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7번째 기능
로랑 비네 지음, 이선화 옮김 / 영림카디널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로랑 비네의 데뷔작 <HHhH>가 꽤나 괜찮았던 터라 이 책을 선택하는 것에 그리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980, 프랑스의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문학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미테랑을 만나 식사하고 돌아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시작될 때, 이것이 실화라는 사실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그 후에 벌어진 일들을 팩션으로 구성해낸 상상력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소설처럼 병원에 입원했다가 세상을 떠났고 모두의 애도 속에 우연처럼 발생한 사고가 전말인것처럼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음모가 개입한 것이라면 누구에겐 충분히 소재가 된다. 롤랑 바르트가​ 사고사가 아니라 실제로는 암살당했다는 점. 믿기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흔한 교통사고의 배후를 밝혀내기 위해 정부국으로부터 바야르 형사가 현장에 파견되고 어떠한 살해동기도 대입할 수 없는 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좀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보기 위해 바르트와 관계가 있을 만한 세계적 석학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펼치게 되는데....

 

 

그러나 만나는 사람들 마다 무슨 말을 하는 지 소통불가가 된 관계로 중간에서 해석해 줄 사람으로 젊은 대학강사 시몽 에르조그를 대동하고 다닌다. 이쯤해서 드러난 대충의 사건 실마리라면 텍스트라는 형식일 것인데 이게 참 이해하기가 난감하다. 어떤 비밀문서를 바르트가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가 살해동기로서 언어의 7번째 기능이 적혀있다고 한다. 참고로 언어의 6가지 기능은 정보적, 표출적, 명령적, 친교적, 관어적, 미학적으로 정리되는데 이 소설에 친히 등장하시는 러시아의 언어학자 로만 야콥슨의 저서 <일반 언어학 이론>에 그렇게 나온다.

 

 

7번째 기능이라는 텍스트의 위용은 실로 대단해서 바야르시몽의 월드클래스적 스릴러는 다사다난했다. 폭발물 테러, 당시 대통령이었던 지스카르와의 미팅, 자동차 추격전, 도서관에서도 누군가에게 찔려 죽을 뻔 했으니 그것이 목숨을 내걸 정도였던가? 그 실체가 궁금해서라도 끝까지 읽어야 한다. 결국은 '언어의 7번째 기능'이 의미하는 텍스트가 세상에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게 되면 독점적 소유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희석되는 것이었다.

 

 

경쟁에서 승리하여 우월적 지위를 얻기 위해서 그 많은 희생을 필요로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단순히 부와 권력을 넘어선 지적 탐욕이 살인을 부추겼다는 점이 아이러니할 뿐이다. 서민들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야만성이야말로 이 소설을 지적 팩션의 쾌감과 더불어 언어학에 관심 많을 일반 독자들을 위한 친절한 입문서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더 없이 훌륭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