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의식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함정임 옮김 / 현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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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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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책장의 어디에 꽂아두어야할까. 사르트르와 마지막을 함께한 연인 시몬드 보부아르의 사랑의 글이며 동시에 극진한 간병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20세기 실존주의 철학의 가장 강렬한 이름이기에 철학서들과 어울릴까. 당대 최고의 지식인으로서 교류와 정신적 연대의 대화들이 생생하여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함께하며 여행과 일상을 나누고 있기에 에세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단 한권의 책이지만 빛나는 스펙트럼의 파장이 상당한 책이며 시대의 지성인이 애정과 진심으로 적어낸 기록이다. 이 책은 에세이든 철학이든 어딘가에 포함되겠지만 나의 마음속에서는 매우 특별한 지점에 존재할 것이다. 철학자들의 글은 논문이나 연구서 혹은 이론에 대한 어떤 형식에 의해 전달될 것이다. 개념어들과 심지어 난해한 문장들로 철학책을 읽는 것은 어렵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자가 역시 철학자인 연인(계약결혼이라지만)과 마지막을 함께하는 감동적인 기록이다. 사르트르에게 보내지 못한 편지같이 느껴질 수도 있으며 보부아르 내면의 목소리가 섬세하게 담겨진 일기로 읽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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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소설가이자 이책의 역자인 함정임의 옮긴이의 말이다. 23개의 단상으로 전하는 번역노트라는 부제로 이 책의 이해를 돕고 동시에 감상의 지점에 동감하게 된다. 계약결혼, 앙가주망, 보호자, 여행, 유언 등 보부아르의 텍스트를 섬세하게 전하는 역자의 친절한 기록들은 이 책에 대한 애정을 더한다. 같은 방식으로, 즉 몇개의 키워드로 이 책의 서평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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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자 이것이 바로 작별 의식이로군!"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미소, 그 말이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다. 나는 '작별'이라는 말에 몇년 후에 내가 맞이하게 될 최대의 의미를 부여했다.(56~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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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어떤 슬픈 예감을 주는 단어들이 있다. 이후에 사르트르는 쓰러지며 건강히 급격히 악화된다. 다시 활력을 회복하긴 하지만 보호자인 보부아르의 마음에는 어떤 그림자가 강렬히 드리워졌을 것이다. 여행 중에도 보부아르는 적극적으로 사르트르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세심한 관심을 기울인다. 사르트르가 정신적으로 나약해질 때 보부아르는 그를 걱정하며 용기와 위안을 준다. 이런 대목을 읽으면 애정 깊은 노부부의 대화처럼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고 작별이라는 것은 예정된 미래다. 깊은 사유를, 주체적인 견해를 주고 받던 그들에게도 작별이 주는 무게는 어찌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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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가주망 #시력
사르트르의 활발한 활동에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보부아르의 기록은 굉장히 의미있다. 68혁명 이후에도 집회에 참여하고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대담과 인터뷰를 했다.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한 것이다. 하지만 건강의 문제로 일을 하지 못할 때는 울적해졌고 이를 위로한 사람 역시 보부아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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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력은 영영 회복될 수 없다는 걸까" 그말이 내 가슴을 너무나 아프대 찢어놓아서 나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149쪽)

특히 보부아르는 사르트의 시력에 대해 걱정한다. 사르트르가 눈이 잘 보이지 않아 걱정하기 때문이다. 읽고 쓰는 지식인에게 눈은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보부아르는 책과 신문을 읽어주고 눈건강과 회복, 수술에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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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고 있다. 나의 죽음이 우리를 결합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이다. 우리의 생이 그토록 오랫동안 일치할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아름답다.(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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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와 보부아르에 대해서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계약결혼일 것이다. 사랑에서 불필요한 속박을 걷어내는 것이며 결혼의 기본 전제인 진심과 사랑에 기초한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의 경우는) 계약결혼에 대해 왜곡하여 이해했을 수도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언급한 것처럼 통상적인 계약과는 다른 말이다. 상호평등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결혼은 불필요한 이해관계가 제거되고 순수하게 사랑만이 남는다. 아주 주체적인 개인과 개인으로 사랑이라는 구축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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