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한 여자 스토리콜렉터 10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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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으로 처음 만난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에 애정이 생겨서, 타우누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사랑받지 못한 여자』를 읽어버렸다. --! (우리나라엔 타우누스 시리즈로서 4번째로 출간)


사실상 이혼 후 타우누스의 보덴슈타인 강력반으로 오게 된 '피아'와 어릴 적 살았던 마을로 가족과 함께 다시 돌아오게 된 '보덴슈타인' 반장의 첫 만남은, 한 여성의 자살 사건과 신망 있는 검사의 자살 사건으로 포문을 열며 강렬하게 시작한다. 새로운 파트너가 된 서로를 무관심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파악해 가는 그들의 배려는 앞으로도 멋진 파트너가 되어줄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미 그들의 10여 년 후의 모습을 읽어버린 상태라 왠지 모를 흐뭇함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어쩌면 크게 특별한 소설은 아니지만 보덴슈타인과 피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읽어서인지 나에겐 괜찮은 소설이었다. 자칫 '이야 미스'처럼 불쾌한 미스터리가 될 수 있었던 소재들이 여러 가지 재료들과 잘 어우러져 재미있는 이야기로 잘 만들어졌다. 소설 속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은, 각자의 선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점에서 만난다. 『여우가 잠든 숲』에서도 볼 수 있었던 넬레 노이하우스의 꼼꼼함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느 하나 흐지부지하지 않고 철저하게 그려놓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독일 장르물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최근 만난 두 독일 작가의 소설들은 깔끔하고 좋은 마무리였다.(내가 좋아하는 !!) 독일 소설과의 첫 만남이 기분 좋았으므로 앞으로도 자주 찾을 것을 예상하고 있다. 독일 장르물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찾아볼 수 있는 기대감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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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 1 스토리콜렉터 5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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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을 만났다. 만날 기회는 많았지만 인기 많은 작가의 책에 대한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있어서 안 읽고 있었다. 게다가 독일 소설이라 더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재미있게 읽었다. 예전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추천해준 지인이 떠올라 미안해지기도 했다. 책이 두 권이라 첫 번째 압박을 받았고, 2페이지 가득 찬 등장인물들을 보고 두 번째 압박을 받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건들로 지쳐있는 50대 강력반 반장 '보덴슈타인'이 등장한다. 개인적인 안식년을 갖기 위해 윗 사람에게 이야기 해둔 상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한밤중 캠핑장 '숲 친구 하우스'의 한 캠핑 카가 전소했는데, 그 안엔 불에 탄 시신이 있었다. 그리고 불에 탄 캠핑카의 소유주인 마을의 한 할머니를 찾아가지만, 그녀 역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살인사건의 배경인 독일 타우누스 지방의 루퍼츠 하인은 보덴슈타인이 어린 시절부터 지낸 곳이다. 친숙한 장소에서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의 죽음은, 지쳐있던 그를 더 힘들게 했다. 그와 함께 여러 사건들을 만나고 해결했던 피아 형사는 그의 추측과 판단이, 처해진 상황에 의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은 언제나 크다.


 사건은 42년 전에 일어난 러시아 이주 소년 '아르투어'의 실종사건과 교차된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두 사건의 연결고리들이 발견되면서 아르투어의 절친이었던 보덴슈타인은 잠자고 있던 죄책감과 슬픔을 다시 만난다.



 나는 시골 마을의 '폐쇄된 공동체'라는 것을 유럽에 대입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장르물에서는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한마을의 폐쇄성'은 작은 사건조차 입에서 꺼내지 않으려는 묘한 공동체 의식에서 시작된다. 본인이 개입되었을 수도 있지만,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방관자로 남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관계자'가 되어버린다. 이는 '폐쇄된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작고 많은 중요 요소가 된다.

 루퍼츠 하인의 사람들도 '폐쇄된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알고도 모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알지 못한다. 이는 사건 해결에 큰 어려움이 되고, 42년 전의 러시아 이주 소년 실종 사건이 해결될 수 없는 배경을 만들었다. (이주민이란 이유로 따돌림받았었던 소년의 가족은, 그 마을 토박이들과는 상관없는 남의 일일뿐이었다. ) 그렇게 그들은 자신도 모른 체 지금까지 그 공동체를 유지해왔고, 새로운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역시 '폐쇄된 공동체'는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보덴슈타인과 피아, 그리고 동료들은 자기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며 단서를 찾고 사람들을 만난다. 많고 복잡하지만 천천히 진행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각 인물들의 심리, 관계 등의 묘사가 적절하게 들어가 있어서 감탄하며 읽었다. (보통 이러면 복잡하다고 욕을 한다) 피아가 다른 형사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나오는 그녀의 생각과 성격 묘사가 전혀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이런 식의 진행이 많다) 

  「타우누스 시리즈」가 벌써 8권이나 나왔지만 나는 『여우가 잠든 숲』으로 처음 만났기 때문에, 주요 인물들의 성격 파악 등이 어려울까 봐 걱정했었다. 하지만 그런 이질감 없이 천천히 내 속도로 읽기에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특히 보덴슈타인과 피아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묘사하는 부분은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았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들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느낄 수 있었고, 나 역시 그들의 감정에 녹아들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꼼꼼함과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완성도를 높여준 것 중 하나는 몇 수 앞을 내다보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능력이다. 작가로서 (많은) 마을 사람들의 작은 소문들이나 행동들이 범인의 생각과 행동, 계획에 미칠 영향들을 판단하고, 그로 인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이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 페이지를 채울 정도로 많은 등장인물들이 있기에 더 엄청난 능력이다. 그녀가 이 책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것이 절로 보였다. 


 앞으로의 보덴슈타인과 피아도 궁금하지만 과거의 그들 모습이 엄청 궁금해졌다. 나의 호감 작가 리스트에 추가된 그녀의 소설들을 더 읽어봐야겠다. 후련한 마음으로 책을 덮게 해준 이 책이 참 좋았다. 


 그리고 제목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아련아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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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전쟁 - 최순실 국정농단 천 일의 추적기
안민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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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안민석, 김성태 의원의 대격돌(?)을 듣는다. 지난 청문회를 통해 큰 임팩트를 주었고 활약을 했던 서로 다른 진영의 정치인이 티격태격하는 것이 재밌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안민석 의원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처음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없는데 책까지 낼 필요가 있나 싶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건 언론이 보여주는 선이 다였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은 것은 분명한데 일개 소시민인 나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의심은 하지만 베일에 싸여 벗겨내기 쉽지 않은 진실을 알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첫 시작은 2014년 한 신부의 전화로부터였다. 승마계가 난리가 났다는 전화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014년 4월 8일 정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유라 승마 공주 문제' 제기가 등장할 수 있게 해준 운명의 전화였다. 이를 시작으로 근 3년간의 최순실 추적기가 담겨 있다. 정치인을 하기 전에 사회체육부 교수였고, 국회의원이 된 후 우리나라 체육계 개혁을 위해 뛰어온 그였기 때문에 그가 정유라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건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다. 언론에서 보여주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읽으면서 놀라움과 경악은 필수 옵션이다.



 개인적으로 최순실 보다 더 분노하게 만든 이는 김종 전 차관이다. 그는 진정한 꼭두각시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그로 인해 많이 아팠을 사람들의 모습도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국민을 불면 날아가는 먼지로 알고, 최 씨 일가의 비위를 맞추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그의 모습에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욕이란 욕은 다 쏟아부었다.



 이 책의 특성상 안 의원의 사견이 많은 건 사실이다. 읽을 때 너무 감정이입하지 말고 사실만을 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추적이 단순한 미움과 의심으로 시작되고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 또한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는 최순실이 구속되고, 박근혜가 탄핵 대통령이 되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도 꼭꼭 숨겨진 진실이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의 끝나지 않은 추적기가 끝날 그날을 간절히 바라고, 추악한 국정 농단을 밝혀질 수 있게 노력한 안민석 의원과 많은 이들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어떠한 사회파 미스터리보다 더 실감 나고 살벌한 추적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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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된 순례자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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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장르소설은 처음 만났다. 일본 소설을 좋아해서 다른 나라의 소설들은 '찾는 것' 자체를 잘 안 한다. (사실 안중에도 없다-_-;) 우연한 기회로 읽게 된 「중독된 순례자들」은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중 네 번째로, 역시나 안중에 없던 책이다. 평소 전혀 찾지 않는 독일 소설이고, 생소한 사형집행인이라 하니 더 거리감이 느껴졌다. 내 머릿속의 사형집행인은 영화나 게임에서의 이미지처럼 무시무시한 처형자에 가까웠다. 윗사람의 지시로 죄수를 죽이기만 하는 그런 처형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중독된 순례자들」에서 만난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은 괴팍한 성격이긴 해도 단순 무식하고 힘만 센 처형자가 아니었다. 마음 따뜻한 아버지이면서 다정한 남편이다. 게다가 사형집행인들은 신체에 대한 이해도 높고, 약초에 대한 지식은 약제사보다 더 뛰어났다. 고문과 동시에 치료를 해야 하는 것도 사형 집행인의 일이라서 그들은 잔인한 처형자인 동시에 뛰어난 의사이기도 했다. 물론 중세 독일에서 사형집행인의 신분은 매우 낮아서 그들에게 치료를 받으려는 자들은 없었을 것이다.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는 남편 '지몬'과 안덱스로 순례 여행을 떠나는데, 그곳의 안덱스 수도원에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들이 일어고, 의도치 않게 말려들게 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안덱스 수도원의 약제사가 붙잡히지만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돌면서 목욕탕 의사인 지몬은 아픈 이들을 돌보게 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위기의 옛 친구를 돕기 위해 사형집행인 퀴슬까지 어린 손자 둘을 데리고 나타나면서 퀴슬 가족은 안덱스에 묶이게 된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두꺼운 소설의 초반은, 집중이 잘 안되고 읽기에 매끄럽지 않았다. 1660년대가 배경인 낯선 독일의 모습이, 내가 자주 읽던 일본과 영미 소설과는 너무나 다른 스타일이어서 당황하기도 했다. 주인공들 말고 다른 인물들의 이름은 헷갈려서 메모지에 써놓고 보면서 읽었고, 낯선 사회상에 적응하면서 읽어나간 것이 초반이었다. 아무리 낯선 소설이라도 3분의 1 정도 읽으면 익숙해지고, 그때부터는 재미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힘든 초반이 지나가자 나머지는 쉬웠다. 빠른 전개는 아니었지만 적당한 템포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퀴슬가 사람들의 고군분투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욕설과 독한 말들을 밥 먹듯이 하지만, 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야콥 퀴슬의 매력에도 빠져버렸다. 막돼먹은 오줌싸개들이라고 손자들을 부르지만 누구보다 손자들을 사랑하는 야콥의 모습에서 사형집행인 역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내 아버지의 모습까지 떠올렸다. 작가가 사형집행인의 후손이라 하니 이런 점들을 더 부각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도 해보았다.



 신성한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음모들이 중세 이야기 다웠으며, 긴 페이지만큼 자세하고 꼼꼼한 스토리로 이질감 없이 공감을 사기엔 충분했다. 중세 독일은 내가 잘 몰라서 이해가 어렵고 공감이 안될까 봐 걱정했었지만 정말 재밌게 읽었다. 긴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각각 인물들의 성격도 확실히 알 수 있었으며, 이들의 끈끈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장르 소설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을 읽은 것 같이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사형집행인에 대한 새로운 면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책이 좀 두껍고 글이 많아서 부담일 순 있겠지만 재미있는 장르 소설을 원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도 어서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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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잠든 숲 1 스토리콜렉터 5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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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읽어보고싶어요~ 묘한 제목이 더 흥미를 끌어냅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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