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머니 1 밀리언셀러 클럽 130
옌스 라피두스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옌스 라피두스의 범죄소설 <이지 머니>는웨덴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한 범죄의 재구성이자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하겠습니다. 여기 세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칠레 출신의 마약상 "호르헤"는 자신과 거래하던 조직의 수장 "라도반"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마약밀거래 혐의로 감옥에 수감되지만 증오와 분노로 인해 교도소를 탈옥하고 나와서는 자신에게 뒤집어씌운 조직에 대한 복수를 꿈꿉니다. 스웨덴 토박이 대학생인 "JW"는 어려운 가정환경에 대한 불만과 상류사회에 대한 동경과 갈망으로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기 위하여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입니다. 그러면서 실종된 친누나의 행방을 좇고 있습니다.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갱 조직원인 "므라도"는 이혼한 부인과 사이에 둔 딸의 양육권 분쟁과 함께 예전에 친구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수장 "므라도"에 대한 반감으로 독립하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이렇게 세 명의 범죄자가 스웨덴에서 마약으로 벌어들이는 "눈먼 돈<EASY MONEY>"를 쟁탈하기 위한 약육강식의 현장을 생생하면서도 거칠고 잔인하며, 스피디한 전개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미 영화로도 제작되어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봉된 바 있습니다.

 

바야흐로 범죄도 계급화, 세계화, 기업화되는 경향이 가속화중인 것 같습니다. 복지천국이라고 불리는 스웨덴에서도 부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한 극빈층의 신분상승의 꿈은 "JW"를 통해서도 가늠 가능하듯 범죄 조직에 대한 꾸준한 공급원으로 양성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스웨덴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이 몰려들면서 범죄조직의 국적도 글로벌화되고 있습니다. 스웨덴, 유고슬라비아, 칠레, 아랍계까지 여러 국적의 범죄조직은 해가 지고 난 어두운 밤 거리의 이권을 놓고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데 흡사 기업운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교묘히 합법화를 가장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추세인 듯 합니다. 마약, 매춘을 비롯하여 다양한 업종방식과 더불어 스웨덴 경찰에서 공세를 진행 중인 대 범죄조직 소탕작전 "노바 프로젝트"에 대항하여 살아남기 위해 조직간의 합종연횡 전략같은, 범죄의 끊임없는 자생력에 혀를 내두르게도 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결코 죽지 않아요.

 

저자 옌스 라피두스는 기존의 범죄소설들이 경찰 또는 탐정 위주의 캐릭터였다면 범죄자 그 자체를 그려보고 싶었으며. 범죄에 대한 해결보다는 플롯을 통해 범죄의 재구성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형사 전문 변호사 로 활동 중인 옌스 라피두스는 과거에 참여했던 아파트 무장강도 사건 재판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범죄자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서 "왜? 이들은 이러한 범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결국 "그 길 밖에 없었다."는 해답을 이 소설을 통해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교화 대신 범죄의 길이 걸어갈 수 밖에 없는 필연이라는 종착역까지의 여정이 어떻게 끝맺게 될 지 잘 알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범죄의 세계에 매혹되고 있습니다. 그들과 그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니면서도 어쩌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을 대중들에게는 또 다른 세계입니다. 어떠한 감정개입 없이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하류인생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지요. 그런 세상은 또 없으니까요. 그것이 호기심이든, 동경이든, 혐오든 상관없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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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미싱 판타스틱 픽션 화이트 White 2
체비 스티븐스 지음, 노지양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유괴와 감금, 사이코패스와의 1년.

 차라리 그 곳에서...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모든 대중문화 장르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스릴러 소설이라는 틀에서도 소재의 참신성을 기대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인정하는 것은 너무도 간단합니다. 오랜 역사 속에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공식의 복습에서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관점을 달리한 변용을 선택하는 것만이 작가들의  고육지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납치된 여자 주인공을 내세운 심리스릴러는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익숙해져가는 패턴 중 하나인데 체비 스티븐스의 <스틸 미싱>은 그 패턴에서 일반적으로 놓치기 쉬운 실밥들을 다시 꼼꼼히 꿰매어 물 샐틈없는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킵니다. 그런 점 때문에 여타 동류의 경쟁작들과의 비교우위에서 살아남아 신성으로 각광받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소설은 한 여인이 정신과상담의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제목은 상담1회차로 되어있고  이윽고 그녀의 이야기는 과거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과거와 현재, 1인칭과 3인칭으로 교차되는 점이 독특한 느낌이네요. 어느 일요일 아침 강변콘도 분양 건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부동산중개업자 애니는 오픈 하우스에서 퇴근하다 손님으로 가장한 낯선 남자에게 납치당해 산 속 오두막에 감금당하죠. 그리고 이 남자, 즉 사이코패스와의 끔찍한 동거가 1년동안 이루어집니다. 세상 밖으로 탈출에 성공하기 전까지요.  

 

사이코는 애니의 화장실가는 시간, 식사, 외출 등 모든 일상과 자유를 통제하고 지시와 명령을 통한 복종만을 강요합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그 곳에서 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애니의 참담한 심경고백이 가학과 피학의 관계에서 비롯된 고통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됩니다.  흔히 인질과 인질범의 관계를 설명하는 심리학적 용어로 "스톡홀름 증후군""리마 증후군" 이 있는데 애니는 적대감과 공포 때문에 정신적 억압에 의하여 심리적 도피를 시도하다가 인질범이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자 이를 받아들이는 자기세뇌현상을 잠시나마 갖게되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단계를 거칩니다. 극한 상황에 부딪치면 적응기재가 발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반면 인질범은 강자의 입장에서 애니에게 자신의 어릴 적 신상을 털어놓으면서 애니의 개인사에게 동정을 표하기도 합니다. 바로 "리마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정적으로 일시적인 상호 간의 동화는 성폭행당한 애니가 출산한 아이의 죽음에서 파장을 맞이한 채 현실로 되돌아오는 과정들에서 여성으로서 자존감과 모성애의 절망이라는 눈물만 쏟아내기에 안타까움이 절로 들었던 것 같아요.

 

우연한 기회에 사이코를 죽이고 탈출한 성공한 애니에게는 세상의 무지와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2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애니의 사연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대중매체, 그것을 부추기는 가족들과 주위사람들, 아이를 잃은 엄마로서의 절절한 아픔에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면서 세상과 교류하지 못해 어둠속에서 자학합니다. 때마침 알게된 정신상담의와의 만남에서 조금씩 심리회복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 탈출 이후 제2의 인생이 이 소설에서 중요한 핵심을 차지하게 되는군요.

 

그런데 왜 내가 하필이면 그 놈에게 납치된 것일까? 단지 재수없이 걸려던 것일까? 애니의 의문은 "아직도 실중 중(STILL MISSING)"이라는 제목대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사건의 전모를 파고 들어갑니다. 진실의 배후에는 예상했던 인물대신 진짜 진짜 아니었어야할 인물과 동기가 충격을 몰고와서 처음에는 이건 막장이다 싶었습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그 진실이란 놈이 냉정하게도 언론보도를 통해 심심찮게 단골기사처럼 도배되어 우울하게 만드는 현실이란 걸 깨닫도록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더군요. 

 

열등감에서 기인한 몰상식한 판단과 상처입게 될 소중한 영혼을 감안못한 극단적 이기주의가 맞물려 발생한 비극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호불호를 구분짓게 할 논란의 종점입니다. 차라리 탈출과정을 더 드라마틱하고 박진감있게 설명하고 이후 치유과정을 좀 더 설득렸있게 그려내었다면 오히려 전형적인 심리 스릴러가 되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충격효과를 노린 반전이었다면 성공했다고도 보여지지만 그러기에 애니가 치러야했던 댓가가 너무 잔인해서 기분이 찝찝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감동적인 이유는 결말에 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작가는 그 이후에 주목하면서 어둠의 동굴에서 밝은 세상으로 나오려는 회복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는데 그것에서 뭉클해집니다. 상처는 골이 깊어 치유하는데 평생이 걸리기도 하고 어떤 상처는 빠르게 치유되기도 합니다. 용서와 시간이 상처를 치유하고 상처의 치유는 받은 사람의 몫입니다. 상처가 삶의 과정이며 성장의 필수요소가 맞다면 애니의 여생은 쉽지않겠지만 아물고 있다는 긍정의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네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 보상받는 것외에는 뽀족한 수가 없다면서 그녀가 마지막에 한 말은 희망(HOPE)였으니까요. 아련한 그 이름, 그 느낌.... 특히 세상의 엄마들은 절대 공감할 수 밖에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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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87분서 시리즈
에드 맥베인 지음, 이동윤 옮김 / 검은숲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그녀는 무슨 일에 손을 댔던 거죠?"

  카렐라가 물었다.

 "아이스입니다."

 

범죄소설 역사상 최고의 경찰소설로 꼽히는 '87분서 시리즈' 중기걸작으로 불리는 <아이스>를 방금 읽었습니다. 먼저 출간된 <살의의 쐐기>를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던지라 동 시리즈의 또다른 작품을 선택하는데에 있어서 일말의 주저함없이 정말 단숨에 빠져들었는데 역시나 훌륭합니다. 경찰로 재직했던 경험도 없고 경찰이 되고 싶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이 조사원의 도움을 받아 수사업무나 현장에 관해서는 누구보다도 현실성있게 소설 속 배경으로 작품을 발표해온 그였기에 경찰소설의 재미를 한 차원 끌어올린 이번 작품도 범죄를 조사하는 형사들의 애환과 활약상이 경쾌하고 날렵하게 녹아있습니다.

 

인기뮤지컬 "팻백"에 출연 중인 여자 무용수 샐리 앤더슨 극장을 나와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다 낯선 남자로부터 얼굴에 두 방,  가슴에 한 방씩 총을 맞고 죽습니다. 그녀를 죽인 38구경의 총이 3류 마약상과 보석상의 사체에서 감식된 총기와 동일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수사권은 '87분서' 맡게됩니다. 3건의 사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38구경은 단순히 미치광이의 소행인지 면식범의 소행인지.... 사건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 스티브 카렐라 마이어 마이어 형사가 한 조를, 버트 클링 아서 브라운 형사가 한 조를 이루어 각자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살의의 쐐기>에서처럼 이 작품도 한 가지 사건만을 전담하지 않고 중간중간 다른 미제사건들을 해결하는 과정들을 보여줌으로서 자칫 올인에 의한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이야기의 분산을 통해 도시의 범죄를 해결하는 형사들의 팀워크가 1인 시점의 단독수사와 차별화될만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검은 숯 블로그의 성분표에서도 확인 가능하듯 독자를 기만하는 대반전이나 논리정연한 해결에는 높은 점수를 매기긴 힘들 것 같네요. 범인의 정체나 범행동기에서 있어서도 의외성 대신 흔히 용의선상에 오르는 인물들 중 가장 그럴싸한 관계에 있는 자에서 출발해서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어 의심은 멀리하지 말고 가까이에 두라는 공식을 모범적으로 전개했습니다. 대신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살의의 쐐기>에서의 실질적인 주인공이 스티브 카렐라 형사였다면 <아이스>에서는 버트 클링 형사가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큰 키에 핸섬한 금발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여자문제로 골머릴 썩히는 캐릭터로 설명되는 버트 클링 형사는 역시나 이번에도 여자와의 관계에서 불거진 아픔에서 상처입고 괴로워하게 됩니다. 장애인 아내 테디와 닭살돋는 애정행각으로 훈훈한 감동을 주는 카렐라와는 달리 클링은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고 이혼한 상태입니다.

 

상심이 컸던 탓인지 동료들로부터 그가 혹시 목구멍에 총구를 박아 자살하지 않을까 염려와 배려를 받을 정도로 정신줄을 좀 놓은 지경이라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게 하구요. 그런 클링에게도 여형사 아일린과 새로운 로맨스가 싹 트려고 합니다. 아일린클링에게 호감이 있어 가까이하려고 하지만 아내의 배신에 충격먹은 클링은 마음의 빗장을 걸고 문을 좀처럼 열지 않는 밀당관계가 이번 작품의 주 내용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클링이 안쓰럽지요. 둘 사이가 핑크빛 무드로 본격적인 진도가 차차 진행될 조짐도 있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제목인 <아이스><살의의 쐐기>처럼 그 의미가 중의적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는 점도 여전히 이채롭습니다. 샐리의 주변사람들과 그녀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던 중 흔히 공연문화에서 하나의 전통이자 관행처럼 변질되고 악용되는 어떤 거래를 은어로 "아이스"라고 한답니다. 피해자가 없는 범죄지만 엄연한 불법에 해당되기에 실제로 이 같은 일이 얼마나 자행되는지 알 방법은 없지만 암암리에 뒷거래로 검은 차익을 챙기는 세력들을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그것이 전통이라니요? 관행이라니요?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여기에서 사용된 은어인 "아이스"는 맥거핀에 불과하단 점이고 자칫 속아넘어 갈 뻔했던 아이디어였습니다. 진실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것이죠. 또한 "아이스"는 다른 의미에서는 범죄자와 맞닥뜨려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 느끼게되는 공포의 순수결정체를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극한의 위기상황을 맞은 아일린의 마음은 얼음입니다.

 

이렇게 캐릭터와 특정단어가 주는 즐거움외에도 진짜 마약같은 대사와 상황설정에서 비롯되는 경찰서 내 형사들과 잡범들의 우스꽝스러운 대목들도 배꼽잡게 할만큼의 유머가 있어 좋습니다. 술주정뱅이와 임신한 매춘부의 활약(?)은 중반 이후 진중한 전개로 나아가기 전 워밍업 효과를 느끼게 할만큼 초반부의 일등공신들입니다. 시리즈로서 유머감각은 켄지&제나로 시리즈 이후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특출난 강점보다는 전주비빔밥처럼 전반적인 성분들이 골고루 양념에 배어있어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도 즐거운 독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데 '87분서' 형사들의 외모, 출신, 성명, 인종 등 각자의 프로필을 이번에도 친절하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어 작가의 배려이자 패턴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만 다시 설명들어도 여전히 그들에 얽힌 일화들은 쏠쏠하게 재밌습니다. <살의의 쐐기>가 맘에 들었지만 단지 적은 분량에 아쉬웠던 분들에게 불어난 두께만큼 경찰소설로서 읽는 재미도 더 만끽하게 되리라 장담하면서 작년에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발견의 기쁨이었다면 올해는 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가 저에게 수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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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적없는 산

길게 뻗어있는 돌계단

음산하고 기분 나쁜 사당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

정지했다가 다시 꿈틀거리는 사람의 형체

 

"니시도쿄 생명의 전화"에서 상담원으로 자원봉사 중인 누마타 야에는 업무마감을 앞두고 이상한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를 건 남자는 자신의 괴로운 처지를 털어놓더니 매일 어릴 적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 명이라도 받지 않으면 술래잡기를 하며 놀았던 추억의 벚나무에 밧줄을 걸어 목을 매어 자살하겠다고 말합니다. 이 남자의 자살을 막기위해 현장으로 달려가지만 혈흔만 남아있을 뿐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미 늦은건가? 어디로 사라진걸까요? 경찰은 이 남자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어릴 적 친구들을 찾아와 탐문수사를 벌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시작된 이 남자의 전화 한 통 이후 친구들은 "다레마가 죽였다"는 섬뜩한 아이의 목소리를 전화로 받습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친구들은 차례차례 연쇄살인을 당합니다. 그러자 전화를 걸었던 남자의 친구 중 한 명이었던 고이치는 이 기묘한 사건의 배후를 파해치기 위해 30년전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담긴 표주박산으로 향합니다.

 

다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해봤음직한(물론 연령별로 경험 유무는 차이가 있겠지만)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이 소설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 같은 게임치인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즐길 수 있었던 이 놀이를 일본에서는 "다루마가 굴렀다"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다루마"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싱징물 중 하나인 오뚝이를 말하는 것으로 중국 달마선사에서 모델이 기원되었다고 하는데 "다루마가 굴렀다"는 이 놀이의 노래와 "다레마가 죽였다"는 아이의 전화 속 노래가 어딘가 유사합니다.  "다루마가 굴렀다"고 노래를 부르며 앞을 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몰래 술래 가까이에 다가갑니다. 노래를 잽싸게 마친 술래가 뒤를 돌아보면 움직임을 들킨 사람은 술래의 포로가 되는 놀이방식도 다들 아실테고요. 그런데 여섯 아이들이 놀고 있었는데 술래가 세어보니 한 명이 더 있습니다.

 

그 한 명과 앞서 언급한 두 노래의 유사성에는 우리가 꺼내고 싶지않은 기억의 봉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것은 시간의 흐름에 의한 자연적인 망각도 있지만 세상이 칠흑같이 변할 만큼의 끔찍하고 두려운 순간만큼은 스스로 주술을 걸 듯  빗장을 걸어 영원히 묻어버리자는 방어적 기제도 작동하는 것입니다.  피하지말고 직접 맞섰더라면 곁코 촉발되지 않았을 이 참극에는 양심을 발판으로 한 도의적 책임이라는 것이 살인동기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에서는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떳떳이 고갤들고 세상을 활개치고 다닐 자신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게 합니다. 그러면서 이 소설 속 범인의 내면 속 고통에 일정 공감과 동정을 할 수 있는지가 자연스레 연계된다는 점에서 인생에서 순간의 선택은 항상 참회가 반복되는 과정들인 것 같습니다. 

  

일반독자란 그런 법이다.

애초에 부조리한 세상을 다루는 호러와 합리성을 추구하는 미스터리의 차이를 알고 있는 독자가 대체 얼마나 있을까?

그 수가 깜짝 놀랄만큼 적다는 사실을 고이치는 과거의 다양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이 문구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중 하나인데요.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에다 토속적 괴담을 얹어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미쓰다 신조의 집필에 대한 일반적인 소신을 반영한다고도 생각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이 소설에서 끝내 이루지 못한 인과응보를 염두에 둔 말은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꿈꾸기도 벅찰 만큼 뒤틀려있어 나빠질 뿐. 개선되지 않는다는 염세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뿌린 대로 확실한 수확이 있었더라면 개운했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미스터리라는 수수께끼는 완전한 해법을 제시않은 채 독자들에게 상상력이라는 숙제로 남겨둔다는 점은 작가의 여전한 스타일입니다.  특히 고이치가 결말을 앞두고 사건의 전모를 설명하면서 도조 겐야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점(고이치는 도조 겐야를 언급)은 재치만점에 위트마저 있어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깔끔한 정리는 여전히 없지만 다른 작가와 차별화될만큼의 매력적 요소도 여전합니다. 

 

인간 본연의 공포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상황 설정없이도 목덜미를 서늘하게 한다는 점이며 범인의 정체와 범행동기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술래에 다가가듯 조금씩 실체를 풀어내면서 술래의 포로가 되는 것이 불편한 진실에 대한 침묵과 암묵적 동의라고 표현한 설정은 미쓰다 신조가 왜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이라고 불리는지 멋지게 증명하는 독보적 플롯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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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인적없는 산

길게 뻗어있는 돌계단

음산하고 기분 나쁜 사당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나무

정지했다가 다시 꿈틀거리는 사람의 형체

 

"니시도쿄 생명의 전화"에서 상담원으로 자원봉사 중인 누마타 야에는 업무마감을 앞두고 이상한 전화를 받습니다.

전화를 건 남자는 자신의 괴로운 처지를 털어놓더니 매일 어릴 적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 명이라도 받지 않으면 술래잡기를 하며 놀았던 추억의 벚나무에 밧줄을 걸어 목을 매어 자살하겠다고 말합니다. 이 남자의 자살을 막기위해 현장으로 달려가지만 혈흔만 남아있을 뿐 아무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미 늦은건가? 어디로 사라진걸까요? 경찰은 이 남자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어릴 적 친구들을 찾아와 탐문수사를 벌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시작된 이 남자의 전화 한 통 이후 친구들은 "다레마가 죽였다"는 섬뜩한 아이의 목소리를 전화로 받습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친구들은 차례차례 연쇄살인을 당합니다. 그러자 전화를 걸었던 남자의 친구 중 한 명이었던 고이치는 이 기묘한 사건의 배후를 파해치기 위해 30년전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담긴 표주박산으로 향합니다.

 

다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해봤음직한(물론 연령별로 경험 유무는 차이가 있겠지만) 놀이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이 소설을 통해 기억을 되살리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저 같은 게임치인 사람도 이해하기 쉽게 즐길 수 있었던 이 놀이를 일본에서는 "다루마가 굴렀다"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다루마"는 일본인들에게 가장 친근한 싱징물 중 하나인 오뚝이를 말하는 것으로 중국 달마선사에서 모델이 기원되었다고 하는데 "다루마가 굴렀다"는 이 놀이의 노래와 "다레마가 죽였다"는 아이의 전화 속 노래가 어딘가 유사합니다.  "다루마가 굴렀다"고 노래를 부르며 앞을 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몰래 술래 가까이에 다가갑니다. 노래를 잽싸게 마친 술래가 뒤를 돌아보면 움직임을 들킨 사람은 술래의 포로가 되는 놀이방식도 다들 아실테고요. 그런데 여섯 아이들이 놀고 있었는데 술래가 세어보니 한 명이 더 있습니다.

 

 

그 한 명과 앞서 언급한 두 노래의 유사성에는 우리가 꺼내고 싶지않은 기억의 봉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것은 시간의 흐름에 의한 자연적인 망각도 있지만 세상이 칠흑같이 변할 만큼의 끔찍하고 두려운 순간만큼은 스스로 주술을 걸 듯  빗장을 걸어 영원히 묻어버리자는 방어적 기제도 작동하는 것입니다.  피하지말고 직접 맞섰더라면 곁코 촉발되지 않았을 이 참극에는 양심을 발판으로 한 도의적 책임이라는 것이 살인동기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에서는 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떳떳이 고갤들고 세상을 활개치고 다닐 자신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게 합니다. 그러면서 이 소설 속 범인의 내면 속 고통에 일정 공감과 동정을 할 수 있는지가 자연스레 연계된다는 점에서 인생에서 순간의 선택은 항상 참회가 반복되는 과정들인 것 같습니다. 

  

일반독자란 그런 법이다.

애초에 부조리한 세상을 다루는 호러와 합리성을 추구하는 미스터리의 차이를 알고 있는 독자가 대체 얼마나 있을까?

그 수가 깜짝 놀랄만큼 적다는 사실을 고이치는 과거의 다양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이 문구는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중 하나인데요.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에다 토속적 괴담을 얹어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미쓰다 신조의 집필에 대한 일반적인 소신을 반영한다고도 생각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이 소설에서 끝내 이루지 못한 인과응보를 염두에 둔 말은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상은 우리가 꿈꾸기도 벅찰 만큼 뒤틀려있어 나빠질 뿐. 개선되지 않는다는 염세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뿌린 대로 확실한 수확이 있었더라면 개운했을텐데 말이죠. 게다가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미스터리라는 수수께끼는 완전한 해법을 제시않은 채 독자들에게 상상력이라는 숙제로 남겨둔다는 점은 작가의 여전한 스타일입니다.  특히 고이치가 결말을 앞두고 사건의 전모를 설명하면서 도조 겐야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점(고이치는 도조 겐야를 언급)은 재치만점에 위트마저 있어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했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깔끔한 정리는 여전히 없지만 다른 작가와 차별화될만큼의 매력적 요소도 여전합니다. 

 

인간 본연의 공포는 잔인하고 엽기적인 상황 설정없이도 목덜미를 서늘하게 한다는 점이며 범인의 정체와 범행동기는 전혀 예상치도 못한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술래에 다가가듯 조금씩 실체를 풀어내면서 술래의 포로가 되는 것이 불편한 진실에 대한 침묵과 암묵적 동의라고 표현한 설정은 미쓰다 신조가 왜 호러 미스터리의 거장이라고 불리는지 멋지게 증명하는 독보적 플롯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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