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의 꽃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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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점식식사 중에 직원들과 자녀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물론 나는 무자식이라 그들의 이야기에 완전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새삼 부모의 역할이란 게 무척이나 어렵고 힘든 위치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어버렸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겪는 대화단절은 실로 살벌한 나날들이었다고. 이젠 관계가 회복되면서 딸이 아빠에게 휴대폰으로 보낸 감사의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감개무량해하는 모습이 짠하다.

 

 

자녀가 부모에겐 한시도 멀어질 수 없는 애틋한 존재라고 한다면, 아이가 건강하지 못하고 아플 때 부모의 속은 타들어 가게 마련이다. 그 고통이 의도하지 않는 상태에서 불시에 찾아와 일생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린다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게다. 여기 이 소설 흉터의 은 한국의 히로시마라고 불린다는 합천에서 살고 있는 원폭피해자들에 관한 내용인데 바로 후유증이 자신에서 끝나지 않고 대물림 되고 있는 비참한 실정들을 빼곡히 담는다.

 

 

강순구라는 남자가 있다. 열심히 일하면 자신의 몫으로 땅이라도 떨어질까 기대했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해 낙심과 울분에 차 있다가 일본에 가면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장인의 말 한마디에 식솔을 데리고 현해탄을 건너 히로시마에 간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다다른 즈음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고 이 때에 입은 피해는 엄청났으니 10만이 죽었다는데 재일조선인만 해도 4만이 희생되었다고들 한다.

 

 

일본의 박해를 견디마 못해 고향인 합천으로 돌아오는데, 문제는 딸 분희였다. 원폭의 직접적인 피해자중 한 명인 분희는 얼굴의 대부분과 전신이 화상으로 뒤덮여 몰골이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이도 차서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어 어느 홀 애비한테 시집을 가지만 몰골 때문에 남편의 폭력과 시어머니의 모진 박대로 고통스러운 시집살이를 겪게 된다. 유산 이후엔 그 생활이 더 힘들어졌고 딸은 역시 원폭 후유증으로 다리를 저는 등 몸이 성치 않아 엄마가 겪어야 했던 고통들을 고스란히 반복한다.

 

 

3대가 원폭후유증으로 인하여 않게 되는 건강상의 문제들로 인하여 어딜 가나 괴물 최급 당하면서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해 겪는 일생의 고통들은 차마 직시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처절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외면하고 싶을 정도이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의 대가를 애꿎은 우리 민족이 얼떨결에 당해 제대로 된 보상도 못한 채, 언제 끝날지도 모를 후유증의 대물림은 기약할 길도 없거니와 일본의 외면, 우리 정부의 무관심.... 분통하고 한스러운 사람들이다일본에 가지 않았다면 딸에게 이런 일은 없었을낀데, 어버지 강순구의 마음은 찢어진다.

 

 

다만, 살아있는 게 지옥이 되어버린 피해자들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영원할 것처럼 이어지기에 비극을 강조하기 위한 효과적인 서술이 될 수는 있겠으나 읽는 이에 따라 지속되기 힘든 감정의 과잉이 될 수도 있겠다. 그래도 또 다만, 잊지 말고 상기하라. 일본 땅에서 일어난 과거사라 하지 말고 이 땅에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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