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제션 - 그녀의 립스틱
사라 플래너리 머피 지음, 이지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에디는 무광택 적갈색 립스틱을 입술에 방금 발랐다. 자신이 사용하던 제품은 아니었다. 브래독이라는 손님이 아내가 쓰던 것을 미리 보내준 것이었고 오늘 그와 만날 약속을 해두었다. 에디가 일하는 직장은 어떤 곳일까, 처음에는 가늠할 수가 없는데 엘리시움 소사이어티라고 부른단다. 그 속뜻에는 극락, 천국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니 잊지 못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인가 보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나. 엘리시움 소사이어티란 곳은 망자의 영혼과 접신하여 유족들과 연결해주는 영매들인 바디들이 일하는 곳이다. 그렇게 소개되고 있으면서도 소설 속에서는 결과만이 나올 뿐, 구체적인 현장상황들이 나오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 이유가 각 방에서 손님과 일대일로 만나서 일단 로터스라는 약물을 복용해야 비로소 망자의 영혼을 불러낼 수 있으나 정작 바디들은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최면상태에 빠진 걸로 비유하면 될지.

 

 

당연히 몸과 마음이 상당히 고된 작업이라 오래 버티기가 힘들어 중도에 많이 그만 두지만 에디는 5년이나 꿋꿋이 버텼다. 브래독은 죽은 아내 실비아를 만나기 위해 에디를 선택했고 망자와의 대화를 통해 정신적 치유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에디가 실비아의 립스틱을 바르면서 신체에 이상한 변화들이 일어나는데 자신의 몸 같지 않은 여러 가지 현상들. 그렇다면 이대로 있을 수가 없지.

 

 

그 즉시 브래독의 아내 실비아의 죽음에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조사하게 되는 에디, 한편으로 고객접점을 활용하여 브래독에게 호감을 점점 느끼게 되면서 나중에는 그의 사무실로 찾아가기도 하고 둘이서 실비아가 죽었다는 호수에도 가본다.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은 희망이라는 어떤 여자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이끌어 나가고.

 

 

그러면서 실비아가 생전에 저질렀던, 아니면 처했던 상황이라고 해야 할지, 산 자에게 남겨진

가혹한 운명은 애달팠으며, 희망이의 죽음은 채널링의 통제과 관련된 말 못할 사정들이 있었던 것이다. 양쪽의 사연 모두 스산하거나 씁쓸한 감정과 여운만 남긴 채, 세상은 어떻게든 굴러간다.

 

 

만약 채널링이 소설처럼 현실화 된다면 단순히 사업으로서의 역할과 산 자와 망자를 잇는 진심회복 기능 사이에서 무수한 갈등과 고민을 양산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살아 있을 때 잘해야지, 죽고 나면 그런 능력들이 얼마만큼 도움이 될는지, 많은 상상과 생각의 여지를 여전히 남겨두고 나는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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