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봄의 불확실성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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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봄의불확실성
시그리드누네즈 소설
민승남 옮김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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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확신이 없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 자리에서 주저할 뿐이지만 그 고민이 주는 긴장감은 결국 어떤 대답에 도달하게 한다. 그해 봄, 저자인 시그리드누네즈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불확실성 속에서 서로 거리를 두고 스스로 단절의 시간을 가졌던 그 때, 코로나19의 시기. 전세계가 팬데믹의 시간 앞에 어쩔 줄 모르며 봉쇄로 시간을 버티었던 기억은 우리 누구에게나 있다. 불안한 고요, 불확실한 내일. 이제 추억할 수 있어 다행이랄까. 하지만 그런 안일한 마음이 앞설 수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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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평화와 자유가 불안과 고립감으로 뒤바뀐 시간. 분투는 우리만이 아닌 지구 반대편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작가인 주인공은 친구의 죽음 앞에서 기억들을 소환한다. 소설과 에세이의 경계로 섬세한 문장들이 마음에 켜켜히 쌓이는 이유는 시그리드 누네즈만이 그릴 수 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지인의 집에서 앵무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집에서 평화롭지만 적막한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던 중 주인공보다 앞서 앵무새를 돌봤던 베치라는 청년와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예상치 못하게 함께한다는 것은 당혹스러운 일이지만 팬데믹의 시기에는 더한 불안과 불신으로 거리를 두게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일상을 어느정도 선에서 공유할 수밖에 없다. 베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기에 주인공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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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인의 애완동물을 통해 예상치못한 만남으로 한 집에서 거주하는 설정은 로맨스의 시작처럼 짐작할 수도 있지만 노인인 소설가와 예민하고 분노조절이 어려운 대학생의 만남에 심지어 팬데믹 시기라는 것을 고려하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물리적 봉쇄는 열 수 없는 시기라도 마음의 문을 천천히 열어가는 것은 희미하지만 평온의 "확실성"을 준다. 소설이지만 시그리드누네즈의 경험담처럼 느껴지는 것은 진실하고 울림이 깊은 문장에서 온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건너온 시기를 기록해주는 작가와 함께한다는 것에 감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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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 2024 창비그림책상 수상작
포푸라기 지음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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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처럼
2024 #창비그림책상 #대상 수상작
포푸라기
#창비
#그림책 #어린이책 #책육아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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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고 하얀 길 위에 마치 화살표처럼 시선을 이끄는 새발자국. 새들의 발자국들을 따라 새들이 모여 놀았던 흔적을 보며 상상한다. 그 상상에서 새들의 발자국은 새처럼 날아오른다. 새의 비상은 상상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작지만 멋진 날개가 있으니 어디든 날아갈 수 있는 희망으로 솟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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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지만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림들은 마음을 포근하게 한다. 눈내린 풍경의 물리적 온도와 달리 새하얀 눈길을 걷는 아이의 모습은 독자의 상상 속에서 흰 도화지처럼 보인다. 그 위에 새의 발자국이 하나 둘 찍히고 이어서 수없이 많은 발자국들은 새들이 지나간 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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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두번의 도약이 있다. 새 발자국이 날아오르고 이를 지켜보며 따라가던 주인공도 새가 되어 날아오른다. 상상의 비약이지만 다정함 때문인지 환상이라는 거리감이 좁혀진다. 자유로운 비상과 평화로운 응시가 여운이 상당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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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千년의 우리소설 14
김시습 지음, 박희병.정길수 옮김 / 돌베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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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
김시습
돌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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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를 처음 처음 읽는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 예술사이자 학자로 여겨진 김시습의 금오신화는 지금까지 교과서에서 만나기도 했고 분량이 길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꿈과 상상력,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절히 어울려져 매혹적인 스토리의 단편소설들이 실려있다. 이전에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지는 않지만 이번 돌베게의 금오신화는 원문에 충실한 부분과 삽입된 시의 문학성이 특히 돋보였다고 본다. 과거에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독서는 각각의 시에 깊게 이입하며 읽을 수 있는 좀더 풍요롭고 입체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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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의 단편은 다음과 같다.
1.만복사저포기만복사에서 저포로 내기를 하다
2.이생규장전 이생이 담장을 넘어가다
3.취유부벽정기 술에 취해 부벽정에서 놀다
4.남염부주지 남염부주에 가다
5.용궁부연록 용궁의 잔치에 초대받다
마지막으로 갑집 뒤에 쓰다라는 짧은 글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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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베게에거 출간된 금오신화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작품해설이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대해서 좀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초의 소설이랄지, 금오신화가 받은 사상적 영향이랄지, 이전에 신비한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부분이 해설을 통해 좀더 깊이있는 읽기가 가능했던 것이다. 작품해설에서 이 책에 대한 해설 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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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는 세조의 왕위 찬탈에 맞서 김시습 자신이 취한 행로(行路)와 실존적 태도의 미학적 육화(肉化)다. 이 점에서 그것은 김시습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더없이 잘 보여 주는 일종의 ‘자화상’이라 이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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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신화는 고전 중에 고전이다. 이야기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만 작가인 김시습이 이 소설을 쓴 시대적, 사상적 배경을 통한 깊이 있는 이해에 다다르면 갖는 위상을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을 때는 각각의 이야기에 빠지고 아름다운 시 한수가 기억에 남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김시습의 삶과 아픔이 담겨 있는 작품들을 오래 생각하게 되도록 여운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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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성적 올려주는 초등 독서법 - 학습 기본기 탄탄하게 키우는 힘
김은섭 지음 / 미디어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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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성적올려주는초등독서법

김은섭
미디어샘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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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키우는 힘은 어디에서 올까. 모든 과목들에서 문제 제시문이 길어지고 스토리텔링을 접목한 방식으로 평가하는 방법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 생각하듯, 문과형 혹은 이과형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통합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단연 독서가 중요하다. 학습에 있어서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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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부담이 되지 않고 독서를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며 학업 능력을 키워가는 방법. 아이에게 강요하거나 설득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책으로 읽고 배우며 즐기는 법. 그것을 아는 것이 초등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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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독서에 있어서 아주 구체적이면서도 따라가기 쉬운 방법들을 부담없이 제시한다. 예를 들어 시기에 따라 취학전에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다음으로 저학년 시기에는 책읽기와 손글씨 쓰기를 중심으로 독해와 논술에 대해서도 그 시작점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초등 고학년 시기에는 이 책 만의 특별한 방법인 키보드 독서록을 제안한다. 독서록으로 습관을 들이는 법이나 전자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부분 그리고 분석적인 책읽기에 접근하는 방법등이 구체적이다.
아울러 300권의 독서목록은 여타의 권장도서를 넘어서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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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했는데 책 읽기를 통해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함께 꾸준히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은 듯하여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바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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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보이 2025-01-2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자 입니다. 반가운 리뷰를 읽고 댓글을 드립니다.
말씀대로 책 읽는 아이를 넘어 책을 통해 커가는 아이가 되도록 돕고 싶어 이 책을 썼는데, 제가 원하던 주제를 그대로 밝혀주셔서 놀랐습니다. 고맙습니다.

헬레니즘 2025-01-2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작가님 ^^ 작가님의 책이 책육아에서 넘어가는 단계에 큰 방향성을 주었어요 감사합니다~
 
버찌의 선택 신나는 책읽기 67
이정란 지음, 지문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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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의선택
#이정란
#창비
#신나는책읽기
#초등추천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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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의 이야기가 이렇게 발랄하고 재미있을 수있을까? 심지어 유기견 버찌는 씩씩하거 당차게 자기 주인을 찾아나선다. 자기 주도적 주인 선택을 하는 매력적인 강아지다. 누군가 자신을 선택해주기 기다리기 전에 새로운 주인 후보를 만나가며 함께할 가족을 찾은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주인'을 원망하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 노래를 부르며 주인을 찾아나서는 버찌의 여정은 힘차고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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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찌에게는 몇가지 행운이 있다. 우선 강력후보인 월래 할머니다. 월래 할머니의 말솜씨, 노래솜씨(?), 요리솜씨는 버찌를 가장 설레게 한다. 월래 할머니를 먼저 만나 둘이 환상케미를 보여줌에도 일단 후보로 남겨둔다. 버찌에게는 주인을 선택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바로 분홍 콩이다. 우연히 삼킨 이 콩이 버찌에게 특별한 능력을 준다. 바로 사람처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버찌의 귀여운 모습에 걸맞게 똑부러지는 말투가 너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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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초등 저학년이 읽기에 좋은 창비의 신나는 책읽기 중 하나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동물 주인공, 어딘가 익숙하지만 개성있고 매력만점인 버찌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버찌의 선택에 무한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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