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쓰고, 함께 살다 - 조정래, 등단 50주년 기념 독자와의 대화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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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담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대하소설 3부작을 쓴 한국문학의 거장 조정래 작가가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이해 개정판을 내놨다. 이를 기념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그간 작품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는데 그 중 한 발언을 두고 일부 언론이 왜곡보도를 해 이슈가 있었다. 광복 후 친일파 척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현재까지 우리나라를 좀먹는 토착왜구세력이 잔존하고 있음을, 아픈 역사를 이해하는 국민들도 모두 알고 있는 그 사실을 언급한 것 뿐인데 일부 언론은 작가가 한 답변의 뉘앙스와 문맥은 무시한 채 앞뒤 잘라 먹고 일부 표현만 들어내 몰아가며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던 것이다.


조정래 작가의 작품에 담긴 역사관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안다면 그렇게 일부러 왜곡하기도 힘들었을텐데 보수 언론과 진짜 토착왜구에 속해 뜨끔했던 이들은 조정래 작가가 주목받고 더 많은 국민들이 그의 책을 찾게되는 것이 두려워 트집을 잡으려고 벼르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일지도 모른다. 78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드러내며 대한민국 역사의 문제적 현실을 소재로 앞으로도 20년간 글쓸 계획을 세워두었다 하는 결연한 포부를 가진 영향력이 큰 작가가 두려웠을 것이다.


그의 글쓰기 인생 50년을 맞아 독자와의 대화집을 담은 <홀로 쓰고, 함께 살다>에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서의 사명감과 자부심, 흔들림없는 목표의식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을 아껴온 대한민국의 독자들이 그간 발표한 그의 작품에 대해, 그처럼 글을 쓰며 살고 싶은 소설가 지망생들에게 들려주는 글쓰기 노하우와 작가로서 사는 법, 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대한민국 현실의 문제점과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 등을 독자들의 100여 개의 질문에 답한다.


질문 가운데 저자가 자신이 작가로서 재능이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국문학도에게 작가가 자신을 객관화해보기를 권하며 들려준 작가재능 판별법은 다음과 같았다. 누가 시키는 것이 아니고 배고픔처럼, 몸마름처럼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동하는지, 글을 쓸 때마다 남다른 개성과 창의력이 발동하느냐, 같은 소재와 주제로도 매번 색다르고 특출하게 써낼 수 있느냐, 날마다 하루 2페이지 정도씩 길게 써나갈 수 있느냐, 다른 작품을 받고 감동을 받은 후 나만의 스타일로 다르게 쓸 수 있는 마음이 드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기본 재능보다 '혼자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의 길이와 좋은 작품의 수는 비례한다'며 성실하고 엄중한 태도로 자기관리하며 끈질기고 외롭게 글쓰기에 매달려온 작가의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최근 문학교과서 주저자로도 활동한 작가에게 문학의 목적에 대해 묻자 작가는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 실은 그가 쓴 교과서 머리말을 보면 작가란 모국어의 자식인 작품을 쓴다는 것은 모국어에 은혜갚음이고, 독자들이 작품을 읽는 것은 모국어의 소중함을 깨닫고 모국어가 주는 그 은혜를 다시 음미하며 사람답게 사는 참다운 길을 깊이 생각하는 것이라 말한다. 작가를 통해 듣는 이 말은 새삼 우리글로 문학작품을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했다.


'한정된 시간을 사는 동안 내가 해득할 수 있는 역사, 내가 처한 사회와 상황, 그리고 그 속의 삶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첫 소설집 <황토>에 실은 작가의 말에 적은 각오대로 그는 50년간 작품을 통해 '우리의 처절한 민족사를 진실하고 생생하게 엮어내서 앞으로 다시는 그런 처참하고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작은 거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작가의 소임을 다하고 있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우리 민족과 조국을 가장 뜨겁게 사랑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이 나라의 병폐를 혁신하고, 불의를 척결하고 타락한 국가사회의 각종 권력을 개혁하기 위해'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투표와 권력 감시, 감독을 하는 국민들이 싸우고 타협하며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통일을 바라며 종전기원문을 쓰는 작가.


나라가 어찌되든 나만, 자기가 속한 조직만 살겠다고 남을 비방하고 헐뜯고 엄연히 있었던 역사적 사실조차 반성없이 유리하게 조작하고 해석하며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이들 때문에 혼란스러운 요즘이라 더욱 조정래 작가의 책을 젊은 세대와 다시 읽기를 해야할 것 같다. 오래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가의 건강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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