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를 보여주마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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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던 것일까?

갑자기 시작된 실종사건 하나.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실종이라지만 수사당국의 이목을 끄는 게 있었다면 실종된 이가 공안부 검사 출신의 노 변호사로서 정계에까지 기웃거리던 장기국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원한 살만한 이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있을 법한 실종이지만 배송되어온 동영상에서 알몸을 찍힌 그의 모습은 단순한 납치가 아님을 직감하게 만든다. 경찰 반장 두식은 자문을 구하기 위해 범죄심리학자인 수연의 도움을 받아 가면서 수사를 계속해 나간다.

 

 

여기에 갑질의 대가이자 냉혈한인 검사 준혁과 잦은 트러블을 일으키니 주먹이 울지만 조직세계는 냉정한 수직구조였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이쯤해서 냄새 맡고 날아든 똥파리 한 마리가 똥물을 튀기고 있으니 이름 하여 기레기란 명함을 가진 자 수도일보의 형진이다. 뭔가 건질만한 단서가 없을까 라며 눈에 불을 키고 다니는 형진의 집요함에 수사정보란 녀석은 너무나 손쉽게 유출되고 입수 또한 그리 어렵지 않은데 실제 수사팀의 보안수준이 이 정도로 안이할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캐내려는 자와 입을 다물게 하려는 자의 기 싸움이라고 해야 하나, 그 불편한 동거가 참 어색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무리 비공개 수사라곤 해도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자가 그렇게까지 비굴하게 나서야하나. 이제 연이은 실종사건의 타깃들은 범인들만의 어떤 공식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쯤해서 그럼 범인은 누구냐는 것인데 그게 그리 어려운 발상은 아닐 것이다. 실종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복수를 꿈꾸는 자들이 과연 누구겠는가? 넘 뻔한 게 아닐지. 결국 작가가 의도했던 바는 비록 추리소설로서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장르적 전개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해서라도 현실에선 꿈도 꾸지 못할 진정한 한풀이로 대신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다면 코쁠소의 뿔이 가진 방향성은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반드시 삐뚤어진 것을 바로 잡고 말겠다는 의지 천명이다. 결국 동기가가진 진정성에 모든 용서가 되느냐, 아니면 그래도 기왕 벌인 일, 끝까지 책임져주었으면 어떨까 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듯 하다. 덧붙이자면 단테의 신곡을 인용하는 일은 가급적 자제하였으면 좋겠다. 이 계통에선 이젠 진부한 시도가 된지 이미 오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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