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 도진기

모래바람 ㅣ 진구 시리즈 4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7년 6월

그동안 단편집과 고진 변호사 시리즈만 읽다가

처음으로 진구 시리즈를 만나게 되었다.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연상시키는,

것도 아니면 도진기 작가는 치정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봐야 하는지 속단할 수 없지만

이번에도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다.

일단 한 미모 하는 여성이 등장하고 그녀와 결혼하려 드는

남자가 있으며, 그 결혼을 극구 반대하는

남자의 아버지가 있는데

진구가 남자의 아버지인 상준동 회장을 만나

그 여자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 받게 되지만

그녀가 어릴 적 친구였던 유연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사실 진구의 아버지와 연부의 아버지의 역사학계에서

소문난 라이벌로서 아버지들의 경쟁의식이 자식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쳐 진구와 연부는 수학에서만큼은 경쟁관계가

형성되지만 주변에서만 그렇게 보는 것 일뿐,

정작 두 사람은 개의치 않았다고.

어느 날, 역사탐구를 위한 사막탐험대가 조직 되면서

두 교수가 주축이 됨은 물론, 두 아이들까지 따라 나서게 된다.

그러나 탐험대는 모래바람을 만나 낙오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진구 아버지는 풍토병 같은 것에 걸려

신음하다 병사하고 연부 아버지 또한 실종되어 버렸다.

구사일생으로 구조되어 귀국한 탐험대.

이후 진구와 연부는 다시 볼 일이 없었다고 한다.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야 우연히 재회하게 된

진구와 연부, 두 사람을 끈질기게 질투하는 진구 여친 해미.

그런데 연부가 모시는 상준동 회장이 갑작스레 살해당하는데...

솔직히 초중반을 거치는 동안 사막 탐험대 비화가 수록된

책의 내용이 왜 그렇게 상세히 소개 되는지 궁금하였다.

그날의 사건사고들이 우연히 아니었음을 밝히고 싶었을까?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가리려 해도 그럴 수 없다는 의지발현.

그런데 진구의 특이한 기질은 엄마조차 감당 못 할 정도였다는 건

이해하려 해도 무슨 애미란 여자가 이럴꼬?

아버지까지 일찍 돌아가셨으니 진구는 참 외롭고 우울한

시절을 보냈으리라 짐작 되는데 다행히도 크게 삐뚤어

진 게 아닌 듯하다.

나중에 상준동 회장의 살인사건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은 언제나 그랬듯이 날벼락 같이 다가와

현재와 과거의 미스터리를 순식간에 꿰뚫어 버리는

장엄한 법력 시전이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지 않았으면 모래바람에 묻혔을

그날의 사정들은 지금에 와서는 제자리에 돌려놓은

셈이 되어 버렸으니 진구의 그 시도는 의도에서

무척이나 창의적이었음이라.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웠던 점은 연부라는 존재다.

어쩜 그리도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담대할 수 있는지,

상준동 회장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던 셈이다.

뱀 같이 교활한 여자에게 진구가 먹히지 않은 게

정말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잠깐 움찔했던 건

다 독한 연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