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 기억하는 사람과 책임감 있는 사회에 관하여
노명우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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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우리는쉽게잊고비슷한일은반복될까요
노명우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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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음에도 참사는 반복되었다. 왜,라는 질문에 어떤 이유로 답할 수 있을까. 우연한 사고 혹은 누군가의 잘못으로 사회적 재난에 대해 쉽게 답할 수 있을까.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들 앞에서 나는 교훈이라는 단어 앞에서 절망했었다. 우리가 교훈을 얻는다면, 유가족들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이다. 그래서 그 교훈을 잘 지켰는가? 우리는 어떤 말도 할 자격이 없다. 대체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인가. 자문하면서 결코 나는 대답을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래도 기억하면서 태도만은 남겨야한다고 생각했다.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기억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10년, 각자의 위치에서 기억하는 사람들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그중에 이 책도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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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니은서점을 운영하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로 사회학 관련 책들을 출간한 노명우 사회학자의 책이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는 사회학을 통해 세월호를 비롯한 사회적 참사를 진단하고 사회의 매커니즘에 대해 고민한다. 제목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그의 학문적 접근과 진정성 있는 시도에 크게 인상을 받아 이 책의 북펀드에도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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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억이라는 행위에 무게를 두고 시작한다. 그리고 "기억의 시제가 미래"여야한다고 말한다. 나도 10년동안 기억하겠다고 다짐했고 기억은 힘이 세다는 말을 믿어왔다. 기억은 애도의 시작이며 기억을 통해 반복의 굴레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기억해야하는가. 이 책은 사회학적 접근을 통해 기억의 대상인 재난과 희생자들에 대해 말한다. 재난은 아무 잘못 없는 희생자를 만들고 평범한 삶을 살아온 유가족들에게 격랑 속으로 몰아세운다. 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어머니들의 역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따라서 우리는 "재난의 탓을 무고한 희생자에게 돌리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무고한 희생자를 끝없이 만들어내는 어두운 세계의 매커니즘을 찾아내야 한다"(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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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세월호만 아닌 사회적 참사와 집단학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그는 집단학살이 가능한 사고방식이 저변에 확산되는 잠정적 시기를 언급한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재난은 잠정국면과 전조국면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참사가 일어난 후에는 반격의 여론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과 책임은 반드시 필요하다. 엘리 위젤에 따르면 "우리가 과거의 재난을 망각한다면 우리 역시 유죄이고 재난의 공범"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기억의 힘이 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사회적 책임지기가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을 넘어서 나를 위한 일이라고 말한다. 원전의 땅에는 국경이 있지만 원전 위의 하늘을 떠도는 공기에는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재난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며 그 시작은 기억일 것이다. 그리고 '쉽게 잊지' 않는다면 '비슷한 일'의 반복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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