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부부의 연이라는 것은 천년의 그리움이 쌓여 백년해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그 소중한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

배려하고 격려하며,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설레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분명 사랑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었겠지만.

아메리칸 인디언 혼혈인 엄마와 독일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유명 여성작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이 실패했던 쓰라림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전적 소설을

내놓았다는 건 결코 담담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누군가의 가정은 외부에서 봤을 때 결코 그 속사정을 알길 없다.

나 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을 것만 같고

아이들은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키우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지 아닐까 라는 근거 없는 공상은

이 소설로 나, 그리고 당신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

아니 누가 더 고통 속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나 라는

냉혹한 진실을 직시하도록 만든다.남편 은 유명화가가 아니다.

 

단지 부인인 아이린을 모델로 그림을 그려서(작품번호도 매기면서) 완성작을 내다 팔 곤 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망부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던

그녀 아이린은 점차 남편에게 구속받고 있는 것만 같다.

항상 사랑한단 말에 현혹되지 말자. 이것은 그림자밟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림자를 통해 영혼을 빼앗을 수 있다는 그 행위 앞에서

아무리 기를 써도 한 번 짓밟힌 그림자를 그의 발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그림 속의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보여준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의심한다. 당신을 떠날 수 없노라고 한다.

모두가 그림만으로 나 자신을 판단하지 않도록 남편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부부의 대화는 겉돌기만 하니 부부갈등은 자녀와 남편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한쪽은 다가서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어떡하든 무조건 벼랑으로 밀어 추락시키고 싶어 한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이래서야 답이 없다고 판단한 아이린은 두 권의 일기를

의도적으로 준비한다.레드와 블루 다이어리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시 감시하고 싶어 하기에

일기를 몰래 몰래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레드 다이어리가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허술하게 두면서

일부러 읽어도 상관없이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면

블루 다이어리는 진짜 속마음을 폭탄처럼 써내려간다.

그마저도 은행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어서 남편은 진짜를

가려낼 수 있지가 않다.당신은 꽤 오랜 수색 끝에 내 빨간 일기장을 발견했을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내려고 줄곧 그걸 읽어왔을 테고.

 

그리고 두 번째 일기장,

당신이 내 진짜 일기장이라고 부를 일기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일기장이야. -P.16-

 

또한 가족이란 구성원들은 상대를 탐색한다. 자세히 관찰해서 강인하고 영민하게

자라서 능가하고 아빠보다 힘의 우위에 서겠다는 아이들의 다짐은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러온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와 맞서는 자의 대립 속에

가족의 화목이란 뜬구름 잡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자전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상의 힘이 아닌 자신의 진솔한

감정으로 인해 평정심을 잃고 두 다이어리를 통할 때

남편을 자신의 의중대로 유도하지만

원하는 결말대신 모순으로 부부관계가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소유욕에 집착하는 남편과 이혼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이던 그녀도 마지막에는 결단 대신 잠시 주저했던 것일까?

밀어내다보면 추락만이 있을 것 같던 그 길의 끝에서

그녀가 선택했던 방식은 뜻밖이었다.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그래서 내내 고통스럽게 읽다가

한방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그 행동이

부부관계는 보이는 것 이외에 설명이 안 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느 지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앎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사랑은 우리가 상대의 특성을 대부분 사랑하고,

상대의 변하지 않을 흠을 참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 P.47 -

 

확실히 끝은 반전이다. 작가가 던지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불행한 상처가 보여도

그것을 가지고 제3자는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은 그들이 할 몫이다.

우리에게 판단할 권리도 멋대로 오인할 이유도 없음이다.

다들 그렇게 비슷하게, 심하면 극단적으로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듯 했다.

과거엔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 불행하다고

투덜대는 이들에게 아이린의 부부관계가 많은 것을 시시하고 있다면

어떻게 부부로 살아야 하는지도 여전히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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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루이스 어드리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에 빠지는 것은 앎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사랑은 우리가 상대의 특성을 대부분 사랑하고,

상대의 변하지 않을 흠을 참아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 P.47 -

부부의 연이라는 것은 천년의 그리움이 쌓여 백년해로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 소중한 인연을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

배려하고 격려하며, 차이를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그 설레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분명 사랑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있었겠지만.

아메리칸 인디언 혼혈인 엄마와 독일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유명 여성작가가

자신의 결혼생활이 실패했던 쓰라림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전적 소설을

내놓았다는 건 결코 담담한 상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누군가의 가정은 외부에서 봤을 때 결코 그 속사정을 알길 없다.

나 보다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을 것만 같고

아이들은 무탈하게 무럭무럭 자라서 키우는 재미에

하루하루가 즐거운 나날이지 아닐까 라는 근거 없는 공상은

이 소설로 나, 그리고 당신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

아니 누가 더 고통 속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나 라는

냉혹한 진실이다.

 

남편 은 유명화가가 아니다. 단지 부인인 아이린을 모델로 그림을

그려서(작품번호도 매기면서) 완성작을 내다 팔 곤 했다.

그런 남편을 위해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망부석처럼 꼼짝도 하지 않던

그녀 아이린은 점차 남편에게 구속받고 있는 것만 같다.

항상 사랑한단 말에 현혹되지 말자. 이것은 그림자밟기나 마찬가지이다.

그림자를 통해 영혼을 빼앗을 수 있다는 그 행위 앞에서

아무리 기를 써도 한 번 짓밟힌 그림자를 그의 발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남편은 그림 속의 모습으로 다른 이들에게 자신들의 결혼생활을 보여준다.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의심한다. 당신을 떠날 수 없노라고 한다.

모두가 그림만으로 나 자신을 판단하지 않도록 남편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부부의 대화는 겉돌기만 하니 부부갈등은 자녀와 남편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한쪽은 다가서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어떡하든 무조건 벼랑으로 밀어 추락시키고 싶어 한다.

밀어내고 또 밀어내고.

 

이래서야 답이 없다고 판단한 아이린은 두 권의 다이어리를

의도적으로 준비하였으니 이름하여

 

레드블루 다이어리

 

이미 눈치 채고 있었다.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상시 감시하고 싶어 하기에

일기를 몰래 몰래 본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레드 다이어리가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허술하게 두면서

일부러 읽어도 상관없이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면

블루 다이어리는 진짜 속마음을 폭탄처럼 써내려간다.

그마저도 은행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어서 남편은 진짜를

가려낼 수 있지 않다.

 

당신은 꽤 오랜 수색 끝에 내 빨간 일기장을 발견했을 거야.

내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아내려고 줄곧 그걸 읽어왔을 테고.

그리고 두 번째 일기장, 당신이 내 진짜 일기장이라고 부를 일기장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이 일기장이야. -P.16-

 

또한 가족이란 구성원들은 상대를 탐색한다. 자세히 관찰해서 강인하고 영민하게

자라서 능가하고 아빠보다 힘의 우위에 서겠다는 아이들의 다짐은

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러온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와 맞서는 자의 대립 속에

가족의 화목이란 뜬구름 잡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다.

자전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상의 힘이 아닌 자신의 진솔한

감정으로 인해 평정심을 잃고 두 다이어리를 통할 때

남편을 자신의 의중대로 유도하지만

원하는 결말대신 모순으로 부부관계가 지속되고 있을 뿐. 

 

소유욕에 집착하는 남편과 이혼하지 못해 정신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이던 그녀도 마지막에는 결단 대신 잠시 주저했던 것일까?

밀어내다보면 추락만이 있을 것 같던 그 길의 끝에서

그녀가 선택했던 방식은 뜻밖이었다.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그래서 내내 고통스럽게 읽다가

한방에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그 행동이

부부관계는 보이는 것 이외에 설명이 안 되는

또 다른 무엇인가가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느 지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확실히 끝은 반전이다. 작가가 던지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고 불행한 상처가 보여도

그것을 가지고 제3자는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덕적 판단은 그들이 할 몫이다.

우리에게 판단할 권리도 멋대로 오인할 이유도 없음이다.

다들 그렇게 비슷하게, 심하면 극단적으로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 않냐고 반문하는 듯 했다.

과거엔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아 불행하다고

투덜대는 이들에게 아이린의 부부관계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면

어떻게 부부로 살아야 하는지.

처연하고 아름답고 쓸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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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2 오늘의 일본문학 4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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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에서 영화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오쿠다 히데오 원작의 <남쪽으로 튀어>가 충무로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순례 감독에 주연으로 김윤석과 오연수가 주연으로 내정된다고 하는데 오오옷! 이것은 진짜 대박이 아닐 수 없구나. 호홍.

 

2012년 충무로에 불어 닥친 일본소설 원작의 영화화 바람이 제대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얼어붙은 송곳니>, <화차>에 이어 <용의자X의 헌신>도 방은진 감독에 류승범 주연으로 대기 중이고 <남쪽으로 튀어>까지 줄줄이 개봉하면 거의 환성적인 라인업이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는 츠츠이 야스타카와 더불어 일본 코믹소설의 쌍두마차로 추켜세우고 싶은 작가인데 <공중그네>, <올림픽의 몸값>까지 총 세편으로 날 무지 흡족케 한 바 있어 영화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가운 낭보이다. 이 소설은 그냥 날 흡족케한 수준을 넘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작품이라 아마도 일본소설 역대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1위로 손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보다 이런 인간미가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 훨씬 좋단 말이지. TOP10을 추린다면 추리소설은 2편 정도 밖에 못들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중에서도 이 소설은 군계일학!!

 

 

나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남쪽으로 튀어>는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도 거부하고 국회 의사당 폭파를 은근 꿈꾸는 운동권 출신의 무정부주의자 열혈 아빠와 아빠를 뒤에서 묵묵히 내조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돌변하여 혁명가로 탈바꿈하는 소심한 엄마, 이런 아빠와 엄마를 뒤늦게 이해하게 되며 비로소 한 가족으로 소통하게 되는 사춘기 아들과 딸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콜라와 캔커피를 매판자본의 산물이라며 금지하고, 학교수업을 제도권의 주입교육으로 간주해 등교마저 막아버린 아빠의 행동은 그야말로 괴팍한 아나키스트라 자녀와의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는 시종일관 빵빵 터진다. 그 부분만 놓고 보면 단순히 웃고 즐기기에 손색없는 가벼운 소설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다면 나의 열렬한 지지는 이끌어 낼 수 없었겠지.

 

이런 가족들이 불가항력적으로 남쪽의 어느 섬마을로 여행을 떠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부모들의 과거사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애들은 아빠와 엄마를 가까이에서 이해하게 되는데 이 소설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발휘되기 시작한다. 이 탈도 많은 괴짜가족이 섬마을의 리조트 개발을 위한 공사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일련의 투쟁들은 지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벌어지는 격렬한 현장이 살짝 오버랩 되기도 한다. 물론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별다른 의견은 개진하지는 않겠다. 그냥 공사 저지의 목적이 닮은 꼴이라 같이 언급했을 뿐.

 

 

그렇게 국가정책에 반하는 환경보전 투쟁은 가슴 뜨거움으로 목도하게 되면서 이들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고 소신있는 행동에 응원을 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놀래기도 하였다만. 그러나 애타는 염원을 무참히 짓밟기라도 하 듯 공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여 장렬히 산화하게 된다. 뜨거웠던 한 여름의 대 소동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열정이 빚어낸 감동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뛰어난 성장소설로도 읽혀지기도 하는 이 소설은 해학의 관점에서 접근해도 빛나는 성채가 되어 끝 모를 높이로 솟아있는 장면으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일본 원작에선 우에하라 지로가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로 나오는 데 반해 영화에서는 청소년으로 변경되어 그려진다고 하는데 원작의 유쾌 발랄함과 소중한 감동을 부디 잘 버무려 멋진 영화로 재해석된다면 불만은 없겠다. 물론 영화는 기필코 관람할 것이며..... 어쨌거나 쵝오!! 기대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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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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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인터넷에서 영화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오쿠다 히데오 원작의 <남쪽으로 튀어>가 충무로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순례 감독에 주연으로 김윤석과 오연수가 주연으로 내정된다고 하는데 오오옷! 이것은 진짜 대박이 아닐 수 없구나. 호홍.

 

2012년 충무로에 불어 닥친 일본소설 원작의 영화화 바람이 제대로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미 <얼어붙은 송곳니>, <화차>에 이어 <용의자X의 헌신>도 방은진 감독에 류승범 주연으로 대기 중이고 <남쪽으로 튀어>까지 줄줄이 개봉하면 거의 환성적인 라인업이 아니겠나.

 

 

그런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는 츠츠이 야스타카와 더불어 일본 코믹소설의 쌍두마차로 추켜세우고 싶은 작가인데 <공중그네>, <올림픽의 몸값>까지 총 세편으로 날 무지 흡족케 한 바 있어 영화화 소식은 무척이나 반가운 낭보이다. 이 소설은 그냥 날 흡족케한 수준을 넘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작품이라 아마도 일본소설 역대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1위로 손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일본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보다 이런 인간미가 물씬 풍겨나는 소설이 훨씬 좋단 말이지. TOP10을 추린다면 추리소설은 2편 정도 밖에 못들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중에서도 이 소설은 군계일학!!

 

 

나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남쪽으로 튀어>는 국민연금 보험료 납입도 거부하고 국회 의사당 폭파를 은근 꿈꾸는 운동권 출신의 무정부주의자 열혈 아빠와 아빠를 뒤에서 묵묵히 내조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돌변하여 혁명가로 탈바꿈하는 소심한 엄마, 이런 아빠와 엄마를 뒤늦게 이해하게 되며 비로소 한 가족으로 소통하게 되는 사춘기 아들과 딸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콜라와 캔커피를 매판자본의 산물이라며 금지하고, 학교수업을 제도권의 주입교육으로 간주해 등교마저 막아버린 아빠의 행동은 그야말로 괴팍한 아나키스트라 자녀와의 포복절도할 에피소드는 시종일관 빵빵 터진다. 그 부분만 놓고 보면 단순히 웃고 즐기기에 손색없는 가벼운 소설로 치부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다면 나의 열렬한 지지는 이끌어 낼 수 없었겠지.

 

이런 가족들이 불가항력적으로 남쪽의 어느 섬마을로 여행을 떠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부모들의 과거사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애들은 아빠와 엄마를 가까이에서 이해하게 되는데 이 소설의 진가는 여기서부터 발휘되기 시작한다. 이 탈도 많은 괴짜가족이 섬마을의 리조트 개발을 위한 공사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일련의 투쟁들은 지금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놓고 벌어지는 격렬한 현장이 살짝 오버랩 되기도 한다. 물론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별다른 의견은 개진하지는 않겠다. 그냥 공사 저지의 목적이 닮은 꼴이라 같이 언급했을 뿐.

 

그렇게 국가정책에 반하는 환경보전 투쟁은 가슴 뜨거움으로 목도하게 되면서 이들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고 소신있는 행동에 응원을 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놀래기도 하였다만. 그러나 애타는 염원을 무참히 짓밟기라도 하 듯 공권력과 자본의 논리에 굴복하여 장렬히 산화하게 된다. 뜨거웠던 한 여름의 대 소동은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열정이 빚어낸 감동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어찌 보면 뛰어난 성장소설로도 읽혀지기도 하는 이 소설은 해학의 관점에서 접근해도 빛나는 성채가 되어 끝 모를 높이로 솟아있는 장면으로 자리잡는다,

 

그런데 일본 원작에선 우에하라 지로가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로 나오는 데 반해 영화에서는 청소년으로 변경되어 그려진다고 하는데 원작의 유쾌 발랄함과 소중한 감동을 부디 잘 버무려 멋진 영화로 재해석된다면 불만은 없겠다. 물론 영화는 기필코 관람할 것이며..... 어쨌거나 쵝오!! 기대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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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 우리시대의 신앙이 되어버린 '발전'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
질베르 리스트 지음, 신해경 옮김 / 봄날의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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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은 정말 좋은 벗입니다. 눈뜨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머리맡에 둔 책부터 찾아서 펼쳐 읽기 시작하는 겁니다. 독서의 일상화!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는 책을 먼 산 보듯 했으니 어지간히 책 안 읽는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이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됩니다. 책을 읽는 것은 물론이요, 서평을 올리기 시작한 게 불과 5개월 전이며, 각종 북 카페 가입 활동, 블로거 방문 등 생각해보면 단 시일 내에 후다닥 해치웠던 것 같습니다 성질 급한 한국사람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영화를 좋아하니 극장탐방은 당연지사, 그러다가 책을 좋아하면서 도서관이 또 다른 아지트가 된 것은 생활방식의 변화를 나타내는 또 다른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조란 지브코비치의 [환상 도서관]은 책을 사랑하는 애호가라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밖에 없겠네요. 6개 파트로 구성된 이야기들 모두 다 맘에 든다고 편들지는 않겠지만 책을 가까이하면서 부딪치는 실생활과 심리 변화가 능숙하게 녹아들고 있어 환상문학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도 고개를 끄덕거리게 합니다.

 

<집안 도서관>을 얘기하자면 저는 그리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들어내고 또 들어내도 우편함에 책이 수북하게 쌓여 보관공간을 확보하는 문제로 생고생을 하는 남자의 에피소드입니다. 지금도 책으로 만리장성 쌓고 계시는 몇몇 이웃분들이 연상되어서 낄낄대며 웃었죠.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하지 않겠지만 뜨끔하시는 분들 분명 계시리라 확신하는데 가재도구를 치워서라도 읽고 싶은 책들을 맘껏 책장에 진열할 수 있는 공간적 여건을 가지신 분들이 한편으로 부럽기도 합니다. 책에 대한 욕심은 분명 재물욕에 비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소유욕이 아니겠습니까? 그러한 소박한 소망을 대리만족 시켜주는 단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야간도서관>에서 주인공이 책부터 반납 않고 영화 먼저 봤다가 때를 놓쳐 야간에 들렀다가 도서관에 갇혀버리는 낭패를 보며 역시 제 모습과 무관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도서관과 극장을 방문할 때 항상 어느 곳이 먼저냐는 우선순위에 관한 딜레마가 생기는데 보통 영화먼저 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행히도 책의 반납 타이밍을 그것 때문에 놓친 적은 없었죠. 그러나 현혈 스케줄까지 추가되면 상황은 진땀 뺍니다. 연체를 저지하기 사명감과 동시에 늦게 가면 필요한 책들을 강탈당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팽배해지면 무작정 뛰게 됩니다. 주인공 같은 꼴을 안 당하려면 정확한 시간분배는 필수라는 것, 맞습니다. 맞구요.

 

<지옥의 도서관>에서는 책 안 읽는 사람들을 끓는 기름 솥에 던지거나 사지를 잡아 찢는 육신의 고통 대신 영원히 책을 읽는 형벌을 내린다는 참신한 발상을 보여주는데 정말 대박입니다. 육신은 고단하지 않겠지만 정신적인 족쇄를 채운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을지 즐거운 상상을 잠시 해봅니다. 2년 전이라면 저도 이 형벌을 피해갈 수 없었을 거라며 불필요한 위안을 얻습니다. 한편으론 쓰레기 같은 것만 봐서 순전히 시간 낭비한다는 나머지 10%에 해당되는 건 아닌지 쓸데없는 걱정(?)도 듭니다. 여기서 일침을 놓는 한마디가 등장하죠.

 

형사물은 환자에게 약 대신 독을 주는 거나 다름없다는 저승사자님 말씀에서 균형 있는 독서습관이 새삼 중요하다고 공감하지만 이미 깊숙이 중독되어 버린 현실에서 결코 헤어나긴 어렵다구욧! 이렇게 달콤한데 어찌 절교하리요~~~

 

그렇게 우리들이 사랑하는 책들이 옹기종기 보금자리를 이루는 도서관은 들어설 때마다 향긋한 종이 냄새로 기분 좋게 합니다. 종이책이 사라지고 전자책으로 대체되면 이러한 낭만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오늘도 내일도 도서관을 열심히 드나 들어야겠습니다. 너무 컴터 클릭질로 공짜 수령에만 열 올리지 말고요, 그런데 이벤 응모도 은근히 끊기 어렵더군요. 믹스커피와 공짜 도서이벤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줄여야합니다. ~~~

 

이제 마무리!! 괜찮은 내용에 중간 중간 삽화들은 더욱 환상적이며, 비 영어권 작가의 번역작업에 대한 고충이 기억에 남는 <환상 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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