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살 - 개정판 변호사 고진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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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영인의 1인칭 시점과 고진의 3인칭 시점이 교대로 나올 동안. 아내 한다미의 갑작스런 가출로 생활은 추락했고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길영인은 자살을 염두에 두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인터넷 검색도중 정신자살연구소홈페이지를 발견하고서 정신만을 죽여준다는 말만 믿고 이탁오 소장을 만나게 된다. 정말 육체적 자실이 아니라 정신만 리셋 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한일일까.

 

 

그런 의구심은 이탁오 소장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정신병자로 만들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 시술을 받고 나면 세상만사 고민과 번뇌를 완전히 지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홀라당 넘어간 것이다. 3천만 원을 선뜻 지불해 놓고선 나중에 되찾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뭐람? 결국은 돈 떼먹힐 거야?. 시술 받고 나서도 아내에 대한 기억이 지워 지기는커녕 살종에 더 집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연구소를 다시 찾아갔을 때, 이미 사무실은 텅 비어있고 아내의 이메일 등을 추적하여 불륜상대가 있었다는 것마저 알게 된다. 광분한 길영인은 불륜상대와 주변의 남자, 처제까지 들쑤시고 다니자,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이유현 경감 그리고 류경아 까지 합세하여 길영인이 관련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그 뒤에 숨어 있는 검은 마수 이탁오 박사의 행동에 주목하게 되고.

 

 

고진 변호사 시리즈중에서 가장 먼저 읽었던 <유다의 별>에서 처음으로 이탁오 박사의 이름을 접했었다. 과거의 일이지만 은근 흥미를 느끼게 말았던 존재. 이미 이 소설 이전에 고진과 이유현은 어떤 식으로든 이탁오 박사의 어둠을 눈치 채고 있었다. 현란한 말 재간으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이 남자 이탁오 박사가 진정 의도하는 바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손에 피를 직접 묻히지 않고서도 사건에 개입한 둣, 하지 않은 둣... 류경아의 말대로 고진과 이탁오 박사의 공통점. 하나의 인격체를 관망하는 자세와 가치관 등이 너무나도 닮았기에 문득 둘은 서로에게 끌리기도 하지만 셜록 홈즈와 모리아티 교수처럼 섞이지 못할 관계이기도 하다.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살인의 저편 너머 진실의 방에는 반칙 같은 트릭이 기다렸던 것.

 

 

길영인의 연속되지 않는 정신적 불안에서 다소 짐작하고는 있어서 충격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은 정말이지 후덜덜했다. 왜 이탁오 박사가 강렬한 캐릭터로 두고두고 회자되는지 몸소 느끼게 된 계기였다. 어둠의 변호사답게 그간 법의 맹점을 노려 목적을 달성해나갔던 고진조차도 백기투항하게 만든 후반부는 그간 도진기 작가의 작품들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단추가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구성이 일품이다. 좀 실력발휘 하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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