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 예찬 -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
김지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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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함이란 나만의 고유한 세계가 있음을 이해받고, 각자가 원하는 정도와 방식으로 서로의 세계에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책 소개에서 -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지극히 내향적인 작가의 소소한 기록을 읽어가는데, 지극히도 외향적인 내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이가 들면서 성향이 바뀌어 가는 것인지, 아니면 그간 관계에서 오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피로감이 이제는 버거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도 은근 은둔과 거리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전작 “우아한 가난의 시대”를 읽고 김지선 작가의 글에 반했더랬다. 잡지사 에디터로 지금은 편집자로 일하는 그의 세련되고 깔끔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대부분 코로나 기간에 쓰여졌다고 한다. “함께함”이 미덕이라 여겨지는 한국 사회에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어하는, 그 시간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촘촘히 채우고자 하는,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연결되길 소망하는 작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담겨져있다.


적당한 거리두기, 서로됨을 존중하기, 예민하게 관찰하기, 다정하게 이해하기, 무리하게 재촉하지 않기.
‘만남은 조심스럽게. 관계는 세심하게, 작별은 정중하게 (p.90)’ 이것이 내향인들만의 특징이라 단정짓기 어렵지만, 대부분의 내향인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들이다. 관계를 오래, 다정하게, 서로를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담겨져 있지 않은가.. 선을 넘지 않는 그들의 배려가 다정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어느 정도 외향과 내향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더 도드라지는 성향이 있을 뿐이지 그것이 그 사람됨을 규정짓지는 못한다. 그러니 모든 내향인들에 대한 오해를 거두길.. 우린 모두 각자의 모양대로 빚어지고 자유로워지고 말할 수 있길..


요즘 혼자 보내는 시간의 달콤함에 빠져있다.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할 수 있는 자유를 오롯이 느끼는 요즘이 너무 좋다. 아침에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다가 저녁에 함께 모여 작은 일들에 낄낄거리며 웃는 그 시간이 좋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흐트러져 있는 모습마저도 애정가득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들과 건강하게 연결된 느낌. 일상을 나만의 리듬으로, 날마다 미세하게 달라지는 리듬에 지루할 틈은 없다. 이런 리듬감은 성향과 상관없이 필요한 감각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 쳇바퀴를 굴려보니, 반복되는 일상은 그리 나쁘지도, 우울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어제와 같은 오늘과 오늘과 같은 내일을 굴려나가는 일에는 상당한 근력이 요구되며, 운동선수의 기초 훈련처럼 끈질긴 반복만이 이 세계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그러니까 일상이 지루하지 않은 사람들은 리듬감을 찾은 사람들일 것이다. p.176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에게만 의미 있는 자잘한 성과와 실패가 있으며, 그에 따르는 만족감과 아쉬움이 있다면 매일 똑같아 보이는 하루도 스스로에게는 결코 똑같지 않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통과 환희의 드라마에 휩쓸려 떠내려가기보다는 아주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는 일상의 결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그 결과가 지루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지루한 인간으로 남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p.176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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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랜드
천선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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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판타지 거기에 호러까지 작품의 영역을 점점 넓혀가는 천선란 작가라는 세계. SF가 이렇게도 따뜻할 수 있구나, 이렇게도 감동을 줄 수 있구나를 느끼며 장르문학에 대한 거부감을, 특히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SF의 진입장벽을 낮춘 천선란 작가. 이번엔 열 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다양하고 단단한 세계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이름 없는 땅에서 발을 딛고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는 지독히도 아름다운 이야기.

‘흰 밤과 푸른 달’, ‘바키타’, ‘푸른 점’, ‘옥수수밭과 형’, ‘제, 재’, ‘이름 없는 몸’, ‘—에게’, ‘우주를 날아가는 새’, ‘두 세계’, ‘뿌리가 하늘로 자라는 나무’까지.
열 편의 단편 중에서 #바키타 #옥수수밭과형 #두세계 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어느 날, 빛나던 하늘이 갈라지면서 갑자기 나타난 외계생명 바키타. 그들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공화합물과 쓰레기를 먹이로 삼는다. 인간들은 바키타를 믿으며 11년이란 세월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바키타는 쓰레기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들을 먹으며 몸집을 불린다. 그리고 지구에는 바키타에 의한 인류 학살의 증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인간은 바키타의 가축으로 전락하고 만다. 바키타에 의해 공격을 받는 인간들의 모습은 그들이 동물을 학살하고 숲의 나무를 밀었던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는 인간이 바키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두 번 다시 어떤 것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79


자폐증 천재인 푸코는 부모님, 형과 함께 산다. 푸코에게 늘 다정했던 형은 백혈병을 앓다 끝내 숨지고 만다. 형의 부재로 인해 쓸쓸함과 슬픔을 견디지 못하던 푸코는 형과 자주 찾던 옥수수밭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죽은 줄만 알았던 형을 만나게 된다. 자신과의 모든 일을 기억하는 형. 하지만 아직은 집에 갈 때가 아니라고만 한다. 그런데 전에 보이지 않던 숫자가 발목에 새겨져있다. ‘9’ 저것은 무엇인가..
형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온 푸코는 또 다른 형을 만나게 된다. 세 번째 형의 복사뼈 근처에는 ‘13’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다…

정말 중요한 건 기억이야. 푸코와 아무리 똑같아도 푸코의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그건 푸코라고 할 수 없어. p.116


소설 기반의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통해 책을 오감으로 읽도록 만든 ‘노랜드’ 온라인 서점. 소설 속 인물과 대화가 가능하고, 등장인물은 인공지능화가 이루어져있다. 어느 날 유라는 노랜드 사이트의 판매 도서인 ‘아락스’의 결말이 설명과 다르다는 항의를 받게 된다. 다양한 경로로 아락스에 접근을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언제나 ‘권한이 없다’였다. 아락스 구매 명단을 확인하던 유라는 서른다섯 번이나 완독했고, 나흘 전에 마지막 구매를 했던 신규영을 만나보기로 한다. 어렵게 만난 신규영은 어딘가 이상한 모습이다. 이 세계에 속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네가 나를 억지로 이해하려는 그 모든 과정이 내게는 폭력이니까. 그러니까 나에 대해 다 안다는 식으로 떠들지 마. p.351


소설이지만 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열 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이 지구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거주불능 지구, 나날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속에서 나는 나일 수 있고, 너는 너일 수 있을지.. 나의 삶과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따스하게 바라보고 싶어졌다. 그들에게 난 믿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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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회복력 - 건강한 나와 연결하는 힘
야스민 카르발하이로 지음, 한윤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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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등을 보다보면 우리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세상에 표출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에게 그대로 인정받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잊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직장, 사생활 할 것 없이 시간의 대부분을 퍼포먼스-나 상태로 보낼수록 이런 효과가 지속되고, 좌절만 남는 대인관계가 반복된다. 결국 많은 인맥, 일류 직장이 우리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경험을 몸소 터득하게 된다. p.59


성과 및 자기최적화 추구로 자신을 쥐어짜며 화려하게 빛나는 삶을 이어가는 20대 중반에 저자는 공황발작을 경험하게 된다. 직장에서 완벽하게 성과를 내고, 굶어서라도 일정한 체중을 유지, 무결점 스타일링을, 변치 않는 우정, 다양한 여가활동, 로맨스와 열정이 가득한 연애를 추구하며 살았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지만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몰아가며 100퍼센트를 충족을 위해 내달렸다. 하나라도 이루지 못하면 주변 사람을 모두 잃어버릴까 하는 불안감이 그녀를 이끌었다.


공황장애가 알려준 신호! 자신의 삶을 받쳐주었던 시스템의 붕괴. 죽음에 대한 공포.. 그녀는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으로 눈을 돌리고, 자신의 욕구를 피하지 않고 지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슈탈트 이론”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게 되면서 그녀는 한 가지를 깨닫기 시작한다. 그동안 자신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에 타인의 기대 혹은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이 덫이 되어 스스로를 해치고 있었음을 깨닫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귀를 기울이게 된다. 공황장애에서 벗어났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치료법을 체계화하여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으로 내담자들을 상담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하였다.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것은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는 것이고 그 심리상태에 저자를 드라이브 - 패닉 - 케어라는 이름을 붙여 설명하고, 이 세 가지 시스템을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 자기 회복력 6단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1단계부터 단계별로 진행하기를 추천한다. 하루에 1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1단계 그라운딩 Grounding
->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의 안정 찾기
2단계 디톡싱 Detoxing
-> 가짜 나를 흘려보내고 진짜 나와 접촉하기
3단계 러빙 Loving
-> 습관이 아닌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기
4단계 본딩 Bonding
->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심 잡기
5단계 바운딩 Bounding
-> 나만의 적정 거리 찾기
6단계 그로잉 Growing
-> 진짜 나로 도약하기


우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만나는 사람과 머무는 장소에 따라 내 모습은 다양하게 변한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거절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퍼포먼스’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 덫에 빠져 번아웃, 결핍, 분노, 불안, 우울, 불면, 예민, 천식 등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한다면 간과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잠시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퍼포먼스가 아닌 진짜 나와 연결이 되는 것을 경험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권한다.


이 책에는 퍼포먼스-덫 관련 자가 심리 진단 테스트가 수록되어 있다. 자기회복력 6단계를 시작하기 전후에 해 보면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난 총점 87점으로 이미 접촉된 나에 제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몇 년 전에 했더라면 퍼포먼스-덫에 지대로 발 담궜다고 나왔을 터였다. 누구나 퍼포먼스-나가 아닌 나에게 제대로 접촉된-나로 살아갈 수 있으니 #이생망 이란 생각은 하지 말고 차근차근 스몰스텝이라도 내딛긴 바란다.
퍼포먼스-나로 살아가기엔 생각보단 삶은 짧고, 난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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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남자를 찾아드립니다 - 그웬과 아이리스의 런던 미스터리 결혼상담소
앨리슨 몽클레어 저자, 장성주 역자 / 시월이일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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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세요. 고객님을 죽일 만한 남편감은 절대 
소개하지 않으니까요.” p.223


1946년 6월, 제2차 세계대전은 끝났고, 틸리 라살이란 여성이 쇼핑을 하기 위해 메이페어로 돌아왔다. 
이번에 쇼핑할 것은 “남편”이었다. 남편을 쇼핑하기 위해 틸리가 찾은 곳은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돼 버린 곳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낡은 건물 5층에 자리한 “바른 만남 결혼 상담소”
한 성깔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비밀을 간직한 아이리스와,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살아가는 사려 깊은 그웬이 독립을 꿈꾸며 의기투합해 차린 사업장이다. 


신분상승의 꿈을 안고 찾아온 틸리는 자신에게 맞는 남편감을 만나기 위해 착수금 5파운드를 걸고 회원으로 가입을 한다. 개업한 지 석 달 만에 일곱 쌍을 부부로 맺어준 아이리스와 그웬. 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정상적인 삶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다. 잃어버린 삶, 부서진 삶을 재건하고 싶은 욕망이 폭발하고 있었다. 아이리스와 그웬은 상담 후 틸리에게 가장 어울릴 것 같은 남편감을 소개해준다. 이제 남은 것은 결혼이라고 철썩 같이 믿었는데 틸리가 피살된 채 발견되고, 살해 용의자는 그들이 소개한 남편감 후보로 밝혀진다. 🤯


경찰은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그 둘은 진범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세운 회사인데 이대로  회사가 문을 닫게 할 수는 없어!! 실추된 상담소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아이리스와 그웬은 사건에 깊이 파고들기 시작한다. 그 사건이 어디까지 닿아있는 줄 알고? 목숨을 위협하는 모험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사건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두 사람..
어? 이게 아닌데.. 이렇게까지 위험하다고? 발을 빼야 하는데 왜 뺄 수 없는 거지? 나, 이래도 되는거야?


👩“경찰 말로는 여성을 살해했다더군요. 미스 라살을요.”
👨“저는 그분을 만난 적도 없어요. 부인의 사무소에서 약속 날짜를 바꾸자는 편지를 받았으니까요.”
👩“저희는 그런 편지를 보낸 적이 없어요.”
👨“그럼 이게 어떻게 된….?” p.129
범인, 누구냐 넌???


매력 넘치는 두 주인공의 활약, 속도감 있는 전개, 생생한 시대 고증, 유머러스한 문장, 신랄한 사회 비판, 예상 밖의 전개까지!!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미스터리의 교과서 같은 책을 만났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면서 마주하는 작은 단서들과 인물들을 하나하나 연결시켜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탄탄하고 생동감 넘치는 서사는 작가가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1930~50년대 제2차 세계대전 전후의 런던의 생활상을 현실감 있게 복원한 덕분이라 하겠다.
정통파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 책이다. 역사 미스터리의 그 매력 속에 흠뻑 취했다 나온 시간이었다. 책의 매력을 표지가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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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엄마는 없다
최민아 지음 / 시공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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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주 3일만에 출산을 했다. 유도분만을 위해 새벽 6시에 입원을 하고 33시간의 진통 끝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다. 손가락 발가락 열 개씩 정상이란 말에 그간의 걱정과 두려움은 눈녹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시작된 육아의 대환장파티. 백일의 기적이 왔다 일주일만에 백일의 기절로 돌아선 아이. 두 시간 간격으로 밥달라고 울어대는 아이, 초예민 등센서로 눕히면 삼십 분만에 다시 안으라며 울어댔다. 네 번의 젖몸살로 죽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며 떼어낼 수만 있다면 가슴을 떼어내고 싶었다. 혼자 아이와 있는 시간이 두려워서 아이를 업은 채로 집 앞 호수공원을 3~4시간씩 걸어다녔다. 유모차에 태우고 1층으로 내려옴과 동시에 안으라고 울어대면 아이는 아기띠로 안고 동수를 태운 채 하염없이 걸었다.


아이가 크면 나아질까 싶었으나, 자아가 형성되면서부터 #내가내가병 #싫어싫어병 에 걸린 아이와 상대해야했다. 떼를 쓰면서 차도로 뛰어들고, 길바닥에 드러눕고, 이유도 없이 2~3시간을 울어제끼고…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죽순이를 놀이터에서 할 줄이야.. 그 시간이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세상 그 무엇도 줄 수 없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과 충만함을 안겨주었고, 한번도 가져본 적 없는 이름을 준 아이는 존재만으로도 선물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 그 시간이 힘들었을까…


‘엄마로 살면서 나답게 행복할 방법이 있을까?’
엄마로 살아온 지난 10년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이라는 최민아 작가. 10살과 6살인, 기질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아들을 키우면서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경험하는 시간들, 열심히만 하면 다 됐던 시간과 달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시간을 수없이 겪으며 느꼈을 좌절과 우울감. 커리어마저 포기했는데 좋은 엄마라는 타이틀이라도 거머쥐고 싶은 마음과 그 마음과 달리 좋은 엄마가 아닐거라는 자책감까지…
엄마들은 다 경험한다 이런 감정을… 난 좋은 사람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양육의 현장에서는 좋은 사람이고, 이성이고 나발이고 소용이 없더라. ㅠㅠ


나는 일상과 마음의 ‘틈새’에 주목했다. 일상에서 찾은 틈을 통해 마음의 틈을 메우는 방식을 아이에게도 확장해서 적용했다. 내 마음을 어루만지듯 아이들의 감정 틈을 채워주고, 동시에 아이들의 일상에 틈을 내어 숨통이 트이게 해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신들의 틈새를 통해 스스로를 채우기 시작했다. 틈새가 만든 선순환이었다. p.7


너무 밀착하여 서로의 사이에 바람조차 드나들 틈이 없었던 관계. 아이에게만 집중하느라 내가 나일 틈을 주지 않았던 시간. 저자는 그 “틈”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100% 아니 그 이상 쏟아부었던 에너지를 자신에게도 쏟으라고 말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나의 ‘감정’의 틈을 메우라고 말이다. 응급상황에서 산소마스크를 아이가 아닌 엄마가 먼저 착용해야하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민아님은 그 시간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글을 썼다. 그녀에게 글이 산소마스크였던 셈이다. 그 덕에 귀한 책을 읽는다.
나의 지난 시간을 마주하고, 지금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나와 아이에게도 필요한 것이 ‘틈’이라는 것을 다시 알려주고 있다.


책을 읽는 이 잠깐의 시간이 감정의 ‘틈’을 채워주는 시간이 되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서 두 팔 벌려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힘!! 엄마의 ‘감정 틈’은 채우고, 아이와의 ‘관계 틈’은 좁히고 모두가 성장할 틈을 만드는 #틈새육아 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권한다.


육아라는 세계에는 완벽한 엄마도, 완벽한 아이도 없다. 그래서 완벽하지 않은 틈 속에 육아의 답이 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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