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통지도 - 유망 창업과 투자처, 시장의 흐름을 포착하는 나침반 비즈니스 지도 시리즈
한국비즈니스정보 지음 / 어바웃어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대개의 재화와 용역에 관해 나는 최종소비자의 위치에 있다.

 자급자족 경제가 아닌,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살아가는 내가 가진 것들 거의 모두가 그 누군가의 손을 거친 것이다.

 나는 만화 <슬램덩크>를 몇번이고 다시 본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생각과 느낌을 가져다 주는 이 만화에서, 극중 캐릭터인 정대만(미츠이 히사시)이 산왕전에서 한줌 남은 힘을 다해 득점포를 연이어 터뜨리는 장면에서, 나는 문득 한편으론 이런 생각을 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동료들의 등을 밟고 서서 슛에만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 자본주의 경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같다고. 복잡화된 분업을 통해 자신이 할 일만 하면 그만일 뿐, 나머지는 팀(사회)내 다른 사람들이 다 맡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분업을 통해 내 생활을 지탱해주는 이들이 만화와 같이 꼭 믿을만한 동료들은 아니다. 이 동료들은 직접 대면한 적 없는 이들이 태반이며, 그렇기에 그들이 제공하는 것들에 거품이나 농간이 많이 끼는 경우가 많다.

 재화의 경우에는 특히, 생산자와 최종소비자인 나 사이에 가로놓인 유통업자들이 사람을 들었다놓기 일쑤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직간접으로 경험하는 바다. 꼭 이것이 이유는 아닐지라도, 이리저리 우리는 몇번 이상은 유통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의심했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출간된 책이다.

 

 책의 전반인 프롤로그는 사실상 이 책에 있어 총론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넘어가면 ① 농·축·수산물, ② 가공식품·주류·담배 ③ 가전 제품 및 디지털 기기, 그리고 에너지 ④ 교통 및 운송 ⑤ 의약·건강·화장품·세제 ⑥ 콘텐츠·예술품·엔터테인먼트 ⑦ 패션·명품·잡화에 걸쳐 56가지 아이템(재화나 컨텐츠 위주)을 선별해 그 유통경로를 압축적이고도 직관적인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 글 이외에 각종 그래픽 자료, 도표가 풍부하게 실려 있어 이해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유통비용이 큰 육류와 축산물, 유통 방식이 불안정한 채소, 무역 자유화의 그늘아래에 놓인 수입과일(그로 인해 책에서도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음),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급성장에 따라 이들의 입김이 드센 가공식품, 대리점과 양판점 중심으로 유통구조가 재편된 가전, 복잡한 항공권 유통 구조, 후진적인 음악콘텐츠의 시장 구조, 전두환씨 일가의 비자금과 관련하여 관심이 가던 미술품 유통, 토요일만 되면 사람을 들뜨게 만드는 복권의 유통 구조, 동네 가구점에서 살 때마다 찜찜해 결국 몇년 사이 개인용으로는 온라인으로만 구입하게 된 가구 유통, 개인 사업자가 대량으로 발행하는 유가증권으로 시장 규모를 가늠키 어려운 상품권이 개인적으로 인상깊은 내용이었다.

 그 외에는 대부분 이미 알고 있거나, 관련 자료를 많이 봤던 것이었기에 간단히 확인하기만 했다.

 

 그렇다. 이 책에서 주로 지적할 수 있는 한계는 바로 그 내용의 양(그리고 그것이 담보하는 질)에 있다.

 개인적으로, 미흡해 보이는 아이템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가령, 이동통신사 및 그 대리점이 단말기를 유통하는 기이한 형태의 휴대폰 시장(p.122~123)에 대한 서술은, 지나치게 간략한데다 내용이 중립적이지 못하여 불만족스러웠다.

 


 또한, 이때껏 직접 부품을 사다가 조립을 해온 터라, 대기업 완성품 위주의 PC관련 내용은 거의 얻을 것이 없었다.

 내용의 다양성을 위해 삽입한 것으로 추측되는, 장기 및 인체조직의 경우에는 애니 체니의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Body Brockers, 2007)를 읽고나서 이에 흥미를 느껴 이후로 웹에서 다양한 정보를 검색 및 수집하여 온터라 4페이지 밖에 안되는 내용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보였다.

 유통 구조를 넘어, 관련되는 문제와 쟁점을 소개하는 등 그 모든 것을 다 담아 내려면 책이 매우 두꺼워질 우려가 있을 테니 어쩔 수 없었겠지.

 

 이 책의 강점은 내용보다, 여러가지 화려한 그래픽 데이터와 표 등에 있는 것 같다.

 이는 다소 시의성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료들이긴 하다. 하지만, 때때로 56개 아이템에 대해서 웹상에서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하게 될 일이 있다면, 인용하기에 적절한 것도 보인다. - 물론 일부 태클꾼들이 다른 데이터와 자료를 링크해와 논박할 일도 생길 수 있겠지만.

 사실상 '찾아보기' 기능에 가까운 부록, '대한민국 유통지도 데이터 목록'이 이를 돕고 있다. 어쩌다 책에 실린 아이템의 유통 구조와 관련하여 이를 한눈에 그려보거나, 적절히 발췌해서 인용할 때 상당히 편리할 듯 하다.


 정리하면,  전문적인 내용보다, 주요 산업의 유통구조에 대해 개략적으로 그리고 직관적으로 읽기 위해서는 아주 적합한 책이라고 본다. 



 

  # 이 서평은 네이버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쓸 수 있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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