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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ㅣ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0월
평점 :
처음 만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10년 전에
기 출간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런 점과는 상관없이 책 표지는 가을에 잘 어울리는
화사한 색감을 뽐내고 있는데 책들의 옆과 아래는
단순히 세월의 빛바램만이 아니라 많은 손길이 거쳐 간
흔적마저 고색창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연 눈길을 끌 수밖에. 어쨌거나 이야기는
무심하게 우연하게 시작되고.
그녀, 마거릿 리는 인물의 전기를 쓰는 작가로서
아버지가 맡아 운영 중인 헌책방 직원이기도 하다.
모든 사건의 근원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되는데
유명 작가인 비다 윈터가 돌연 진실을 공개하겠노라고
선언한 내용이었던 것.
일생을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던 비다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라도 한 것일까?
자신을 향한 진실의 향방을 밝히겠다는 구애에 마음이
동한 마거릿은 호기심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비다의
저택으로 향한다. 비다는 마거릿에게 18세기 시골마을의
앤젤필드 가문의 3대에 걸친 미스터리한, 초자연적 사건에
대하여 털어 놓았고 이야기를 믿어야할지 의문에 빠진 마거릿.
옛날 옛적에 유령이 사는 저택에
책으로 가득찬 방... 쌍둥이 소녀.
비다 윈터의 소설은 출간되자마자 회수되어 남은
희귀본에는 제목과 달리 열 두 편의 이야기만 실려 있었다.
마거릿은 원래 망자의 전기만을 썼지,
단 한 번도 산자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없다.
책 표지처럼 오래된 책에 대한 탐닉을 게걸스런
식욕에 비유해 먹고 또 먹었다는 고백처럼
오래된 책을 통한 망자에 매료되어 온 마거릿은
이제 정말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진짜를 가려내기로 다짐한다.
무엇일까?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의 교집합은.
읽어 들어 갈수록 더 깊은 수렁과 미로 속에서
확실한 출구를 찾기 위한 전개의 고군분투는 분명 독자의
순간 방심조차 용납 않고 정신없이 코너로 밀어붙인다.
쉼 없이 날아오는 펀치 홍수 속에서도 그동안
함께 하지 않았던 쌍둥이들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영적 연결고리가
숨죽이며 읽어 내려가게 만든 크나큰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정신 속에 묻힌 또 하나의 정신세계,
촘촘히 얽히고설킨 다중적 측면의 구조 속에서
조금씩 풀려가는 실타래에
눈빛이 반짝할 때 이야기는 그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