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설국열차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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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설국열차] ‘체제 외 혁명의 단절성, 체제 내 혁명의 무한성’

 

 

  "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도덕적 위기의 순간에 중립을 지킨 자들을 위해 예비되어 있다."

                                                         - 댄 브라운의 [인페르노] 중 단테의 [신곡] 인용구

 

 

기차가정상 철로를 이탈하여 뒤집어진 후 요나와 어린아이가빙하기의 세상으로 나왔는데 북극곰이 보인다.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고 알았고 기차 밖으로 나가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배웠는데 아니었다. 어떤 사람은그래서?”라고 물었다 하고 어떤 사람은희망을 보았다 하지만, 나는단절을 보았다. 이제 인류는 이빙하기라는 대자연을 딛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당장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아야 할 것이다. 당연시 되던 체제를 깨고 나가는 것은 결국단절에서 시작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 해도 이 정도의단절은 우리의 사회과학으로 풀어나가기에는 너무도 광범위하고 막연하기만 하다.

 

[설국열차]는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살포된 물질로 인해 오히려빙하기를 맞은 지구를 매년 한 바퀴씩 도는 기차가 주요 무대이다. 기차의주인은 윌포드와 그의 엔진. ‘빙하기로부터 살기 위해 기차에 탄마지막 인류는 두 개의 계급으로 나뉜다. ‘머리칸꼬리칸’. ‘머리칸에서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그자리를 지키는지 알 수는 없지만, ‘꼬리칸에서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블록으로 연명하는 비참한 사람들은무임승차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혁명 지도자 커티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꼬리칸에 타자마자 모든 것을 빼앗겼고 그들끼리 서로 잡아먹는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왔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참지 못한 사람들은주기적으로반란을 일으키는데 그 정신적 지주는 지옥 같은꼬리칸에서 휴머니즘을 가르쳤던 길리엄이라는 위인이다. 길리엄을 배후에 두고 커티스가 지도하는 이번 혁명은 4년 전맥그리거 반란보다 더 발전하여 윌포드의 엔진까지 장악하게 되는데 윌포드에 의하면 이러한 반란은 폐쇄된 기차 내균형을 맞추기 위해 윌포드와 길리엄의 협력 하에주기적으로조장되어 왔으며 이러한주기적 반란으로 기차 내 혹은꼬리칸인구의 70% 이상이 사라짐으로써 인구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한편으로 오로지 윌포드 엔진 장악만을 목표로 하는 커티스는 열차칸의 문을 열기 위해 보안설계자 남궁민수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크로놀에 집착하는 남궁민수의 목표는 결국 기차 밖으로 나가는 것이며크로놀이라는 인화물질은 종국에 기차벽을 깨부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혁명의 두 가지 관점을 보는데, 체제 외 혁명체제 내 혁명이다. 남궁민수의 혁명은체제 외 혁명이고 커티스 또는주기적혁명은체제 내 혁명인 바, 전자는단절을 특징으로 하고 후자는무한반복을 그 특징으로 한다.

 

[설국열차]에서체제 외 혁명의 단절성은 너무도 극적이고 극단적이어서 우리는 또 다른 인류의 출현을 몇 백만년이든 기다려야 할 상황까지도 설정해야 하지만 역사발전 단계에서체제간 단절과 연속은 필연의 계기일 것이고, ‘체제 내 혁명의 무한성은 장면마다 드라마틱함에도 불구하고 큰 줄기 자체는 체제 질서 유지의 각본에 너무도 충실한 나머지 현 체제의 권력이나 자본으로 상징될 수 있는엔진을 장악한 후 더 이상 할 일이 막연해 지지만 그래도 조금씩체제의 역사가 무한히 전진한다는 위안은 삼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튼, 양자간 한 가지 공통점은 그 어느 것도 계획한 대로 종결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역사가 흘러간다는 것일텐데, 이런 식의 결론이라면 여러체제들의 연속인인류의 역사가 너무 기계주의적이고 진화론적으로 흘러 결국 헤겔이 말한역사의 간지만 남을 것이다. 그러니 거창한 역사는 차치하고 어떤 선택을 하든 허무하게 죽어나가는도덕적 위기의 순간의 설정 속에서 행운아가 아닌 다수는중립이 아닌 무엇을 택해야 할 것인가. ‘꼬리칸인가머리칸인가, ‘체제 외인가체제 내인가.

 

적어도체제 외 혁명인가체제 내 혁명인가는 애당초 주체의 설정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 또한 결국혁명의 전개 과정에서 객관적 조건에 의해 규정되는 것 아닐는지 모를 일이다.

 

                                                                                                                (201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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