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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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리여우화



많은 이들에게 수학은 어떤 존재일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해야만 하는 어려운 과목일 수도 있고,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에겐 재미있었던 과목일 수도 있다. 나에게 수학은 더 열심히 공부하지 못해서 약간 아쉬운 과목이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선생님이 좋거나, 그날 배운 챕터가 재밌으면 그냥 열심히 하는 게 공부였다. 수학도 비슷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만 하고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 후 대학을 졸업 후,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더 깊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수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단순히 공식만 외워서 문제를 풀 때는 어렵지 않았던 것들이 실제 필요한 이유를 깨닫고 사용할 땐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수학에 대해 더 공부해볼 걸 하고 후회했던 때가 바로 이 시기였다. 함께 공부하던 수학 천재의 설명을 들을 땐 쉽던 것들이 집에서 나 혼자 다시 할 땐 세상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되기도 했다. (이때 천재들은 이런 것이구나라는 것도 느꼈다. 다음날 물어보면 어찌나 쉽게 설명해 주던지…)





그렇게 쉽고 어려운 수학을 계속 접하다 보니 가끔 수학천재들이 수학을 즐기는 방법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을 고통 속에 집어넣은 ‘삼각함수’를 시작으로 여러 문제를 혼자 풀며 쉬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때면 왜인지 모를 소름이 돋기도 했다. 나도 나름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필요한 부분까지만 사용하고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그런 수학 덕후들을 위한 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는 그 부분에서 최고의 책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수학을 어려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는 엄청난 수학 덕후다. 수학을 어려워한다는 것과 안 풀리는 것은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안 풀릴수록 더 풀고 싶고 재밌고 도전하는 모습은 어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딱 그런 사람이라 느꼈다.




수학을 좋아하는 엄청난 수학 덕후가, 수학 관련 주제를 하나씩 정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수학 이야기가 재미없다면 이 책이 끌리지 않을 수도 있다. 많은 부분에서 어렵기도 하고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지만, 수학의 문제를 푸는 것보단 왜 이런 수학 공식과 법칙들이 탄생하게 되었으며 많은 난제와 증명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진행되어 가는지의 내용이 전반적이다. 물론 수학 책이기 때문에 어느 수준의 수학 공식들이 어쩔 수 없이 등장하지만 굳이 풀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공포’에 대해 하루 종일 토론할 수 있는 것처럼, 작가는 수학에 대해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 듯하다. 하나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재밌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즐기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함께 즐길 수 있고 흥미가 생긴다.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한다고 해서 이 책을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사를 좋아한다면 이 책도 분명 재밌을 것이다. 나처럼 프로그래밍 전공자나, 수학을 사용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심심할 때 한 챕터씩 읽어본다면 나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이란 게 단순히 수학자들이 만들어낸 공식들이 아닌, 자연, 우주, 우리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란 것도 배울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수학 이야기 중에는 0의 탄생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0으로 표시하면서 태어난 0의 발견은 수학에서 엄청난 발견이다. 엄청 단순한 것 같지만 0의 탄생으로 인류는 지금까지 많은 발견을 할 수 있었다. 이런 발견들이 어디에 쓰이고 중요한지 실생활에서는 사실 알 필요가 없지만, 이 책을 보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우리 주변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길가에 깔린 보도블록들을 보아도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다.





 수학 시간이면 저는 공부를 한다기보다 선생님이 저의 머릿속에서 논리를 끄집어내어 도와주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음속으로 항상 ", 이런 거구나.", "그래, 만약 그렇다면 나도 이렇게 풀 수 있겠어.”라는 소리를 내뱉곤 했습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수학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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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남의 불행에 느끼는 은밀한 기쁨 샤덴프로이데
티파니 와트 스미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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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해주려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올까 - 티파니 와트 스미스



 제목부터 노골적인 이 책은, 평소 엄청 많이 느끼면서도 이 감정이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샤덴프로이데에 대한 이야기이다. 발음부터 생소한 샤덴프로이데는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이라는 감정을 뜻하는 명사이다. 흔히 쌤통이다라고 생각하며 고소해하는, 통쾌하지만 약간 부끄러워지는 그 감정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처럼, 내 주변의 누군가가 잘되면 질투라는 감정이 생겨난다. 평소 나는, 나의 샤덴프로이데에 대해 개의치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서 나름의 방어적인 행동을 했다는 걸 알았다. 과연 어떤 사람이 샤덴프로이데와 무관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샤덴프로이데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는 것이 더 확실해졌다.



샤덴프로이데는 소외와 분열을 부추기는 감정처럼 보일지 몰라도 거기에는, 혼자 실의에 빠지기보다는 나처럼 다른 사람들도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는 우리의 욕구가 담겨 있다.

32p (프롤로그 중)



다른 이들의 불행을 보고 기뻐한다는 뜻 그대로만 보면 엄청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샤덴프로이데와 마주친다. 평소 미워하던 상사가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환호 했을 때, SNS에서 항상 자랑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친구의 소식을 들었을 때, 1등만 한다던 친구의 아들이 내 아이보다 좋은 대학을 가지 못했을 때, 갖고 싶던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의 옷이 더러워졌을 때 등등 위로해주는 척 하다가도 속으로 쾌재를 부르는 일은 누구나 매일 하는 일인 것이다.



샤덴프로이데는 개인보다는 집단에 속해있을 때 더 강해진다고 한다. 특히나 집단과 집단의 합법적인 싸움 중 하나인 스포츠에서는 노골적으로 샤덴프로이데를 드러내는 이들이 많으며 이상하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끈끈한 동질감으로 똘똘 뭉친 우리 팀을 제외하면, 다른 집단은 단순히 다른 편을 상징하는 2차원적 존재로만 보며 죄의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른 팀의 선수들이 다치고, 구르고, 어떠한 상황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 팀의 승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통쾌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성공한 사람에게 느끼는 반감도 이처럼 편집증적이며 권력욕이 깃들어 있을까? 위선적인 심리인 것만은 확실하다. 누구나 남들의 시선을 끌고 돋보이고 싶은 순간에는 작은 허영을 부린다. 그러면서 최정상에 오른 이들의 내리막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일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처럼 느껴지기를, 오늘 하루도 별 탈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욕심과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109p



 우리는 인플루언서들을 선망의 대상으로 보고 항상 그들의 SNS를 탐닉한다. 그러다가도 한가지 흠을 잡으면 악플을 달며 비웃는다. 성형을 해서 예뻐진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다가도 부자연스럽다거나 예전얼굴이 더 낫다느니 하는 트집을 잡으며 꾸역꾸역 썩은 미소를 날린다.

 이 정도이면 이제 반대로 생각해볼 때이다. 그들을 비웃는다고 해서 내가 달라질까하는 문제이다. 그 순간은 뭔가 통쾌하고 10년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지만 뒤돌아서면 나는 달라진 게 없다. 이러한 모습을 보는 다른 이들은 또 샤덴프로이데를 하겠지.




결국 문제는 이거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가?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 못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한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이 남의 아이가 당신의 아이보다 못생긴 편이 좋나요. 잘생긴 편이 좋나요?” 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모든 집의 아이들이 자기 아이보다 더 못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신의 아이가 못 생겨도 상관없나요?” 그러자 그들은 라고 답했다.

134p



예전에 일했던 회사의 실장님이 자주 하시던 말이 생각난다. “내 주변의 사람들은 나보다 성공하면 안돼. 모두 나보다 조금 덜 성공해야 해. 물론 망해서도 안돼. 그럼 내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 그 당시엔 나이 먹어서 엄청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실장님의 나이는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솔직한 말 같다. 나 역시 언제나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았다. 나보다 잘되면 배 아파서 안되지만 망해버리면 내 마음이 아프니까 그것도 안된다. 제대로 이기적인 의견이지만 반박할 사람이 있을까? (마음이 안 아프니 망해도 된다고 하는 사람이 종종 있기는 했지만) 그 분은 자신의 샤덴프로이데를 자주 공개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밉진 않고 오히려 상사로 참 좋아했었다. 참 재밌는 사람이다.





 니체는, 샤덴프로이데는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채 앙갚음하는 기분을 낼 수 있는 음흉한 전략, ‘무능한 자들의 복수라고 했다. 이 음흉한 전략이 뭐 어때서? 잠깐의 승리감을 느끼는 게 그리 나쁘진 않다. 자신의 샤덴프로이데를 알아 채고, 느낀 감정에 대해 곱씹어본다면, 오히려 나에 대해 더 깊은 생각과 성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든 샤덴프로이데를 쉽게 꺾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함께 가야 할 친구로 보는 것이 맞다. 나의 샤덴프로이데를 다스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이 나를 보면서 갖는 샤덴프로이데도 항상 상기시키며 그 선을 잘 지켜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사람도 지금도 어디선가 샤덴프로이데와 마주하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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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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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되면 매번 들어가게 되는 것이 말하는 이의 정치적 견해이다그 사람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일본을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지기도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가 어렵다그래서 토론의 주제로 꺼려지는 것 중 하나가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견해의 차는 당연하다.


토론이란 것은 견해의 차가 다른 이들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몰랐던 것을 알아가고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다시 다듬어지는 과정이다하지만 정치적 입장을 바탕으로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남에게 그 의견을 주입시키려 한다나이를 떠나 어떤 세대에나 이런 사람들은 있다이런 특성은 그들이 쓰는 책에서도 나타난다그래서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사에 대한 책을 고를 때는 꽤나 신중하게 고르게 된다자신의 의견을 아무런 증거 없이 나열하여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책들보단 제대로 된 증거를 바탕으로 한 사실을 말해주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그런 책들은 생각보다 찾기가 어렵다.




『신친일파』를 쓴 호사카 유지는 꽤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이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는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귀화하여 지금은 한국인이다라디오 등을 통해 자주 들어서인지 그의 이름과그가 말하는 우리나라와 일본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익숙했다그가 보여주는 모국 일본에 대한 애정은일본이 하고 있는 잘못된 선택을 반복함으로써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에 대한 비판과과거 잘못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것이다.

 


일본은 거듭된 정책 실패와 스캔들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를 외부로 돌리기 위해 한일 관계를 걸고넘어진다그들은 아베 정권의 자민당 내 강성 우파들이다『신친일파』는 일본 우파의 논리를 그대로 가져온 21세기 ‘신친일파’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그 대표적인 예가 2019 7월 「반일 종족주의」를 출간한 저자들이다「반일 종족주의」를 통해 얼마나 어이없는 주장을 펼칠까 하며 단 1원의 인세도 주기 싫어서 쳐다보지도 않은 책이다. (내가 읽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였고일본에서도 35만 부 이상이 팔리며 엄청난 인기를 끈 책이다.)


『신친일파』에서는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들과 신친일파들의 주장을 반박하며 제대로 된 증거를 제시한다이 책을 통해 「반일 종족주의」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대강 알 수 있는데대한민국 국민이 어떻게 일본 강성 우파들의 주장을 그대로 주장하며 우리나라를 반일 종족주의로 똘똘 뭉친 민족이라 말할 수 있는지 기가 찬다.





또한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반일 종족주의’라고 폄하하는 이영훈의 논리는 일본 극우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적행위’와도 같다필자는 ‘노예근성’을 되풀이하는 

이영훈의 논리와 글이 한국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필자는 그 우려스러움을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 본서를 썼다독자 여러분은 본서를 통해 거짓에 사실을 섞어 사람을 속이고 나라를 파멸로 몰아가려는 악마가 있다면 그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p.33 (프롤로그)



사실 이영훈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의 ‘노예근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다보통은 사장을 위해살기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을 떠올리곤 한다말 그대로 ‘신친일파’들은 제대로 된 ‘노예근성’을 보여준다그러면서 호사카 유지는 그들의 논리와 글이 한국을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스러움을 말한다보통 오버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절대 아니다.





그런 중요한 사실을 이우연이나 일본 우파는 절대로 밝히려 하지 않는다그 대신 일부 부분적인 사실만을 부풀려 그것이 마치 전체적인 진실인 것처럼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이와 같이 일본 우파 논리의 노예가 된 사람들의 정신 상태는 구제하기가 어렵다‘노예근성’이 정신을 파괴해버린 것이다.

p. 93


그들은 사실을 말하지만 10% 또는 그 이하를 말하고 90%의 나머지는 말하지 않는다나머지 90%는 순전히 자신들의 의견을 말하지만 굉장히 사실처럼 포장을 잘 해서 계속 읽다 보면 사실로 착각하게 만든다그들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입과쓸 수 있는 손을 가졌다.




그런데도 일본 측은 양국이 약속했기 때문에 재판에서 개인은 구제받지 못한다는 또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일본 측은 한국이 1965년에 일본과 맺은 약속을 어겼다고 강변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의 주장은 항상 국가 대 국가의 약속이라는 말로 마지막을 장식한다그러나 개인 청구권이 남아 있다는 뜻은 개인이 해당 기업에 보상이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더구나 이번 소송들은 한국인 피해자가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 아니라개인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p. 102



일본 정부는 태평양전쟁 피해자들에게 개인으로서 연합군에게 받은 피해를 보상받으라 적극 지지한다하지만 일제 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개인으로서의 보상 요구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들먹이며 자신들은 할 일을 다 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개인과의 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국가와 국가의 문제이다제대로 된 내로남불을 보여주는데 왜 일본 우파들의 주장을 우리나라 국민이 똑같이 주장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맞지 않는다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지 않고 가해자인 일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것일까왜 ‘위안부’를 포함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입장은 무조건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일까그런 주장으로 일본에서 책 내면 돈 많이 버니까 그런 걸까호사카 유지 역시 그 점을 참 궁금해하지만 그 이유를 아는 사람들은 오직 그들뿐이다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믿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는 한 그들이 처절해 보이는 ‘노예근성’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신친일파』에서 가장 마음 아프게 읽었던 부분은 역시나 <2부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최전선 성 노예 제도>부분이다이 책에서도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정독해서 읽고 부분 부분 또 읽었다강약의 강도가 존재하지 않는다이 세상에서 없었어야 할 일이 벌어졌는데 그들은 여전히 ‘노예근성’에 몸을 담그고입으로는 막말을 쏟아낸다인간적으로 말을 한다가 아니라 그냥 토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와 같은 미즈키 시게루의 체험단을 보면 상관이 위안소로 가라고 하는 데까지는 다른 위안소와 같다그런데 위안부 한 명 앞에 80~100명의 병사가 줄을 서 있었다미즈키는 회상한다병사들도 지옥이었지만‘위안부’에게는 그 이상의 지옥일 것이라고더욱이 민족이 다른 오키나와 여성이나 조선인 여성들은 얼마나 끔찍한 지옥이었을까이영훈의 글에는 위안부가 된 여성의 입장을 헤아린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운데당시 일본군 병사였던 미즈키 시게루는 ‘위안부’의 힘든 상황을 대신 아파하고 있다이영훈이 미즈키 시게루의 글을 읽는다면 ‘위안부’의 인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p.178


여성들이 계약을 맺은 상대는 포주였기 때문에 ‘위안부’들은 공창이 아니라 계약상으로는 포주의 피고용원이었다처음부터 일본군일본 정부조선총독부는 ‘위안부’ 문제에 책임질 생각이 없어서업자이자 인솔자 그리고 포주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제도를 생각해냈고그것이 바로 일본군 ‘위안부’ 제도였다.

이에 군이 위안소의 모든 것을 통제하지만경영은 포주가 한다는 시스템이 생겼다여성들은 대부분 속아서 왔기 때문에 정식으로 공창으로 등록된 기록 자체가 존재할 리가 없다일본군일본 정부조선총독부의 무책임한 ‘위안부’ 제도 운영이 전쟁범죄의 뿌리였다.

p. 231




얼마 전 KBS에서 최초로 공개된 ‘위안부’들의 만세 영상을 보았다구출되는 만삭의 ‘위안부’가 정말 해맑은 얼굴로 외치는 만세. 10대의 몸으로 지옥 같은 생활을 어떻게 견뎠는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말 그대로 지옥에서 살아 돌아왔고시간이 흘러 어렵게 ‘위안부’라는 사실을 알렸지만 이를 바로잡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아직도 바로잡을 것들이 많은데 일본은 침묵한다왜 그 침묵에 편을 드는 것인지… 사람이라면 이럴 수 있는가?


『신친일파』를 통해 모르는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내가 알고 있던 강제 동원위안부독도 등에 대한 지식그리고 ‘신친일파’들은 말이 안 통하겠다는 사실.

영화 『주전장』에서의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감독이 ‘위안부’에 대한 책을 읽어보았냐고 질문했을 때일본회의 한 사람이 말했다내가 말하는 게 진실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읽지 않는다고그들은 학자가 아니다그냥 자기만 잘되면 되는 거짓말쟁이들이다.



보통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거나 기억하고 싶은 부분그리고 남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부분을 적어두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너무 많다노트에 적어두는 게 아니라 컴퓨터에 문서로 만들어둘 만큼 너무 많았다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사서 선물해 주고 싶을 정도로 모두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도 모르는 것들이 많다모르는 것을 그대로 몰라도 되는 것은 자유이지만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진실을 알아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우리 인생은 이 문제 말고도 내가 견뎌야 할 힘든 일들이 참 많지만우리가 조금씩 알아가고조금씩 바로잡는다면 전체적으로 더 빨리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강제 동원 피해자와 '위안부외에도 독도 문제와 일제 강점은 범법행위였다는 호사카 유지의 주장도 함께 한다물론 그에 맞는 증거 역시 제시한다아직도 그는 '신친일파'들에게 할 말이 많다고 한다언제까지 우리는 그들에게 말해야 하는지 한숨이 나온다.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영화 『주전장』과 『신친일파』를 필수로 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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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잔 진구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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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기님의 소설은 변호사 고진시리즈만 읽었지 진구 시리즈는 아직 읽어보지못했어요. 그래서 더욱 궁금해집니다. 약간은 딱딱한 고진과는 어떤 매력이 있는 탐정인지도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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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보게 해주세요 - 하이퍼리얼리즘 게임소설 단편선
김보영 외 지음 / 요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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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보게 해주세요 (하이퍼리얼리즘 게임 소설 단편선)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제목에 들어가는 ‘엔딩’에는 여러 의미가 들어가 있다. 그중 확실한 두 가지는 진짜 게임에서 끝까지 플레이하는 엔딩의 의미와, 게임 제작을 완료하는 엔딩의 의미이다.

책을 쓴 작가들은 시나리오 기획자들이지만 나는 프로그래머였다. 어쩔 수 없이 많은 부분에서 기획자들과 부딪히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을 100% 공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생각보다 재밌었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소설이라 생각한다. 개발자의 여부를 떠나 게임 장르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지 않으면 책 속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크다. 젊은 세대들은 IT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중에서도 일부이다. 게임 장르에 대한 이해는 게임 플레이에도 중요하지만 이 책을 이해하고, 책의 엔딩을 보는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엔딩 보게 해주세요.』는 5인 작가의 5가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게임 회사의 이야기, 게임 속의 이야기, 게임 같은 이야기 등이 있는데, 게임을 소재로 하지만 5개 모두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 게임 회사의 이야기는 공감이 되면서도, 안되었지만 현역에서 일하던 때를 추억하기도 했다.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는 <저예산 프로젝트>, <성전사 마리드의 슬픔> 그리고 <즉위식>이었다.



<저예산 프로젝트>는 게임에서 시나리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발자가 만든 게임을 플레이하는 옛 동료의 이야기이다.

시나리오 기획자 입장에선 당연히 시나리오가 중요하지만, 프로그래머 입장에선 구현 가능한 수준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그리고 돈을 대는 그들의 윗선에게는 시나리오도, 구현도 중요치 않고, 오직 많은 돈을 벌어다 줄 게임 자체가 중요하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개발자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몰입되었고, 거기에 치중하지 않고 나름의 소설적 요소를 가미해서 더 재미있게 만들었다. 많은 개발자들은 정말 멋진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이 사회에 뛰어들지만 어느 순간 '개발’ 자체만을 보며 달리는 ‘나’를 보게 된다. 그 모습이 떠올라서 더 몰입 되었다. 대신 증강현실 게임을 소재로 하였는데, 역시나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른다면 상상하기 어려울 듯하다.



<성전사 마리드의 슬픔> TRPG 게임 속의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TRPG를 해본 적이 없지만, 알고는 있었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플레이어의 관점이 아닌, 플레이어에게 끌려다니는 게임 캐릭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꽤나 신선했다. 캐릭터들이 죽거나 전투에서 패배해도 플레이어들은 즐겁다. 그 상황을 알고 있는 캐릭터들의 자괴감을 대신 느낄 수 있어서 생각보다 묵직했다. 역시나 TRPG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극 초반은 당황스러울 가능성이 있다.

<즉위식> 5개의 작품 중 가장 소설의 요소가 강했다. 게임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상관없고, 게임이 소재가 되었지만 아무나 읽어도 거부 없이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돈을 긁어모으던 게임 <영원한 전설>을 만든 게임회사 재미난 소프트의 영광은 없어 진지 오래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다 망해가는 게임회사 재미난 소프트에 한 통 온다무만 왕국의 둘째 왕자 즉위식을 게임 내에서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날고 긴다는 게임이 많은 상황에서 한나라 왕의 즉위식을 다 망해가는 게임 속에서 한다는 것에는 나름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인 듯하지만 이야기와 함께 캐릭터들의 매력이 꽤나 커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게임은 내 인생에서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큰 의미가 있기에, 이 책이 말하는 게임에 대한 애정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개발자들은 각자 다른 목표로 한 가지 게임을 만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본을 뺀다 하더라도 생각보다 게임 제작 엔딩을 보는 게 많이 어렵다. 그리고 개발자들 외에 다른 요소들의 방해도 끊임없이 공격한다. 언젠가는 정말 멋진 게임 제작 엔딩이 많이 나올 날들을 고대하며 이 책을 응원한다.


 기초 지식이 필요해서 쉽게 추천해 줄 수는 없는 이야기들이지만 색다른 책을 찾는다면 슬쩍 내밀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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