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을 읽었다. 마흔여덟 살 다다시의 인생이 리셋 되고 난 이후의 일상들... 잔잔하고 조용하다. 화려한 싱글이라는 노래제목 대로 독신이 날라다준 자유가 궁상맞기 보단 참 찬란해 보였다. 다만 십오 년씩이나 넘게 살던 아파트를 나오게 되었으니 아쉽고 미련이 남을 만도 하다. 처음 이사 온 날을 회상하고 있으니. 나 또한 외지근무 하면서 짧게는 8개월 길게는 3년 정도 머물렀던 숙소가 아직도 추억으로 맴돌고 있다.

 

 

눕던 자리가 하루아침에 바뀌었으나 빠른 적응도 시간문제겠다. 솔직히 다다시의 아내는 피곤할 정도로 남편에 대한 간섭이 심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사 온 집에서는 그가 왕이라서 더 이상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취향대로, 자유를 맘껏 누리면 될 터. 집주인 할머니 소노다씨가 미국에 간 뒤로 서신 왕래하는 사이에 새록새록 사람이 정도 따스하다. 모든 것이 아날로그적이라.

 

 

업자를 불러서 소박한 리모델링 견적을 받아보는 일도 차 한 잔의 여유처럼 기쁨이자 즐거움처럼 다가오는데 기왕이면 이사 온 집이 영영 다다시의 손길을 받으면서 영원히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해 뭔가 애잔하다. 고양이 후미도 어느새 다다시와 정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이 집은 여러모로 손때가 많이 묻은 지라 잔정이 많이 갔는지도 모르겠네. 세탁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부엌은 어두침침하면서도 맛있는 냄새가 은연중에 묻어나오고 양철을 두른 삼단짜리 붙박이 선반의 경우 책꽂이로 쓰면 어떨까 싶은 멋이 풍기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옛사랑 가나와 재회하게 된다. 꺼졌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 듯 그녀에 대한 애정이 샘솟는 걸 느끼는 다다시는 근처에 사는 가나의 집을 방문하기도 하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도 하면서 관계회복을 통해 한 집에 같이 살기를 열망한다. 그러나 그녀에겐 치매 걸린 아버지가 있었고, 부양의 책임감과 다다시에 대한 미안함, 부담감 등이 한꺼번에 겹쳐 다다시의 소망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데... 마음이 허무하기도 짠하기도 했다.

 

 

새로운 행복이 느긋하게 찾아올 것만 같았는데 완벽하게 결핍을 채워나가기 힘든 것이 그 나이대의 아픔인 것처럼 느껴진다. 원하는 바를 다 손에 넣을 수가 없는 법, 그래도 다다시의 인생은 지금 살고 있는 집처럼 관록과 기품이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 잡게 되리라.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켜보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속이 꽉 찬 남자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