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남자
박성신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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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이란 소설을 다들 기억하시는지?? 자수성가한 주인공이 30년 만에 아버지를 찾았지만 그는 가짜 아버지였고, 또 다른 가족들 간에 숨겨진 진실들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라는 것이 박성신 작가의 당시 수상소감이었었다. 부모의 부재는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있어야할 필수조건이었던 그 소설 이후 5년 만에 갑자기 기억이 난 그녀. 그녀가 돌아왔다.

 

 

죽지 못해 사는 인생, 오직 죽음이 해답일지도 모를 남자 최대국은 사채업자에 쫓기며 회생 불가능한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그에게 접근한 남자가 하는 말이 아버지의 거래처 직원인데 아버지가 총에 맞아 지금 혼수상태로 병원에 있다면서 최대국을 안내한다. 존재 자체를 거부하며 인연을 끊다시피 했던 아버지지만 뭐 건질 거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낯선 남자를 따라 나서는데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그 남자는 거래를 제안한다.

 

 

아버지 수첩이 사라졌는데 중요한 거라며 찾아주면 거액을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 지금 자신의 처지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어 무슨 내용이 담긴 수첩인지 상관없이 그 제안을 수락한다. 총상인데도 경찰에게 연락도 않고 문득 수첩 이야기를 하니까 분명 상식적으로 수상한 상황인데도 이러는 건 그만큼 최대국에겐 오직 풍성한 열매만이 필요했을 뿐이라고 해석 되겠지.

 

 

그렇게 아버지의 수첩을 찾기 위해 아버지가 운영했던 고서점을 뒤지는데도 발견되지 않고 아버지랑 알고 지내던 노인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뭔가 범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주변에서 얼쩡대는 누군가의 그림자들. 도대체 아버지의 수첩이란 무엇이고 아버지에겐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더냐? 그럼 알려주마. 과거로 흘러들어간 이야기. 월출은 남파간첩이었다.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보통 청년을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지만 단, 한사람 형사 서중태만은 월출을 의심한다. 당시 반공이 국책이던 시절, 깜쪽 같이 남한사람처럼 위장한 월출에게도 이루지 못할 사랑이 찾아온다. 그게 참 안타까웠다. 여인은 시국사범, 월출은 간첩.지 몸 하나 제대로 간수하기 힘든 게 당연.

 

 

만났다가 못 만나고...그런 관계를 반복하다 그녀는 다른 길로 걷게 되어 영영 멀어지게 되지만 사랑만큼은 불변하다. 그녀의 그런 운명도 사랑하는 남자를 구하기 위함이었고, 그의 선택도 자식에 대한 부성애였으니 대국은 뒤늦게나마 아버지와 엄마의 진심과 그 비극적인 사연을 이해한다. 국가를 위해 충성해도 쓸모가 없으면 소모품처럼 용도폐기 되던 시절이었다면 부모님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선택과 희생을 치른 셈이다. 그래서 단단하고 뭉클했는데 전작에서 더 발전된 솜씨로 인해 앞으로 더 기대되는 작가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이번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살아생전 꼭 들어가고 싶은 구역이었고 그 누구에게도가족은 반드시 소중하고 이루고 싶은 마지막 보루라는 소망을 상기시는 게 박성신 작가의 한결같은 소신이자 메시지였다. 이 소설에 만족하였다면 전작인 <30>도 마땅히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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