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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저
할런 코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7년 9월
평점 :
늘 그랬지만 이번에도 화목한 가정이란 복불복의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아니 어느 순간에 금이 가도록 만드는 낯선 자의 접근이 있었다. 두 아들과 아내 커린과 행복하게 살고 있던 변호사 애덤 프라이스에게 아내의 가짜 임신 소식은 날벼락 같은 이야기였다. 자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낯선 자는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아내는 협박에 못 이겨 돈이라도 건네주었을까? 그리고 소식만 전하고 홀연히 사라진 낯선 자.
애덤은 당황스럽지만 낯선 자가 남긴 정보를 통해서 이것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고 커린을 추궁하게 된다. 당황스럽기는 커린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비밀로 덮어 둘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텐데 남편이 알고 있으니 말이다. 커린은 사실대로 말한다. 가짜로 임신한 척 한 이유를. 그래도 애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시간을 좀 달라는 아내의 말 만큼은 받아 들였는데 아내가 사라진다. 나를 찾아 줘 대신 한동안 찾지 말아 달라는 문자만 남긴 채.
사랑하는 그녀가 진짜 사라진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애덤은 커린이 속해 있는 학교 라크로스 위원회 공금을 그녀가 횡령했다며 의심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를 찾아야만 의혹을 해명할 수 있을 테고 그러자면 그 낯선 자의 행방부터 먼저 밝혀내야 하는데... 그렇게 애덤이 아내를 찾아 헤매는 동안 낯선 자의 방문은 누군가에게 이어지면서 연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어쩌면 이 모든 불행의 시작은 아내 커린의 속 좁은 대응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남편 애덤의 처신과 자책감은 아내를 진정 사랑했기에 가능한 자제력과 맞물린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아슬 하게나마 지켰으며, 그 같은 상황은 기혼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조 해너 그리핀이 남편 쪽을 지지하고 이해한다는 입장을 내비쳤겠는가. 잘못된 아집으로 불안을 심더니 결말에 가서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함을 낳았던 것이다. 남편을 믿고 의논했더라면.
분명 어긋난 초침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는데 그렇게 끝날 줄이야. 두 번씩이나 바로 잡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커린이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불행의 씨앗을 퍼뜨린 낯선 자의 의도는 사악한 탐욕과 왜곡된 정의관이라는 모순지점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코벤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인간의 이기심을 장르소설의 전개에 있어서 합리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읽기가 한결 수월했다. 사격의 탄착군이 형성된 그런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