도 때론 쉬어가되 꾸준히 노력을 이어간다. 그러다 마침내 하나씩 착실히 자신이 꿈꾸는 바를 성취한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무척 흐뭇할 것이다. 바로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우고 싶다. 아니, 키운다기보다 도움을 주고 싶다."

 말을 길게 늘어놓아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이거다.

 "아이 스스로 바라는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부모의 기대"가 아닐까 한다는 것.

 - 참고로, 이 책에서 말하는 '부모가 바라는 아이' 위에서 말한대로 기질적 의미다. :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가는 아이". 이는 아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질의 습득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맥락상 '부모의 욕심'보다 '부모의 조력'의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하고보니, 내가 생각해봐도 부모되긴 참 "어렵고 힘들다."

 내가 낳은 내 아이를 기르는 데도 뭘 그리 많은 걸 요구하는 건지...

 아이의 태아기에서부터 유아기때만 한정해서 살펴봐도, 부모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예컨대 이렇게 자질구레한 것과 결합된 무시무시한 것들이다. 태교때부터 이리저리 신경써야지, 밤낮없이 깨어나 울면 어르고 달래서 재워야지, 하루에도 몇번씩 먹이고 또 똥기저귀를 갈아줘야지, 조금만 커도 자주 떼쓰고 고집부리며 큰 소리로 우는 아이를 상대해야지... 

 그런데 거기다 뭐? 감정조절 능력, 공감능력, 내적 동기 향상에 사소하지만 많은 배려와 지원을 해야지... 

 왜 이리 사람을 힘들게 만드나. 그냥 애 하나 키우는 건데...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하나의 소우주"라는 비유를 놓고보면, 그 커다란 소우주가 형성되는데 어떤 정성이 들어가야 할까?

 - 그러고보면, 우리네 부모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다.

 

 

 

 이 책의 효용은? : 꼭 읽어야 할까?  


 사실, 지금 부모가 된 또는 부모가 될 자신을 돌아보면 아이를 키움에 있어 어떻게 해야할 지 대략적인 답은 나온다.

 자식이지만, 자라고 나니 엄연히 부모와 별개의 독립적 인격체이고, 별개의 정신세계를 구축 및 운용해나가며 다른 세계(들)과 교류해나가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거나 무심하게 방치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자기 나름으로 완벽하게 구축 및 운용해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부모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부모의 도움으로 결정적인 기반이 마련되는만큼.

 

 그런데 이런 추상적인 생각만 가지고 아이에게 무얼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태교를 위해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좀 많이 들려줄까? 아이를 위해, 아기를 가진 엄마는 꾸역꾸역 잘 챙겨먹어야 할까? 애가 크면 버릇없이 굴어도 다 받아줄까? 인자한 부모인척 하면 좀 될까? ... 안개속에서 헤매는 것 같을 것이다.

 

 이 책은, 태아일때부터 유아기때까지 부모가 어떻게 하면 그 역할을 현명하게 또 충분히 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 납득가능한 선에서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럼에 있어 이 책은 태아 및 영유아기의 아이를 둔 부모가 또 부모가 될 사람이 읽기에 딱이라고 본다.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태교와 육아에 관심이 많다면, 시중에 수많은 책 중 먼저 집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북폴리오/와이즈베리'의 서평단 모집 이벤트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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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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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고 얇은 시집이랄까.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인생을, 슬프게 추억하는 아흔이 가까운 나이의(1925년생) 저자.

 그 뒤에 서서 그 나이대를 향해 빈틈없는 시간 위에서 흘러가는 우리가 있다.

  


 반갑게 인사하는 말도 서운하게 들리고,

 종종 볼 수 있는 장사아치의 앞뒤다른 태도나 의사의 차가운 태도도 노인이라 우습게 보는 것처럼 느껴지고,

 길을 걸어가다 보이는 또래나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서 서러움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 때.

 노년기다.

 

 윗세대와 동년배들을 거의 다 떠내보내고

 허허로운 빈자리에서 하루종일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이란...

 내 집이나 텃밭에서 가꾸는 농작물과 기르는 가축을 통해 허허로운 마음을 채워보지만 사람이 그립다.

 

 외로이 서로를 의지하며 노년기의 긴 시간도 함께 보내는 아내에게 찾아온 가벼운 치매증상을 지켜보며

 아내와 본인의 삶의 종막을 슬프게 고뇌하는 모습이란...

 노래가사처럼 "함께 죽는 날"이란 것은 극단적인 자기 포기외에는 있기 힘든 일이기에,

 혹여라도 내가 먼저 떠난다면 제대로 돌보아줄 지 의문인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서

 미리 유서에 이 내용을 담아두기도 해야 한다.

 그럴 때면, 신문 부고란에 실리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누군가가 바로 수습해줄 수 있는 것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명예? 돈? 바람에 거리를 뒹구는 가을 낙엽같다.

 쾌락? 힘? 어제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다 사라진 구름같다.

 

 만나는 사람에게서,

 할부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하며 사회적 인간 취급을 해주지 않는 사회로부터

 나의 존엄을 지키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

 밖에 나가면 무얼하든 마음을 동여맬 수 밖에 없는 것의 서러움을 누가 알려나.

 

 그간 메모해둔 글 중 일부를 조심스레 펼쳐 드러내놓았건만,

 먹먹함과 슬픔은 왜 이리 크게 느껴지는 지.

 

 그냥 앞서 나간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미리 들은 것으로 귓등으로 흘려도 될 지 모른다.

 하지만, 20대 후반 이후부터 다들 느끼겠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금방 가버린다.

 노년이 오는 것은 금방이다.

 

 단순한 산수만 해보자면,

 서른번 정도 뜨겁게 달구어졌다 얼어붙으면,

 또 그만큼 풀어지며 초록의 기운과 낙엽을 만나면,

 어느새 60 가까이... 사회에서는 정식으로 은퇴의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지만, 뚜렷하게 뭔가 풀리는 것 없어 미칠 듯 하다.

 몇년 전부터 나 역시 종착역을 미리 생각해두고 있기에, 저자의 글이 예사롭게 인식하며 넘어갈 수만 없었다.

 하물며 나도 이런 심정인데, 책을 읽고 가슴 절절히 공감하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외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연의 모든 생명이 피고지는 냉엄한 법칙 속에 덧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에 위안받는
 노년을 생각하면서
 걷다가 종종 쉬어가듯
 읽다가 종종 책을 덮고야 말았다.
 
 젊은 사람들은 팔팔하게 잘 걷는 그 길을
 조금만 걷다 숨이 차서 쉬어가는 어르신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무얼까.
 이 책을 읽다가 덮으며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보다 더 깊고 슬픈 것들일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리다.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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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
권영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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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과 경험을 자기 나름대로 정리해본 철학자의 육아일기이자 에세이랄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 개인이 외적 세계의 가까이에서 늘상 조응해야 하는 커다란 존재 -때론 의문스럽고 때론 너무 까다로운 신비로운 대상- 와 함께 살아가면서, 나름의 조화와 합리적인 생존을 궁리하다 얻게된 사유의 부산물을 모아놓은 분투기랄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전투에도 비유할 수 있다. 아이는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전두엽이 성장하지 않은 터에 세상과 맞부딪히며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생존에 기한 격한 감정을 조그만 뇌와 몸 자체로만 즉각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기록하여 되짚어 본다던가 나중에 따로 곰곰이 정리한다던가 누군가에게 재주껏 언어도구를 이용해서 시원하게 이야기 할 능력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조리있게 전달할 수도 없다. 자신의 내적 세계와 외부 세계를 이을 도구가 너무 부족하기에 양육자의 입장에서 힘빠지게 만들거나 당황스러움, 분노를 일으키는 행동을 한다. 계속해서 말을 듣지 않거나, 상황을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떼를 쓰거나, 과격한 행동 내지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그렇다. 가끔 일상의 상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책에서는 예컨대, 틱장애를 들 수 있다).

 저자도 아이라는 존재에 대응하는 자신의 무력함을 때때로 느끼고 마는 경우가 있음을 책에서도 종종 고백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성인이라하더라도 어떠한 것의 기초도 전혀 없는 사람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말을 여러번 해줘도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전무한 아이를, 그리고 성장에 따라 능력이 발달해가는 아이를 전방위적으로 가르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일까. 그래서 책에서 인디언 속담에서 나왔다는 인용문구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나 혼자는 역부족이기에 가족, 학교, 사회 등 많은 이들이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라 봄이 더 타당하다.

 

그 뿐인가. 양육은 여러 사람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많은 역량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나 부모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저자는 전공을 살려, 철학이라는 도구 역시 활용해나가며 아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납득되지 않는 것은 철학에 뿌리를 둔 채 다른 학문이나 사상, 생각으로 가지를 뻗어나가 아이와 아이가 만나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일반적인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구가 이럴 때 참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치와 지성만으로는 키워낼 수 없는 게 인간이 아니던가. 인간이 기계에 가까워진 것이 아닌 다음에야.

 

 그러다보니, 책은 육아법이라기보다, 육아일기에 가까워진다. 또 육아일기라기보다 저자의 철학 에세이에 가깝게 보인다. 주관적이고 구체적인 경험에서 일반적인 지식을 참고하거나 대입해 살펴보고, 본인 나름의 해법이나 결론을 궁리해보는 면에서 말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이 복합적 발생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 걱정이 크게 드는 게 좀 마음에 걸린다. 가끔씩 책에서도 저자는 아이를 키우다 지친 면을 보여준다. 젊은 나이에 아이를 둔 경우(저자의 어머니와 장모는 아직 60대도 안되었다고. 책에서 저자와 그의 파트너가 비교적 젊은 부부라고 말한다)도 이러할 진대, 나이들면 얼마나 더 힘들까.

 카페를 돌다가 이런 글을 본 게 떠올라서 더 그럴 것이다.

 "아이가 어릴적엔 아이와 놀아주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좀 더 크면 낫겠거니 했지만 웬걸, 애가 클수록 같이 놀아 줄 때 더 힘이 빠지네요."

 아이는 더욱 에너지가 넘치는 데 비해, 아버지는 더 나이가 드니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물론 아이과 같이 놀아주는 것도 일정 연령때까지의 일이겠지만.

 가끔씩 육아에 대하여 교육학이니, 수기니, 다큐멘터리니, 또 커뮤니티의 이런저런 글이니 접하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굴리며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건 어디까지나 파편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총력전에 비유할 수 있기에 나름 완벽한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부족하고 힘들고 짜증나며 감정의 통제가 어려운 때를 종종 경험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나 역시 철부지 떼쟁이에 무능력자로 아무것도 갖추지 않은채 시작하였다.

 부모의 무한책임과 사랑의 품, 그리고 사회의 교육(사회화 포함)과 지적 체계 공유 및 교류 속에서 성장하여 지금에 이르렀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 나뿐 아니라 우리 윗세대, 그 윗세대 모두 그러했다.

 이를 정리해서 쉽게 말하자면 '올챙이 개구리 적 시절 모르는' 채 육아에 대해서 자기중심적으로 보려만 해서는 안되겠다는 것이다.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육아에 대해 등을 돌리거나 피하려는 태도도 그 줄기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육아법에는 정답이 없다. 부모의 정성과 사랑, 애씀, 생각과 걱정, 그리고 아이를 키워내면서 직장과 사회 관계망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 그 과정이, 아이를 키우고 난 뒤 여러 형태로 남을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어떻게 키워야할 지 고심하면서 아이를 키워내는 동안 어느 사이 아이는 성장해 있지 않을까 한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잊혀졌던 나의 다른 면을 복원하고, 어릴적 발육하다 성장을 멈춘채 시들어가는 나의 또 다른 능력을 다시 발견하고 살릴 수 있다는 면에서 아이와 함께 크는 일이 바로 육아가 아닐까 한다.

 

 아이는 스스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그 누구와, 또는 환경과 교류를 통해 만들어가지만 동시에 온전히 독립적인 자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하지만 어른은 아이의 양육에 있어서 자신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온갖 육아법을 고안하고 배워나간다. 하지만 어떻게 한들 아이가 어느 방향으로 자신의 세계를 뻗어나갈 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과거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폭넓고 깊게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에는 아마 그 불확실함이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또 부모가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일부의 연구결과가 뒷받침한다고 해서, 아이의 양육에 있어 자의적이면서도 즉흥적으로 구는 걸 당연시 여기는 태도는 너무 무책임하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세워놓은 규칙을 때로 내가 어기면서 일관성 없게 행동하게 되기도 하고, 감정적이 되기 쉬운데 진정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육아의 여려 면을 함께 생각해보고 고민하는 사이에, 각자 나름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 이 서평은 네이버 카페 <책좋사>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기에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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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유통지도 - 유망 창업과 투자처, 시장의 흐름을 포착하는 나침반 비즈니스 지도 시리즈
한국비즈니스정보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대개의 재화와 용역에 관해 나는 최종소비자의 위치에 있다.

 자급자족 경제가 아닌,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살아가는 내가 가진 것들 거의 모두가 그 누군가의 손을 거친 것이다.

 나는 만화 <슬램덩크>를 몇번이고 다시 본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가져다 주는 이 만화에서, 극중 캐릭터인 정대만(미츠이 히사시)이 산왕전에서 한줌 남은 힘을 다해 득점포를 연이어 터뜨리는 장면에서, 나는 문득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동료들의 등을 밟고 서서 슛에만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다고. 복잡화된 분업을 통해 자신이 할 일만 하면 그만일 뿐, 나머지는 팀(사회)내 다른 사람들이 다 맡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분업을 통해 내 생활을 지탱해주는 이들이 만화와 같이 꼭 믿을만한 동료들은 아니다. 이 동료들은 직접 대면한 적 없는 이들이 태반이며, 그렇기에 그들이 제공하는 것들에 거품이나 농간이 많이 끼는 경우가 많다.

 재화의 경우에는 특히, 생산자와 최종소비자인 나 사이에 가로놓인 유통업자들이 사람을 들었다놓기 일쑤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직간접으로 경험하는 바다. 꼭 이것이 이유는 아닐지라도, 이리저리 우리는 몇번 이상은 유통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의심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출간된 책이다.

 

 책의 전반인 프롤로그는 사실상 이 책에 있어 총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넘어가면 ① 농·축·수산물, ② 가공식품·주류·담배 ③ 가전 제품 및 디지털 기기, 그리고 에너지 ④ 교통 및 운송 ⑤ 의약·건강·화장품·세제 ⑥ 콘텐츠·예술품·엔터테인먼트 ⑦ 패션·명품·잡화에 걸쳐 56가지 아이템(재화나 컨텐츠 위주)을 선별해 그 유통경로를 압축적이고도 직관적인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글 이외에 각종 그래픽 자료, 도표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유통비용이 큰 육류와 축산물, 유통 방식이 불안정한 채소, 무역 자유화의 그늘아래에 놓인 수입과일(그로 인해 책에서도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급성장에 따라 이들의 입김이 드센 가공식품, 대리점과 양판점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재편된 가전, 복잡한 항공권 유통 구조, 후진적인 음악콘텐츠의 시장 구조,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과 관련하여 관심이 가던 미술품 유통, 토요일만 되면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복권의 유통 구조, 동네 가구점에서 살 때마다 찜찜해 결국 몇년 사이 개인용으로는 온라인으로만 구입하게 된 가구 유통, 개인 사업자가 대량으로 발행하는 유가증권으로 시장 규모를 가늠키 어려운 상품권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내용이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이미 알고 있거나, 관련 자료를 많이 봤던 것이었기에 간단히 확인하기만 했다.

 

 그렇다. 이 책에서 주로 지적할 수 있는 한계는 바로 그 내용의 양(그리고 그것이 담보하는 질)에 있다.

 개인적으로, 미흡해 보이는 아이템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가령, 이동통신사 및 그 대리점이 단말기를 유통하는 기이한 형태의 휴대폰 시장(p.122~123)에 대한 서술은, 지나치게 간략한데다 내용이 중립적이지 못하여 불만족스러웠다.

 


 또한, 이때껏 직접 부품을 사다가 조립을 해온 터라, 대기업 완성품 위주의 PC관련 내용은 거의 얻을 것이 없었다.

 내용의 다양성을 위해 삽입한 것으로 추측되는, 장기 및 인체조직의 경우에는 애니 체니의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Body Brockers, 2007)를 읽고나서 이에 흥미를 느껴 이후로 웹에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 및 수집하여 온터라 4페이지 밖에 안되는 내용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보였다.

 유통 구조를 넘어, 관련되는 문제와 쟁점을 소개하는 등 그 모든 것을 다 담아 내려면 책이 매우 두꺼워질 우려가 있을 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

 

 이 책의 강점은 내용보다, 여러가지 화려한 그래픽 데이터와 표 등에 있는 것 같다.

 이는 다소 시의성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료들이긴 하다. 하지만, 때때로 56개 아이템에 대해서 웹상에서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하게 될 일이 있다면, 인용하기에 적절한 것도 보인다. - 물론 일부 태클꾼들이 다른 데이터와 자료를 링크해와 논박할 일도 생길 수 있겠지만.

 사실상 '찾아보기' 기능에 가까운 부록, '대한민국 유통지도 데이터 목록'이 이를 돕고 있다. 어쩌다 책에 실린 아이템의 유통 구조와 관련하여 이를 한눈에 그려보거나, 적절히 발췌해서 인용할 때 상당히 편리할 듯 하다.


 정리하면,  전문적인 내용보다, 주요 산업의 유통구조에 대해 개략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아주 적합한 책이라고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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