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 피처 스완슨

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그것 참 제목 한 번 기막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니, 아낌없이 주는 사랑은 들어 봤어도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란다. 넘 이기적인 게 아닌지 뒤통수 때려 놓고선 뒤도 안 돌아보고 달아나버릴 것 같은 사람의 속마음. 어찌 받아들여야 할 지 대비하고 읽어야만 할 것은 작품이겠다. 자! 전작에서 도움을 제공하겠다는 낯선 여인의 접근이 있었다면 이번엔 지금껏 잊지 못하고 있던 첫사랑의 그녀와 재회하였으니 이 얼마나 가슴 벅찬 순간인가.

남자라면 대체로 그렇듯이 첫사랑의 열병은 생각보다 오래간다. 여자들만큼 냉정하지 못해서 꺼진 불씨도 다시 살펴보자는 마음 한구석엔 언젠가는 다시 만나고 싶다는 미련이 깊게, 깊게 박혀서 잔상이 짙다. 우리의 주인공 조지는 그런 면에서 단단히 코 꿴 송아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리아나의 과거 행적을 감안할 때 도저히 신뢰가 갈 수 없는 여자인데도 계속 알짱거리며 도움을 청하는 이 여자에게 과감하지 못해서 내내 끌려 다닌다.

20년 만에 만나서 기껏 한다는 말이 어느 갑부에게서 50만 달러를 슬쩍 했는데 들켜서 쫓기고 있는데 이제라도 돌려주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데 자기 대신에 상대방을 만나서 돌려주라니... 그 점도 수용하기 어려운데 막상 하고보니 그녀의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단다. 능구렁이에 교활한 여우 같으니.

리아나를 대학 캠퍼스에서 처음 만난 바로 사랑에 빠졌지만 달콤한 시간들은 길지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을 때 불현 듯이 날아든 비보는 그녀가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주변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었기에 쑥떡 해 먹고 진실을 알고 싶다는 순수한 의도로 그녀의 집을 찾아 갔더니 아, 글쎄, 미미여사의 어떤 작품이 연상되는 그녀의 기이한 행적... 이번에도 미꾸라지 추어탕이 되어버린 그녀에 대한 찝찝한 기억들.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두 사람의 어긋난 관계를 계속 비쳐주는데 조지는 아직 혼란스러워 한다. 입에 붙은 미안해의 약발이 언제까지 통하나 싶을 정도로 남발하면서 훅 들어온 그녀의 부탁은 사실 누가 봐도 위험천만스러운 심부름이지만 이번만큼은 믿어보자는 조지를 어떻게든 말리고 싶었다. 리아나를 뒤쫓는 도니 젠크스란 남자도 흉악하고. 그렇게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되는 일이 잦아지더니 최악의 순간도 맞이해보았고 결국 조지에게 남겨진 것은 사죄의 정표가 아니라면 끝까지 물 먹이고자 한 괘씸함 둘 중 하나였을 뿐이다.

그 중 어느 쪽이었을지 신만이 아실 터. 조지와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어어 하다가 빈집털이 당한 기분을 만끽하게 될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었다.  정말 사랑이 뭐길래 밉지 않느냐는 노래가사가 딱이다. 그리고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것 같더라. 무비트레일러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