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양이 4 - 소자 두식이라 하옵니다!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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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허를 찔린 기분이다.

네코마키의 콩고양이 시리즈에서 처음엔 마냥 귀엽고

깜찍하던 냥이들의 활약도 3편에 이르니

점차 식상해지려는 현상이 보이기 시작하던 찰나여서.

그래서 얘들로 계속 에피소드를 꾸려갈 수

있을까라는 염려, 마냥 사이즈만의 문제였을지도 모르지만

(시각적으로 확 안 들어오는).

그 점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이 집안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으니 두식이라는 멍멍군이 되시겠다.

 

 

두식이는 참 사연이 많다고 해야 하나,

범상치 않은 존재였으니 안경남이

아는 할머니가 키워주셨는데 돌아가시면서

같이 키우던 냥이는 입양되었는데 이 녀석 두식이만

주인을 못 찾고 남겨졌더란다.

가뜩이나 콩알이와 팥알이의 말썽과 뒤치다 거리에

심통 나 있던 마담 복슬씨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인데

다행히도 잘 구슬려서 두식이도 키우게 되었다는.

 

 

이 녀석 두식군은 특이한 개인데 냥이 부모 품에서

자라 자기가 냥인 줄 착각하는데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군견도 아닌 녀석이

말끝마다 ~ 하지 말입니다,

또는 사극 투의 말을 써서 은근 중독된다.

게다가 가정교육까지 잘 받았는지 소자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예의(?) 바른 녀석 같기도 하지만 터줏대감인

콩알이와 팥알이에게 희롱 당하는 등

덩치 값을 정말 못한다.

 

 

그렇게 웃기는 녀석일세 라고 웃어넘길 때도

주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줄도 모르고 그리워하는

모습에선 눈시울이 잠시 붉어져서 이런 만화에서

이런 감정을 느낀다는 게 참 생소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두식이를 가장 잘 챙겨주는 식구는

뜻밖에도 주인아저씨.

늘 존재감 없이 매사에 의욕 없어 보이던 아저씨가

냥이보다 멍멍이가 더 좋다면서 손수 산책 시켜주는

자상함 덕분에 아저씨의 분량과 존재감이 확 늘었다.


새로운 케미의 등장으로 재미가 업그레이드 된

콩고양이 시리즈!

두식이가 넘 사랑스러워 미칠 것만 같아.

마치 소소님이 키우시는 세븐일 보는 것 같은

이 기분이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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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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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10년 전에

기 출간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런 점과는 상관없이 책 표지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화사한 색감을 뽐내고 있는데 책들의 옆과 아래는

단순히 세월의 빛바램만이 아니라 많은 손길이 거쳐 간

흔적마저 고색창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연 눈길을 끌 수밖에. 어쨌거나 이야기는

무심하게 우연하게 시작되고.

그녀, 마거릿 리는 인물의 전기를 쓰는 작가로서

아버지가 맡아 운영 중인 헌책방 직원이기도 하다.

 

 

모든 사건의 근원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되는데

유명 작가인 비다 윈터가 돌연 진실을 공개하겠노라고

선언한 내용이었던 것.

일생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비다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라도 한 것일까?

자신을 향한 진실의 향방을 밝히겠다는 구애에 마음이

동한 마거릿은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비다의

저택으로 향한다. 비다는 마거릿에게 18세기 시골마을의

앤젤필드 가문의  3대에 걸친 미스터리한, 초자연적 사건에

대하여 털어 놓았고 이야기를 믿어야할지 의문에 빠진 마거릿.

 

 

옛날 옛적에 유령이 사는 저택에

책으로 가득찬 방... 쌍둥이 소녀.

비다 윈터의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회수되어 남은

희귀본에는 제목과 달리 열 두 편의 이야기만 실려 있었다.

마거릿은 원래 망자의 전기만을 썼지,

단 한 번도 산자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책 표지처럼 오래된 책에 대한 탐닉을 게걸스런

식욕에 비유해 먹고 또 먹었다는 고백처럼

오래된 책을 통한 망자에 매료되어 온 마거릿은

이제 정말 현실과 비현실, 실과 거짓 사이에서

진짜를 가려내기로 다짐한다.

 

 

무엇일까?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교집합은.

읽어 들어 갈수록 더 깊은 수렁과 미로 속에서

확실한 출구를 찾기 위한 전개의 고군분투는 분명 독자의

순간 방심조차 용납 않고 정신없이 코너로 밀어붙인다.

쉼 없이 날아오는 펀치 홍수 속에서도 그동안

함께 하지 않았던 쌍둥이들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영적 연결고리가 

숨죽이며 읽어 내려가게 만든 크나큰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정신 속에 묻힌 또 하나의 정신세계,

촘촘히 얽히고설킨 다중적 측면의 구조 속에서

조금씩 풀려가는 실타래에

눈빛이 반짝할 때 이야기는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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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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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게 다 한정돼 있잖아. 어차피 그 좋은 걸 모든 사람이 다 누리진 못해. 그런데 한번 가져보라고, 시도는 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게 자본주의야. 세상이 사람들한테 다 덤벼봐, 그러는 거야. 얼마나 좋아. 이기면 되잖아. 그 기회를 두 번, 세 번도 줘. 진다고 바로 뒈지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이런 체제가 어디 있나? 사회가 끝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데 난 싸우는 게 싫소,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싸우지 맙시다, 이게 말이 돼?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라는 말인데 말이야, 왜 안 싸워?” (p. 202)

 

 

과연 통일이 실현된다면 북조선 인민들은 응당 이런 생각에 적극 동의하게 될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목 메이게 불렀던 그 때 그 시절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고 마는 것인지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꼭 통일이 해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반론이 심심찮게 고갤 쳐드는 것 같다. 왜 그런 말도 있잖은가,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를 억지로 분리 독립시켜서 만약의 화근과 골칫거리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성공했다고, 같은 민족끼리 같이 합쳐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식으로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여기서 언급한 말레이시아는 바로 소설 속 평화유지군의 일원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갑작스레 붕괴하자 미처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남한 정부는 즉시 북한지역을 흡수하지 않고 임시정부를 내세워 과도기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마치 일제 치하와 해방 이후 그리고 현 시대의 세태와 정서가 동시에 뒤섞여 버린 혼돈 그 자체의 시기인데 국가적 이해관계 따라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말레이시아, 몽골, 태국 같은 일부 국가들에서 평화유지군이란 명목 하에 북한지역에 주둔하게 된다.

 

 

그들이 주로 맡은 임무는 마약 같은 강력범죄 소탕이랄 수 있는데 실제로 양강도와 자강도 지역에는 마약을 주 사업으로 하는 기업군벌이 독자세력을 형성해 휴전선 인근지역인 장풍군을 전초기지로 삼아 남한에 직접 마약을 유통하려는 음모를 획책하는 중이었다. 물론 소설 속 설정이지만 심각한 북한인 차별은 외노자를 바라보는 지금의 시각과 다를 것 없고 대량난민 유입방지 정책이나 남조선 드림을 꿈꾸는 북녘 처자들까지 통일이 된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같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감백배.

 

 

그러나 꼭 그런 시사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K스릴러의 모범이라고 불릴 만한 액션과 스릴로 화끈하게 무장했으니 장강명 작가의 창작방식에 고무되어 아드레날린이 푹풍 같이 쓸고 지나가서 또 재밌다. 작가가 후기에서 고백했듯이 리 차일드의 떠돌이 전사 잭 리처에서 착안해 이름마저 장 리철로 명명한 주인공 역시 잭 리처를 쏙 빼닮은 살인병기이다. 특히 <악의 사슬>에서처럼 동네를 장악한 범죄 패밀리와의 대결방식이 그러하다.

 

 

또한 말레이시아 평화유지군 장교로 파견된 롱 대위와 남한에서 파견된 민준 대위의 알 듯 말 듯한 파트너 관계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 매끈한 각선미를 보는 것처럼 읽는 쾌감에 편승하다 보니 통속적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은근히 시대의 그늘을 짚고 가는 것을 잊지 않음으로서 역시 장강명이구나 라는 감탄도 동시에 하게 만들었다. 그는 역시 탁월한 이야기꾼이구나 싶었다. 마치 <댓글부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휘몰아친다. 박력 또 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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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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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는 여름이 들어가 있는데 어찌된 셈인지 가을에 읽게 된 이 책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일단 배경부터가 첩첩산중 아홉모랑이 마을 두왕리라는데 등장인물들 말투를 봐선 좀더 남쪽지방 같기도 하다. 기호지방이라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면서(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기호지방... 학교 수업시간에나 듣던 그.) 여든 넘으신 홍간난 여사와 손녀딸 삼수생 강무순이의 티격태격은 정겹고 흥겹다.

 

 

무슨 전생에 원수를 졌는지 친 할매와 손녀 사이가 이리도 험악해서야. 이미 들은 소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개그스런 전개로 밀고 나가는데 계속 그리 나가면 초반만 픽하고 웃게 되지, 내내 그 기조를 유지하기란 힘들다. 뭔가 웃기려고 계속 시도하지만 점차 적응되면 말 그대로 픽이란 말이지. 그래도 웃겼던 장면을 들자면 무순이가 여섯 살 때 부모님이 홍간난 여사 댁에 몰래 버린 후 15년 후 다시 한 번 쓰레기 무단투기 하 듯 또 몰래 버려진 상황. 부모님이 쪽지에 하트 뿅뿅 남겼다며 광분하는 무순이의 팔자도 참 기구하구나.

 

 

또 동네에 개 끌고 산책했다가 미친X 소문나는 것이라든지, 동네 민란(?) 일어나는 장면 같은 거. 특히 민란은 현 시국이 오버랩 되어서... 사실 그 원인은 알고 보면 기만 죄에 분노한 민초들의 분노가 시발점이 된 것이라 내내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기분이 든다. 다임개술도 술 같지만 그것을 지칭한단 것도 바로 알겠고 꽃돌이는 무순이보다 어린 소년이란 점은 책을 안 읽을 때는 몰랐지만 총각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좀 웃겼다. 외모지상주의자 강무순 ㅋㅋㅋ

 

 

그리고 평소 잘 읽지 않는 코지 미스터리란 장르. 작은 마을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사건을 다룬다고 정의하는 대로 사건이란 게 참 소소하다. 한낱 한시에 일어난 네 소녀 실종사건. 중간 중간 누군가의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동안 어떤 상상도 좀 했다. 밝혀진 진실에서 절반은 해프닝이고 절반은 좀 안타깝기도 한데 사람 사는 세상에서 늘 있을 법한 이야기인 것도 같다. 해피엔딩이 아니어서 꽃돌이가 좀 가엾다. 어쨌거나 사투리랑 산골 스타일 적응에 애먹은 점을 제외하고는 배 깔고 읽으면 괜찮을 듯 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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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 - 어떤 역사 로맨스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리처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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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또 어떤 은유의 세계인가.

올해 나이 31살의 청년인 는 어느 작은 도서관에서 혼자 근무하고 있다. 굳이 다른 일손이 필요 없게 된 이유란 별개 아닐 수도, 많이 특별한 사연일수도 있는데 이 도서관은 대여나 열람이라는 고유의 기능 대신 남녀노소 상관없이 자신이 쓴 책(책의 기준조차 모호한, 그 수준과도 무관한)을 가져와서 무슨 책인지 간단히 설명한 후 책장에 알아서 진열하면 된다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 책을 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밤낮 없이 벨을 눌러대니 자다가 문을 열어 책을 접수하는 일이 다반사. 그러다보니 청년은 도서관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전에 많은 사서들이 이곳을 거쳐 갔지만 그 누구도 진득하게 버텨내지 못했기에 그에겐 천직인 셈이었다. 사실 손님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 않다. 책의 소재나 성격을 듣고 있자면 과연 그런 것들이 책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까? 도서관에 진열될만한 수준인가? 어쩌면 책의 가치에 철조망을 둘러친 오만방자하고 편협한 시각일지도 모른다.

 

 

작가도, 접수하는 이도, 그 어떤 누구도 이것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지 않는데 책이라는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보다 훨씬 광대한 지향점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신비하면서 감동적인 행렬이자 진열이겠다. 그렇게 늘 도서관에서 일상을 보내는 청년을 단절된 외부로 끄집어내기 위한 길잡이 또는 유혹으로 봐야 할지 그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무려 3년 만에.

 

 

여신은 "바이다 크레이머"라는 젊은 아가씨. 글래머스러운 자신의 육체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내용의 책을 들고 온 것이다. 행복한 고민 아니냐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심각함과 우울함의 상징 그 자체였고 청년이 그녀의 육체적 관능에 먼저 반하더니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동거하게 된다. 별다른 고민 없이 행복하게 살았다면 좋았겠지만 바이다가 임신을 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상의 끝에 누군가의 소개로 멕시코 타후아나로 낙태 수술을 하러 출발하게 된다.

 

 

임신과 출산을 사랑의 결정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들이 아직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관계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데, 초반의 도서관 생활과 로맨스, 중반 이후 낙태 여행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앞서 읽었던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작풍과 비교해서 다소 누그러진 것 같으면서도 특유의 분위기와 은유적 세계관들이 여전히 헤엄치고 있음을 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봄바람이 살랑거리듯 마음을 편안히 먹고 읽어 갈 수 있는 소설이라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낙태는 그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울타리를 벗어나 그 너머의 세상으로 떠나기 위한 일탈과 자유적 행위의 상징으로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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