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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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좋은 게 다 한정돼 있잖아. 어차피 그 좋은 걸 모든 사람이 다 누리진 못해. 그런데 한번 가져보라고, 시도는 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게 자본주의야. 세상이 사람들한테 다 덤벼봐, 그러는 거야. 얼마나 좋아. 이기면 되잖아. 그 기회를 두 번, 세 번도 줘. 진다고 바로 뒈지는 것도 아니잖아. 세상에 이런 체제가 어디 있나? 사회가 끝없이 싸울 기회를 주겠다는데 난 싸우는 게 싫소, 그러니까 우리 다 같이 싸우지 맙시다, 이게 말이 돼? 끝없이 싸울 기회라는 건 끝없이 이길 기회라는 말인데 말이야, 왜 안 싸워?” (p. 202)

 

 

과연 통일이 실현된다면 북조선 인민들은 응당 이런 생각에 적극 동의하게 될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목 메이게 불렀던 그 때 그 시절은 이제 과거의 유산이 되고 마는 것인지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꼭 통일이 해법이 아닐 수도 있다는 반론이 심심찮게 고갤 쳐드는 것 같다. 왜 그런 말도 있잖은가,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를 억지로 분리 독립시켜서 만약의 화근과 골칫거리를 미연에 방지하는데 성공했다고, 같은 민족끼리 같이 합쳐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식으로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여기서 언급한 말레이시아는 바로 소설 속 평화유지군의 일원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갑작스레 붕괴하자 미처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남한 정부는 즉시 북한지역을 흡수하지 않고 임시정부를 내세워 과도기 체제에 들어가게 된다. 마치 일제 치하와 해방 이후 그리고 현 시대의 세태와 정서가 동시에 뒤섞여 버린 혼돈 그 자체의 시기인데 국가적 이해관계 따라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사태에 직접 개입하는 대신 말레이시아, 몽골, 태국 같은 일부 국가들에서 평화유지군이란 명목 하에 북한지역에 주둔하게 된다.

 

 

그들이 주로 맡은 임무는 마약 같은 강력범죄 소탕이랄 수 있는데 실제로 양강도와 자강도 지역에는 마약을 주 사업으로 하는 기업군벌이 독자세력을 형성해 휴전선 인근지역인 장풍군을 전초기지로 삼아 남한에 직접 마약을 유통하려는 음모를 획책하는 중이었다. 물론 소설 속 설정이지만 심각한 북한인 차별은 외노자를 바라보는 지금의 시각과 다를 것 없고 대량난민 유입방지 정책이나 남조선 드림을 꿈꾸는 북녘 처자들까지 통일이 된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들 같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감백배.

 

 

그러나 꼭 그런 시사적 접근이 아니더라도 K스릴러의 모범이라고 불릴 만한 액션과 스릴로 화끈하게 무장했으니 장강명 작가의 창작방식에 고무되어 아드레날린이 푹풍 같이 쓸고 지나가서 또 재밌다. 작가가 후기에서 고백했듯이 리 차일드의 떠돌이 전사 잭 리처에서 착안해 이름마저 장 리철로 명명한 주인공 역시 잭 리처를 쏙 빼닮은 살인병기이다. 특히 <악의 사슬>에서처럼 동네를 장악한 범죄 패밀리와의 대결방식이 그러하다.

 

 

또한 말레이시아 평화유지군 장교로 파견된 롱 대위와 남한에서 파견된 민준 대위의 알 듯 말 듯한 파트너 관계에서도 색다른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 매끈한 각선미를 보는 것처럼 읽는 쾌감에 편승하다 보니 통속적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으나, 은근히 시대의 그늘을 짚고 가는 것을 잊지 않음으로서 역시 장강명이구나 라는 감탄도 동시에 하게 만들었다. 그는 역시 탁월한 이야기꾼이구나 싶었다. 마치 <댓글부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휘몰아친다. 박력 또 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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