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동 여자 위픽
최현숙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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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생애사 작가이자 소설가인 최현숙 작가.
구술생애사는 내세울 것 없이, 가진 것이라고는 어쩌면 몸뚱이가 전부인 이들의 삶을 기록한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리하기도 한다. 최현숙 작가가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다.


돈과 권력 명예가 있는 자들의 목소리는 마이크가 쥐어지지 않아도 넓고 높게 울려퍼진다.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성공담을 듣기를 원한다. 반대로 가진 것이 몸뚱이 하나인 이들에게는? 그 누구도 그들의 이야기에 그들이 살아온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는 구술생애사의 일은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도 살아있다’라는 그들의 처절한 목소리를 세상에 내놓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창신동 여자. 홈리스에 돈을 위해 성매매도 거리낌없이 하는 여자 지연. 가진 것 없이 기초생활수급자에 온몸에 병을 달고 사는 아버지벌 되는 지명수의 동거인. 그들의 집에 요양보호사 한정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처음 보는 이들 앞에서 서로에게 스스럼없이 쌍욕을 해대는 이들은 어떤 이들인가.
‘남의 눈을 무서워하는 세상살이에서 흉허물을 스스로 까발리는 것은, 배수진의 지경이자 퇴로 없는 사람의 마지막 공세’(p.29)일지 모른다.


2021년 6월 기준, 최저시급 8,720원. 하루 세 시간, 주 5일 근무하는 정희의 플랫폼 돌봄 노동의 현장. 계약 기간 짧게 해서 퇴직금과 연차휴가나 수당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에도 을의 입장인 정희는 ‘똑똑한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p.31)간다. 돌봄노동자 한정희에 비친 윤리와 제도, 상식 따위를 가뿐하게 벗어던지는 이들. 그들을 향해 덮어두고 꺼내지 않았던 적나라한 속내를 드러낸다.


내가 그들을 바라본 시선에는 무엇이 담겼던가 생각해보게 된다. 눈을 감았던가, 은근 내리깔았던가, 겉으론 웃으며 속으로 욕을 했던가. ‘스스로 발가벗는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냉정하게 관찰’(p.111)한다고 하는데, 그들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떠한 모습인가 생각하니 얼굴에 불이 붙은 듯하다.


입장과 처지는 생애를 털어 만들어지는 위치와 경로다.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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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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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안 마시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너랑은 속 깊은 얘기도 못 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술 못마시는 나는 상종 못할 사람처럼 대했던 사람도 많았다. 은근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었다. 실수하면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술이 나쁘다고, 술 마신 사람은 죄가 없다고 했다. 이기지도 못할 술은 마시지 말아야지. 그게 면죄부가 되진 않지 않나? 그런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그리고 지금도 맘은 어렵다. 내가 평생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글이 너무 재밌다. 술 고수가 나타났는데, 그 고수의 글이 아주 맛깔스럽다. 듣도보도 못한 산해진미를 눈으로 한 번 보고 망설이다 맛을 봤는데, 진짜 졸라 맛있는 느낌이랄까? 필력 좋은 분의 술 이야기는 재밌구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니 술도 안 마셨는데 캬~~~ 소리가 단전에서부터 올라온다!! 이게 바로 글이지! (쓸 줄은 몰라도 읽을 줄은 아니까)


내가 술을 먹고 이런 짓까지 해 봤어가 아니다. 단순히 재밌는 에피소드 나열하는 정도의 글이 아니다 이건. 이건 인간 정지아,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이야기와 소설가로서의 정지아란 사람의 삶이 그대로 녹여져 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작가님의 소설보다 난 에세이가 더 좋았다. 소설은 뭐랄까.. 너무 무겁달까? 가슴에 고인돌 하나 척 얹어주는 느낌이라면, 에세이는 벚꽃이 분분하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좋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친해지는구나, ‘만취한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는’ 객기를 부리게 만들어주고, 학력 컴플렉스도 말끔히 날려주는, 야쿠자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책의 말미에 가면서는 어쩌면 내가 아빠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들어주었다.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마시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해 주는 술. 내겐 술 대신 다른 것이 손에 들리겠지만, 조금더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들여다봐야 할 것들이 있구나 생각이 든다.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연민을 더 느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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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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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백 일의 기적이 찾아온 꼬물이 김아인, 삼 개월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귀 한 엄마 윤혜인. 남편은 해외출장 중. 내일, 복직 후 처음으로 자신이 주관하는 회의가 잡혔는데, 전 세계가 코로나로 모든 것이 정지!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도 2주간 휴원. 친정엄마는 지방에 계시고, 남편은 죽은 거나 진배없고(바로 달려올 수 없으니, 급한 불을 끌 수 없다는 뜻)..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이를 안고 집을 바리바리 싸서 기차를 타고 엄마한테 가자니… 아…. 이게 과연 가능할까?


두둥!! 이런 보호자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새영아송영”, 유아동반 이동서비스가 생겨났다.
자, 어플을 켜시고 예약하시면 있는 그곳으로 당좡 달려갑니다. 단점, 겁나 비쌈. 장점, 겁나 편함.
그곳의 직원은 AI. Door To Door 시스템!!
비싸지만 비싼 값을 하는 이동서비스를 이용하여 친정으로 가는 동안 차 안에서 직원과 주고 받는 말들에 엄마들은 찐공감을 하게 된다. 비싸지만 나도 이용하고 싶어지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돌봄 노동은 누가 담당해야 하는 것인가? 늘 여자, 또 여자, 여자, 여자, 여자여자여자여자였던 돌봄 노동 시장에 AI가 나타났다. 뭐 엄청난 건 아니고 젖병 소독기에 대화형 AI를 장착한 것. 그런데 그 얼굴이… 스웨덴 출신의 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키 194센티미터에 몸무게 90킬로그램이라는 것 정도? 별거 아니지?


“나는 젖병 소독의 천사, 보틀스의 엔젤이야. 잘 부탁해, 미주.”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뱃속에 집어넣고 싶을만큼 생활에 대대적인 변화로 인한 당혹감을 수시로 느낀다고 했다. 임신했을 때가 편하다고. 그러니 즐기라고.
이 작은 생명체는 태어나면 그 동안 부모가 어떤 삶을 살아왔던 삶과 성인의 생체 리듬을 완전히 무시해 버린다. 아주 가뿐하게!! 이 무자비한 독재자! 적응은 무슨! 날 달래, 날 봐, 나 배고파, 어라 날 내려놨어?, 기저귀 불쾌해, 이거 뭐야, 몰라 나 울어버릴거야~ 으앙~~~~~~~~ 😱😱😱😱


아이를 키울 땐 무엇보다 자고 싶었다. 그냥 푹 자고 싶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젖을 물리지 않고, 기저귀도 갈아주지 않고 그냥 통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 힘든 건 고립감, 외로움이 아닐까? 나도 날 어쩌지 못하는데, 내가 돌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내 앞에 똭!
절대적인 손길이 필요한 존재. 집중력을 요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통째로 바꾸게 만드는 존재. 그 속에서 보호자는???


사물 인터넷이 상용화 되면서 육아용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분유 타주는 AI도 아니고, 젖병 소독의 천사라니!! 사용자의(보호자) 취향을 파악해서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모습을 한 모습의 AI가 만들어진다는데, 어떤 이유로 스웨덴 출신의 배우가 탄생하게 된 것일까? 분유를 탈 때마다, 아이의 수유텀을 계산해서 젖병이 몇 개 남았는지 알려주는 보틀스 엔젤. 아이에게 분유를 주고 트름을 하는 순간 남편이 아닌 이 보틀스 엔젤이 함께 걸어주고 말을 걸어준다.


“인공지능과 몇 분 떠든다고 괴로움이 해소될 리는 없습니다. 그건 우리 고객들도 다 아실 테지만 어떤 순간의 가벼운 기분전환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하루 중 단 몇 분만이라도 아기와 관련되지 않은 화제로 주제도 목적도 없이 수다를 떨거나, 또 비난받을 걱정 없이 속을 털어내기도 하고, 그러면서요.” P.62


육아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핵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시절을 어떻게 지나왔을까 생각하며 읽으니 지금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을 이들의 힘듦이 내게 전이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보틀스 엔젤이 필요하다면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난… 리즈 시절의 톰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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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함께하는 명화 속 티타임 - 17세기부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까지, 홍차 문화를 한눈에 보다!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박지영 옮김 / 북드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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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부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까지,
홍차 문화를 한눈에 보다!!


한 때 홍차를 즐겨마셨다. 아마드, 웨지 우드, 포드넘 앤 메이슨, TWG… 커피보다는 뭔가 고오급스러운 느낌이고,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이 입안으로 진격해들어오는 느낌도 좋았다. 살짝 달게 먹고 싶을 때 설탕을 첨가해서 먹으면 초심자도 쉽게 마실 수 있다. 무엇보다 홍차는 스콘이나 비스킷과! 살찌기 딱 좋은 조합이지 않을 수 없다.


어릴 때 만화 빨간 머리 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저들은 왜 이리 차를 자주 많이 마시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니, 밥을 먹어야지 차에 빵이나 쿠키를 잔뜩 먹는 그들이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티타임이 그들의 문화였다는 것을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알았고, 더 성인이 된 후에는 나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홍차 교실을 이끌어 온 지 20년이 되었다는 Cha Tea 홍차교실 대표 다치카와 미도리. 어떤 주제를 선택해서 강의를 하면 줄줄이 사탕으로 엮게 되는 소재들이 있기 마련이다. 홍차를 우리는 법을 시작으로 차 도구, 세계 홍차 문화, 홍차가 거쳐온 역사, 홍차와 관계 깊은 식품들까지 참으로 다양할 것이다.


이 책은 60점의 명화 속에 등장하는 차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차 문화의 시작, 복식, 커피 하우스 등장, 동인도회사, 보스턴 차 사건까지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진행된다. 홍차 하나 딱 당겼을 뿐인데 많은 이야기가 딸려 나온다.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설명을 듣고 그림을 보니 그림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건 당연하다. 일부러 탁자 위에 놓인 티 세트를 찾아보기에 이른다.


실내에서 왜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차를 마셨을까?
차는 원래 찻잔 받침에 따라 마셨다고?
애프터눈 티와 찻잎 점의 역사는?
르누아르가 찻잔에 그림을 그리는 채색사였다고?


명화 속 티타임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의 향연 속으로 들어가보는 건 어떨까? 다기에서 에티켓까지 차 문화의 모든 것! 반드시 차와 디저트를 준비하고 읽으시길. 눈은 즐거우나 입이 굉장히 괴로워지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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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자의 달콤한 상상 - 뒤집어야 비로소 보이는 답답한 세상의 속살
홍석준 지음 / 바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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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어떻게 되세요?”
“전… ESTP에서 ESFP 이제는 ENFJ에요.“
”아.. 그럼 정의롭고 언변이 능숙하고 센스가 있고.. “
“아니에요. 저 되게 지랄맞고 까탈스러워요!“

혈액형에 이어 MBTI까지 한 사람을 단순하게 규정짓고 싶어하고, 지잡대는 껴주지도 않고, 말과 달리 직업에 귀천이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 “사랑에 빠지는 게 죄는 아니잖아!”하며 바람 피고도 큰 소리 치는 사람. 익명성 뒤에 숨어 댓글로 사람의 마음을 파괴하는 이들, 음식하기 귀찮으니 알약 나왔으면 좋겠다, 자는 시간을 좀 더 줄여서 당신의 성장에 힘을 써야 한다고 외치는 세상에 발칙한 상상을 더한 자가 있었으니!! 두둥!! 냉소자 홍석준.


정해진 틀에 맞춰 공부하고 명문대, 대기업에 들어가고, 적령기에 맞춰 결혼도 했다. 그런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현타가 왔을까? 모든 것이 멈추어 진공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은, 자신의 숨소리만이, 생각하느라 굴러가는 뇌의 움직만이 감지된 것일까. 그 동안 쏟아놓고 싶었던 생각과 의견을 상상속에서 꺼내놓기 시작한다. 상상의 영역은 안전하니까. 어떤 상상도 어떤 바람도 가능하니까. 꼭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1. 구별에 따른 차별이 사라진 - 서로를 판단하지 않는다면
2. 믿던 모든 게 달라진 - 너와 나의 진실이 다르다면
3. 더 이상 편리할 수 없는 - 필요한 불편이 사라진다면


알약으로 삼시세끼를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남몰래 음식을 해 먹느라 고군분투하는 이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이 합법화되는 나라에서의 사랑법은? 경력 단절 남성 주부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의 웃픈 현실, 부조금이 소멸한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등등.. 우리가 평상시에 불편하게 생각하던 어떤 지점들에 상상력을 동원해서 쓰인 글들은 가독성이 상당히 좋았다.


에세이인데 소설적 상상력을 빌려와 쓴 글이다.
와 이거 소름 돋는데? 어쩜어쩜 이거 내 맘이잖아?
하며 누군가에 이끌려 가듯 글을 읽는다. 그러면서 몰려오는 어떤 깨달음. 너와 나의 입장이 달라졌을 때 깨닫게 되는 어떤 지점들. 역시 한쪽 면만 봐서는 알아지는 것에 한계가 있다. 냉소자가 펼치는 아주 달콤한 상상력 덕분에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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