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깊고 아름다운데 - 동화 여주 잔혹사
조이스 박 지음 / 제이포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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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공주를 잡아가고, 기사는 공주를 구하러 간다. 그런데 왜 용은 공주만 잡아가는 걸까?
잡아먹기엔 공주 아니어도 포동포동한 사람이 좋을 텐데?”

정희진, 정혜윤 강력추천!!!
여성주의 시각으로 바라본 동화 속 여주인공 이야기!
우리는 그간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무엇을 당연시하며 살았던 걸까?
전세계적으로 비슷한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은 왜일까?
그 이야기를 통해 이득을 본 이는 누구일까?


쓰러진 나무. 그 위에 걸터 앉은 남자. 그리고 그를 뒤로하고 걸어가는 여인이 보인다. 그녀는 숲을 탈출하는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것인가?
이 숲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깊고도 아름다운 숲에 있는 이들은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동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숲. 백설공주와 빨간 모자, 헨델과 그레텔도 숲으로 간다. 도망가기 위해서 누군가를 찾아가기 위해서.. 하필이면 왜 숲인가?
“숲”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구 옛이야기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다시 써내려간 조이스 박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속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걸 이렇게 연결 짓는다고? 세상에나!
세계사, 인류학, 철학, 심리학, 신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해석한 그녀의 글은 나의 무지를 정과 망치로 쪼개고 또 쪼갠다.


왜 여성은 갇히고 목소리를 잃고 인당수에 빠지고 인신제물이 되어야만 하는가?
목욕히러 내려왔다 선녀옷을 뺏겨 집으로 가지 못하게 되고 늑대에게 잡아 먹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위험에 처한 그들을 구하는 건 왜 언제나 남자여야 하는가? 그들을 가두고 죽이고 납치하고 그들의 가치를 판단하는 건 왜 언제나 남자인가?
그들은 왜 그렇게 뜨개질을 하며 물레를 돌리고 돌리고 돌리는 것일까?


세계명작이나 전래동화를 가지고 독모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꽤 했다. 어린 시절에 어떤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던 이야기가 어느 순긴부터 슬슬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 이거 이상한데? 왜 우린 이걸 아무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던 거지?
당연하다 여기며 받아들였던 이야기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그때 비로소 사회가 원하는 이야기가 아닌 내가 원하는 내 이야기를 짤 수 있을 것이다.


P.221
어떤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읽힐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야기에 드러난 성 역할이나 세계관들이 너무 고루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그들이 놓친 것이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야기는 이야기꾼의 입으로 전해지면서 그 당시의 상황과 필요에 맞게 다시 쓰이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옛날이야기는 여러 가지 변형이 있다. 다시 말해 옛날이야기는 반드시 다시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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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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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익숙함을 벗어나 낯설음 속으로. 그렇지만 어디든 익숙한 곳은 없는 지도 모른다. 가장 익숙하지만 가장 낯선 나와 나를 둘러싼 공간이 그렇고.. 문지혁 작가님은 글이니 좋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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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의 도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13
문지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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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정말 글 잘 쓰시는군요. 인물들의 독백을 따라가다 마주하게 되는 진실 앞에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그 다음이 더 궁금해서 책장은 계속 너어갑니디. 삶은 고통. 처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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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이 자전거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유영만 지음 / 이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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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 “끈기보다 끊기”, “2분의 1” 등 자신의 성찰을 통해 나온 이야기들로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던 유영만 교수님의 99번째 책인,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를 만나게 되었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가 연구실이 아닌, 서재가 아닌, 세상을 배움터 삼아 자전거를 타며 들려주는 인생에 관한 통찰. 중년의 한복판에서 자전거 국토종주, 국토완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날 것의 싱싱한 철학적 사유와 함께.


도전에 관한 책!! 몸을 움직이며 만난 험한 세상과 맞짱뜨는 기술, 그것은 지식이 아닌 지혜 그 자체!!
미친 듯이 몰려오는 안장통, 떨어져나갈 것 같은 손목,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허벅지, 코어와 기립근이 단단히 버텨주지 않으면 결코 완주할 수 없는 길들.
포장, 비포장 도로, 오르막길 내리막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그 비트에 맞춰 속사포 랩이라도 쏟을 듯한 흥도 느끼지만, 곧 터져버릴 것 같은 심장과 허벅지로 인해 고통속에 묵묵히 앞바퀴만 보고 그저 페달만 밟아야 하는 시간은 부지기수.


그 속에서 깨달아지는 “삶”이라는 아름다움속에서 깨달아지는 앎음다움. 삶의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고, 먹구름이 밑거름이 되는 많은 순간들을 경험하며 그것은 곧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가 쏟아내는 언어유희에 맞춰 춤이라도 한 판 춰야할 것 같고, 철학적 사유가 넘실거리는 유영만(灣)에서는 몸을 맡긴 채 두둥실 떠 있고만 싶어졌다.


성공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직진의 삶을 사는가 곡선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가, 당신은 시작하는 사람인가 멈춰있는 사람인가, 기꺼이 도전할 마음이 있는가 하며 말을 걸어온다. 그 도전에 화답이라도 하듯 움직인다. 북벤으로 움직이고, 북벤러닝을 준비하며 달리기를 한다. 처음 달려본 분들도 그 재미에 취하고, 삶의 현장에서 뛰고 운동하며, 시작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있다. 시작(始)함으로 자신의 삶에 시작(詩)을 짓고 새기는 이들. 멋있다는 말로 부족하다.


이 책을 읽으면 지금 당장 뭐라도 하고 싶어진다. 움직이고 싶어지고 나이 따위 집어던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내 삶에 시를, 노래를 새겨넣었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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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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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 문명사회 VS 개성화, 야만사회.
Oh~ Brave New World!! 당신의 선택은?


표지를 가만히 본다. 눈을 감고 있는 어린 아이의 얼굴. 그리고 그 옆에 아마도 같은 얼굴을 갖고 있는 아이가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공동체, 동일성, 안정성’이라는 세계국의 표어 아래 인간은 철저하게 규격화, 획일화 된 채로 세상에 태어난다.

인간이 제품처럼 ‘공장’에서 생산되는 세상.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에, 성인이 하나.
하지만 이곳에선 보카노프스키 처리를 한 난자는 한 번에 96개까지 분열하여 동시에 96명의 똑같은 인간이 만들어진다. 엄마, 아빠란 단어에 공포와 역겨움을 느끼는 이들. 어디 그뿐이랴!!


철저한 계급사회 구축을 위해 알파, 베타, 감마, 텔타, 엡실론으로 나누어 발달단계에서 태아에게 독소를 주입, 발육과 뇌발달을 억제시킨다. ‘표준형 감마들, 다양성이 없는 델타들, 획일화한 엡실론들에 의해’(p.36) 흔히 말하는 3D 노동은 해결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만은 없다. 자신의 외형, 직업에 백퍼센트 만족하도록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늙지도 살이 찌지도 않는다. 언제나 팽팽하다. 늙는 건 추하고 역겨운 것!!


사유하지 않고 의문을 품지 않는다. 누군가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 세계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단은 단순히 한 개인의 삶보다는 더 많은 것들을 동시에 위협해서, 사회 자체를 공격하는 격이야.’(p.231) 얼마든지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 한 사람의 이단은 어떻게 처리될까?


4S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
SEX, SCREEN, SPORT, SOMA.
다자연애가 미덕인 곳. 촉감 영화와 스포츠 그리고 소마로 인해 쾌락만을 좇는 세상.


버나드라는 인물은 요주의 인물이다. 알파 플러스이자 심리학자인 그는 섹스도, 소마도, 영화와 스포츠도 즐기지 않는다.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던 그는 야만인들이 사는 보호구역으로 휴가를 떠나게 되고, 그곳에서 오래 전 휴가를 왔다 길을 잃은 린다를 만나게 된다. 린다가 낳은 아이 존도. 린다와 존을 데리고 문명국으로 들어온 그들에게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세상이 이미 도래한 느낌은 무엇인지. 전체주의 속 개인의 삶은 어떠한지, 인간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발달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과연 이것이 윤리와 도덕에 합당한지. 행동, 생각, 죽음까지도 철저하게 통제되는 이 ‘멋진’ 세계가 유토피아일 수 있는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이 세계가 유토피아가 아니라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은 어디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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