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자의 달콤한 상상 - 뒤집어야 비로소 보이는 답답한 세상의 속살
홍석준 지음 / 바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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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가 어떻게 되세요?”
“전… ESTP에서 ESFP 이제는 ENFJ에요.“
”아.. 그럼 정의롭고 언변이 능숙하고 센스가 있고.. “
“아니에요. 저 되게 지랄맞고 까탈스러워요!“

혈액형에 이어 MBTI까지 한 사람을 단순하게 규정짓고 싶어하고, 지잡대는 껴주지도 않고, 말과 달리 직업에 귀천이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 “사랑에 빠지는 게 죄는 아니잖아!”하며 바람 피고도 큰 소리 치는 사람. 익명성 뒤에 숨어 댓글로 사람의 마음을 파괴하는 이들, 음식하기 귀찮으니 알약 나왔으면 좋겠다, 자는 시간을 좀 더 줄여서 당신의 성장에 힘을 써야 한다고 외치는 세상에 발칙한 상상을 더한 자가 있었으니!! 두둥!! 냉소자 홍석준.


정해진 틀에 맞춰 공부하고 명문대, 대기업에 들어가고, 적령기에 맞춰 결혼도 했다. 그런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현타가 왔을까? 모든 것이 멈추어 진공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은, 자신의 숨소리만이, 생각하느라 굴러가는 뇌의 움직만이 감지된 것일까. 그 동안 쏟아놓고 싶었던 생각과 의견을 상상속에서 꺼내놓기 시작한다. 상상의 영역은 안전하니까. 어떤 상상도 어떤 바람도 가능하니까. 꼭 이루어져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1. 구별에 따른 차별이 사라진 - 서로를 판단하지 않는다면
2. 믿던 모든 게 달라진 - 너와 나의 진실이 다르다면
3. 더 이상 편리할 수 없는 - 필요한 불편이 사라진다면


알약으로 삼시세끼를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남몰래 음식을 해 먹느라 고군분투하는 이들, 세 번의 결혼과 세 번의 이혼이 합법화되는 나라에서의 사랑법은? 경력 단절 남성 주부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의 웃픈 현실, 부조금이 소멸한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등등.. 우리가 평상시에 불편하게 생각하던 어떤 지점들에 상상력을 동원해서 쓰인 글들은 가독성이 상당히 좋았다.


에세이인데 소설적 상상력을 빌려와 쓴 글이다.
와 이거 소름 돋는데? 어쩜어쩜 이거 내 맘이잖아?
하며 누군가에 이끌려 가듯 글을 읽는다. 그러면서 몰려오는 어떤 깨달음. 너와 나의 입장이 달라졌을 때 깨닫게 되는 어떤 지점들. 역시 한쪽 면만 봐서는 알아지는 것에 한계가 있다. 냉소자가 펼치는 아주 달콤한 상상력 덕분에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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