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달, 블루문 창비청소년문학 81
신운선 지음 / 창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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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질문 앞에 서 있다. 생명이 중요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한가.

 

 나도 같은 질문을 고민한 적이 있었다. 대학시절 생명윤리 수업시간. 낙태에 대한 찬반논쟁을 이어갔던 적이 있었다. 각자의 의견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어떤 결론이 나진 않았다. 마치 태아의 편과 임신여성의 편이 갈린 것처럼 의견이 나눴다. 사실 문제의 결론이 나올 수 없었고 나와서도 안됐다. 수업은 끝났고 공허한 주장들은 쉽게 흩어졌다. 그리고 십년이 지난 지금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발표를 했던 대학생이었던 나를 떠올린다. 아마 그때 수연의 이야기를 알았더라면 그렇게 경솔하게 내 생각을 말하진 않았을 거라고 후회한다.

 

이제 수연의 진지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한다.

 

수연은 미혼모를 위한 쉼터 앞에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떠맡겨버린 아빠. 그리고 다시 아빠에게 돌아와야 했던 상처.

엄마의 흔들리던 눈동자, 나와 눈을 맞추지 않던 아빠의 시선, 내가 몇 번이고 눌렀다 지워버린 전화번호.’

 

엄마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의 기억뿐인 수연이 남자친구 지호의 아이를 임신한다. 고등학교 3학년, 수능시험을 앞두고 결국 그녀는 미혼모 쉼터로 거처를 옮긴다. 아기에 대한 생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그녀는 엄마는 어땠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머무른다.

나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졌다.’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엄마를 이해할 것도 같았지만. 그러기엔 억울했다.’

엄마를 닮지 않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수연이는 고민과 걱정 속에서도 자신을 일으켜 세워줄 의미들을 찾아간다.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았고 학교와 사회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지만 수연이는 침착하게 삶의 방향을 잡아나간다. 새로운 의미들이 새로운 삶을 이끌어나간다. ‘엄마에 대해 그리고 엄마가 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인 블루문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해를 이어간다.

지금은 블루문이 모든 불운을 뒤집어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내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을 달이가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수연은 아이인가, 나의 미래인가.’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가지만 자신의 삶을 진실 되게 바라보고 이해하며 괴로운 양자택일의 문제를 벗어난다. 그녀의 삶 앞에 놓인 질문 앞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켜내는 것이라는 대답을 찾는다. 그 과정은 물론 순조롭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후회와 지나온 삶과 사람들에 대한 원망 그리고 방황이 계속됐다. 그럼에도 수연은 괴로움 앞에서 도망가지 않고 침착하게 삶을 지켜나간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의미들을 발견하는 것이 독서 뒤에 찾아오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두 번째 달, 블루문]을 읽으며 수연의 목소리를 통해서 시사적인 이슈라고 생각했던 낙태와 미혼모 문제에 대해서 침착하고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 수연이의 이야기는 가족과 사회의 냉대와 함께 태아의 성장과 임신과정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이야기의 전개는 수연의 시간과 동시에 달이의 시간도 함께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 미혼모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설파하는 교훈적 이야기도 아니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주인공 수연이가 새로운 삶의 의미들을 찾는 소중한 순간들을 수연이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목소리와 서사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과거에 청소년 미혼모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

 

 

 

 

수연의 이야기는 책과 함께 끝났지만 어디선가 수연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물처럼 삶의 행복이 찾아와주길 바란다. 나는 그들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지만 잠시나마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시도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블루문이 모든 불운을 뒤집어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세워놓은 기준에 어긋났다는 이유로 내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을 달이가 겪게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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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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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작품. 분단의 상황을 프랑스에서 두 어린이의 우정으로 풀어낸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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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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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대한 집요한 시선이 느껴진다. 미와 추가 교차하는 사이 진실을 그려낸다. 소재가 인상적이고 몰입해서 읽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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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어로 해외 1년 살아보기 - "워킹홀리데이"보다 1000만 원 아끼는
양호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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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하다 우연히 오페어를 알게되고 마침 좋은 책을 만나 도움많이 받았어요 정보뿐 아니라 작가의 경험이 인상적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진도 충분하고요 오페어 준비에 필수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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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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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걷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이 길이 내 길이라고 생각하며 걸었다. 그녀는 길에서 몇 번의 벽을 만난다. ‘소설에서도 일어나지 않을만큼 자주 견고한 시련의 벽을 만난다. 그녀는 삶의 어려움이라는 벽 앞에서도 스스로 행운아라고 생각하며 벽을 문으로 만들어 열줄 안다. 그러한 용기 있고 진정성어린 시도는 평생에 걸쳐 글을 쓰는 것이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한발 더디게 흘러가는 생각들을 추억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녀는 디어 라이프라는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다.

캐나다의 단편작가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는 그녀의 13번째 소설집이자 자전소설인 동명의 단편소설을 담고 있다. 등굣길에 걷던 거리의 풍경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의 가족들과 친구,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마치 할머니가 흑백사진에서 떠올려낸 이야기를 듣는 듯한 잔잔한 분위기가 전해지기도하고 뒤늦게 봉인된 편지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여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문장의 길이는 간결하고 단순하지만 문장 마다 시간의 깊이가 느껴진다. 미사여구와 장황한 묘사 없이 기억에서 크로키 하듯 포착해낸 장면들은 세월의 두께를 부감하는 기분이 든다. 그녀의 단정한 문장들을 통해 마음에서 부풀어 오르는 시간의 풍요로움을 전해진다.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그녀의 걸음걸이에 제법 속도가 났던 네터필드 부인의 에피소드도 인상적이다.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는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네터필드 부인과의 일화는 어머니의 신경증과 함께 긴박한 상황을 이끌어가며 소설적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동시에 훗날 네터필드 부인의 딸을 통해 어머니의 오해를 인정하게 되면서 짙은 페이소스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간절하게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어머니는 어디에 있는가.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유하다가 한 편의 소설이 된다.

마지막 문장을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것일까. 방안의 고요에 균열을 만든 나의 목소리는 어색했지만 내 마음 어딘가에 자리 잡았다. 세상과, 그리고 자신과 싸워야할 남은 삶을 견디기 위한 든든한 위로가 되는 고마운 문장이었다.

디어 라이프라는 소설의 제목은 처음 책을 펼쳤을 때의 설레는 감정에서 내 마음 속에 수많은 동심원을 그렸다. 그 동심원들은 과거와 미래의 단면들을 투영한다. 어쩌면 지금 앨리스 먼로의 소설을 읽고 여운에 잠긴 시간도 저 멀리 과거가 되어 추억할 수도 있겠다. 아직은 선명하게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만나게 될 환희의 순간에도, 그 순간이 오기까지 몇 번이고 찾아올 좌절의 시간에도 마치 주문처럼 책의 제목을 마음속으로 읊조리게 될 것이다. ‘디어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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