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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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잘 먹어야 진격한다!”

나폴레옹이 했던 말이라는데 책 뒷면에 실려 있다. 맞는 말이다.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어서야 실전에서 어디 힘이나 쓰겠는가. 2차 세계대전의 전세가 뒤집힌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특기병으로 참전한 팀. 예상했던 대로 조리병은 동료 병사들에게 얕잡아 보이나 보다. 총도 쓸줄 알고 전투에도 투입되지만 어디까지나 병사들의 배를 채워주는 게 주 임무라서 그런 것 아니겠나. 탱크도 연료가 있어야 굴러 간다.

 

 

조리병들과 마주칠 때 마다 어미 새에게 입 벌리며 밥 달라고 보채는 새끼 새들 같아 보인다. 실제로 내가 조리병이라면 수시로 울컥할 것 같은데, 뭐 어쩌겠나. 보직의 귀천을 따지는 게 전장에서 무의미하다며 스스로 위안 삼아야지. 살아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라도.

 

 

개인적으로 팀의 할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레시피를 전수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입대하는 손자의 앞날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던 분이니까. 그리고 키드라고 불리는 별명도 친근하게 들린다. 에드, 디에고, 라이너스 등 동료 조리병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면서 생산해낸 전쟁 미스터리들은 무난하게 읽을 만 하다. 라이너스가 못쓰게 된 낙하산들을 모으는 사연이 가장 좋았는데 전쟁에서 죽는 이도 많지만 재건을 꿈꾸며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는 것에서 희망이 있다.

 

 

그러면서 애초에 일본작가가 미군을 주인공으로 해서 전쟁 미스터리를 썼다고 하였을 때, 어느 일본 미스터리 집계 순위에 태평양 전쟁 당시 버마에 주둔한 일본군이 겪는 전쟁 미스터리 소설이 순위권에 포함되어 있던 게 떠올랐다. 전범국 작가의 시점이려니 해서 마음 한 켠이 좀 불편해졌다. 읽어보지도 않고서 미리 단정 지어 버렸던 것이다.

 

 

다행히 이 소설은 그런 염려를 끼치지 않아 다행이다. 또한 여성작가로서 군대를 소재로 한 미스터리물을 쓸 수 있다는 소재 확대능력이 부러웠다. 한국 여성 장르소설 작가들은 기껏해야 빙의 같은 고루한 소재나 불필요한 혐오감 조성 등을 남발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런 차원 말고는 군대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남성작가가 아니다 보니 이야기의 힘이 딸리는 것이 한계이기도 하다. 잠깐 별미를 먹었다는 정도로 치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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