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일러스토리 2 - 고전으로 보는 로마문화사 인문학 일러스토리 2
곽동훈 지음, 신동민 그림 / 지오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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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문화에 경도된 로마인들이 때때로 관대하기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테네가 반란을 일으켰어도 손쉽게 진압한 시저가 그들을 용서하면서 너희들이 조상들 덕분에 관대한 처분을 받은 것이 도대체 몇 번이나 될까?”라며 씁쓸하게 덧붙였다는 일화는 그러한 뒷배경을 잘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이 책은 로마가 어떤 건국신화로 출발해서 번영을 누렸다가 서서히 몰락하게 되었는지를  인생사의 축약느낌으로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생로병사를 벗어나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내용들이 전하는 쏠쏠한 재미에 흠뻑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 로마의 평화시대에는 여전히 무관심이지만 티베리우스가 소년들과 남색에 열중하고 칼리굴라가 누이들과 근친상간을 저질렀으며, 네로가 어머니를 죽이고 로마에 불을 질렀다는 둥의 미치광이 황제 열전이야말로 다시 되새겨 봐도 몰입도가 올라가는 대목들이었으니까.

 

 

당연히 로마시대의 성 관념도 주목할 만한하다. 간통은 공식적으로 금지지만 실상은 불륜천국이었다고. 낯 뜨거운 동성애를 묘사한 대중탕 벽면이나 술잔은 예사였고 결혼관마저 굉장히 독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면 어느 가문과 친족관계를 맺고 싶었던 어떤 남자는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유부녀를 자신에게 달라고 조르는 경우가 있다. 여자의 남편과 함께 의논한 것으로도 모자라 둘이서 여자의 아버지를 찾아가 다시 의논했다고 한다. 심지어 여자의 아버지는 이중결혼을 승낙했다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하니 대단한 민족이구나 싶다.

 

 

이렇듯 자유분방했던 강성대국 로마의 말년은 그야말로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자국의 청년들로 징병제를 도입 운영했던 상무국가 로마는 점차 속주국의 청년들을 직업군인으로 고용함으로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돈으로 유지하려 했던 나태함이 결국 게르만족에게 안방을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눈 속의 독수리>는 이민족들에게 속절없이 당하고 마는 로마 최후의 군단의 슬픈 이야기가 애절하게 그려지는데 이 같은 로마의 사정을 참고하기에 더없이 훌륭한 역사소설이겠다. 더불어 어린 시절 독서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지금에 와서 다시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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