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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평점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왜 하필이면 “세 살”이라고 그랬을까?
그것은 “세 살”때 말버릇과 습관 등이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렸을 때 버릇을 잘 들여놔야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습관을 갖는다고 본다면 이기호 작가와 그의 아내는 이 단계를 “삼 세번” 거쳐야 했으니 무엇 하나 만만한 상황은 없었겠지. 애초 월간지에 무려 30년을 장기 연재할 계획이었다고 하니 아마 그랬다면 소설판 <보이후드>와 한국판 <평균 연령 60세의 사와무라씨 댁의 이런 하루>의 야심찬 합작품이 될 뻔 했겠다는 상상을 해 보았다.
가족이라는 이름 자체가 꼭 소설의 다른 말인 것만 같다는 작가의 고백마냥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하게 없어 보이는 가족 이야기를 느긋하게 읽다 보면 깔깔 거리며 웃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가슴 뭉클함에 결국 눈물이 땡그러니 떨어지는 요상한 경험과 마주하게 된다. 웃다 울면 똥꼬에 털 난다는 말처럼 결국 무성하제 자랐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예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금은 살림과 육아에 지쳐 신경질도 부쩍 늘고 하루쯤은 자신만의 휴식을 갖고 싶어 하는 아내의 바람과는 달리 그까이껏 도와주고 배려할 수 있다면서 큰소리 빵빵 쳐놓고선 정작 도움이 못되어 미안 해 하는 남편. 원망이 쌓일 법도 한데 셋째 출산때는 괜찮으니 소설이나 마저 완성하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해버린 아내의 속 깊은 마음에 덩달아 나까지 송구스럽고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것인지... 부창부수라고 두 사람은 짝짝꿍이 참 잘 맞더라.
그리고 남편이 첼로 배우고 싶다며 무심코 내던진 말에 그 즉시 첼로를 사가지고 와 이웃집 여자한테 자기가 먼저 배워서 남편에게 가르쳐 주겠다는 아내의 말, 아내의 제자가 되기를 꺼려하는 남편의 앙탈도 미소 짓게 만든다. 그렇다면 가족이란 이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려와 정이라는 뜻으로도 대체될 수 있겠다.
그래서 인대 늘어난 사실을 숨기고 손주들 보행기를 열심히 미시던 장인어른, 제멋대로 따로 뛰어노는 장모님의 요리솜씨에도 경악하지 않고 맛있다고 먹어치우던 사위, 역시 깁스 중인데도 손주 먹인다고 고구마 캐시던 아버지까지 자신을 내려놓고 가족만을 먼저 생각하는 구성원들의 마음씨가 너무 아름다워 내내 뭉클하였다.
특히 엄마 다리를 주물러 주던 둘째 아이에게 할머니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해줄 수 있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할머니가 되면 하늘나라에 가야지”라고 순진하게 말해 버린 아이의 대답에 눈물을 흘리던 아내. 섭섭해서가 아니라 그때쯤이면 이 아이들을 어찌 내버려 두고 이 세상과 작별하겠느냐는 아내의 속마음에 끝내 내 눈에서도 눈물이 비 오듯이 쏟아지게 만들었다.
아마도 세 아이들과 함께 한 행복한 기억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기쁨과 슬픔들이 교차하는 나날들이 이기호 작가의 가족들에게 되풀이 되겠지. 우리 또한 다르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기혼남의 필독서이자 미혼자에겐 철퇴가 될 이 소설은 참 좋았다. 더불어 이 행복한 독서를 체험케 해주신 연꽃 독서문화재단의 미녀 이사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