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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사 2 : 국가 ㅣ 이중톈 중국사 2
이중텐 지음, 김택규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12월
평점 :
'초월론'적 '키워드'로 본 '국가론'
- [국가], 이중톈, 2013.
"국가의 비밀은 바로 '도시'에 있다...
'자유'는 '도시'의 특징이었다...
새로운 유형의 거주지가 필요했다. '안전'도 보장되고 충분한 '자유'도 누릴 수 있는.
그런 새로운 거주지는 바로 '도시'였다... 시민들의 관계는 혈연을 초월했다...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두 가지가 새롭게 생겨났다. 하나는 가족, 씨족, 부족을 초월한 '공공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이와 관계된 '공공업무'였다... '공공규범'이 바로 '법률'이고, 공공권력은 '공권력'이며, '공공기관'은 '국가(國家)'다... 따라서 국가와 국민에게 가장 중대한 일은 어떻게 공권력을 다루느냐는 것, 다시 말해 그것을 누가 누구에게 주고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 [국가], <2. 도시는 말한다>, 이중톈, 2013.
이것이 중국 역사학자 이중톈의 '국가론'이다.
'자유'와 '안전'을 추구하는 '인간'이 '가족'과 '씨족(부족)'을 초월한 '시민'이 되면서 '공공'적 '권력' 관계인 '공권력'을 어떻게 위임하고 또 다루는가에 관한 이론.
결론은 '문명의 전화'인 '문화'의 대표적 매개로서 '국가(國家)'의 기원에 관한 이론이다.
이중톈은 그리스와 로마, 이집트와 인도 및 미국까지 동서고금을 횡단하며 중국의 '국가론'을 정립하고자 하는데, 그의 '중국사 이야기' 제2편인 이 책 [국가(國家)](2013)는 본격적인 중국의 국가 문명인 주나라 이전인 하나라와 상(은)나라의 고대 원시 부족연맹국가 단계까지의 이야기다.
원래 나는 중국의 대중역사가 이중톈의 '중국사 이야기' 제2권인 [국가]까지 읽을 생각은 없었다.
'공적 권력'인 '국가'와 '사적 권력'인 '자본',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 더더욱 강고해지는 '독점 자본'의 결합으로서 '국가독점자본주의' 사회를 살아온 나의 '국가론'은, 경제적 관계인 하부구조가 정치사회적 상부구조인 '국가'를 규정한다는 마르크스주의적 '사회구성체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람시와 알튀세르 등으로부터 진화한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향처럼 하부구조인 경제체제에 대한 상부구조의 '상대적 독립성'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에 의해 역사가 진보한다는 어느 정도의 '경제결정론'적 '국가론'이었다.
여담이지만, 나는 천재적인 마르크스보다 변증법적 유물론을 '자연변증법'과 같이 우주만물에 적용하고 역사유물론을 '사회구성체론'과 '역사발전단계론'과 같이 도식화하면서 마르크스주의를 대중적 노동자 철학으로 정식화함으로써 다수 노동계급을 기존의 사변적이고 형이상학적이던 '고전철학'의 진정한 상속자로 규정했던 엥겔스를 더 좋아하기도 했다.
19세기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엥겔스)은 구체적 현실에 기반한 '실천철학(그람시)' 또는 '새로운 철학적 실천(알튀세르)'의 분기점이었다.
그러던 중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2010)을 읽으면서 사회구성체적 '상부구조'만이 아니라 독립적 사회구성 요소로서의 '국가론'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고, 아마도 이중톈이라면 '초월론'적 이동(횡단)비평인 '트랜스크리틱'으로 '국가론'을 설명해줄 것 같았다.
중국인 이중톈이 서술하는 '국가론'의 결론은 결국, 현대 중국의 국가 이데올로기인 '인의'와 '덕치'의 유가 이념에 기반한 중국 문명의 전파다.
그러나 그의 책 [국가]를 통해 내가 읽어낸 것은 각종의 '초월론'적 '키워드(핵심어)'로 엮어낸 문명전파의 도구로서 '국가론'이었다.
"... 종교가 사람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첫째는, '안전'한 느낌이다. 신의 도움과 비호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자유'로운 느낌이다. 진정한 믿음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는, '아이덴티티'다.
... 종교는 국경없는 '국가'다."
- [국가], <4. 종교를 거부하다>, 이중톈, 2013.
이중톈은 사회구성체론처럼 역사 흐름의 '경제적' 배경 같은 것을 바탕에 깔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식의 '구체적 현실'보다는, 마치 칸트식의 '선험적' 또는 '초월론'적 개념을 중심으로 '국가'의 기원을 추적한다.
그 구체적 현실의 역사를 초월하여 원래부터 존재한 듯 이중톈에 의해 선별된 [국가]의 '키워드(핵심어)'들을 나열하면 이렇다.
'자유'와 '안전', '부락'과 '도시', '독립'과 '평등', '종교'와 '과학', '샤머니즘'과 '토템', 민주주의'와 '법치', 그리고 '인간'.
씨족과 부락이라는 혈연집단을 이루던 인간들이 '자유'와 '안전'을 추구하며 '도시'를 형성하고, 그 도시들로 모이는 과정에서, 기존의 혈연적 조직을 떠나 개인들 간의 수많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인간'들은 비로소 '부족(씨족)민'이 아닌 '시민'이 되는데, 이런 '도시'의 성벽과 영토경계선을 기준으로 초기 '국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상형문자인 한자에서, '지역'과 '영역'을 의미하던 '역(或)'이 도시성벽 테두리를 뜻하는 '구(나라 국/에워쌀 위;囗)'와 합쳐져 '국가(國)'가 되었다.
어느 시대나 '도시'를 보면 '국가'가 보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원시 종교인 '샤머니즘'과 '토템'은 특정 국가의 상징으로 전화된다.
그리스와 로마, 이집트는 다신교의 형태로, 중국의 경우는 종교나 신이 아닌 조상으로. 그리고 현대 국가는 법률의 형태로.
중국에서 '샤머니즘'은 '예악(禮樂)'이 되어 '예(禮)'는 '안전'과 '질서'를, '악(樂)'은 '자유'를 상징했단다. 또한 중국에서 '토템'은 하나라의 '들소'와 은(상)나라의 '새(제비)'를 거쳐 종교나 신이 아닌 '하늘(天)'로 진화되었다. 이렇게 '국가'가 '천하'라는 거대한 '가정'이 된 중국에서 지배 이데올로기가 된 '조상'으로부터 '조국(祖國)'이 유래된다.
이 '종교'의 키워드는 동양의 중국 한나라로부터 유학의 '조상'과 '하늘'로 정초된 한편, 동시기 서양의 로마에서는 '법률(로마법)'로 자리를 잡는데, 이것이 현대 '국가'의 핵심어인 '법치주의'의 기원이다.
이중톈은 '중국사 이야기' 제9편 [두 한나라와 두 로마](2014)를 통해 '트랜스크리틱'한 국가 문명을 다시금 서술하기도 했다.
이중톈에 의하면 이 모든 이데올로기들은 인간의 '안전'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주의'는 비록 그리스 소도시국가에서만 우연히 나타난 형태였지만, 이중톈은 '민주주의'는 "인류 보편적 인성과 가치에 부합"하기에 "언젠가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국가], <3장>)고 말한다.
18세기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현대 국가 문명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민주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중톈의 중국사 서술은 진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전혀 식상하지 않다.
마치 추리소설 기법처럼 작은 실마리를 쫓아 거대한 역사적 실체의 비밀을 추적하는 식이다.
그의 '국가론' 또한 마찬가지다.
위에서 열거한 '형이상학'적이고, '선험적'인 듯, '초월론적 가상'인 듯한 핵심 '키워드' 개념들을 쫓고 횡단하며 서로 엮어내는 '트랜스크리틱'을 통해 '국가'의 비밀을 파헤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토템은 과연 어떻게 '법'으로 변한 것일까?
그 비밀은 '인간'에게 있다...
... 인격이 법률에서 표현한 것은 바로 '권리', 즉 '신분권'이었다... 시민권이 없으면 로마인이 아니고 자유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었다. 이것이 '아이덴티티'의 실현을 가능하게 했다. 한 자유인이 시민권을 부여받기만 하면 로마인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것은 국가의 통치를 용이하게 만들기도 했다."
- [국가], <5. 토템이여 안녕>, 이중톈, 2013.
그러나 나는,
이중톈의 재미진 중국사 시리즈 제3권 [창시자]를 아직 읽을 생각은 없다.
[창시자]는 중국의 본격적인 국가 문명의 '창시자'인 주나라 주공 단의 이야기라는데, 은(상)나라의 인신공양 문명을 문화적으로 대체한 [주역]의 비밀을 담은 이 장대한 이야기는 리숴의 [전상(翦商)](2022)을 통해 충분히 읽었다.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았을 중국 국가문명의 시작 이야기를, 이미 다 알고 있는 그 이야기를 이중톈이 과연 어떻게 서술했을지 문득 궁금해질 때,
그 때가 이중톈의 중국사 이야기 제3권 [창시자]를 펼쳐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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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가(國家) - 이중톈 중국사 2](2013), 이중톈, 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2013.
2. [루드비히 포이어바흐와 독일 고전철학의 종말](1888), F. Engels, 남상일 옮김, <백산서당>, 1989.
3. [가족, 사유재산, 그리고 국가의 기원](1884), F. Engels. 김대웅 옮김, <아침>, 1987.
4. [트랜스크리틱](2010), 가라타니 고진, 윤인로 옮김, <비고>, 2024.
5. [도시로 보는 유럽사], 백승종, <사우>, 2020.
6. [중국을 빚어낸 여섯 도읍지 이야기], 이유진, <메디치>, 2018.
7. [두 한(漢)나라와 두 로마(Roma) - 이중톈 중국사 9](2014), 이중톈, 한수희 옮김, <글항아리>, 2016.
8. [상나라 정벌(翦商/전상/Conquest of the Shang Dynasty)](2022), 리숴(李碩), 홍상훈 옮김, <글항아리>,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