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 요다 픽션 Yoda Fiction 3
곽재식 지음 / 요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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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 – 곽재식



  가장 무서운 예언은 당연히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일 것이다. 그의 예언이 진짜인지는 찬반이 갈리지만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다. 세상이 망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했지만 여전히 세상은 바쁘게 잘 돌아가고 있고, 그의 예언은 한물간 가십거리로 남았다.


『가장 무서운 예언 사건』에서도 제목처럼 예언이 등장한다. 시작은 운동 경기의 결과를 정확하게 맞춘 예언이었다.

 이에 대한 제보를 받은 오현명 기자는, 정확히 무슨 회사인지 모르지만 조사를 참 잘하는 회사에 이 예언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자칭 차세대 미디어 정보 플랫폼 사업을 한다는 회사의 사장 이인선과 직원 한규동, 그리고 오현명 기자는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제보자는 예언으로 인해 큰돈을 벌었고, 마지막 예언은 특정 장소로 오라는 것이었다. 그곳에 가도 안전한지에 대한 의뢰였고, 그들은 그곳으로 향하고, 오늘 밤 세상이 멸망한다는 쪽지를 발견한다.

 



 이 책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예언을 한 예언자를 찾는 이야기이다. 발견한 쪽지 모서리에 쓰여있는 단어를 바탕으로 추적을 시작하고, 이와 연관된 집단, 인물들을 찾아 추리를 해 나간다.

전체적인 내용은 단순할 수 있지만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대화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주요 인물들의 성격부터가 독특한데,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범상치 않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차세대 미디어 정보, 플랫폼 뭐 그런 걸로 사업을 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저는 아직도 도대체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는 정말 모르겠거든요.

..

“멋있으라고 붙여놓은 말이니. 어제 창업한 회사보다 오늘 회사는 새로 생긴 거니까 어떻게든 차세대라면 차세대 아니냐. 그리고 뭐든 판을 벌여놓은 것 같으면 하여튼 플랫폼이라고 둘러댈 수는 있는 거고.

- 87



 그녀의 성격이 제대로 나타내는 부분은 차세대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다. 작은 꿈조차 갖지 못하게 팩폭을 날리는 성격으로, 지극히 현실주의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에 대해 느낀 것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단순한 일들이 생각을 달리하면 그 이면의 진실은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평면적인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파고들었을 때야 비로소 보이게 되는 진실들을, 뼈를 때리며 알려준다.



 “양자론의 원리가 원래 그렇다고 해요. 그런데 그래도 통에 구멍을 뚫어보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전자 하나가 나오기는 나온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때 전자가 왼쪽으로 나오는 거나, 오른쪽으로 나오는 게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 방향으로 나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완전히 확률에 따라 아무도 모르는 와중에 아무 이유도 없이 그렇게 둘 중에 하나로 정해져서 전자가 튀어나온다는 거예요.

..

“양자론에 따르면 실제로 그렇다는 거예요. 그냥 완벽한 우연으로 전자가 어디로 튀어 나갈지가 정해진다는 거죠. .

-260



  가끔은 대화가 너무 많아서 지루하기도 하지만, 인물들의 대화가 함정이기도 했다가 정답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얼마 전 남편과 이야기했던 양자론에 대한 설명이 나왔을 때도, 이걸 여기서 이렇게 써먹을 수가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허벅지를 탁하고 쳤다.


  C언어를 배울 초기에, 랜덤 함수를 통해 받은 난수는 정말 랜덤으로 나온 것이 아닌 여러 테이블들에 있는 값을 뱉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값을 받은 내 입장에선 난수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처럼 ‘어이없음’과 이유 없는 실망감을 떠올렸다. 양자학의 원리를 알았을 때도 그랬는데 이 책의 결말을 다 읽고 나서 나의 느낌도 그때와 같다면 어쩌지 하면서 계속 읽어나갔다. 다행히 생각보다 그리 실망스럽진 않았던 것은 역시나 인물들의 넘쳐나는 대화로 인한 것 일 수도 있다.




  21세기에 세상이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 예언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만들려면 준비 단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야기를 뒤집어보면 오히려 색다른 상상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 소설이었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느낌이 강한 책이지만 한 가지에 파고들어 끊임없이 질문하길 좋아한다면 호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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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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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댄스 – 앤 타일러



  우리는 정말 열심히 살아가지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에 비해, 인생의 최종적인 목표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적다. 시간이 가면 가는 대로, 나이를 먹으면 먹는 대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그러다 몇몇 사람들은 깨닫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 행복하기 위해 지금을 열심히 살지만 행복이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 스스로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오늘도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 걸까.



 『클락댄스』의 주인공 윌라는 수동적인 인물이다. 어린 시절엔 보도 블록이 깔린 곳에서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진 소녀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다혈질이었고, 아버지는 법 없이도 살아갈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난이 지긋지긋하다며 그녀의 어머니가 가출하고, 며칠간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 일 없는 듯 행동했고, 윌라와 그녀의 여동생은 고스란히 불안을 안고 지냈다. 며칠 뒤 돌아온 어머니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다시 지냈다.

 대학생이 된 윌라는 언어학자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남자친구 데릭의 갑작스러운 약혼 강요로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녀는 졸업하기도 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그녀의 꿈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녀의 전남편 데릭은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지금의 남편 피터와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다. 그녀의 아이들은 장성하여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에게 연락도 거의 없는 그들에게 섭섭함을 느끼고 있다. 부족할 것 없는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텅 비어있다.



 윌라는 언제나 중심이 없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다. 항상 누군가를 위해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는 인물처럼 답답하다 생각하며 읽었다. 그러다 한순간, 윌라의 모습에 나와 세상 모든 엄마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나를 위한 삶은 없고, 가족을 위한 삶을 살며 그것이 진정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살아가는 그 모습들이. 그래서 윌라를 답답한 할머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나와 동일시하게 되고, 그녀의 생각과 선택에 집중하게 된다.



  내가 내 삶의 주체가 된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으니 내조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그 아이가 자랄 때까지 내 인생의 중심을 아이로 맞춰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나를 위한 삶일까. 그런 삶은 내 삶의 주체를 빼앗긴 삶이 아닐까.




  항상 삶의 주체를 가족들에게 맞춰 살던 윌라는 노년이 되어서는 삶의 주체를 찾지 못했다. 든든한 남편이 옆에 있고, 정원의 선인장에게 마음을 주지만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모른 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이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있었다. 자신과는 인연이 아예 없다고 생각해도 좋은 아이를 당분간 돌봐주었으면 한다는 연락이었다. 그 전화가 그녀에게는 새로운 기회였다. 그 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도 하지 않고, 불평하는 남편과 함께 그곳으로 뛰어든다.


  그곳의 생활에서 윌라는 점차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나를 위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면, 그 결정은 멋진 인생의 목표라 생각한다. 윌라는 항상 남들을 위해 살았다. 그 삶이 즐거움을 주었는지, 그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며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도 않은 채 그렇게 살았다. 윌라의 모습은 우리 엄마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항상 옆에 있어도 감사한지 모르고, 당연한 존재라 생각하는 그런 존재.


  항상 수동적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곱씹으며 그들에게 맞췄던 윌라는 점점 변해간다. 떠돌아다니던 중심을 자신에게 맞추니 한결 더 편안해진다. 읽는 나조차 윌라에 대한 답답함은 가시고, 그녀의 새로운 목표를 응원하게 되었다.


  작고 소박한 꿈을 갖고 있던 그녀의 어린 시절처럼, 어찌 보면 지금 그녀의 꿈 역시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진정 나를 위한 목표를 정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 반짝이고 멋진 일이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그녀에게 응원을 던지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세상에 많은 윌라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그런 따뜻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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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의 초대
로라 마샬 지음, 백지선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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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친구의 초대 로라 마샬 (friend request)


 

  짝사랑하던 고등학교 동창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루이즈는, 이혼 뒤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었다. 다른 여자를 만나 떠나간 전남편 샘을 그리워하지만, 아들과 새로운 자신의 삶을 위해 간신히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어느 날, 하나의 페이스북 메시지가 도착한다. 마리아 웨스턴으로부터 친구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죽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고등학교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고, 그 시절 함께 어울렸던 소피라는 친구와 만나기로 한다.

  마리아의 죽음이 항상 자신의 탓이라 생각했던 루이즈는 소피와 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반갑게 맞아주던 그녀는 마리아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태도가 돌변해버린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고 엄청난 공포를 느낀다. 정말 마리아가 살아 돌아와 자신에게 복수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죽은 친구의 초대』는 SNS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과거 자신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싶지 않은 루이즈는 점점 꼭꼭 숨으려 하고, 그럴수록 마리아는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적으로는 흔한 스토리 전개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큰 요소가 있다. 바로 주인공 루이즈의 감정이었다.



소설은 화자인 그녀의 시점에서 흘러간다. 전반적인 이야기를 그녀의 감정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에 대한 감정을 말할 땐, 내가 내 아이에게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말하고 있어서 엄청난 공감이 되었고, 이혼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과의 한때를 말할 땐, 나 역시 그 사랑의 당사자가 된 것 같이 생생했다. 중간중간 학생때의 시점으로 돌아가, 소위 잘나가는 친구들 사이에서 잘나가고 싶었던 그녀의 학창 시절의 모습 또한 누구나 지내온 청소년기의 모습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루이즈에게 어떤 상황이 와도 그에 따른 감정의 표현이 엄청 섬세했기 때문에 이야기 전체가 흔하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아이에 대한 감정 표현이 특히나 내 마음을 흔들었다. 오히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친구에 대한 죄책감과, 공포심에 대한 공감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 부분에 대해 다른 방법으로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흔한 서양 미스터리 스릴러물이지만 인물들의 감정 표현이 정말 좋았던 책이었다. 그 감정선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계속 읽었던 얼마 안 되는 책이다. 반전에서 꼭 필요했기에 공을 들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난 정말 좋았다.

 

  마지막으로 하나 아쉬운 건, 국내판 제목이 너무 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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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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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원했던 것들 – 에밀리 기핀



  싱글 대디 톰은 목수이다. 그는 밤에는 우버 택시 기사일까지 하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자신이 올라갈 수 있는 위치는 한계가 있고, 부양해야 할 10대 딸이 있다. 사춘기 딸과 티격태격하며 분주하게 살던 그의 삶에, 큰 사건이 터졌다. 그녀의 딸 라일라가 10대들의 파티에 만취한 상태로 사진이 찍혔는데, 그 사진엔 그녀의 가슴이 노출되어 있었다. 돌진적인 톰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부유한 가정주부인 니나는 자신의 위선을 인정하지 않고, 본인은 속물이 아니며, 필연적으로 비싸고 좋은 물건을 쓸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각인시킨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위치가 같은 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행실을 비난하면서도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 부정하지만, 역시나 위선일 뿐이다. 자신의 위선을 덮기 위해 자선행사를 열고, 기부를 하지만 남을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녀에겐 승승장구하는 언제나 완벽한 남편과, 곧 있으면 일류 대학에 입학하게 될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다. 그런데 그녀의 아들 핀치가 라일라의 사진을 찍은 범인이었다.'




  어느 정도의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은 부유한 가정의 피의자와 열악한 가정의 피해자의 싸움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니나의 이야기였다. 그녀의 방향이 전체적인 이야기를 바꿔 놓았고, 초반에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위선적인 모습을 갖고 있다. 순수한 어린아이가 자라, 세상의 중심이 ‘나’라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어느 정도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이 성립되면서 사회 안에서의 위치를 찾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모든 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어느 정도의 위선을 장착하고 살아간다. 위선은 인간의 기본적인 방어적 행위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고 있지만, 이해한다거나 쿨한 척하며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기대한다. 그것 또한 스스로를 감추는 위선이다.





  니나 역시 항상 자신의 가치관을 의심하며 살아왔지만 남들이 볼 땐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텅 비어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맞닥뜨린 아들의 행동이 그녀를 더욱 흔들었고, 그녀가 진정 원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그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자신을 먼저 의심하는 사람은 적다. 스스로는 언제나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자신이 하는 행동이 정답이라는 기조를 갖고 살아간다. 이슈가 터져도 마찬가지이다. 그 이슈는 내 탓이 아닌 남 탓이라는 기본 프레임을 갖고 판단을 시작한다. 넓게는, 우리 가족은 문제가 없으며 그 이슈를 만든 원인은 당사자 스스로에게 있을 것이라며 자신들의 흔적을 부정한다. 나라고 다르지 않다.


 그런 기조를 갖고 살아간다면 발전은 없다. 자아성찰은 자신이 했던 것들을 칭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들이 정말 옳은 것인가를 생각하며 반성하고 스스로를 질책하며 더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좋은 일이 있더라도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하기보단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떤 점들이 긍정적으로 적용되었는지를 생각하며, 좋은 기운이 계속 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초반은 니나의 위선에 소름이 끼쳤고, 답답하게 앞으로 돌진만 하는 톰의 모습에 목이 턱턱 막혔다. 흐린 눈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만 생각하는 전형적인 모습들이었다. 그들의 단단한 매듭이 어떻게 느슨하게 풀리는지는 직접 읽어야 재밌기 때문에 더 이상의 스토리는 쓰지 않으려 한다. 반전 소설을 읽었을 때처럼 이마를 탁 치게 하는 전개가 아니라, 물방울들이 한 방울씩 스며들어 옷이 젖게 만들 듯, 서서히 서로를 이해해가는 그들의 모습은 극단적인 갈등해결이 아니기에 의미가 있다.



  요즘 이슈가 되는 인종차별, 청소년들의 성폭력, 젠더 이슈 등을 각각 다른 생각과 세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해결되는 것이 없고,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것이 진정한 복수인지, 진짜 승리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였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져 비슷한 엔딩까지 가는 경우는 적을 것이다. 하지만 복수와 용서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변화시키기엔 꽤나 좋은 이야기였다. 내가 그들처럼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단단한 그들의 마음을 배울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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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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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 아시자와 요



  괴담이라 하면 귀신 나오는 무서운 이야기로만 생각한 적이 있었지만, 괴담 속의 이야기들을 풀어보면 우리 주변에 흔한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귀신만 등장하는 것이 아닌 범죄와도 관련된 괴담들이 많기 때문이다. 괴담을 경험한 이는 당사자 뿐이라, 듣는 이들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판단 하긴 어렵다. 약간의 조미료를 쳐서 이야기를 부풀려도 진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가볍게 듣고 가볍게 넘기는 것이 괴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어떠한 괴담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되어있다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어릴 때부터 괴담을 좋아했던 나라도 괴담 속 등장인물이 되고 싶진 않다.

 


 괴담의 시작은 갑작스럽고, 끝도 갑작스러울 때가 많다. 뭔가 해결되지 않고, 원인도 모른 채 끝나버리고 여전히 그 괴담은 유효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야 더 무섭기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에서의 괴담들은 하나씩 보면 흔한 괴담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시작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어정쩡하게 끝이 나면서 으스스함을 높여줄 뿐이다. 그리고 그 괴담들을 연결하는 등장인물이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나’이다. ‘나’는 주변인들로부터 수집한 기이한 이야기들을 엮어 책으로 만들려 한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이야기들을 읽는 것이다. 흔한 일본 스타일의 괴담이어서 재밌고 가볍게 읽겠구나 했는데 중반부를 지나면서 ‘나’ 말고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등장한다. 그것을 느끼게 되면서부터 더욱 재밌게 빠져들었다.



  괴담은 접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인간의 욕심, 너무나 간절한 바람, 지나친 걱정으로 인한 그 에너지가, 또 다른 형태로 우리에게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즐겁거나 행복한 것이라면 괴담이라 부르지 않겠지만, 무섭고 끔찍하고 기괴한 일들로 다가오는 것이 바로 괴담이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책에서 말하고 있는 괴담의 정의가 내가 평소 괴담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해서 더 재밌게 읽었다. 세련된 글 솜씨로 괴담을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괴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희망을 맛보면 더더욱 견디기 힘들어진다.

231p


  어떤 이에게는 무서워서 잠을 설치게 만든 유령이, 또 다른 이에게는 너무나 보고 싶던 가족이었다? 설령 그가 바라던 웃는 모습의 예쁜 모습이 아니더라도 딱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던 존재를 만난다면, 그것은 행복한 꿈인지, 악몽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괴담의 매력.



  미쓰다 신조의 괴담 스타일을 좋아하는 내게 정말 딱 맞는 책이었다. 시시하게 읽었다는 평도 있었지만, 괴담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평가를 받게 되니 어쩔 수 없다. 아껴 놓고 하나씩 천천히 읽으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작가가 다음 괴담 책도 빨리 내주길 바라며 아쉽게 책을 덮었다. 한 달 뒤 또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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