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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퍼펙트 베이비 - 완벽한 아이를 위한 결정적 조건
EBS <퍼펙트 베이비> 제작팀 지음 / 와이즈베리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자궁 속에서부터 시작된다 : 태아 프로그래밍
사람의 건강, 성격, 능력은 대개 유전자와 환경의 복합적 산물이라는 것이 예전 학계와 지금까지의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바였다.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니다. 다른 중요한 요인을 그간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엄마의 자궁 속에서 어떤 태아기를 보냈는가가 그것이다.
이는 종래에 태교로 다루어지던 영역이고 비과학적인 것으로 치부되곤 했으나, 오늘날 '후성유전학'에 의해 과학적 연구결과를 통해 뒷받침됨으로써 이제 과학이론의 반열에 우뚝 올라서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모체의 자궁에서 DNA 자체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DNA는 4가지 기호 구아닌(G), 아데닌(A), 티민(T), 시토신(C) 를 가지고 저장한다. 그 중 시토신에 메틸기라는 분자(CH₃)가 붙어있을 경우 -쉽게 말해- 그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 DNA의 염기서열은 바꾸지 않지만,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함에 따라 유전의 성격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모체의 자궁속 환경이, 바로 위에서 말한 메틸기가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DNA 메틸화'(또는 메틸레이션 methylation)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따라 아이의 여러가지 유전적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 - 바로 이를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후성유전학이다.
후성유전학의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결과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 임신부가 영양 부족을 경험하거나 비만으로 이어지는 식생활을 이어갈 경우, 그 아이가 자라면서 비만이나 당뇨,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
☞ 임신 중 미세먼지나 대기 오염에 노출된 횟수가 많을수록, 그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천식 발병률이 증가한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후성유전학의 '태아 프로그래밍' 이론에 바탕에 두고 설명을 전개해나간다.
1장에서는 위 이론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2장에서는 태아에 영향을 미치는 임신부의 식생활을, 위 이론에 바탕을 두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임신 중 권장 체중 증가량, 식단 구성, 조심해야 할 식품 등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임신 중 받는 스트레스와 유아의 지적능력의 상관관계, 태아와 엄마가 감정을 공유한다는 사실, 태아일 때부터 청각적 지각을 받아들이며 이를 통한 학습의 준비상태에 있다는 것, 임신한 여성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아기의 스트레스 조절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 등을 차례로 설명한 뒤, 임신기간 동안 스트레스와 불안 조절에 대해 알아본다.
아이의 행복을 위한 방향으로의 육아 포커스 : 감정조절 능력, 공감 능력, 내적 동기
아이는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모두가 인생을 통틀어 그 능력을 모두 발현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왜 그럴까?
책은 이렇게 말한다. '아이가 발달기에 갖추게 되는 세 가지 기본 요소를 어떻게 또 얼마만큼 갖추느냐가 아이의 삶을 결정짓는다'고.
책은 위 세가지 요소를 간단히 설명한다.
"부모가 마음속에 그리는 완벽한 아이의 모습"은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가는 아이"라고 하면서.
이 책의 제2부에서는, 위 세 가지 요소를 개별적으로 살펴본다.
4장에서는 감정조절 능력을 설명한다.
감정조절 능력은 감정의 회복탄력성(실패를 곱씹어볼 수 있는 마음의 근육량에 비유, 이 성질이 모험심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능력이 뛰어나다), 욕구 지연능력, 배려를 위한 감정억제와 연관되어 있다. 후의 3가지 성향은 모두 사회내에서 성공에 필수적인 요소랄 수 있다.
① 엄마와 아이의 애착관계, ② 양육과정에서 아기의 감정표현에 대한 부모의 반응에 따라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이 달라진다. 책은 이를 자세히 풀어 설명함과 아울러 어떻게 부모가 대응하면 좋을 지 코칭한다.
5장에서는 공감 능력에 대해 알아본다.
공감 능력은 타인의 의도와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마음 읽기'에서 출발한다.
공감능력은 "탈산업 지식 사회"이자 "분산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협업의 경제 체제"인 현대 사회에서 원활한 사회생활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책은 감정교육, 모방, 놀이를 통해 아이가 정서와 공감능력, 사회성을 발달시켜나감을 차근차근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에는 가정내 부모의 양육 태도, 평소 부모의 행동(말이 아니라)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6장에서는 아이의 내적 동기와 관련한 것들을 들여다본다.
① 아이의 언어 습득에 있어서 부모와 맺는 상호작용뿐 아니라, 부모의 질높은 관심과 응원이 중요하다는 것, ② 능력보다 노력을 중요시하는 아이의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것, ③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는 것은 동기를 높이기 위한 최선책"이라는 것, ④ 구체적이고 진정성있는 칭찬이 아니면 칭찬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 ⑤ 처음에 높은 목표를 설정하기보다, 적절한 목표를 세워 작은 성취감을 천천히 쌓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낫다는 것, ⑥ 창의력을 키워주는 방향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책은 이 모든 것에 부모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나서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력자로서 임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즉, "아기의 발달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더불어 넘치지 않는 보살핌과 부족하지 않는 애정의 '균형 감각'"을 가질 것을 요구한다.
제2부는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부모가 아이를 진정한 '퍼펙트 베이비' - 구체적으로 상술하면, "자신의 감정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할 줄 알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잘 조절하며,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아이" - 로 키우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면에서, 어른에게 있어서도 본인의 장점을 찾고 결점을 보완하기 위한 재교육에 있어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책에서 인용한 영국 심리학자 찰스 퍼니휴(Charles Fernyhough)의 말을 빌려본다.
" 어린 아이를 가까이에서 관찰해보면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관점을 바꿔보면, 기본적으로 갖춰진 자신의 무한한 능력의 토양을, 인생에 있어 결정적인 유아기때 제대로 다져내지 못한 어른이 다시 돌아 보며 다져내는 데에도 상당히 유용한 지식이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야, 나는 너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란다." : 제대로 부모 역할하기의 어려움
위는 책 내용을 요약 기술한 것이고, 이젠 책을 읽어나가며 내가 생각하고 느낀 점 일부를 서술하겠다.
우선, 저자가 말하는 "부모가 바라는 아이"? 그 말의 함의가 내겐 불편하다.
부모가 자연과 세상, 사람, 그리고 미래에 대해 얼마나 알 수 있을 것이며, "하나의 소우주"라 할 수 있는 아이의 내적세계를 다 파악하고 있을까? 그럼에도 '아이가 외적 세계에서 향후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란다는 것은 어쩌면 개인의 욕망이나 이루지 못한 꿈 따위의 찌꺼기를 깨끗한 공간을 가진 아이에게 무작정 쏟아붓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내심 한편에서 고개를 들기 때문이다.
"부모가 바라는 아이"라는 말에 담긴 부모의 욕망을 아래와 같이 선해하면 받아들이기에 꺼림이 없을 수 있겠다.
"아이가 자신이 진정 원하고 꿈꾸는 바를 스스로 찾아낸다. 그걸 위해 정진하면서도 때론 쉬어가되 꾸준히 노력을 이어간다. 그러다 마침내 하나씩 착실히 자신이 꿈꾸는 바를 성취한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무척 흐뭇할 것이다. 바로 이렇게 될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우고 싶다. 아니, 키운다기보다 도움을 주고 싶다."
말을 길게 늘어놓아 불편하게 들리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이거다.
"아이 스스로 바라는 삶을 잘 살아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불편하지 않은 부모의 기대"가 아닐까 한다는 것.
- 참고로, 이 책에서 말하는 '부모가 바라는 아이' 위에서 말한대로 기질적 의미다. : "풍부한 감성을 바탕으로,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가는 아이". 이는 아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든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질의 습득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맥락상 '부모의 욕심'보다 '부모의 조력'의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렇게 말하고보니, 내가 생각해봐도 부모되긴 참 "어렵고 힘들다."
내가 낳은 내 아이를 기르는 데도 뭘 그리 많은 걸 요구하는 건지...
아이의 태아기에서부터 유아기때만 한정해서 살펴봐도, 부모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예컨대 이렇게 자질구레한 것과 결합된 무시무시한 것들이다. 태교때부터 이리저리 신경써야지, 밤낮없이 깨어나 울면 어르고 달래서 재워야지, 하루에도 몇번씩 먹이고 또 똥기저귀를 갈아줘야지, 조금만 커도 자주 떼쓰고 고집부리며 큰 소리로 우는 아이를 상대해야지...
그런데 거기다 뭐? 감정조절 능력, 공감능력, 내적 동기 향상에 사소하지만 많은 배려와 지원을 해야지...
왜 이리 사람을 힘들게 만드나. 그냥 애 하나 키우는 건데...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하나의 소우주"라는 비유를 놓고보면, 그 커다란 소우주가 형성되는데 어떤 정성이 들어가야 할까?
- 그러고보면, 우리네 부모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다.
이 책의 효용은? : 꼭 읽어야 할까?
사실, 지금 부모가 된 또는 부모가 될 자신을 돌아보면 아이를 키움에 있어 어떻게 해야할 지 대략적인 답은 나온다.
자식이지만, 자라고 나니 엄연히 부모와 별개의 독립적 인격체이고, 별개의 정신세계를 구축 및 운용해나가며 다른 세계(들)과 교류해나가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거나 무심하게 방치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실질적으로 자신의 세계를 자기 나름으로 완벽하게 구축 및 운용해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부모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 부모의 도움으로 결정적인 기반이 마련되는만큼.
그런데 이런 추상적인 생각만 가지고 아이에게 무얼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태교를 위해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좀 많이 들려줄까? 아이를 위해, 아기를 가진 엄마는 꾸역꾸역 잘 챙겨먹어야 할까? 애가 크면 버릇없이 굴어도 다 받아줄까? 인자한 부모인척 하면 좀 될까? ... 안개속에서 헤매는 것 같을 것이다.
이 책은, 태아일때부터 유아기때까지 부모가 어떻게 하면 그 역할을 현명하게 또 충분히 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 납득가능한 선에서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럼에 있어 이 책은 태아 및 영유아기의 아이를 둔 부모가 또 부모가 될 사람이 읽기에 딱이라고 본다.
반드시 읽어야 할 것은 아니지만, 태교와 육아에 관심이 많다면, 시중에 수많은 책 중 먼저 집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북폴리오/와이즈베리'의 서평단 모집 이벤트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