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추억하는 것은 모두 슬프다 - 나는 아버지입니다
조옥현 지음 / 생각의창고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작고 얇은 시집이랄까.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말하는 인생을, 슬프게 추억하는 아흔이 가까운 나이의(1925년생) 저자.

 그 뒤에 서서 그 나이대를 향해 빈틈없는 시간 위에서 흘러가는 우리가 있다.

  


 반갑게 인사하는 말도 서운하게 들리고,

 종종 볼 수 있는 장사아치의 앞뒤다른 태도나 의사의 차가운 태도도 노인이라 우습게 보는 것처럼 느껴지고,

 길을 걸어가다 보이는 또래나 오랫만에 만난 친구의 얼굴에서 서러움과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되는 때.

 노년기다.

 

 윗세대와 동년배들을 거의 다 떠내보내고

 허허로운 빈자리에서 하루종일 전화를 기다리는 심정이란...

 내 집이나 텃밭에서 가꾸는 농작물과 기르는 가축을 통해 허허로운 마음을 채워보지만 사람이 그립다.

 

 외로이 서로를 의지하며 노년기의 긴 시간도 함께 보내는 아내에게 찾아온 가벼운 치매증상을 지켜보며

 아내와 본인의 삶의 종막을 슬프게 고뇌하는 모습이란...

 노래가사처럼 "함께 죽는 날"이란 것은 극단적인 자기 포기외에는 있기 힘든 일이기에,

 혹여라도 내가 먼저 떠난다면 제대로 돌보아줄 지 의문인 아내의 마지막을 지켜주기 위해서

 미리 유서에 이 내용을 담아두기도 해야 한다.

 그럴 때면, 신문 부고란에 실리는 기사를 읽으면서도 누군가가 바로 수습해줄 수 있는 것이 마냥 부럽기만 하다.

 명예? 돈? 바람에 거리를 뒹구는 가을 낙엽같다.

 쾌락? 힘? 어제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다니다 사라진 구름같다.

 

 만나는 사람에게서,

 할부가 불가하다는 통보를 하며 사회적 인간 취급을 해주지 않는 사회로부터

 나의 존엄을 지키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기 위해

 밖에 나가면 무얼하든 마음을 동여맬 수 밖에 없는 것의 서러움을 누가 알려나.

 

 그간 메모해둔 글 중 일부를 조심스레 펼쳐 드러내놓았건만,

 먹먹함과 슬픔은 왜 이리 크게 느껴지는 지.

 

 그냥 앞서 나간 인생 선배의 이야기를 미리 들은 것으로 귓등으로 흘려도 될 지 모른다.

 하지만, 20대 후반 이후부터 다들 느끼겠지만 하루하루가 정말 금방 가버린다.

 노년이 오는 것은 금방이다.

 

 단순한 산수만 해보자면,

 서른번 정도 뜨겁게 달구어졌다 얼어붙으면,

 또 그만큼 풀어지며 초록의 기운과 낙엽을 만나면,

 어느새 60 가까이... 사회에서는 정식으로 은퇴의 벼랑으로 내몰리게 된다.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되지만, 뚜렷하게 뭔가 풀리는 것 없어 미칠 듯 하다.

 몇년 전부터 나 역시 종착역을 미리 생각해두고 있기에, 저자의 글이 예사롭게 인식하며 넘어갈 수만 없었다.

 하물며 나도 이런 심정인데, 책을 읽고 가슴 절절히 공감하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외면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자연의 모든 생명이 피고지는 냉엄한 법칙 속에 덧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에 위안받는
 노년을 생각하면서
 걷다가 종종 쉬어가듯
 읽다가 종종 책을 덮고야 말았다.
 
 젊은 사람들은 팔팔하게 잘 걷는 그 길을
 조금만 걷다 숨이 차서 쉬어가는 어르신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들은 무얼까.
 이 책을 읽다가 덮으며 생각하고 느끼는 것들보다 더 깊고 슬픈 것들일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리다.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를 통해 제공받은 책으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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