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정지아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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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안 마시면 무슨 재미로 사냐고, 너랑은 속 깊은 얘기도 못 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술 못마시는 나는 상종 못할 사람처럼 대했던 사람도 많았다. 은근 따돌림을 당한 적도 있었다. 실수하면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술이 나쁘다고, 술 마신 사람은 죄가 없다고 했다. 이기지도 못할 술은 마시지 말아야지. 그게 면죄부가 되진 않지 않나? 그런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그리고 지금도 맘은 어렵다. 내가 평생 풀어야 할 숙제 같은 것이다.

글이 너무 재밌다. 술 고수가 나타났는데, 그 고수의 글이 아주 맛깔스럽다. 듣도보도 못한 산해진미를 눈으로 한 번 보고 망설이다 맛을 봤는데, 진짜 졸라 맛있는 느낌이랄까? 필력 좋은 분의 술 이야기는 재밌구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아니 술도 안 마셨는데 캬~~~ 소리가 단전에서부터 올라온다!! 이게 바로 글이지! (쓸 줄은 몰라도 읽을 줄은 아니까)


내가 술을 먹고 이런 짓까지 해 봤어가 아니다. 단순히 재밌는 에피소드 나열하는 정도의 글이 아니다 이건. 이건 인간 정지아, 빨치산의 딸로 태어나 그녀가 겪어야 했던 이야기와 소설가로서의 정지아란 사람의 삶이 그대로 녹여져 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매력적인 작가님의 소설보다 난 에세이가 더 좋았다. 소설은 뭐랄까.. 너무 무겁달까? 가슴에 고인돌 하나 척 얹어주는 느낌이라면, 에세이는 벚꽃이 분분하게 떨어지는 느낌이다. 좋다는 뜻이다.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친해지는구나, ‘만취한 원숭이가 사자의 대가리를 밟고 날아오르는’ 객기를 부리게 만들어주고, 학력 컴플렉스도 말끔히 날려주는, 야쿠자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책의 말미에 가면서는 어쩌면 내가 아빠를 이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들어주었다.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마시면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해 주는 술. 내겐 술 대신 다른 것이 손에 들리겠지만, 조금더 천천히 오래오래 가만히 들여다봐야 할 것들이 있구나 생각이 든다.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연민을 더 느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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