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에는 별의별 대행업이 다 있다. 그런데 당신의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여행 대리점은 있어도 여행대리업은 금시초문이다. 여행은 본인이 직접 다녀와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지만 의뢰를 받아 대신 떠나는 인류 최초의 여행대리인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면 어떡할 텐가? 말도 안돼!!!

 

 

주인공 오카에리의 본명은 오카바야시 에리카. 훗카이드 최북단에 있는 레분 섬 출신인 그녀는 우연히 도쿄에 교류 학생으로 왔다가 지금의 사장인 연예기획사 요로즈야 엔터테인먼트 요로즈 텟베키에게 스카우트 되어 짧게나마 아이돌 시절을 거쳤다. 전직복서 출신에 네모난 대머리지만 은근 츤데레 라고 할 수 있는 텟베키 사장, 지금은 환갑을 눈앞에 둔 나이지만 한때 육체파 아이돌이었던 논노씨, 오카에리까지 소속임직원과 연예인이 단 세 명뿐인 영세 기획사에서 그들은 열심히 연예활동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맛이 간 퇴역 아이돌 출신으로서 유일한 일거리였던 TV 프로그램 토막 여행에서 진행자인 오카에리가 광고주의 이름을 잘못 발언하는 바람에 노발대발한 광고주의 노여움을 사 그만 방송이 폐지되고 만다. 이제 뭘 먹고 사나... 요로즈야 3인방의 고민과 한숨은 깊어지고 여기저기 방송사를 기웃거리지만 번번이 퇴짜. 어느 순간에는 노출화보라도 찍을까 살짝 언질받기도 하지만 삼십대 녀의 몸뚱이가 비싸게 먹힐 리가 만무하지.

 

 

그러던 어느 날, 오카에리에게 온몸의 근육이 차차 굳어져가는 희귀난치병으로 외출하지 못하고 병실에 갇히게 된 마요라는 아가씨로부터 자신을 대신해서 아버지와의 추억이 남은 어느 곳으로 여행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생전 처음으로 1인 방송을 하게 된 오카에리를 걱정해 촬영 노하우를 친히 알려주는 토막 여행스태프들의 재능 나눔이 얼마나 뭉클하던지. 연예계는 물 들어올 때만 노 젓다가 귀신 같이 빠져나가는 얌생이라고 나 스스로 경멸해 왔는데따스한 인간미가 이 정도로 촬촬 넘쳐흐를 줄야.

 

 

이후 본격적인 여행대리인으로서 일본 곳곳을 투어하게 된 오카에리가 겪게 되는 사연들은 절절하고 아름다웠다. 그동안 꽁꽁 숨겨 두었던 대머리 사장님의 안타까운 가족사, 온천여행에서 만난 꽃미남 사장님과의 찰나간 심쿵, 자신을 방송에서 끌어내리게 만들었던 무시무무시한 광고주의 의뢰 등등 눈물 없인 또는 미소 없인 차마 읽어 나갈 수 없는 휴머니즘 가득한 에피소드들에 흠뻑 빠져 버렸다. 진정한 악당은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아서 더 힐링 되었던 이 소설. 봄날의 아지랑이 만발하는 유쾌 상쾌한 여행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카에리(잘 다녀왔어).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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